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밤하늘 에디션)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어떤 영화가 떠오르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이의 독후감에서 영화 <AI>라는 언급이 있던데,

아님 <식스센스> 일까?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범위에 계시는 분들,

목사님, 신부님, 큰스님...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점 중 하나가 

도저히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런 분들을 

함부로야 안 되는일이지만 내가 범접해도 괜찮더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내겐 이러한,

젊은 시절엔 감히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런 분들 중의 한 분, 

어느 목사님의 추천이기에 너무나 솔깃해서 읽어봤는데...



내게는 만든 이야기라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재미상 없었다.

매력적이게 빠져들 수 있게 하는 뭔가가 부족했으며,

이야기의 구성도 상당히 허술하지 않았나 싶다. 

(갑자기 곰이 나타나서리... 영화 <가을의 전설>인 줄!)


내가 기계인데

사람인 줄 알고 있었으니,

여기서 뭔가 심오한 진리가 파생되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몸이 없고 의식만이 인터넷 상에 떠돌아 다닌다는 것에서는 신선하더라.

돈이 그렇다.

돈은 없는데 

인터넷 상에서는 어디로든 오고 간다. 




나는 아직 사이보그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에는 준비가 많이 안 되어 있다. 







* 생각, 생각, 생각, 생각에서 벗어날 방법이 전혀 없었다. (...) 팔과 다리가 쉴 새 없이 움직일 때 비로소 생각들을 멈출 수 있었다는 것을 몸이 없어지고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판이 1980년인가...

어쩌면 이렇게 훌륭한 책을 나는 이제사 보았다.

이제사라도 보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안도감마저 든다.


태양에 코로나 구멍이라는 것이 있다니,

우크라이나에 핵 폭탄이 떨어지면 소련까지 영향이 있을거라니,

점점 더워질 지구를 예견하는 것까지,

지금에사 읽어도 너무나 맞아떨어지는 예언같은 내용들도 있어 

정말 신기하다는 느낌을 내내 가지면서 읽었다.


과학책인데 과학뿐만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내용들을 폭 넓게 다루고 있어

얼마나 유익하고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책의 내용은 정말이지 다 모르겠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사고의 폭은 넓어진 것 같으니 이 뭔 조화인지!!


과학자들은 서로에게 이런 질문을 한단다.


A : 아폴로 세대?

B : 아니오, 코스모스 세대입니다. 


이 대화만으로도 이 책의 위대함은 충분한 증거이지 싶다. 


외계인의 존재를 너무나 알고 싶어 하는 저자의 갈망이 내게도 전해졌고

우주과학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비핵, 반전쟁으로 마무리 한 저자의 인품이

너무나 존경스럽다. 


이런 훌륭한 분이 왜 골수성 백혈병이어야 했단 말인가!








* 우주탐험,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은 설렌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생기와 활력을 불어 넣는다. 진화는 인류로 하여금 삼라만상에 대하여 의문을 품도록 유전자 속에 프로그램을 잘 짜놓았다. 그러므로 안다는 것은 사람에게 기쁨이자 생존의 도구이다. 


* 빛은 1초에 약 18만 6000마일 또는 거의 30만 킬로미터, 약 6조마일을 간다. 천문학자들은 빛이 1년 동안 지나간 거라를 하나의 단위로 삼아 1광년이라고 부른다. 광년은 시간을 재는 단위가 아니라 거리를, 그것도 엄청나게 먼 거리를 재는 단위이다. 


* 지구는 대략 46억년 전에 성간 기체와 티끌이 응축된 구름 속에서 만들어졌다. 화석 기록을 통해서 우리는 최초의 생명이 대략 40억년 전 원시 지구의 바다나 연못에서 태어났다고 알고 있다. 


* 투명기체인 메탄, 암모니아, 황화수소와 수증기의 혼합물을 플라스크에 넣고 거기에 전기 방전을 일으켰다. 방전을 수시간 지속하니까 생명의 기원과 관련된 각종 유기 분자들이 플라스크의 내벽을 덮기 시작했다. 


* 혜성은 지름이 1킬로미터가 넘는 눈덩어리입니다. 


