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 힘 - 연결의 시대,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세계 경제
프레드 P. 혹버그 지음, 최지희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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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의 힘>은 우리가 알아야할 최소한의 세계 경제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미국은 강대국으로서 무역을 통한 압박을 해왔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는 세계 경제의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뉴스를 통해서 접하는 세계 경제와 무역정책, 어디까지 이해하는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뭔가 더 알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던 터라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무역에 관한 역사적 이야기뿐 아니라 무역에 관한 오해, 무역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바꾸었는지 여섯 가지 물건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무역에 관한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왜 무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세금, 이민 등 다른 시사 문제와 달리 무역에 관한 여론은 왜 변화의 폭이 클까요. 그건 미국인들이 무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일시적인 논쟁이나 감정에 의해 쉽게 휘둘리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무역이 미국인의 삶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했습니다. 그건 미국이 기본적으로 외국 제품을 선호하는 것을 반미행위처럼 느끼도록 대중을 세뇌해왔고, 저렴한 수입품이 미국 내 일자리와 미국산 제품이 설 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미국의 일자리 문제와 수출 문제를 동일시한다고 합니다. 무역이 일자리와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태도가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인들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수출 분야의 일자리가 다른 일자리보다 평균적으로 임금이 더 많다는 것은 알지만, 무역이 일자리와 임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견해는 개인적으로 이익을 보았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인들이 무역에 쏟는 관심 대부분은 수출을 향하지만 오늘날 미국인이 살아가는 모습에 진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나나를 선두로 한 무서운 수입품 군단이라고 합니다. 토마토, 레몬, 바나나... 아이폰, 하버드와 미키마우스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수출품까지 일상 속 무역은 다양합니다. 

저자는 미국 관점에서 국제표준을 강화하고 긴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더 빠르고 복잡해진 변혁의 물결 속에서 무역협정은 아직 없는 상품에 관한 것이며 무역의 미래는 승자 없는 게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도 그 변화에 한몫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앞으로 발생하는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일하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못한다면 미국은 경제적으로 뒤처지거나 글로벌 리더로서의 지위를 내놓게 될 것입니다. 새롭게 바뀐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를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이 이데올로기 싸움을 계속 벌이거나 자금을 쏟아부어 음해를 하는 등 이런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밀려오는 거대한 경제 변화의 물결에 맞서 일어설 기회는 사라질 것입니다. 저자는 중국과 협력하여 전 세계가 모두 따를 만한 책임감 있고 시행가능한 규칙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무역협정을 어떻게 체결해야 하는지, 그로 인한 결과가 무엇인지 모두가 정확하게 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필수적인 리더십의 부재라는 미국의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무역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미래 경제를 만들어갈 가치는 모두가 만들어가는 것이므로. 결론적으로 무역은, 골치 아픈 말이 아니라 우리를 하나로 묶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무역의 힘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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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 - 극한상황에서 더 크게 도약하는 로켓과학자의 9가지 생각법
오잔 바롤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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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 사고의 힘

: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전략


앨리스 : 불가능한 것을 믿을 순 없잖아요.

화이트퀸 : 네 나이 때 나는 하루에 30분씩은 꼭 연습했어. 

때론 아침을 먹기도 전에 6가지나 되는 불가능한 일을 믿곤 했단다.

  - 《거울나라의 앨리스 Through the Looking-Glass》중에서  (162p)


* 문샷 Moonshot

: 본래는 '달탐사선의 발사'를 의미하지만, 

달을 제대로 보기 위해 망원경을 제작하거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달탐사선을 제작하기로 하는 식의

혁신적이고 통 큰 계획을 일컫는 말로 두루 사용된다.

이렇듯, 세상을 바꿀 창의적이고 대담한 발상을

'문샷 사고 Moonshot Thinking'라고 한다. (5p)



무엇을 이야기하느냐, 주제와 내용은 중요하지요.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그 이야기를 누가 들려주는가, 라고 생각해요.

우리를 변화시키는 건 바로 그 화자의 진실성이니까요.


<문샷>은 극한상황에서 더 크게 도약하는 로켓과학자의 9가지 생각법을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전직 로켓과학자이자 현직 법학자예요. 

그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2003년 '화성표면탐사로버 프로젝트'에 참여해 2대의 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를 화성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천체물리학에 대한 열정이 시들기 시작했대요. 자신이 이론보다는 실용적인 응용작업에 더 많은 흥미를 느낀다는 걸 알게 되었고, 로스쿨로 궤도를 수정한 뒤에는 로켓과학에서 쓰이는 비판적 사고의 기술을 이용하여 로스쿨 역사상 가장 높은 학점을 기록하며 그곳을 수석으로 졸업했대요. 미국 제9연방순회 항소법원에서 일했으며, 개업 변호사로도 2년간 일하다가 다시 강단으로 궤도를 수정했대요. 

