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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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를좋아하세요 #알랭드보통 #책스타그램

평범한 것은 그의 삶이 아니라 그의 기억 속에 있는 삶의 이미지였을 뿐이라는 깨달음, 한달음에 내닫는 일상을 조금씩 조각내어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새롭고 충만할지. 무심코 내딛는 발걸음을 구분동작으로 쪼개보려 할 때 느끼는 당혹감을 알고 있다면 정말 "살아있다"라는 표현이 적합한 순간이 하루에 몇초나 될지 생각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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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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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서로조심하라고말하며걸었다 #책스타그램 #박연준 #장석주

10년을 연애한 시인부부가 시드니에서 한달을 살면서 각기 기록을 남긴다. 생활기라기엔 하루하루 붙잡고 풀어내는 열쇳말들이 여유롭고 사색적이어서, 이들처럼 어디로던 떠나가서 한달쯤 맘껏 게으름을 피우고도 싶다. (박연준에 따르자면 사색적이라 함은 잡생각을 많이 한다는 뜻이랜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조곤조곤 수다를 풀어내는 박연준의 글이 무척이나 좋았다. 좀더 딱딱하고 위압적인 장의 글은 뭐랄까, 조금 나르시시스틱한 도취나 현란함이 불편한 느낌. 그러나저러나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들의 달콤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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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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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너무한낮의연애 #젊은작가상 #김금희 #북스타그램

감정에 도취되지 않고, 너무 한낮의 뙤약볕같이 까슬까슬한 일상에서 허락되는 한에서 마음을 표현한다면 어떤 식이 될까. 내일은 모르겠지만 오늘은 사랑해. 다음 순간은 모르겠지만 지금 이순간은 사랑해.
적당량의 안정제를 투여하듯 미래에 대한 약속과 안정감을 그려내는 단어들은 대체로 아무런 소용도 없이 휘발되어 버리고 만다는 걸 아니까, 할 말은 응축되고 쪼그라들어 끝내 무언극에 가까운 무엇이 되고 만다. 그렇지만 바싹 말린 육포와 과메기가 초록들판과 푸른바다를 되살리듯, 그렇게 그 무엇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웅숭깊고 절절한 감정을 끄집어내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견디다가 나중에는 받아들이다가 응시하게 되는 그 (한낮의) 시간"에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고갱이가 보일듯 말듯한, 그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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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요리하고 싶었던 남자 - 현대사회가 낳은 불안과 광기에 관한 특별한 관찰기
마갈리 보동 브뤼젤.레지 데코트 지음, 이희정 옮김 / 푸른지식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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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요리하고싶었던남자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푸른지식

프랑스의 대표적인 법의학자인 저자가 20년 넘게 만나온 정신질환 범죄자들에 대한 사례집. 반인륜적인 범죄들, 제목 그대로 엄마를 죽여 요리한다거나 연쇄살인을 이어간다거나 여자친구를 토막내는 사람들과의 상담과 치료 이야기가 이어진다.

너무도 흔해진 "사이코패스'란 단어 혹은 보다 통속적이게도 '또라이'란 이름 붙이기는 그들에 대한 불가해함에서 기인한 막막함과 두려움을 숨기기 위한 섣부른 편가르기였던 건 아닐까. 그런 뭉툭한 표현으론 잡히지 않는 각기 사례들의 특이성과 백인백색인 발병의 원인과 작동방식들, 그렇게 분별되고 나면 이제 세상은 흑백의 모노톤이 아닌 총천연색의 풀컬러가 된다.

그렇다고 나와 그들의 거리가 휴지 한장의 두께만큼 가깝다거나 '모두가 정신병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릴 일도 아니다. 분명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정상성/비정상성의 경계는 어딘가 있을 텐데, 다만 그 비정상성이란 게 얼마나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취약한 부분을 사회가 어떻게 인지하고 대응해줘야 할지가 관건이어야 할 거다.

정신질환자들을 외계인 대하듯 하는 것이 아니라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로 인정하고 그들 역시 사회 구성원으로서 복귀, 나름의 제몫을 할 수 있도록 끌어주는 시스템의 정비,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인식의 전환. 어쩌면 그건 '병신' '또라이' 같은 전통적인 욕에 자리잡은 뿌리깊은 장애인 멸시의 정서를 줄여나가는 것과 같은 궤의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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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 현대의 탄생, 1945년의 세계사
이안 부루마 지음, 신보영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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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글항아리 #세계사 #책스타그램

지금의 세계가 언제 만들어졌을까. 지금의 국제정치경제시스템은 이미 뚱땅거리며 고쳐쓰인지 여러차례라지만, 최근의 근본적인 결절점은 아무래도 2차 세계대전의 종전, 1945년쯤일 거다. 그래서 0년. 0년 이전의 세계에 부재했거나 부조리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0년 이후의 세계를 주조하는 형틀이 되었다.

고교 교과서 수준의 정리로는 말끔하게 떨어지는 새 시대의 정의와 지향, 새부대에 담긴 새술 같은 이야기겠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던가. 얼마나 구시대가 난마처럼 헝클어져 있었는지, 그 구시대를 경과한 구성원들은 또 얼마나 비뚤어져 있었는지를 천착하기엔 개별 국가 대신 구체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보는 게 답이리라.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그렇게 0년을 맞닥뜨린 지구 각지 원주민들의 비뚤어진 성장배경과 좌절된 욕망들, 그로 인해 또다시 왜곡된 의지와 지향을 투영시키는 그들의 0년을 그려낸다는 점. 예컨대 패전의 책임을 진 전범세력에 대한 단죄를 사법체계내에서 가능케 하려는 노력이라거나 부역자들에 대한 청산작업은 각지의 처지에 따라 다양한 수위와 방식으로 나타난다.

다만 그렇게 보통사람들의 역사를 집중한다고 해서 가십거리를 진열하거나 삽화적인 편린만 제공하는데 그쳐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산만하고 맥락없는 이야기들의 스크랩북이 아니라, 조금은 더 꿰어진 구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물론 그건 여러모로 어려울 거다. 어떤 층위의 누군가의 이야기를 퍼올려야 시대와 공간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지, 그걸 골라내고 늘어세우는 작업은 그대로 굉장히 정치적이고 주관적인 작업이 되고 마니깐. 게다가 그건 자칫 보통사람들의 목소리를 재차 뭉개는 짓이 될 수도 있겠고.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면 저자는 어쩌면 그 구슬 하나하나를 공들여 세밀하게 묘사하는데까지가 원래 목표였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면 꽤나 성공적이었던 듯. 특히 한국의 역사와 그 후과들만 들여다보지 않고 세계 각국의 형편과 비교해 볼 수 있단 점은 또다른 귀중한 포인트. 친일파/부역자 청산 문제라거나, 해방을 준비했던 수준의 문제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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