* 즉 온실효과의 폭주로 말미암아 지구의 표면 온도가 현재 보다 무척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런 폭주 현상이 금성의 초기 역사에서 벌어졌던 것 같다. 지구보다 금성이 태양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 금성의 표면이 처한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엄청난 규모의 재앙이 지구의 위치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읽게 된다. (...) 인간은 (...) 초원과 밀림을 지속적으로 파괴해 왔다. (...) 열대림의 개간, 지나친 방목 (...) 그러나 숲은 초원보다 어둡고, 초원은 사막보다 어둡다. 결과적으로 지표에 흡수되는 햇빛의 양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즉 토지의 사용 양식이 변함에 따라 지구의 표면 온도가 낮아질 수 있다. 이러한 식의 냉각은 극지방에 있는 만년설 지대의 넓이를 증가시킬 것이다. 만년설 지대가 넓어지면 햇빛이 더 잘 반사되어 지구 밖으로 나간다. 그 결과로 지구의 표면 온도는 더욱 낮아질 것이다. 이것은 온실 효과의 또 다른 방향으로의 폭주이다. 급격하게 치솟는 반사도 때문에 지구는 종국에 백색재앙의 위기에 빠질지도 모른다. 


* (...) 별이 태양이란다. 매우 멀리 덜어져 있기 때문에 작게 보일 뿐이란다. 우리의 태양도 수많은 별들 중 하나이고 별과 다른 것은 그저 우리와 가깝다는 사실밖에 없다는 것이다. 


* 별들 사이의 평균 거리가 3~4광년이므로, 별자리의 모양은 몇 광년은 족히 움직여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변할 것이다. 1광연이 거의 10조 킬로미터에 이르는 엄청남 거리인 데 비하여 지구의 지름은 겨우 1만 3000킬로미터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해 두기 바란다. 따라서 3~4광연 정도의 거리를 이동해야만 어떤 별이 그 별자리에서 달아나고 또 어떤 것은 그 별자리로 들어오는 것 같이 보여서, 주어진 별자리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다. 


* 태양의 광구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고온의 상층 대기층을 코로나corona라고 부른다. 코로나도 11.2년을 주기로 그 모양이 변하며, 코로나 물질이 온도가 100만도에 이르는 고온의 상태에 있기 때문에 엑스선을 다량으로 방출한다.

 

* 지금으로부터 수십억 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지구는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생애의 마지막날을 맞게 된다. 그리고 100만 년의 세월이 더 지나면 태양은 적색 거성으로 부풀어 오르면서 지구를 뜨겁게 덥힐 것이다. 여러 지상 생명들이 절멸할 것이며 해안선은 내륙으로 후퇴할 것이다. 바다는 곧 증발하고 대기는 우주 공간으로 모조리 달아나 버린다. 태양이 적색 거성으로 진화함에 따라 지구에서 물은 완전히 말라 버리고 생물이라고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게 되며, 대기는 흔적없이 모조리 사라진다. 드디어 태양이 하늘을 온통 뒤덮으면서 지구를 완전히 삼킨다.

 

* 처음에는 행성상 성운에 깊숙이 싸여 있겠지만 고온의 알몸이 밖으로 노출된 태양은 서서히 식으면서 수축을 계속한다. 지상에서는 들어 본 적도 없는 차 숟가락 하나분의 질량이 1톤에 이르는 고밀도의 물질로 수축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 놓인 물질을 우리는 축퇴물질이라고 한다. 즉 태양이 행성상 성운 한복판에 자리하는 백색 왜성으로 변신한 셈이다. 그리고 수십억년의 세월이 또 흐르면 태양은 그나마 남아 있던 자신의 온기를 복사로 다 잃고 결국 흑색 왜성이 되어 우주인의 시야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 초신성에서 유래한 충격파가 성간 기체와 성간 티끌로 구성된 성간운을 통과하면서 그곳의 밀도를 증가시킴으로써 중력 수축이 유발됐을 것이다. 그 결과로 태어난 것이 우리 태양계이다. (...) 우리는 생명의 탄생에서 별의 흔적을 찾아 봏 수 있다. 새로 생긴 태양에서 쏟아져 나온 자외선 복사가 지구 대기층으로 들어와서 그곳에 있던 원자와 분자에서 전자를 떼어내면서 대기 중에는 천둥과 번개가 난무하게 됐고 이것이 복잡한 유기 화홥물들의 화학 반응 에너지원으로 작용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생명이 태어났던 것이다.

 

* 대폭발에서 은하단, 은하, 항성, 행성으로 이어지고, 결국 행성에서 생명이 출현하게 되고 생명은 곧 지능을 가진 생물로 진화하게 된다. 물질에서 출현한 생물이 의식을 지니게 되면서 자신의 기원을 대폭발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인식할 수 있다니, 이것이 우주의 대서사시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 우리는 벌레 구멍, 즉 웜홀의 존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벌레 구멍이라는 아이디어는 블랙홀을 통하면 실제로 움직여 가지 않고도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 직접 이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니까 월홈은 4차원을 관통하는 통로인 셈이다. 우리는 월홈의 존재 여부를 모른다. 그렇지만 웜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들은 우리 우주의 어떤 곳과 반드시 연결돼 있지 않겠는가?


