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나들이 4
- 질서
아주 오래 전 우리나라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질서를 다룬 이경규가 사회를 보던 예능 프로그램, 우리나라와 일본의 교통질서를 비교하는 프로, 정지선을 지킵시다였던가, 정지선이 있음에도 차머리를 들이미는 우리나라, 밤중이 되면 신호를 신경 쓰지 않는 우리나라, 횡단보도를 막고 서 있는 자동차들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우리나라, 반대로 정지선 앞에 칼같이 서던 일본인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호를 철저히 지키던 일본인들, 도저히 교통 신호를 무시한다는 생각을 못하던 일본인들의 모습은 충격이었는데...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차가 적지 않은 교토 시내인데
신호 한 번에 웬만하면 다 통과.
사람들이 완전히 내릴 때까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버스.
이러니 정지선은 기본.
도처에 보행자를 배려해
보행자가 직접 누르게 하는 신호등들.
과연 질서의 왕국.
여기에 더하여
거리는 너무도 깨끗.
어디 보자 하고 눈을 씻고 찾아도
거리에서 쓰레기를 찾기가 힘들고.
이틀 거리를 걸었는데,
담배 꽁초 하나, 둘 정도를 본 것이 전부.
너무도 깨끗한 거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
이들 몸에 따뜻한 피가 흐를까 하는 생각에
가끔 무단횡단 하는 사람을 보면
쾌감이 인다.
이들도 사람이구나.
이들에게도 따뜻한 피가 있구나.
사흘째 골목에 들어서니
소변금지라는 글자도 보이고,
이들도 실수를 하는군.
역시 사람은 똑같군.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선
함께 살아야 함을 지키려
노력할 뿐.
겨우 세 걸음 거리의 길에 신호등이 있다. 차도 별로 없는데, 굳이 신호등을 설치한 이유는, 그래도 여기가 네거리라서? 하지만 이런 신호를 지킨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다. 기계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넌다. 난 외국인이니까. 그러다 생각한다. 여기에 신호등이 있는 이유는 어쩌면 차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사람의 안전을 생각해서라고, 차는 신호를 꼭 지켜야 하지만, 사람은 알아서 건너가라고, 그런 의미에서 설치하지 않았을까, 이게 바로 함께 삶 아닐까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