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세 자매 열린책들 세계문학 288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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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 세 자매 ]

안톤 체호프 선집 / 오종우 옮김





'자고 싶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이후 세 번째 체호프의 단편을 만났는데요. 바로 [아내·세 자매]입니다.

이 책에는 단편인 '아내'와, '세 자매'라는 희곡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 희곡은 처음인듯해요.

'아내'는 1890년대 초 대기근과 콜레라가 휩쓸고 간 러시아를 배경으로 젊은 지식인 파벨 안드레이티와 그의 아내 나탈리야 가브릴로브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체호프가 의료 활동을 하던 시기 빈민을 구제하던 그때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쓰인 글이라니 더욱 흥미롭습니다.

파벨 안드레이치는 글을 쓰는 데에 집중하고 싶어 시골인 '페스트로보'로 와서 지내지만 맘처럼 글이 잘 써지진 않습니다. 게다가 그의 도움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늘 마음이 불편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에요. 돈도 있고, 남들보다 많이 배웠으니 어려운 이들에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고, 뭔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그를 더 힘들게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거기다 아내와의 불화, 추운 날씨는 기름을 부었습니다. 분명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해서 결혼했고 행복했는데 무엇이 문제일까요?

오데사 출신의 아내 나탈리야 가브릴로브나(나탈리)는 1층에서 지내고, 남편은 2층에서 지내며 소통을 하지 않습니다. 소통을 하지 않으니 불만과 오해는 쌓여갈 수밖에 없을 테고 결국 서로 입을 닫게 된 것이겠지요. 자라난 환경이 다른 아내와 남편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자신의 이야기만 하기 바쁜 모습을 보면서 뭔가 불편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네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답니다.

제가 요즘 이혼숙려캠프라는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는데요. 거기에 출연하는 모든 부부들의 문제가 결국은 소통으로 이어지거든요.

그런데 파벨과 나탈리도 완전히 소통이 되지 않는 부부 사이의 표본이었습니다. 그들이 현시대에 대한민국에서 살았다면 분명히 TV에 나와 오은영 박사에게 상담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의사 '소볼'과 나누던 구호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 대한 대화도 인상 깊었습니다. 돈 조금 던져주고 원조니, 선행이니, 구제니, 떠드는 인간들에 대한 생각과 스스로를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되돌아보는 그의 말에 순간 띵해졌거든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나도 성금하고, 빨간 열매 얻으면서 스스로 멋진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었나? 싶어 부끄럽기도 하고 말이지요.

이 작품은 결혼 생활의 현실적인 면을 솔직하게 다루고, 어두운 면을 날카롭게 조명하며,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딜레마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게다가 결혼 후에 각자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겪는 갈등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믿음을 가진 이들이 만나 결혼하고 함께 살면서 갈등하고 충돌하면서 엄청 싸우잖아요. 그 와중에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배려하면서 성숙해지고 말이죠.




"세 자매"는 세 자매 올가, 마샤, 이리나의 삶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지적이고 교사인 첫째 올가,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너무 빨리 결혼해 남편이 지겨운 둘째 마샤, 순수하고 낭만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현실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는 셋째 이리나의 이야기예요.

세 자매는 무슨 행복해지는 주문인 것처럼 '모스크바'를 외치며 돌아가고 싶다 말합니다. 모스크바로 가기만 하면 자신들의 현실이 달라질 거라 믿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올가는 결국 하기 싫은 교장선생님이 되고, 마샤는 지루한 결혼 생활에 남고, 이리나는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단순하고 감정노동인 전신국에서의 일은 하찮게 여기다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하고, 지방 학교 교사로 일하게 됩니다. 거기다 집안의 질서를 운운하며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 나타샤와, 한때 사랑했지만 무기력에 빠져버린 오빠 안드레이까지 이 희곡은 인간들의 사정이 거의 비슷함을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서로 잊힐 것이고,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또 없으니까요.

저는 몰랐지만 이 '세 자매'는 유명한 희곡이라고 합니다. 공연으로 무대에서 보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지네요.

그래도 이 작품으로 인해 희곡의 매력을 아주 조금 느끼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책장에 꽂혀있던 '벚꽃 동산'을 이제 읽을 때가 되었나 봅니다.

[아내·세 자매]는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복잡한 감정과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잘 담긴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섬세한 감정선을 간결한 문체로 써놓아서 뭔가 독자들이 새로운 감동과 교훈을 가지고 책을 덮을 수 있게 해준답니다.

이제 저는 다른 희곡[벚꽃 동산]을 시작해 보려 해요. 책은 또 다른 책을 불러온다는 것이 이제 조금 익숙해지는 제 자신 셀프 칭찬해 봅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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