* 외계행성에 사는 지적 생물의 생김새가 지구인을 닮았을 가능성의 거의 0이라고 나는 믿는다. 지구의 경우를 보건대 유전적 다양성은 일련의 우발적 사건들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유전자들의 선택 과정도 따지고 보면 우연성을 동반하는 환경적 요인들에 따라 좌우된다. 그렇다면 외계 행성에서 일어나는 일ㄹㄴ의 우발저 사건들과 그곳 환경을 지배하는 우연적 요인들이 어떻게 지구에서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내가 외계인과 지구인의 외형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론적 근거이다. 형태는 비록 우리와 다를지라도 지적 생명 자체는 분명 외계에 존재할 것이다. 


* 외계인과 외계문명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아무리 복잡한 문양이나 보잘것 없는 징조일지라도 그들이 남겼다는 것이 확실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이 바람을 주체하기 힘들다. 이 바람 안에는 인간이 과거부터 풀어왔던 소박한 소망이 깃들어 있다. 


* (...) 은하에 대략 1300억 개의 행성계가 존재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행성계마다 우리 태양계와 마찬가지로 행성들이 열 개씩 있다면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행성들의 총수는 무려 1조 3000억개라는 계산이 나온다. 우주적 드라마를 선보일 무대가 1조 3000억 개라니 우리가 어떻게 놀라지 않을수 있겠는가!


* 모든 존재의 연결 고리, 작게는 원자와 눈송이에서 크게는 태양과 은하들을 아우르기까지 끝없이 연결되는 존재의 연결 고리를 통해서 인류는 우주에서의 자기 위치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중이다. 


* 사람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나 자신이 속한 사회와 조금이라도 다른 성격의 사회를 믿을 수 없는 기괴한 존재로 간주하며 심히 혐오하고는 한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심을 작지 않으면서 말이다. 


* 우주 탐사는 지구에 사는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에너지를 죽음과 파괴가 아니라 삶을 위해서 이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지구와 지구인을 이해하는 동시에 외계 생명을 찾는 데 써야 한다. 그것이 유인 탐사이든 무인 탐사이든 간에 우리의 우주 탐험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바로 그 기술과 바로 그 조직력 덕분에 가능하다는 점을 우리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 바이킹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는 데에 든 병비나, 보이저 우주선을 외행성계로 보내는 데 필요한 총 예산이 1970~1980년에 (구)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는 데 소용한 경비보다 적다. 전문 기술 인력의 고용을 증대시키고 첨단 기술의 개발을 자극함으로써 우주 탐사 계획은 투자한 액수의 몇 배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행성 탐사에 쓰인 1달러는 국가 경제에 7달러로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는 우리 모두 기억해 둘만한 가치가 있다. 


* 저는 달을 두고 노래한 시인들이 더 중요하고 큰 역할을 했다고 믿습니다. 우리네 삶에서 소망 없이 이루어진 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따지고 보면 시인이 우리 가슴에 심어 준 꿈의 위력이 과학자들로 하여금 달나라 여행을 설계하게 했을 것입니다. 외계 생경의 발견이야 가까운 장래에 기약하 수 없겠지만 어느새 140여개에 이르는 외계 행성의 존재가 태양계 밖에서 확인되었으니 외계 생명의 존재도 언제가는 벍혀지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외계를 향한 인류의 끈질긴 외침이 언젠가는 외계 문명과의 교신으로 결실을 맺게 될 것입니다 그날이 온다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인류 역사를 바꾼 고전 중의 하나로 재평가 괼 것입니다.- 홍승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
히라마쓰 루이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방법을 16가지나 적어 둔 것이었구나.

난 두 세개 정도만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일본 책은 읽을거리가 거의 없다. 

목차의 큰 제목만으로도 충분할 것을 책으로 엮어서 

13800원에 내어 놓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사는 사람도 있다. 

형님은 이 책을 샀고

내게 읽어보라고 빌려 주시니 그 성의로 인해 읽기는 다 읽었다. 





* 젊을 대는 기분이 침울하면 몸도 무거워져서 움직이기 싫다. 그러나 고령자는 초조해지면 안절부절 못하고 돌아다니곤 한다. 건강하다고 착각하기 쉬운 것이다. 그래서 자주 확인을 해야 한다.


*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심하게 사래들리거나 계속 가래를 뱉는다. ... 일단 등을 두드린다. 


* 호스피스와 한센병 환자를 위한 시설을 만들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티나의 무력충돌을 일시 중지 시켰던 테레사 수녀, 노벨평화상 수상 인터뷰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면 될까요?"라는 질문을 받고 수녀는 이렇게 대댭했다. "집에 돌아가 가족을 사랑해 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생님도, k도 그리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을까 싶어 

다 읽고 난 후의 편치 못한 마음이 하루이틀은 간 것 같다. 


