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오 드립서버
















전국 김밥일주, 빵 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좀 어색했다. 아니, 이 책의 제목 그대로 낯설게 느껴졌다는 게 맞을 듯하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도 있었지만, 대부분 나에게 낯설게 다가오는 이름이었기에. 이 분야에서 이 사람이 이렇게 활동했었던가 싶게, 전혀 새로운 장면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저자가 소개하고 싶은 인물들, 생소하지만 매력적이고, 익숙했으면서도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낯설지 않았다. 저자가 소개하는 26명의 인물 중에 혹시라도 아는 이름이 있다면 괜히 반갑고, 처음 듣는 이름이 있다면 궁금해지는 건 당연했다.


26명의 인물이 어떻게 소개될까 궁금해질 사이도 없이, 저자의 솔직한 생각과 함께 펼쳐지는 인물들은 정말, 특이했다. 모르지만 너무 잘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이름 제인 구달을 뒤로하고, ‘고릴라에 미친년이라 불리는 다이앤 포시의 열정에 반했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 포르노 스타로 남은 치치올리나는 국회의원까지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부패한 정치 풍자에 섹스를 이용할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타미 페이는 에이즈 환자들에게 종교와 사랑을 전했으며, 힙합 가수 모나 헤이더는 용기 있게 히잡을 쓸 자유를 노래했다. 아무래도 책을 읽다 보니, 존경과 미움을 동시에 받고 있다는 문제가 있는 작가 미셸 우엘베크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존경과 미움이라니, 이렇게 모순된 표현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나올 수 있다니, 놀랍긴 하다.


그 향을 몰라도 이미 다 아는 향일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샤넬 No. 5’의 인물 에르네스트 보. 이 향수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30초에 한 병씩 팔리는 전설이 되었다. 그냥 유명한 향수 이름이구나 싶었던 게, 향수의 역사였다. 정말 재미있던 건, 고양이 모래.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그래도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이 모래를 사는 건 많이 봤다. 좀 더 청결하게 고양이를 키우기 위한 준비물 같은 건가 했는데, 이 고양이 모래도 그냥 모래를 갖다 쓰는 게 아니었던 거다. (부끄럽다. 나는 그냥 모래에 뭘 좀 섞어서 파는 건 줄 알았음) 고양이를 인간이 그냥 키우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사는 존재로 만들어준 필수품이자 기가 막힌 발명품이 아닌가 싶다.


이뿐만 아닌 많은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표현하고 싶은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흥미로웠다. 자유스럽지만 책임감 있게 보였고, 누군가는 하지 못하고 담아둔 말을 쏟아내는 것 같아서 시원하기도 했다.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외치는 게 틀린 게 아니라는 것을 새삼 증명한 것 같아서 존경스럽기도 했다. 우리가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며 배워야 할 것들이 가득하다고 해야 하나. 이제까지 이런 사람들의 이름을 모르고 살았다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나만의 느낌으로 이들을 보는 눈도 생겼을 것 같고, 이 다양함 속에서 세상을 더 넓게 자유롭게 보는 시선도 갖게 되었을 것 같아서 말이다.


논쟁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의 발자취가 오늘의 세상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익숙한 것에 빠져 다른 길,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답을 주는 이야기였다. 세상이 변하고 발전하는 기회를 준 인물들이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논쟁은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수단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이 그 수단을 아낌없이 발휘한 덕분에, 누군가의 용기 있는 발언 때문에 오늘날의 우리는 정체가 아닌 변화하고 발전하는 세상 속에 머무는 건 아닐까.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기억될,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낸 이들에게 감사한다.


