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봄 제3회 우리나라 좋은동화 우리나라 좋은동화
김재복 외 지음, 이인아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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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나오는 우리나라 좋은 동화 책을 2022년에 처음 보았어요.

젊은 작가들의 아름다운 동화와 그림들이 함께 어우러진 책이 무척 예쁘고 신선함이 느껴져 좋아한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저희들도 지나온 시간이잖아요. 그래서인지 동화를 읽고 있다 보면 괜히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시간을 거스른 것 같기도 해서 더욱 좋답니다.

이제 고학년이 된 아들은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해 저와 매일 전쟁을 치루지만 그래도 한 번씩 같이 읽자고 책을 내밀면 못 이기는 척 함께해 준답니다. 처음에는 유치하다며 피식거리더니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눈물을 보이더라고요.

짧은 단편 동화 12편이 실려있는 책이라 긴 독서가 힘들 아들에게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각각의 단편들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며 공감을 끌어냈어요, 지금부터 어른인 저의 시선과, 아이인 아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책의 이야기 중 재미있게 읽었던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해 볼게요.



[지하 49층의 비밀]

부모라면 누구나 걱정하는 아이의 키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키가 작은 해우를 어떻게든 키우려는 엄마와 해우의 갈등, 서천꽃밭 설화에 나오는 뼈살이 꽃, 살살이 꽃에 대한 에피소드가 재미있습니다. 키에 대한 욕심을 부릴 법도 한데 허리가 아픈 할머니에게 쿨하게 뼈살이 꽃을 내미는 해우의 마음이 무척 커 보였던 동화였습니다. 엄마라서 자라지 않는 아이의 키에 더욱 공감되었고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며 당당하던 해우의 모습이 멋지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인생은 지금이야]

와이파이를 찾아다니고,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바닥난 데이터에 짜증을 내는 하랑이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수험생인 언니 때문에 방학 동안 할머니 댁에 와있는 하랑이가 승우 할머니의 노래자랑을 위해 백댄서로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춤을 좋아하지만 오로지 주인공이고 싶지만 승우 할머니 평생소원이라니 결국 들어드립니다. 최신 아이돌 노래도 아니고 트로트에 왜 할머니들은 저렇게 신나하는건지 결국 무대에서도 실수 연발이라 풀이 죽었지만 할머니들은 마냥 즐거워합니다. 역시 즐기는 자들을 이길 수는 없나 봅니다. 매달 있을 노래자랑에 또 나갈 거라며 떨어져도 괜찮다고 즐거워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유쾌한 동화입니다.

[다른 강아지]

민재는 조르고 졸라 영훈이네 개가 낳은 새끼를 한 마리 집에 데려옵니다. 부모님의 허락은 받지도 않고서 말이죠. 엄마는 혼자인 민재가 안쓰러워 허락해 주지만 아빠는 잡종에 나중에 팔수도 없다며 반대합니다. 까만 강아지 까미가 너무 사랑스럽지만 결국 지키지 못해 다시 돌려보내야 했고, 슬퍼하는 민재를 위해 아빠가 하얀 새끼 포메라니안을 분양받아오지만 민재는 아빠와 하얀 개 둘 다 미웠습니다. 그 강아지가 까미를 밀어낸 것 같았거든요. 혈통, 외모, 가격으로 반려견을 대하는 아빠가 너무 속물 같아 보였답니다.

[참기 시합]

여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참기 시합을 하는 소꿉친구가 있습니다.

둘은 한 여자친구를 같이 좋아하게 되었고 누가 좋아할지를 정하기 위해 또 참기 시합을 합니다. 사랑이냐 우정이냐 고민이 될 법도 한데 참기 시합을 하며 둘은 오히려 즐거워합니다. 결국 한 친구가 이기게 되고 사랑과 우정 둘 다 잃게 될 위기에 처한 그때 친구의 말 한마디에 속상한 마음이 모두 녹아내리는 행복한 이야기입니다

[크리스마스에는 눈꽃 펑펑 치킨을]

반지하 방에 살고, 치킨은 모아놓은 쿠폰으로 먹으려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한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먹방 영상으로 대리만족하는 현시대의 모습을 비추는 듯해 익숙합니다. 가난해도 마음이 따뜻한 남매는 결국 크리스마스에 여러 명의 산타클로스를 만나게 되는데요. 못 먹을 것 같던 눈꽃 펑펑 치킨이 3마리로 배달되어오는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따뜻한 크리스마스의 이야기입니다. ​

[내가 그릴 웹툰]

놀이공원도 가고, 가지고 싶었던 색연필도 갖게 되고, 호텔 뷔페에서 밥도 먹었습니다. 무엇인가 불안했지만 요 며칠 평소와 다르게 행복했다 싶었는데 역시나 이유가 없지 않았어요. 두어 달 전부터 돈 문제로 다투던 엄마와 아빠가 변한 모습에 문제가 해결된 줄 알았는데 결국 이런 선택이라니.... 사회문제인 가족동반자살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동화입니다.

아들이 재미있게 읽었던 건 [다른 강아지]와 [크리스마스에는 눈꽃 펑펑 치킨을]이었고, 제가 공감하며 읽었던 건 [지하 49층의 비밀]과 [인생은 지금이야]였습니다. 그리고 둘 다 재미있게 읽었던 건 [내가 그릴 웹툰]이었어요.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은 동화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 담긴 열두 편의 동화들은 다양한 이야기만큼 성장하는 주인공들을 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봄이 지나고 이제 여름이 다가오지만 이 책이 가진 아름다움은 사계절 언제든지 우리 마음에 따스하게 스며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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