그가 최종적으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터키에서 경험했던 획일적인 교육에 대한 반감과 좌절 때문이라고 해요. 터키의 획일성 주입교육에서 칭찬받고 성공하는 학생은 반대의견이나 창의적 생각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고 복종이 몸에 밴 아이였다고. 규칙을 따르고 연장자를 공경하며 기계적인 암기문화가 지배하는 곳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이 자리 잡을 공간은 없었다고 해요. 당시 그의 유일한 도피처는 책이었고, 수많은 공상과학소설과 과학책을 읽으면서 꿈을 키웠던 거죠. 

꿈을 크게 꾸고, 당연하다 여겨지는 가정을 의심하며, 빠르게 달라지는 세상을 능동적으로 바꾸어나갈 힘을 학생들에게 불어넣고자 교육의 길로 들어섰다고 해요. 그러다가 이런 통찰을 강의에 등록한 학생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온라인 플랫폼(ozanvarol.com)을 만들었고, 이 책을 쓰게 되었대요.

놀랍죠? 

아마 그의 대단한 이력에 감탄하면서도, "그가 천재니까 가능했던 거지, 아무나 되겠어?"라는 의구심이 들 거예요.

그러나 일단 이 책을 읽고 나면 '로켓과학자의 생각법'에 대해 법학자의 논리로 풀어낸 이야기에 설득되고 말 거예요.

그동안 불확실성에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했다면 이제는 불확실성이 가진 힘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배우게 될 테니까요. 우리는 인류의 달 착륙을 최초의 실질적 문샷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도 문샷은 존재했어요. 미지의 땅을 개척한 사람들과 노예가 자유를 쟁취하고 여성이 투표권을 획득한 것들... 대부분이 까맣게 잊고 살아왔지만 우리는 문샷의 종족이었어요. 1% 개선이 목표라면 현 상태에 머무는 것이고, 10% 개선이 목표라면 현 상태를 벗어나야 해요. 문샷을 추구한다는 건 판 자체를 갈아엎는다는 뜻이에요. 판을 키워야 할 뿐 아니라 경쟁자들과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해야 해요. 문샷 사고의 힘은 로켓이 발사되는 과정과 똑같아요. 발사, 가속화, 궤도 진입.

저자는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이 단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만 바꿔주는 게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이야기해요.

우와, 다양한 자기계발서와 성공학개론을 읽었지만 이 책은 정말 놀라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네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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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2-2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언니 믿지?
송순진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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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믿지?>는 당신의 배후가 되고 싶은 언니들의 소설집이에요.

모두 여덟 명의 작가들이 여성연대에 관한 테마로 쓴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에요.


"걱정마라, 네 뒤에는 언니가 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든든한 언니 한 명쯤 있다면 어떨까요?

여자들끼리 '언니'라는 호칭을 붙일 때는 마음을 열어제끼는 강력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니 믿지?"라는 질문에는 바로 "응"하고 답해도 될 것 같은 신뢰가 깔려 있어요.

반면 "오빠 믿지?"는 절대 이런 말을 하는 오빠는 믿지 말라는, 하나의 예시문으로 쓰이곤 하지요.


송순진 작가의 <할머니는 엑소시스트>는 전형적인 남아선호 사상을 가진 할머니가 등장해요. 

벌써 11월이니, 서른일곱의 순영은 곧 서른여덟이 될 터. 다니던 회사가 연달아 세 번 부도 맞고 쓰러지자, 할 수 없이 가장 가까운 외할머니 집으로 옮겨 온지 3년째예요.

순영은 오랜 프리랜서 생활을 접고 구직 활동 중이에요. 순영은 큰외삼촌 생각만 하면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져요. 왜냐하면 할머니는 외삼촌이라면 언제나 심장을 내어줄 듯 감격하며 사랑하는데, 그 잘난 아들은 엄마를 나몰라라 무심하니까. 이번엔 할머니 팔순 생신인데 제멋대로 사흘 전에 찾아와 식사 한 끼 사드리고 가버렸어요. 메뉴도 할머니가 드시고 싶은 쇠고기가 아니라 들깨삼계탕. 할머니는 들깨 알러지 때문에 못 먹는데, 말도 못하고 먹는 시늉만 하고 왔대요. 거기다가 봉투에는 달랑 30만원 넣어 줬다고, 할머니가 울컥해서 순영에게 하소연을 늘어놓았어요. 안쓰러운 마음에 순영이 나서서 할머니의 팔순 잔치를 준비하는데...