#낯선사람 #김도훈 #한겨레출판 ##책추천 #변화하는세상 #용기있는발언

#진화하는세상 #낯설고비범한 #인문 #인문에세이 #인문교양 #에세이 #위대한인물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 명함만 없던 여자들의 진짜 '일' 이야기 자기만의 방
경향신문 젠더기획팀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험을 볼 게 있어서 공부하는데, 직업으로 보지 않는 활동을 쓰라는 문제가 있었다. 문제 자체가 낯설었는데, 어쨌든 외워야 하니까 살펴보다가 발견한 답 중의 하나는, ‘자기 집의 가사 활동에 전념하는 경우였다. 우리가 흔하게 주부라고 표현했던 내용을 풀어쓰면 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게 직업이 아니라니. 그렇다면 개인정보 입력 중에 뜨는 신분 항목에서 여전히 보이는 주부는 무엇일까. 궁둥이 한번 붙일 사이도 없이 집안에서 종종거리며 왔다 갔다 하는 그 존재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집안에서 엄마의 모습은 여전히 비중이 큰데, 보이는 것과 다르게 작게 설명되는 사람은 어디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때는 그랬다, 고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우리 엄마들 인생은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산 같았다. 이 책에 담긴 여성의 인생은 평생 쉬지 않고 일해왔던 시간 그 자체였다. 형편이 어려우니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게 당연시됐고, 등 떠밀리듯 결혼하기도 했다. 아이 낳고 산후조리할 시간도 없이 논으로 밭으로 나갔다. 안에서는 가족들 식사 준비부터 아이들 돌보며 키우는 일까지, 누군가는 병에 걸린 시부모를 돌보는 것도 해내야 했다. 똑같이 밖에서 일하는데도 아내의 일, 직업을 인정하지 않는 남편도 많았다. 그래, 여기서 또 한 번 저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때는 그렇게 사는 게 맞다고 믿었던(?) 시대였다고 말이다. 그래도 이 여성들의 노동은 어디로 가지 않았다.


탄광에서 일하던 남편이 죽자 남편이 일하던 곳으로 들어가 탄을 골라내는 선탄공으로 일하고 있는 여성, 남대문시장에서 밥을 파는 여성, 농사를 지으며 뒤늦게 한글을 배우며 자기 이름을 쓰는 여성.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이들의 삶이 아니었나? 남편이 중심이 되어 흘러가는 가정 안에서, 같은 일을 해도 남성보다 적은 급여를 받았던 사회에서 그 삶을 버티고 견뎌온 여성의 이야기에 울다가도, 그 시간을 도망가지(?) 않았던 언니들의 전투력에 많이 놀랐다. ‘집사람이라 불리며 그 집안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왔는지, 평생 일하고도 모자라 이제는 손자 돌봄까지 하는 노동의 세월을 읽는다. 도시의 삶이 여성의 존재를 높여주지 못했을 텐데, 농촌의 삶을 오죽했을까. 장소는 달라도 인생은 다르지 않았던 여성들의 이야기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끊임없이 일하는 인생이었는데, 그 시간을 증명하고 나를 소개할 명함이 없다는 게, 뭔가 좀, 아니 많이 서운할 것 같다. 열심히 싸워온 언니들의 시간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렇다고 모를 우리가 아니지 않은가. 이미 옆에서 많이 지켜봐 왔고, 어쩌면 이 시각에도 이 언니들과 같은 시간을 쌓고 있을지 모를 또 다른 언니들도 분명 있을 테니까.


어렸을 적에는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어느 위인전에 나올만한 인물을 적어내곤 했다. 훌륭하다고 하도 들어와서, 그들의 업적을 배우면서 자라왔기에 당연히 존경해야 하는 인물이라고 들었기에, 그 이름을 적었다. 어른이 된 후에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는 주저 없이 엄마라고 적었다. 오랜 세월 옆에서 지켜본 엄마의 인생은 존경하지 않고서는 기억할 수 없을 시간이었다. 이 책 속의 언니들처럼, 우리 엄마의 시간도 다르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닭을 튀겼고, 쫄면을 삶았고, 반찬을 만들어 팔았다. 늦은 밤에 자다가 일어나 콩나물에 물을 주었고, 냄새나는 똥을 치우며 닭을 키웠다. 또 뭐가 더 있을까. 내 기억 속 엄마는 집에서 밖에서 일하고, 늦은 저녁 지친 몸을 뉘며 일일 드라마를 보는 낙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래, 여기서 또 한 번, 그때는 그랬다. 그런 일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고,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시간이었다. 지금의 나에게 존경하는 사람을 묻는다면, 1초의 고민도 없이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어떤 일을 하든지, 얼마를 벌든지, 그게 누구라도, 열심히 사는 사람을 존경한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 속에, 우리 엄마가 있었다. 그리고 당신의 엄마가, 대한민국의 많은 여성이 있다.


