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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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0-10-0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답다! 읽는 순간 연꽃을 만나고 가는 바람이 된다...

양철나무꾼 2010-10-13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럼'이 아니고 '같이'였군요?
다시 읽으니 좋네요~^^
 

손자를 위하여

하루에 삼천 번을 만난대도
어찌 반갑지 않으랴
웃는모습도
우는 모습도
참으로 눈부셔라

봄 다음에도
봄만 오게 하는 아이야
잎이 피고 자라고
꽃이 피어 만개해

앞으로 오는
100년 내내 봄이거라

          김초혜 시집<사람이 그리워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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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0-10-04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할머니가 되면 꼭 저런 마음일 것이다. 어쩜 표현도 저리 잘 했는지!ㅎㅎ
(양철나무꾼님의 서재에서 가져옴)

hnine 2010-10-04 22:03   좋아요 0 | URL
표지의 얼굴 그림도 참 정겹네요.
이제 아이가 열살인 저는, 손자까지 상상이 잘 안되네요 ^^

Grace 2010-10-04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의 서재가 워낙 많은 사람들의 왕래로 북적이니, 그곳에 댓글 남긴 저의 서재까지
평소같지 않게 방문객이 많아져서...^^ 그저 책 참고만 할 뿐 서재에 댓글은 거의 달지
않습니다.ㅎㅎ그런데 허나인(hnine을 전 혼자 이렇게 부릅니다)님때문에, 허나인님 때문에...중얼중얼ㅎㅎ
오늘하루도 즐거우셨나요?

양철나무꾼 2010-10-0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 제 서재에서 볼때랑은 느낌이 또 다른 걸요~^^
 

빼곡히 한치의 틈도 없이 돼지들이 갇혀 실려 가는 트럭의 뒷모습에도 눈물이 이리 나는 건, 

'나이'가 아니고 그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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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밤새 목이 너무 아파 잠을 설쳤다. 눈물이 찔끔일 정도로 목이 아팠다.

병원물리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Je Kim전화가 온다.

날 걱정해서 온 전화인 줄 알고 미소를 날리는데...ㅋㅋ

'그 애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편지라도 꼭 적어주고 이별을 해라!"

이런이런, 내 걱정이 아닌거다.ㅎㅎ

 

 

he, she, I you it  다섯 글자를 오늘 공부했다.

6학년이다. 그러나 내일이면 이 다섯 글자를 기억하지 못한다.

 

날마다 알파벳을 한번씩 적은지가 5~6개월은 되었다.

2학년이다. 이제서야 읽을 수 있다. 키가 22kg, 몸무게가 122-꼭 이렇게 말하고도 무엇이 틀린지

모른다.

 

이 두 학생들이 학교나 그 밖의 다른 학원들에서 받았을 대우를 이해할 수 있는가?

그것도 모르냐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을 것이며, 선생님들의 한숨은 또 얼마나 깊이 이들의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져 왔겠는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줄 이는 또 얼마나 될 것이며,

느린 학습으로 받아야 할 상처- 그 주눅듬과 기죽음은 앞으로 또 얼마이겠는가?

'테스트'라는 말에 벌써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며 얼굴표정이 굳어진다.

'그냥 보고 적어봐. 테스트는 안할거야.'라는 말에는 기꺼이 세번씩도 적는다, 즐겁게 웃으며!

 

난 이들을 혼낼 수가 없다. 그저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거듭거듭의 칭찬으로

그동안 수없이 받았을 어른들의 '한숨'을 하나씩 녹여주고 싶을뿐이다.

웃어주고 싶고 자꾸만 보듬어 주고 싶을뿐이다.

난 늘 의문이다.

그러하더라도, 이들은 학원에서 반나절을 보내는게 더 나은 일인가,

운동장에서 반나절을 신나게 뛰어 노는것이 더 나은 일인가?

Je Kim, 아침에 이 이야길 하니 측은지심으로 눈물을 글썽인다.

당신의 나이도 너무 많이 들어버렸다.

 

오늘 난 이들과 편지대신 즐거운 웃음으로만 혼자 이별을 했다.

한껏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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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된 중고를 사서 오래도록 우리 가족과 함께 해준 엘란트라,

그 17년 된 엘란트라를 폐차장에 두고 나오니 눈물이 찔끔였다.

핸들을 쓰다듬어 주고 이곳 저곳을 살펴보며 차 안의 물건을 정리할때의 그 쨘~하던 마음이란...

Isaac은 폐차하지 말고 어딘가에 보관하자며 거듭거듭 아쉬워 하던 걸 보면서, 새 것에 혹해서

묵은 것에 대한 애정은 깡그리 잊어 버리기 일쑤일 요즘의 세태에, 내가 이리 애틋한 정을 묵은

것에 가지고 있는 이유를 알고나 있는 듯이 보여 기특했다.

누군가는 폐차하면서 그 차를 보고 절을 한다는 말을 폐차장 아저씨로부터 들었다.

아~ 나도 그럴걸...알았으면 그랬을텐데...난 그러고 싶은데...

 

몇일 전 아침, Jessica를 학교에 태워 주면서 뒤의 봉고차로부터 삿대질을 받았다.

아침 시간이라 모두들 바쁜 것은 알지만 난 안전운전주의이고, 무리하게 끼어들기 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라 차의 흐름이 좀 끊기기를 기다리고 있었건만, 그 사이를 못 참고 안간다고 상향등을

내리 비추더니 빵빵하며 가기를 다그치더라구. 내딴에 먼저 가라고 좀 비켜주기위해서 무단히

애를 썼지만 여의치 않았고, 결국 저 앞의 신호는 빨간불로 바뀌었다. 내 뒤에서 나를 그렇게

불편하게 다그치던 그 봉고차는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창문을 내리고는 삿대질을 해대며

뭐라고 뭐라고 내뱉는거다. 그 차안에는 온통 학생들이 타고 있었건만... 비상등을 켜서 최대한의

예의표시까지 했건만 꼭 그렇게 삿대질까지 했어야 했던가는 의문이다. 모두가 시작하는 하루의

아침이 아니던가!

만약 내 차가 묵은 차가 아니고 깔끔한 새 차였다면, 아주 멋진 반짝반짝 윤나는 고급 대형차

였다면, 외제차 였다면 과연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여태 이 오래묵은 엘란트라가 오래 묵은 것이라 뭔가 불편하단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건만,

오히려 이런 묵은 차가 내 것이라는 것이 편하기만 했거늘, 단지 장거리를 마음놓고

갈 수 없다는 불편함, cd를 들을 수 없다는 불편함 외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거늘, 참 기가 막혔다.

 

조카가 결혼하면서 2년된 차를 무상으로 주었다.

그 신차나 다름없는 차를 받고 보니 얼마나 좋던지, cd기도 있고, 모든 것이 auto라 어지간히

편리함을 만끽하기도 하고, 후진할땐 삐~~~라는 소리로 안내까지 해준다.ㅎㅎ

93년식 엘란트라에 비하면 얼마나 진화된 차란 말인가!

너무너무 매력적이다. 허나 벌써 누가 옆을 깊게도 긁고는 사라져버렸다. 그 속상함이 무척이나

오래간다. 불편하지만 지하주차장을 이용하기로 한다. 이 차도 17년은 타고 싶어서.^^

묵은 엘란트라는 없지만 그것에 목매어 그 추억에 젖었기보단 새 차에 애정을 쏟는 쪽이 훨씬

더 발전된, 긍정적인 자세이겠지. 나는 그렇게 긍정적인 사고로 살고 싶다. 이러한 좋은 말을

건내준 내 친한 친구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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