에고, 할머니~~ 평생 아들의 뒷바라지만 하다가 결국에는 아들 뒤통수만 바라보는 신세가 되셨네요. 속상한 마음 달래주는 건 딸과 손녀딸인 것을.

마지막 장면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이 허버럴 잡귀야! ... 썩 물러나라!"라고 외치고 싶었어요. 세상에 온갖 차별과 편견들이 못된 잡귀인 것을. 


김서령 작가의 <언니네 빨래방>은 유쾌했어요. 오지랖 떠는 아줌마조차 사랑스럽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야기라서,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이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최예지 작가의 <엄마한텐 비밀이야>는 세 자매 연희, 연제, 연우의 이야기예요. 소설도 소설이지만 작가의 말을 읽다가 웃음이 빵 터졌어요. 

"... 요새 자꾸만 둘째가 얄밉다. 

둘째에게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첫째가 안쓰럽고, 

저놈의 가시나 지 언니 먹을 것까지 다 빼앗아 먹네! 

혼자서 막 분통을 내고 그러는 거다. 내 마음이."  (123p)

자식을 키우는 부모 마음이냐고요? 꽤 비슷해서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에요. 

첫째와 둘째는 바로, 요즘 한창 열심히 하고 있는 휴대폰 게임 캐릭터들이래요. 풉!


김지원 작가의 <에그, 오 마이 에그>는 서른여덟 살의 주인공이 난자동결을 하는 이야기예요. 아마 주인공과 비슷한 연령대의 미혼 여성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내용이 아닐까 싶네요. 주인공의 이름은 한여름. 찌는 듯한 복날 더위에 엄마가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 태어났다는 그 딸은 지금 병원에 혼자 와서 난자 채취를 하고 있어요. 그동안 맞은 호르몬 주사 때문에 온몸이 생리 직전처럼 부은 데다 두통까지 끊이질 않아 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운데 그 순간 떠오른 사람은... 엄마...


이명제 작가의 <우리들의 방콕 모임>은 아낌 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엄마에 관한 이야기예요.

내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온몸 사리지 않고 다 퍼주는 엄마, 그런 엄마의 잔소리는 무죄!  주인공은 다소 무뚝뚝한 딸래미지만 절친들의 도움으로 엄마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었어요. 그냥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엄마는 얼마나 섭섭했을까요.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엄마는 오늘도 딸에게 져주네요. 


정여랑 작가의 <한 사진관>은 다소 놀라운 이야기예요. 세상에 이런 엄마, 이런 언니만 있다면 좀 삐뚤어져도 안심하며 살 수 있을 텐데.

"언니들이야말로 든든한 배후다. 

우리도 당신의 배후가 되고 싶다."

   - 정여랑


윤화진 작가의 <안부를 물어요>는 가슴 아픈 사연을 묻고 사는 엄마의 이야기예요. 

"잘 때도 엄마 주름은 퍼지지 않네. 왜 저리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자는지 모르겠어.

내 걱정을 할 때면 늘 저렇게 인상을 쓰더니만, 걱정을 많이 해서 굳은 건가.

나는 엄마 걱정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 엄마는 세상 제일 목석처럼 단단한 사람 같아서."  (261p)

우리가 알고 있는 엄마는 타고날 때부터 엄마가 아니었다고요. 엄마도 한때는 아기였고, 어린 소녀였고, 연약한 여자였다고요. 자식들을 그걸 몰라요. 엄마는 단단한 목석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여린 마음이 숨어 있다는 걸, 그 마음을 사랑해줘야겠어요.


임혜연 작가의 <완벽한 식사>는 서툰 초보 엄마인 유나의 이야기예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식사는 무엇일까요. 유나는 자신의 엄마로부터 그 답을 들었어요. 아하, 엄마 덕분에 얼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네요.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건 전부 엄마가 든든하게 지켜준 덕분이에요. 새삼 이 책을 읽고나니 엄마가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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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트렌드 모니터 - 대중을 읽고 기획하는 힘
최인수 외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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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읽는 방법,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읽어야 할 책.

《2021 트렌드 모니터》는 대중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어떻게 경험하고, 살아내고 있는가를 집중 분석한 책이라고 합니다. 

전체적인 분석은 소비자들의 태도에 집중했지만, 이번 책에서는 특별한 데이터가 추가되었습니다. 