이 언니들의 삶은 귀하고 아름답고,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시절이 여성의 존재나 노동이 인정받지 못했던 때라고 해도, 이들의 삶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가 없었다는 게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때로는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삶이라고 해서 허투루 살아오지도 않았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 흔한 명함 한 장이 없어도, 얼마나 큰일을 해내는 존재로 살아왔는지, 언니들이 알고, 이제는 우리가 안다. 지금도 옆집 아줌마는 우리 엄마의 이름을 큰언니 이름으로 대신 부르지만, 이제는 병원이나 가야 엄마의 이름이 정확히 불리고 있지만, 누구도 이름을 잃고 살아왔던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일하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여성들의 이야기에 빠져있다가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그 삶에 책임을 지고 있었다. 다 때려치우고 내려놓고 싶지만 포기하거나 도망가지도 않았다. 자기 일에서, 삶에서 가치를 느끼며 자기 존재감 뿜뿜하는 힘을 얻을 수 있게 한다. 살아보니 인생 그렇게 길지 않다고, 재밌게 살고 힘들게 살지 말라는 조언(!), 혹시 지금 어디선가 갈팡질팡 흔들리고 있거나, 찾지 못한 답으로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이 언니들의 화끈한 인생 이야기에 기운 받고 갔으면 좋겠다.



#우리가명함이없지일을안했냐 #경향신문젠더기획팀 #휴머니스트 ##여성

#인생 #일하는여성 #인하는자부심 #인터뷰집 ##에세이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 그동안 다짐한 거 하나. (짠테크 읽기 전에도 항상 지키려고 애써왔던 거)

서점에서는 책만 사자. 그동안 모아온 머그컵으로 서점 굿즈는 충분하니 이제 그만...


잘 지켜왔다. 책도 기웃거리다가 몽땅 안 사고, 필요할 때만 한 권씩 샀다. 

(이제 배송비 때문에 한 권씩 사는 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게 됐다. 

배송비 때문에, 다시 기웃거리다가 책을 더 사던 그때로 돌아간 듯...)


암튼, 스스로 다짐하던 거 잘 지켜왔는데, 갑자가 뭔가 왔다 갔는지 알라딘 굿즈를 책값만큼 사버렸다. ㅠㅠ

다 필요하다는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봤지만. 

막상 도착한 상품들 보니, 그놈의 근거는 이제 다 필요하지 않음이야.

갑자기 무슨 최면에서 확 깨버린 기분.....











일단 책을 두 권 사고.












쿠폰 사용하려고, 필요했던 북엔드 사고. 

(스누피 친구들 샀는데, 넘 예쁘고 귀여움. ^^ 이번 주문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굿즈)




젊은작가상 책 사면 메모패드 준다고 해서 선택. 4,500 마일리지 차감.

작은 메모패드 필요했는데, 참으로 잘 되었구만, 하는 마음으로 사이즈 확인까지 다 하고 샀는데,

너무 작아. ㅠㅠ 집에 있는 메모지 같이 사용하려고 사이즈 열심히 쟀단 말이야. ㅠㅠ (실패)

막상 받아보니, 너무 비싸다는 생각. 제품 퀄리티 별로.




