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봄 제3회 우리나라 좋은동화 우리나라 좋은동화
김재복 외 지음, 이인아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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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나오는 우리나라 좋은 동화 책을 2022년에 처음 보았어요.

젊은 작가들의 아름다운 동화와 그림들이 함께 어우러진 책이 무척 예쁘고 신선함이 느껴져 좋아한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저희들도 지나온 시간이잖아요. 그래서인지 동화를 읽고 있다 보면 괜히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시간을 거스른 것 같기도 해서 더욱 좋답니다.

이제 고학년이 된 아들은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해 저와 매일 전쟁을 치루지만 그래도 한 번씩 같이 읽자고 책을 내밀면 못 이기는 척 함께해 준답니다. 처음에는 유치하다며 피식거리더니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눈물을 보이더라고요.

짧은 단편 동화 12편이 실려있는 책이라 긴 독서가 힘들 아들에게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각각의 단편들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며 공감을 끌어냈어요, 지금부터 어른인 저의 시선과, 아이인 아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책의 이야기 중 재미있게 읽었던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해 볼게요.



[지하 49층의 비밀]

부모라면 누구나 걱정하는 아이의 키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키가 작은 해우를 어떻게든 키우려는 엄마와 해우의 갈등, 서천꽃밭 설화에 나오는 뼈살이 꽃, 살살이 꽃에 대한 에피소드가 재미있습니다. 키에 대한 욕심을 부릴 법도 한데 허리가 아픈 할머니에게 쿨하게 뼈살이 꽃을 내미는 해우의 마음이 무척 커 보였던 동화였습니다. 엄마라서 자라지 않는 아이의 키에 더욱 공감되었고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며 당당하던 해우의 모습이 멋지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인생은 지금이야]

와이파이를 찾아다니고,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바닥난 데이터에 짜증을 내는 하랑이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수험생인 언니 때문에 방학 동안 할머니 댁에 와있는 하랑이가 승우 할머니의 노래자랑을 위해 백댄서로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춤을 좋아하지만 오로지 주인공이고 싶지만 승우 할머니 평생소원이라니 결국 들어드립니다. 최신 아이돌 노래도 아니고 트로트에 왜 할머니들은 저렇게 신나하는건지 결국 무대에서도 실수 연발이라 풀이 죽었지만 할머니들은 마냥 즐거워합니다. 역시 즐기는 자들을 이길 수는 없나 봅니다. 매달 있을 노래자랑에 또 나갈 거라며 떨어져도 괜찮다고 즐거워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유쾌한 동화입니다.

[다른 강아지]

민재는 조르고 졸라 영훈이네 개가 낳은 새끼를 한 마리 집에 데려옵니다. 부모님의 허락은 받지도 않고서 말이죠. 엄마는 혼자인 민재가 안쓰러워 허락해 주지만 아빠는 잡종에 나중에 팔수도 없다며 반대합니다. 까만 강아지 까미가 너무 사랑스럽지만 결국 지키지 못해 다시 돌려보내야 했고, 슬퍼하는 민재를 위해 아빠가 하얀 새끼 포메라니안을 분양받아오지만 민재는 아빠와 하얀 개 둘 다 미웠습니다. 그 강아지가 까미를 밀어낸 것 같았거든요. 혈통, 외모, 가격으로 반려견을 대하는 아빠가 너무 속물 같아 보였답니다.

[참기 시합]

여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참기 시합을 하는 소꿉친구가 있습니다.

둘은 한 여자친구를 같이 좋아하게 되었고 누가 좋아할지를 정하기 위해 또 참기 시합을 합니다. 사랑이냐 우정이냐 고민이 될 법도 한데 참기 시합을 하며 둘은 오히려 즐거워합니다. 결국 한 친구가 이기게 되고 사랑과 우정 둘 다 잃게 될 위기에 처한 그때 친구의 말 한마디에 속상한 마음이 모두 녹아내리는 행복한 이야기입니다

[크리스마스에는 눈꽃 펑펑 치킨을]