읽다보면 그리 별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밋밋한 일상의 이야기들인 듯 싶기도 하고

너무 세세하다 싶기도 하였는데, 

지루할 듯 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것이 참 신기했다.


바닷가에서 우연히 본 한 어른에게 이렇게까지 

마음이 갈 수가 있는가 싶은 의아함이 일기도 하고,

천황의 죽음을 자신의 죽음과 동일시 하는 것은

일본만의 문화겠거니 싶기도 하다. 


<마음>이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빌렸는데

정서가 우리와 비슷해서 읽기에도 좋았던 걸 보면

아마 번역이 잘되었나 보다.


마음...

나의 숙제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천엔에 올려진 인물이었구나.








* 내 입을 가로막았던 더 큰 이유는 다른 사람의 고임에 빠지는 것이 싫었던 것일세. 다른 사람의 손에 놀아나는 것은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일란 말이지. 작은 아버지에게 배신당한 나는 이제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남에게 기만당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네.


* 맞서야 할 상대가 나보다 강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느끼는 공포감, 그것이 이미 그때 내 안에 움트기 시작한 거야.


* 내가 그렇게 있는 힘껏 장모님을 간호한 것은 환자를 위한 마음에서도 그렇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도 그랬지만 더 큰 의미에서 보면 인간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랬다고 할 수 있네. 나는 그때까지도 무슨 일이든 내 능력을 펼쳐 보이고자 하는 마음은 충만했지만 언제나 날 붙잡는 그 무엇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나 있었던 것이지. 세상을 등진 내가 비로소 내 손을 내밀어 나 아닌 다른 이를 위해 선생을 했다고 느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네. 나는 그 행위로 얼마간 면죄를 받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거야. 어쩌면 그러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장모님을 보살펴드렸는지도 모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살이가 영 사람살이 같지 않더니

급기야 한 쪽에서는 전쟁이다.


사는 것이 너무 재미가 없다.


자연환경조차 받쳐주지 않을 앞으로의 시대에 

우리의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이랬던 나의 생각이 이 책을 읽고는 생각에 변화가 왔다.


이 시절이 더 재미없는 것은, 

더 살기가 팍팍하고 힘든 것은 아니겠구나.


더 편리하고 

더 많이 가지고

더 잘 먹고 있는데 

더 힘들게 무어란 말인가.

발전을 하니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나고

처음 접하는 그 문제들로 인해 혼란이 오고

혼란 속에 한탄을 넘어 개탄도 나오고

그러면서 해결책도 나오는,

그냥 그럴 뿐이겠구나.


조선시대에 개화사상이 얼마나 센세이션했을것인가!

산업에 혁명이 일어났을 때는 또 어떻고.


그런 것 처럼 시대는 그 흐름대로 흘러가는 것이고,

사회문제는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의 세상에 사는 것이 재미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편리한 세상에 사는 것에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좀더 인본주의에 가까워진 지금의 세월에 오히려 감사할 일이었다. 


더 많이 가지고,

더 잘 먹고, 

엄청난 편의를 누리는,

지금의 시절이 고마운 것임을 일깨워 준 이 책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무척이나 훌륭한 책이었다. 

그렇게도 이름을 날리던 그 옛날엔 눈에 들어오지 않더니 

이럴려고 이 책이 이제야 내게 왔나보다. 














*그는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너무나 끔찍하다고 했다. 그의 책에 의하면 지상에서는 시간을 터무닝벗이 낭비하고, 약속과 맹세는 깨어지고, 기도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눈물도 보람없이 흘려야 하고, 마음은 억눌리고 희망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일 끔찍한 일은 갖고 있는 생각 때문에 고통을 받는 일이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그 세계의 지배계층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했었다. 인간이 갖는 고통에 대해 그들도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네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아버리고, 전깃줄도 잘라버리고, 수도선도 끊어버린다. 그런 집 뜰에서는 꽃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날아 들어갈 벌도 없다. 나비도 없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강요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사랑으로 비를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린 세상도 이상 사회는 아니었다.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법을 가져야 한다면 이 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 내가 그린 세상에서는 누구나 자유로운 이성에 의해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법률제정이라는 공식을 빼버렸다. 교육의 수단을 이용해 누구나 고귀한 사랑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다섯시가 이미 넘었는데도 어두웠다. 여느 때면 내 방 창에 첫 밫이 와닿고 커튼이 그 빛을 올 사이사이로 빨아들여 방안의 어둠을 밀어버릴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