발매트도 고르라네? 어차피 하나 사려고 했는데, 온라인 주문 배송비 때문에 미루기만 하던 터라,

이왕이면 책 표지 이미지 예쁜 걸로 골라야지 싶어서 냉큼 선택. 4,500 마일리지 차감.

지난 번에 7,000원에 두장 샀던 발매트보다 별로. 그냥 이미지만 예쁨.

샀으니까 그냥 사용하긴 할 건데, 아쉬운 건 또 어쩔 수 없으니... 




메쉬백도 고를 수 있다고 하여 한참 고민하다가 빨강이로 선택. 5,000 마일리지 차감.

날씨도 더워지니 속이 보이는 가방도 시원하겠군. 엄마 장바구니로 쓰라고 드릴까?

일단 내가 먼저 확인해보고 도서관 다닐 때 들고 가긴 할 건데....

받아보니 얼마나 튼튼한지는 모르겠으나, 사이즈 애매함. 

더 작거나, 더 크거나 했으면 하는 바람이 막 드네. 어쩔겨. 그냥 써야지.



책값은 26,730원

굿즈 가격은 18,000원.



눙물만 난다.

내가 배운 짠테크는 어디로 날아간 걸까? ㅜ.ㅜ

복습해야지. 짠테크......

반성해야지. 책을 살 때는 책만 사기로.....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04-12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2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4-12 0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짠테크 계숙 실패잖아요! ㅎㅎ
저 발매트 심지어 잘 밀리지 않던가요?
저는 잘 밀리더라고요... 고양이들도 그닥 좋아하지 않음 ㅋㅋㅋㅋㅋ

구단씨 2023-04-15 23:4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ㅠㅠ
지금 완전 슬퍼요.

저 발매트 미끄러워요. 바닥만 안 밀리고. ㅎㅎㅎ
물 닿으면 엄청 먹을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ㅡ.ㅡ;;;;

다락방 2023-04-12 1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발매트 받지 않은 저는 여기서 의문의 1승을 합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구단씨 2023-04-15 23:45   좋아요 0 | URL
진정한 승자이십니다. 축하드립니다! ^-----^

책읽는나무 2023-04-12 14: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산 발매트랑 똑같습니다^^
전 그냥 쇼파 앞에 두고 발 올리고 용으로 사용 중입니다. 욕실 앞에 두는 용도의 발매트는 아닌 것 같아서요.
근데 쇼파 아래에 두려니 좀 더 큰 싸이즈였어야 했나? 그런 아쉬움은 있네요. 지난 번에 산 동그란 새누리호 발매트는 커서 괜찮았거든요.
근데 진짜 이미지는 예쁘긴 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엄마!
다음 달엔 성공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구단씨 2023-04-15 23:47   좋아요 2 | URL
발만 대고 있으면 부드럽고 좋아요.
근데 저도 잠깐 소파 아래 두고 있어봤는데요.
제 발이 하도 요리조리 움직여서, 그 자리에는 이것보다 더 큰 게 어울리겠어요.
카페트 소형 사이즈라도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님 말씀처럼 예쁜긴 해요. ^^

근데, 님아~~~~~
다음 달에는 성공이 아니라, 아예 굿즈 선택을 시도하지 않게 기도해주세요!!!!

Breeze 2023-04-23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쩜 좋아.. ㅋㅋㅋ

구단씨 2023-04-24 23:25   좋아요 0 | URL
망................ ㅠㅠ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찾아보니 저자는 이 책 외에도 라이더의 삶과 현실에 관한 책을 쓴 적이 있었다. 플랫폼 구조에서 라이더로 살아가는 일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이고, 그렇기에 더 궁금했었는데, 저자의 다른 책을 살펴보니 이 책이 새삼 무엇을 더 얘기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상하다. 아마도 많은 라이더가 배달 현장의 이야기를 꾸준히 전하고 있다고 해도, 매일 새롭고 희한한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배달 앱과 라이더 사이의 관계와 수입 계산 구조에서부터, 속도전이라고 할 만큼 배달 업무의 1순위가 얼마나 많은 위험을 낳고 있는지, 그 이유로 산재의 발생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실제로 산재가 생각보다 많이 신청되지 않는 이유 역시 이 책이 말하고 있다. 직접 현장에서 뛰지 않으면 다 알지 못할 그곳의 이야기, 플랫폼 노동의 진실이 이렇게 들려온다.