반지하 방에 살고, 치킨은 모아놓은 쿠폰으로 먹으려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한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먹방 영상으로 대리만족하는 현시대의 모습을 비추는 듯해 익숙합니다. 가난해도 마음이 따뜻한 남매는 결국 크리스마스에 여러 명의 산타클로스를 만나게 되는데요. 못 먹을 것 같던 눈꽃 펑펑 치킨이 3마리로 배달되어오는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따뜻한 크리스마스의 이야기입니다. ​

[내가 그릴 웹툰]

놀이공원도 가고, 가지고 싶었던 색연필도 갖게 되고, 호텔 뷔페에서 밥도 먹었습니다. 무엇인가 불안했지만 요 며칠 평소와 다르게 행복했다 싶었는데 역시나 이유가 없지 않았어요. 두어 달 전부터 돈 문제로 다투던 엄마와 아빠가 변한 모습에 문제가 해결된 줄 알았는데 결국 이런 선택이라니.... 사회문제인 가족동반자살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동화입니다.

아들이 재미있게 읽었던 건 [다른 강아지]와 [크리스마스에는 눈꽃 펑펑 치킨을]이었고, 제가 공감하며 읽었던 건 [지하 49층의 비밀]과 [인생은 지금이야]였습니다. 그리고 둘 다 재미있게 읽었던 건 [내가 그릴 웹툰]이었어요.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은 동화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 담긴 열두 편의 동화들은 다양한 이야기만큼 성장하는 주인공들을 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봄이 지나고 이제 여름이 다가오지만 이 책이 가진 아름다움은 사계절 언제든지 우리 마음에 따스하게 스며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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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세 자매 열린책들 세계문학 288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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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 세 자매 ]

안톤 체호프 선집 / 오종우 옮김





'자고 싶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이후 세 번째 체호프의 단편을 만났는데요. 바로 [아내·세 자매]입니다.

이 책에는 단편인 '아내'와, '세 자매'라는 희곡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 희곡은 처음인듯해요.

'아내'는 1890년대 초 대기근과 콜레라가 휩쓸고 간 러시아를 배경으로 젊은 지식인 파벨 안드레이티와 그의 아내 나탈리야 가브릴로브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체호프가 의료 활동을 하던 시기 빈민을 구제하던 그때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쓰인 글이라니 더욱 흥미롭습니다.

파벨 안드레이치는 글을 쓰는 데에 집중하고 싶어 시골인 '페스트로보'로 와서 지내지만 맘처럼 글이 잘 써지진 않습니다. 게다가 그의 도움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늘 마음이 불편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에요. 돈도 있고, 남들보다 많이 배웠으니 어려운 이들에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고, 뭔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그를 더 힘들게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거기다 아내와의 불화, 추운 날씨는 기름을 부었습니다. 분명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해서 결혼했고 행복했는데 무엇이 문제일까요?

오데사 출신의 아내 나탈리야 가브릴로브나(나탈리)는 1층에서 지내고, 남편은 2층에서 지내며 소통을 하지 않습니다. 소통을 하지 않으니 불만과 오해는 쌓여갈 수밖에 없을 테고 결국 서로 입을 닫게 된 것이겠지요. 자라난 환경이 다른 아내와 남편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자신의 이야기만 하기 바쁜 모습을 보면서 뭔가 불편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네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답니다.

제가 요즘 이혼숙려캠프라는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는데요. 거기에 출연하는 모든 부부들의 문제가 결국은 소통으로 이어지거든요.

그런데 파벨과 나탈리도 완전히 소통이 되지 않는 부부 사이의 표본이었습니다. 그들이 현시대에 대한민국에서 살았다면 분명히 TV에 나와 오은영 박사에게 상담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의사 '소볼'과 나누던 구호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 대한 대화도 인상 깊었습니다. 돈 조금 던져주고 원조니, 선행이니, 구제니, 떠드는 인간들에 대한 생각과 스스로를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되돌아보는 그의 말에 순간 띵해졌거든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나도 성금하고, 빨간 열매 얻으면서 스스로 멋진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었나? 싶어 부끄럽기도 하고 말이지요.

이 작품은 결혼 생활의 현실적인 면을 솔직하게 다루고, 어두운 면을 날카롭게 조명하며,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딜레마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게다가 결혼 후에 각자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겪는 갈등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믿음을 가진 이들이 만나 결혼하고 함께 살면서 갈등하고 충돌하면서 엄청 싸우잖아요. 그 와중에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배려하면서 성숙해지고 말이죠.




