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의 은유 - 윤슬빛 소설집 꿈꾸는돌 38
윤슬빛 지음 / 돌베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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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랜B의 은유]

윤슬빛 지음 / 돌베개



요즘 청소년문학에 빠져있는 저는 신간이 나오면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까 상상하고, 설레며 기다린답니다.

이번 책도 그랬어요.

윤슬빛? 작가 이름이 참 예쁘네, 일곱 가지 단편이 담겨있는 책이라니 저자의 이름처럼 얼마나 예쁜 이야기들이 담겨있으려나? 혼자 상상하며 기대하고 펼쳐보았던 책입니다.

그런데 어라? 첫 번째 이야기부터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된 이야기들을 주저 없이 쏟아냅니다.

플랜B의 은유

내일의 우리

너와 그곳에서

고백

환한 밤

첫여름

Freely in the closet

목차의 제목들만 봐도 뭔가 설렘설렘하는 첫사랑 이야기들이 담뿍 담겨있을 것 같지 않나요?

일곱 가지의 이야기 모두 우리들이 청소년 시절 한 번씩은 경험해 봤거나 친구들을 통해 듣고 보았던 이야기들일 거라 생각해요.

단지 다수의 사람들이 정상이 아니라 생각하고 무분별한 비난을 쏟아내는 성소수자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뿐이랍니다.





[플랜B의 은유]

아빠와 이혼 후 알게 된 엄마의 성 정체성에 나만 혼란스러워하고 고민인 재호는 엄마의 애인인 플랜B의 딸인 은유에게 아무렇지 않냐고 물어본다. 그냥 애쓰는 거라며 담담하게 대답하는 은유는 엄마와 재미있게 살고 싶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내일의 우리]

새나와 선호 그리고 진솔이의 멋진 우정 이야기.

조금 섬세하고 내성적일 뿐인데 왜 그렇게 못살게 구는 건지... 남자답지 못한 성격을 가졌다고 놀림받고, 학교폭력을 당한 선호와 그를 위로하며 건넨 진솔이의 통 큰 선물과 말들이 너무 따뜻하다.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으면, 남들 걸을 때 넌 날아가면 되지. 땅이 밟고 싶어지면 내 발등 밟고 서. 뭐 어떠냐?" p.60

[너와 그곳에서]

교실에서는 아는 척도 별로 안 했는데 낯선 땅 방콕에서 우연찮게 만나게 되니 두 배로 반갑고 왠지 더욱 가깝게 느껴지며 설렘이 가득한 태구와 린아의 3박 4일의 짧은 여정. 혜윰이 생각이라는 뜻임을 처음 알게 된 이야기.

[고백]

고민만 하다 고백 한번 못해봤는데 너무 쉽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가족에게 털어놓은 윤이가 밉게 느껴지는 채경이.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고백도 받았다니 괜스레 더 얄밉다. 네가 싫어!!라고 말했지만 채경의 카메라는 늘 윤이를 향해있다. 싫다고 했던 말은 금세 취소하고 제일 하고 싶었던 짤막한 말을 꺼내며 윤이에게 전하는 채경이의 마음 가득한 고백.

어깨동무를 한 엄마 아빠 사이에 선 나만 서름했다. 그럼에도 모서리 하나 구겨진데 없는 그 사진은 꽤나 완벽해 보였다.

그걸, 내가 망치게 될까 봐 두려웠다. p.91

[환한 밤]

부모들이 다 책임감이 넘칠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이 자매의 부모는 정말 너무하다 싶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10년 넘게 떨어져 지내다 갑작스레 한 지붕 아래 살라고 툭 던지듯 동생을 데려온 아빠는 이후 연락도 잘되지 않는다. 세상에 둘밖에 없음을 깨닫고 틱틱거리지만 서로를 챙기고 안아주는 이야기에 괜스레 어른인 내가 부끄러워진다.

[첫 여름]

축제에 같이 가자는 정민 선배의 말 한마디에 데이트를 상상하며 혼자 설레발치는 우주를 연오와 윤재는 너무 앞서가지 않도록 중재해 준다. 내 촉이 틀렸나? 선배가 윤재를 좋아하는 걸까? 싶어 혼란스러울 때 훅~ 하고 들어오는 고백이라니...

눈 부신 여름밤의 첫 입맞춤이 너무 설레는 이야기

[Freely in the closet]

같이 교회에 다니고 벽화를 그리던 혜리 언니의 부고 문자를 받고 뭔가 멍해진 유안이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병원 치료로 낫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빠가 지겹다. 브래지어 안 했다고 가슴께를 찌르며 엇나간 학생이라 치부하고 바로잡겠다는 학교 선생님도 짜증이 난다.

너울, 쌩쌩, 초록 모두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살아간다. 나는 나일 뿐인데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야 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나 또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금 되돌아본다

나는 언제나처럼 나를 설명할 단어들을 찾지 못했고 나를 이해시킬 문장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나도 자유롭고 싶었다. 벽장 안에서든, 벽장 밖에서든, 간절했던 너울처럼 "현지야, 있지, 나는......, 그냥 나로 있고 싶어. 나인 채로 충분하고 싶다고."

울먹임 끝에 나온 말은 형편없이 초라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문장이 아무렇기 않게 흩어진대도 나는 그 말을 하고 싶었다. 벽화를 그릴 때도, 밑 작업을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그 위에 아무것도 그릴 수가 없으니까. p.181


책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단단하고 힘을 가진 아이들이었습니다. 구구절절 사연들을 늘어놓지 않고 담백하게 쓰여있는 글이라,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차별 없는 세상과 평등을 외치면서 전혀 그렇지 못한 어른으로 자라버린 저는 괜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정상, 비정상을 나누는 잣대는 꽉 막힌 사회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지요.

내가 나이고 싶을 뿐인데 뭐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청소년기에 아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요. 청소년들은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 사회적 규범, 성적 지향에 대한 혼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주위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성장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을 혹독하게 만드는 것은 편견 가득한 어른들이 아닐까 싶어요.

무지갯빛 같은 일곱 편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혹여 고민하고 있다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털어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생각해 봅니다.

다양한 사람들처럼 다양한 사랑이 있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형태도 여러 가지임을 알고 고민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늘 자신과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움을 주면서 말이지요.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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