많은 사람이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있을 때도, 나는 이용하지 않았었다. 두 식구 먹을 것 주문하려니 배달비가 아까웠고, 배달비를 부담하며 먹고 싶을 정도로 간절한 게 없었다. 그러다 거의 2년 전부터 배달 앱을 종종 이용하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배달보다는 포장 위주로 이용하다 보니, 우리 집에 배달오는 기사님과 대면할 일이 거의 없었다(비대면 배달이라고 해도 말이다). 내가 배달 기사(오토바이)를 마주하는 때는 도로에서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목적지를 향해서 걸어갈 때나.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저분들이 어딘가로 배달하러 가는구나하는 게 아니라, ‘저렇게 위험하게 다니다가 언젠가 큰일이 나겠다하는 걱정과 좀 천천히 안전하게 가지 그러냐는 원망 비슷한 마음이었다. 안다. 교통법규 지킬 것 다 지키고 배달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위험한 장면을 여러 번 목격하고 보니, 그들을 마냥 이해한다고만 말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많은 배달 이용자가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리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음식을 주문하고 현관문 앞에서 라이더를 마주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생기는 많은 문제가, 단순히 라이더의 과격한 운행 습관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보기에는 굉장히 단순해 보이는 배달 주문부터 배달 완료까지의 과정에 플랫폼 구조가 있다. 여러 위치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의 사람들이 모여 구성된 곳이다. 그곳에는 개인도 있고 기업도 있다. 저자는,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배달플랫폼의 구조적 모순이 집약되었다고 말한다. 솔직히 이 책을 다 읽었는데도, 저자가 설명해주는 배달플랫폼 구조를 명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만, 서로가 원하는 걸 얻으려고 만들어놓은 것 같은 플랫폼 구조가 많은 사람을 위험에 노출한다. 특히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배달은 더 익숙해지고 있었기에, 사고의 위험도 더 많아진 게 사실이다. 더 많은 주문, 더 빨리 배달해야 하는 현실에 놓였으니까. 분명 하나의 시장이 커지고 발달하는 건 나쁘지 않을 거로 여겼는데, 이 배달 시장은 커지기만 하는 게 문제였던 거다.


자유로운 업무 시간 :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하세요.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세상 쉬운 꿀알바 : 19세 이상이면 배달 경험 없어도 누구든지 쉽게!

누구나 시작 가능 :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심지어 도보까지!

앱에서 등록하고 바로 배달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103페이지)


솔깃한 이 구인광고를 바로 무시할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 아무리 작은 회사에 이력서를 내려고 해도, 자격증이나 경력 사항을 채워 넣어야 하는 건 기본이었으니, 경험이 없어도 이동수단을 정하지 않고도 누구든 가능하다는데 말이다. 이건 구직이 절실한 사람을 사고의 한가운데로 몰아넣는 일이었다. 현실에서 사고를 많이 겪는 사람은 초보 라이더라고 한다. 난폭운전을 하지 않았는데도 사고를 겪는 일이 왜 일어날까? 보통 출근 첫날부터 이주 사이에 많은 사고가 일어난다는데, 이는 미숙함 때문이었다. 도로를 잘 모르고, 계절과 날씨, 그날의 차량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를 경험하지 않았던 게 원인이다. 그러니 위험을 감지할 수 없고, 사고를 피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오토바이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해서도 사고는 생긴다. 거기에 더해진 플랫폼 기업의 윤리적인 문제까지 빼놓을 수 없는 사고 원인이 된다.