"세 자매"는 세 자매 올가, 마샤, 이리나의 삶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지적이고 교사인 첫째 올가,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너무 빨리 결혼해 남편이 지겨운 둘째 마샤, 순수하고 낭만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현실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는 셋째 이리나의 이야기예요.

세 자매는 무슨 행복해지는 주문인 것처럼 '모스크바'를 외치며 돌아가고 싶다 말합니다. 모스크바로 가기만 하면 자신들의 현실이 달라질 거라 믿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올가는 결국 하기 싫은 교장선생님이 되고, 마샤는 지루한 결혼 생활에 남고, 이리나는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단순하고 감정노동인 전신국에서의 일은 하찮게 여기다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하고, 지방 학교 교사로 일하게 됩니다. 거기다 집안의 질서를 운운하며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 나타샤와, 한때 사랑했지만 무기력에 빠져버린 오빠 안드레이까지 이 희곡은 인간들의 사정이 거의 비슷함을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서로 잊힐 것이고,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또 없으니까요.

저는 몰랐지만 이 '세 자매'는 유명한 희곡이라고 합니다. 공연으로 무대에서 보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지네요.

그래도 이 작품으로 인해 희곡의 매력을 아주 조금 느끼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책장에 꽂혀있던 '벚꽃 동산'을 이제 읽을 때가 되었나 봅니다.

[아내·세 자매]는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복잡한 감정과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잘 담긴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섬세한 감정선을 간결한 문체로 써놓아서 뭔가 독자들이 새로운 감동과 교훈을 가지고 책을 덮을 수 있게 해준답니다.

이제 저는 다른 희곡[벚꽃 동산]을 시작해 보려 해요. 책은 또 다른 책을 불러온다는 것이 이제 조금 익숙해지는 제 자신 셀프 칭찬해 봅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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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의 은유 - 윤슬빛 소설집 꿈꾸는돌 38
윤슬빛 지음 / 돌베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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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랜B의 은유]

윤슬빛 지음 / 돌베개



요즘 청소년문학에 빠져있는 저는 신간이 나오면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까 상상하고, 설레며 기다린답니다.

이번 책도 그랬어요.

윤슬빛? 작가 이름이 참 예쁘네, 일곱 가지 단편이 담겨있는 책이라니 저자의 이름처럼 얼마나 예쁜 이야기들이 담겨있으려나? 혼자 상상하며 기대하고 펼쳐보았던 책입니다.

그런데 어라? 첫 번째 이야기부터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된 이야기들을 주저 없이 쏟아냅니다.

플랜B의 은유

내일의 우리

너와 그곳에서

고백

환한 밤

첫여름

Freely in the closet

목차의 제목들만 봐도 뭔가 설렘설렘하는 첫사랑 이야기들이 담뿍 담겨있을 것 같지 않나요?

일곱 가지의 이야기 모두 우리들이 청소년 시절 한 번씩은 경험해 봤거나 친구들을 통해 듣고 보았던 이야기들일 거라 생각해요.

단지 다수의 사람들이 정상이 아니라 생각하고 무분별한 비난을 쏟아내는 성소수자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뿐이랍니다.





[플랜B의 은유]

아빠와 이혼 후 알게 된 엄마의 성 정체성에 나만 혼란스러워하고 고민인 재호는 엄마의 애인인 플랜B의 딸인 은유에게 아무렇지 않냐고 물어본다. 그냥 애쓰는 거라며 담담하게 대답하는 은유는 엄마와 재미있게 살고 싶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내일의 우리]

새나와 선호 그리고 진솔이의 멋진 우정 이야기.

조금 섬세하고 내성적일 뿐인데 왜 그렇게 못살게 구는 건지... 남자답지 못한 성격을 가졌다고 놀림받고, 학교폭력을 당한 선호와 그를 위로하며 건넨 진솔이의 통 큰 선물과 말들이 너무 따뜻하다.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으면, 남들 걸을 때 넌 날아가면 되지. 땅이 밟고 싶어지면 내 발등 밟고 서. 뭐 어떠냐?" p.60

[너와 그곳에서]

교실에서는 아는 척도 별로 안 했는데 낯선 땅 방콕에서 우연찮게 만나게 되니 두 배로 반갑고 왠지 더욱 가깝게 느껴지며 설렘이 가득한 태구와 린아의 3박 4일의 짧은 여정. 혜윰이 생각이라는 뜻임을 처음 알게 된 이야기.

