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나들이 6

         - 교복


난젠지(南禪寺)에 갔을 때

동산학원이라고 

입학원서를 받고 있는 학교가 있었다.

아이들이 체육복을 입고 도로를 걸어온다.

어, 방학이 아닌가

‘철학의 길’로 가는데,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짧은 치마, 세일러 복

이런 교복을 생각했던 나에게

서울여상과 같은 단정한 교복을 입은 그들은 낯설었다

너무도 단정해서

세상에 신발과 가방까지도 같은 그들의 복장에

이제 우리도 몇 년 뒤엔 그들과 같아질까.

우린 이렇게 일본을 계속 따라가야 하나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는데...

다음에 탄 버스엔

아이고, 귀여워

유치원 아이같은데

교복을 입었다.

재잘재잘 대는 아이들

앉아마자 책을 펼쳐 보는 아이

모두 같은 복장, 같은 가방을 지니고 있다.

유치원생, 중학생, 초등학생, 고등학생

모두 교복을 입었다.

도대체 이들은 언제 교복을 벗지

대학에 가야 벗나

성인이 되기 전까지

철저히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하니

이건 통젤까, 아니면 질서일까.

그들의 질서의식은 여기서 나왔나.

보기에 좋았더라가 이런 획일성에서

나오지는 않았을 터

교토의 거리도, 교토의 집들도, 교토의 차들도,

어쩌면 이런 생활에서

최소한 십 년이 넘는 무채색의 질서 속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편치만은 않은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교토 나들이 5

   - 자전거와 자동차


오래된 도시.

자전거가 많다.

관광객을 위해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도 있으니

이들은 자가용으로도 다니지만

잘 정비된 버스로 인해 버스를 많이 타고,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을 하나 보다.

머리가 허연 노인들부터 어린 학생들까지

도처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되어 있지도 않는데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도시샤 대학에서도 자전거가 우선이다.

차는 들어오지 못한다.

공부를 하는 곳

환경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일본은

자동차 왕국 아니던가.

그런데 큰차가 별로 없다.

국민차라 불릴 만한

자그마한 차들을 타고

왼쪽 통행을 한다.

우리와 다른 방향에

자꾸 반대방향을 보게 되지만,

이들은 보기의 화려함보다는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한다는 생각에

화려함, 남 눈에 띠기에 더 열중하는

우리나라가 생각나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교토 나들이 4

                  - 질서

  

  아주 오래 전 우리나라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질서를 다룬 이경규가 사회를 보던 예능 프로그램, 우리나라와 일본의 교통질서를 비교하는 프로, 정지선을 지킵시다였던가, 정지선이 있음에도 차머리를 들이미는 우리나라, 밤중이 되면 신호를 신경 쓰지 않는 우리나라, 횡단보도를 막고 서 있는 자동차들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우리나라, 반대로 정지선 앞에 칼같이 서던 일본인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호를 철저히 지키던 일본인들, 도저히 교통 신호를 무시한다는 생각을 못하던 일본인들의 모습은 충격이었는데...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차가 적지 않은 교토 시내인데

신호 한 번에 웬만하면 다 통과.

사람들이 완전히 내릴 때까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버스.

이러니 정지선은 기본.

도처에 보행자를 배려해

보행자가 직접 누르게 하는 신호등들.

과연 질서의 왕국.

여기에 더하여

거리는 너무도 깨끗.

어디 보자 하고 눈을 씻고 찾아도

거리에서 쓰레기를 찾기가 힘들고.

이틀 거리를 걸었는데,

담배 꽁초 하나, 둘 정도를 본 것이 전부.

너무도 깨끗한 거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

이들 몸에 따뜻한 피가 흐를까 하는 생각에

가끔 무단횡단 하는 사람을 보면

쾌감이 인다.

이들도 사람이구나.

이들에게도 따뜻한 피가 있구나.

사흘째 골목에 들어서니

소변금지라는 글자도 보이고,

이들도 실수를 하는군.

역시 사람은 똑같군.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선

함께 살아야 함을 지키려

노력할 뿐.


   겨우 세 걸음 거리의 길에 신호등이 있다. 차도 별로 없는데, 굳이 신호등을 설치한 이유는, 그래도 여기가 네거리라서? 하지만 이런 신호를 지킨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다. 기계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넌다. 난 외국인이니까. 그러다 생각한다. 여기에 신호등이 있는 이유는 어쩌면 차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사람의 안전을 생각해서라고, 차는 신호를 꼭 지켜야 하지만, 사람은 알아서 건너가라고, 그런 의미에서 설치하지 않았을까, 이게 바로 함께 삶 아닐까 하는 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교토 나들이 3

        - 음식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먹어야 산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

의식주가 아니라

식의주다.

잘 먹지 않으면 여행은 없다.

여행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오로지

고통만이 남는다.

하여 음식은 여행의 핵이다.

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해 떨어지고, 숙소에 짐 풀고

교토에서 먹는 첫음식

어디로 가야 하나?

자유여행의 묘미는 이런 헤맴.

알고 있는 곳이 하나도 없는 상태,

가장 무난한 길은 역 주변으로 가는 것.

교토역 지하에 포르타(porta)라는 거대한 상가,

음식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비슷비슷하다.

일본에서의 첫음식인데...

결국 가장 무난한, 우리나라에서도 먹을 수 있는

돈가스를 고르며,

첫날부터 모험을 할 필요 없지.

그런데, 

짜다. 

교토에 있는 동안 먹었던 모든 음식들이

다 짜다.

아무리 교토가 분지 지형이고, 바다에서 멀다지만,

우리나라 안동과 비슷한 음식들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모두 짤 줄이야.

각양각색의 음식점들이 즐비한 우리나라에 비하면

음식점들도 많지 않다. 또 고만고만한 음식점들이다.

우동, 라면, 초밥, 돈가스……

이 정도다.

음식점들도 넓지 않다.

좌석도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지 않고

많이 앉아야 네 명이다

혼자서, 또는 둘이서 앉아

먹을 수 있는 식탁들이다.

문도 일찍 닫는다.

술을 밤 늦도록 마시려면 낭패다.

간단하게 마시고, 먹고 끝내야 한다.

우리 음식문화가 화려한 천연색이라면

이들 음식문화는 수수한 흑백이다.

교토라는 도시만큼 음식도 흑백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교토 나들이 2

                 - 도착


천년 고도,

과거와 현재가

함께 있는 곳.

현대식 건물보다는

일본식 건물이 많은,

천년 넘게 일본의 중심으로

도시 정비도 잘 되어 있는 곳.

일본을 보려면 교토로 가서

일본의 과거를 만나고

일본의 문화를 만나고

일본의 풍습을 만나고

일본 사람들을 만나라고

우리의 경주라 할 수 있는 교토로 가자고.

간사이 공항에서

특급 하루카 열차로

한 시간 조금 넘어 도착한 교토역,

이층 관광안내소에 가서

단 세 마디

“교토 맵, 코리안”

얻어온 한글판 교토 관광안내지도와 교토 버스 지도.

교토역 앞에 떡 버티고 있는

거대한 교토 타워, 남산타워가 연상되는 그런

가장 이국적인, 가장 교토답지 않은 그 탑이

눈에 확 들어오지만, 조금 걸으니

화려한 네온사인과 높은 고층건물은 간 데 없고

낮초롬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골목들이

우리를 맞고.

전통 일본식 가옥들이 중심가임에도 즐비한,

이것이 바로 교토구나,

이상한 친근감, 편안함이 밀려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