배달이 늦다고 다그치는 게 소비자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배달 재촉 1위는 음식점 사장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싶었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음식 배달이 늦으면 손님에게 항의를 받고, 거기에 혹시라도 불어터지거나 다 식은 음식이 도착해도 항의를 가게로 할 테니까. 그럼 사장님은 다시 배달노동자에게 화를 낼 테고. 이 화는 돌고 도는 것만 같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음식점 사장님이 직접 배달노동자를 고용하면 될 텐데(식당에 직접 고용된 우리 예전 방식으로 말이다), 그건 인력관리나 비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게 사장은 배달대행업체와 위탁계약으로 배달노동자를 마주한다. 책임은 피하고 비용은 절약하고 싶고, 일하는 건 마치 자기 가게에 소속된 노동자처럼 일해주길 바라는 거. 그게 문제가 아닌가.


배달료의 문제도 만만하지 않았다. 가까운 곳은 적게, 거리가 좀 먼 곳은 많이, 받는 게 배달료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던 거다. 배달료가 도박판이 되고, 배달 노동이 사고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미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비나 눈이 오는 날 배달료가 높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위험한 상황에서 더 높은 비용이 발생하니 배달료가 도박판이 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구조였다. 하지만 이게 옳기만 한 구조도 아니지 않은가. 그건 배달노동자가 사용하는 앱에 많은 단서와 문제점이 있었고, 이들은 이걸 실험하면서 배달 콜을 하는 AI의 문제와 함께 많은 과제를 남겨주었다. 저자가 설명하는 배달 노동의 현실에서 필요한 것 또한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에게 도움이 될 산재보험의 변화였다.


도로의 위험이나, 플랫폼 기업의 윤리성, 여러 가지 배달 노동 구조의 문제가 도로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마음 위에서 생기는 사고에 감정이 폭행당하는 건 금방 회복 가능한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는 손님의 폭언은 물론이고, 아파트 배달에서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는 입주민의 요구, 더위와 추위에도 가게 안에서 픽업 물건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가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다는 것), 급한 생리적 문제에도 가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게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라이더가 한두 명 드나드는 것도 아니고, 가게 화장실을 누구나 이용하다 보면 또다시 발생하는 비용에 관해 가게 사장님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모든 라이더가 항상 그 가게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아닌데, 그것도 배려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각자의 이해관계로 성립되는 플랫폼 배달 노동의 구조에서 책임의 자리는 누가 앉아있어야 하는지. 모두가 그 책임의 테두리 안에 있음에도, 정작 무슨 일이 생겼을 때는 배달 노동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떠안게 되는 건 아니었는지 거듭 묻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 저자가 언급한 해결방안이 있다. 물론 그게 완벽한 답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이 직접 겪고 호소하는 방법이니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고용 형태와 임금체계가 오토바이 속도계를 조절하는 만큼 이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며, 라이더를 위한 최저임금제도 역시 고려해야 한다. 플랫폼산업의 혁신을 위해 이륜차 면허와 관리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륜차의 원활한 운행을 위한 도로 정비도 살펴봐 주고, 노조법 개정으로 라이더를 보호에 힘써 주기를. 특히 마지막 장에 배달 라이더를 위한 산재보험 사용설명서는 라이더분들에게 좋은 팁이 될 것 같다. 신청 방법을 몰라서도 접근할 수 없던 산재보험 신청 절차를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언젠가부터 배달 주문은 우리 삶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우리가 편해진 만큼, 우리가 불편했던 일을 대신에 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자리에 있는 누군가가 억울하지 않게,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게, 위험과 책임에서 공정하게 일할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이 책이 많은 이들(플랫폼 기업이나 업체 사장님, 배달라니 더, 주문하는 소비자)에게 이 구조의 현실과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이해하고, 개선방안을 같이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플랫폼은안전을배달하지않는다 #박정훈 #한겨레출판 ##책추천 #배달노동자

#책리뷰 #플랫폼산업 #하니포터 #하니포터6_플랫폼은안전을배달하지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