[고백]

고민만 하다 고백 한번 못해봤는데 너무 쉽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가족에게 털어놓은 윤이가 밉게 느껴지는 채경이.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고백도 받았다니 괜스레 더 얄밉다. 네가 싫어!!라고 말했지만 채경의 카메라는 늘 윤이를 향해있다. 싫다고 했던 말은 금세 취소하고 제일 하고 싶었던 짤막한 말을 꺼내며 윤이에게 전하는 채경이의 마음 가득한 고백.

어깨동무를 한 엄마 아빠 사이에 선 나만 서름했다. 그럼에도 모서리 하나 구겨진데 없는 그 사진은 꽤나 완벽해 보였다.

그걸, 내가 망치게 될까 봐 두려웠다. p.91

[환한 밤]

부모들이 다 책임감이 넘칠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이 자매의 부모는 정말 너무하다 싶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10년 넘게 떨어져 지내다 갑작스레 한 지붕 아래 살라고 툭 던지듯 동생을 데려온 아빠는 이후 연락도 잘되지 않는다. 세상에 둘밖에 없음을 깨닫고 틱틱거리지만 서로를 챙기고 안아주는 이야기에 괜스레 어른인 내가 부끄러워진다.

[첫 여름]

축제에 같이 가자는 정민 선배의 말 한마디에 데이트를 상상하며 혼자 설레발치는 우주를 연오와 윤재는 너무 앞서가지 않도록 중재해 준다. 내 촉이 틀렸나? 선배가 윤재를 좋아하는 걸까? 싶어 혼란스러울 때 훅~ 하고 들어오는 고백이라니...

눈 부신 여름밤의 첫 입맞춤이 너무 설레는 이야기

[Freely in the closet]

같이 교회에 다니고 벽화를 그리던 혜리 언니의 부고 문자를 받고 뭔가 멍해진 유안이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병원 치료로 낫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빠가 지겹다. 브래지어 안 했다고 가슴께를 찌르며 엇나간 학생이라 치부하고 바로잡겠다는 학교 선생님도 짜증이 난다.

너울, 쌩쌩, 초록 모두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살아간다. 나는 나일 뿐인데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야 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나 또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금 되돌아본다

나는 언제나처럼 나를 설명할 단어들을 찾지 못했고 나를 이해시킬 문장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나도 자유롭고 싶었다. 벽장 안에서든, 벽장 밖에서든, 간절했던 너울처럼 "현지야, 있지, 나는......, 그냥 나로 있고 싶어. 나인 채로 충분하고 싶다고."

울먹임 끝에 나온 말은 형편없이 초라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문장이 아무렇기 않게 흩어진대도 나는 그 말을 하고 싶었다. 벽화를 그릴 때도, 밑 작업을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그 위에 아무것도 그릴 수가 없으니까. p.181


책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단단하고 힘을 가진 아이들이었습니다. 구구절절 사연들을 늘어놓지 않고 담백하게 쓰여있는 글이라,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차별 없는 세상과 평등을 외치면서 전혀 그렇지 못한 어른으로 자라버린 저는 괜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정상, 비정상을 나누는 잣대는 꽉 막힌 사회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지요.

내가 나이고 싶을 뿐인데 뭐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청소년기에 아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요. 청소년들은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 사회적 규범, 성적 지향에 대한 혼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주위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성장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을 혹독하게 만드는 것은 편견 가득한 어른들이 아닐까 싶어요.

무지갯빛 같은 일곱 편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혹여 고민하고 있다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털어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생각해 봅니다.

다양한 사람들처럼 다양한 사랑이 있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형태도 여러 가지임을 알고 고민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늘 자신과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움을 주면서 말이지요.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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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고양이와 산책, 사계절 컬러링북 - 반지수의 힐링 컬러링북
반지수 지음 / 비에이블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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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고양이와 산책, 사계절 컬러링북 ]

반지수 지음 /비에이블




불편한 편의점의 표지 그림으로도 유명한 반지수 작가님의 첫 번째 컬러링북이 나왔습니다.


