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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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 노래(김훈)'; 김훈의 문장은 다부지고 팽팽하다. 가야와 신라가 전쟁을 벌이는 숨가쁜 장면에도, 우륵이 홀로 소리에 대해 고심하는 독백에도, 심지어 느긋한 민촌의 밥짓는 연기를 묘사할 때조차. 그의 문장이 읽는 이의 호흡을 툭툭 끊어버리는 건 단순히 단문이어서가 아니라, 한문장 한문장이 잘 빚어져 새삼 되짚어보게 되는 자족적인 완결성을 띄고 있어서다. 김훈의 글은 그래선지 전체보다는 부분들의 아름다움이 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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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아이들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9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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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5월 #북스타그램 #한밤의아이들 #롤리타 #현의노래 '한밤의 아이들 1/2(살만 루슈디)';

고은의 만인보 중 현대사만을 응축한다면 이런 작품이 되려나, 조정래의 아리랑, 태백산맥과 한강을 응축한다면 이런 작품이 되려나. 인도독립과 함께 태어난 아이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날줄과 씨줄삼아 해방공간과 동서파키스탄의 독립투쟁을 겪는 격동의 인도현대사 30년을 직조해낸다. 역사의 다양한 면모와 잔인하거나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빚어내기 위해 1001명의 '한밤의 아이들'은 온갖 기연과 환상과 초능력을 부여받게 되는데, 보르헤스나 마르케스의 계보를 잇는 이런 환상적인 분위기는 오히려 인도의 문화나 번다함과 더욱 잘 어울려 보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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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코담뱃갑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존 딕슨 카 지음, 이동윤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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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코담뱃갑; 때로 현실이 그대로 미스터리 장르소설이 되는 경우가 있다. 밀실살인같이 거창하진 않더라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마치 deus ex machina처럼 맥락없고 느닷없는, 그리고 파괴적인 쥐덫에 걸리게 된 것처럼 느끼는 일들. 미스터리 소설의 매력은 그런 무기력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한 누군가가 상황을 하나씩 따라잡아서는, 끝내 멱살쥐고 끌어내어 말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단 점에 있는 것 같다. 온통 꼬여있는 실타래같은 현실생활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대청소 직후의 후련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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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제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정지돈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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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문학동네); 문동이 선정한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묘하게도 신경숙의 표절과 그와 '문단권력'의 관계를 떠올렸다. 그리고 소설을 소비하는 사람들과 비평가의 관계 역시 어떤 게 맞을지. 개인적으로는 일곱 편의 단편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좋은 소설이란 뭘지, 그리고 근대의 문제이기도 할 대중성과 전위성의 함수는 어떨지가 더욱 흥미롭던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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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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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레이먼드 카버); 미국 단편소설을 완성했다는 카버의 대표단편선을 무려 김연수가 번역했다. 카버는 그렇다. 평이하고 범상한 일상을 툭툭 묘사해나가며 세계를 모사한다. 문득, 그의 시선이 닿는 곳 혹은 그의 표현 자체가 턱턱 걸리는 것을 깨닫는다. 더이상 세계는 평화롭지 않으며, 덕분에 기묘한 긴장감과 낯섦을 품게 된다. 모사되었다고 생각했던 그의 세계는 사실 굉장히 섬세하게 재구성된 픽션이며, 나아가 그 본체라 할 세상 역시 그렇게 평이하거나 범상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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