작가님의 그림이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너무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사계절 산책 이야기라니 이건 저에게 무조건 힐링각이구나 싶었어요.





보이시나요?


낭만 고양이 '토니'와 사람 좋아하는 고양이 '토르'에요.


사냥놀이 좋아하는 토니는 저희 코코랑, 애교 많고 츄르 좋아하는 토르는 저희 집 레오랑 너무 닮았답니다.


저도 두 마리 고양이들의 집사로서 작가님의 반려묘 토르와 토니의 그림들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더라고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파트가 나누어져 있고 계절에 따라 토르와 토니의 옷차림도 달라집니다.


아~ 여름의 수영복 입고 튜브를 챙긴 토르를 보니 우리 냥냥이들에게도 입혀보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구쳤습니다.


자 이제 색연필도 챙겼고, 책도 받았으니 자세를 잡고 앉아서 컬러링 시작해 볼까요?





저 이 그림 보자마자 너무 웃었어요.


우리 레오랑 코코도 산책냥이들인데 나가면 딱 저렇거든요.


한 녀석은 앞만 보고 무조건 직진인데, 한 녀석은 벌레며 주변 모든 것들을 두리번거려요.





앉아서 츄르 먹는 모습이 정말 사람입니다.


저희 집에 있는 색연필이 마음처럼 컬러가 올라오지 않아서 속상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칠해보았어요.


그림들이 작고 섬세해서 신경 써서 칠해야 해서 속도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하답니다.


이번에는 색연필을 이용했는데 다음 컬러링 할 땐 수채색연필을 이용해 보려고 해요.


종이가 두껍지는 않아서 조심스레 해야겠지만 그래도 훨씬 이쁜 색감이 나올 듯합니다.


초판 한정으로 작가님의 친필 사인이랑, 스티커와 포스터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고,


계절에 따라서 여름에는 여름 산책 냥이들을, 가을에는 가을 냥이들을 색칠하며 힐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욱 즐겁습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활용한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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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쌓기의 달인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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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종! 쌓기의 달인 ]


노인경 그림책 / 문학동네





저희 아들은 4~5살 무렵 옥스퍼드 블록을 높게 쌓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자신의 키보다 높게 쌓으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한방에 무너뜨리면서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말이지요.


이처럼 아이들은 쌓기 놀이를 대부분 좋아합니다. 


블록으로 시작해서 종이 벽돌, 쌓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높게 쌓아보지요. 


이 책 [특종! 쌓기의 달인]에 나오는 아이들도 쌓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소파, 모니터, 책, 수납장, 수박까지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을 쌓기에 이용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엄청난 쌓기의 달인들이다 보니 방송국에서 비둘기 기자가 취재를 나왔습니다.



매일 탑을 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아보려고 말이지요.



쌓기 놀이에 한참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매일 탑을 쌓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비둘기 기자가 물어봅니다.


"좋아하니까요.라는 아이들의 대답을 비둘기 기자는 믿지 못해요.




"진짜 이유를 말해봐요.


"아슬아슬해서인가요?


"아하! 어려워 서군요?


"관심받고 싶어서인가요?


"달까지 높이 가려는 거군요?



제발, 제발 말해 줘요~~라는 비둘기 기자는 궁금증에 곧 쓰러질 것 같아 보였습니다.​




높이 쌓은 후 제일 밑에 있는 의자를 톡~ 밀어버리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과 놀라서 황당한 비둘기 기자의 표정이 상반되는데요. 

정말 그림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쌓고, 무너뜨리고, 다시 쌓는 아이들은 진짜 쌓기의 달인들이었어요.

아이들이 쌓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입술이 쭈욱 나오고, 발걸음도 조심조심 걷고, 눈빛은 초집중 모드로 전환됩니다.

쌓기를 하는 그 과정에 집중하고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은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진다고 해서 슬퍼하지 않아요.


하지만 자신이 쌓은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은 좋아해도, 다른 친구가 와서 허물어버리면 소리소리 지르고 대성통곡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답니다.

쌓기의 반복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모습인듯해요.



성공하고 무너져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단순한 쌓기 놀이에서도 경험할 수 있음을 다시 배워볼 수 있었습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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