바로 '엠브레인 패널 빅데이터'입니다. 패널의 프로파일과 다양한 소비 패턴, 앱 이용 패턴의 교차 분석이 가능하여, 실제 소비자들의 소비 방향을 예상하는 근거가 된다고 합니다. 현재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를 겪고 있는 대중들의 일상에 대한 태도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아니라 위드 코로나로서 대중 소비자들의 일, 일상생활, 문화생활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코로나 리더십의 변화가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과거 메르스와 비교해보면 정부의 대응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초기 대응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높은 것도 우리가 미처 몰랐던 한국식 시스템의 힘을 직접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국가의 역할은 평범한 일상에서보다 특수한 상황에서 가려지기 마련인데,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예기치 않은 국가적 재난 재해에 정부와 국가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을 보면서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정부라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과 능력에 따라 국민들의 인명과 재산 피해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시민들의 국민성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선진국 못지 않은, 아니 더욱 뛰어난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 경제적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지만, 국가나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신속하고 충분한 소통은 매우 중요합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신속하고 충분한 정보 전달이 주는 투명한 가치를 지지하게 됩니다. 이번 총선 결과도 정부를 지지하는 쪽으로 표심이 작동했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리더십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망하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이야기합니다.

비대면 상황이 주는 의무적 공간의 해체와 이로 인한 권위의 축소, 타인의 존재가 주는 사회적 압력으로부터의 해방과 대화식 커뮤니케이션의 유행 가능성, 신속하고 투명한 소통을 우선하는 리더십이 그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중요한 소통 능력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필터 버블'이라는 용어는 미국 온라인 정치 시민 단체인 무브온의 이사장이자 세계 최대의 시민 단체 아바즈의 창립자 엘리 프레이저가 명명한 단어라고 합니다.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필터로부터 시작합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분리하는 시스템을 필터라고 하는데, 이 필터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면, 어느 시점을 넘어 자신의 관점과는 다른 정보를 과도하게 걸러내게 되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그 사람의 생각을 거품(과잉)에 가두는 현상을 필터 버블이라고 한다는 겁니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이 언뜻 보기엔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의사 결정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을 낳아 부정적 결과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필터 버블로 인한 심각한 문제는 극단화입니다. 필터 버블의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그 개인의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제안하기 때문에 추천 알고리즘이 보수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타인에 대한 생각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것이며,극단화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큽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최소한의 균형 감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나와 반대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서 리더십에 대한 태도 이외에도 향후를 전망하게 해주는 중요한 변수가 자기 정체성 찾기의 과정입니다. '나'라는 개념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비대면 시대로 전환되면서 여러 문제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비대면 시대라서 인간적인 소통과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십이 더욱 요구됩니다. 

이 책은 대중 소비자들의 삶을 분석함으로써 타인의 생각을 읽어내고 있습니다. 대중적 감각을 제대로 아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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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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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근래 인기 있는 방송프로그램 중에는 리얼다큐, 관찰예능이 많은 것 같아요.

집안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아침에 눈뜨는 장면부터 시시콜콜 일상을 찍어대는...

저 역시 그 방송을 보면서 즐겼다는 걸 밝혀야겠네요. 타인의 사생활이 대중의 볼거리가 되면서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헷갈릴 지경이에요.

그건 지켜보는 사람이나 보여주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서로 진짜가 아닌 가짜에 현혹되고 있어요.


<스노볼>은 기후 변화로 지구가 혹한기에 접어든 미래를 그린 소설이에요.

아무래도 미래 이야기다 보니 SF 영화 <설국열차>가 먼저 떠올랐고, 주인공이 처한 환경 때문에 <트루먼쇼>의 장면들이 생각났어요. 또한 지금 지구의 기후가 변화 수준을 넘어 위기 상황에 놓였다고 하니, 소설 속 스노볼 세상이 환상만은 아닌 것 같아요. 

세계 경제가 무너지고 정부가 무너져서 국가라는 개념이 희미해진 시기에 아직 따뜻한 지역이 남아 있었고, 사람들은 유목민처럼 더 따뜻한 지역을 찾아 떠돌게 되었어요.

따뜻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치고 총을 들었어요. 거울 돔으로 울타리를 세운 곳에는 '이본'이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 여자가 살았는데, 그녀의 집안이 전쟁 문명 때부터 신문사와 방송국을 비롯해 굵직굵직한 사업체를 소유한 부자 가문이었기 때문에 오롯이 자신의 자본으로 거울 돔 안의 세상을 만들었어요. 그 여자가 바로 이본 미디어 그룹의 창업주인 이본 회장이에요. 원래 거울 돔이 세워진 곳은 이본 회장의 고향이었고, 지금의 스노볼 지역은 지구의 마지막 지열이 끓어오르는 곳이에요. 

이른바 스노볼 시대.

사람들은 스노볼 안과 밖으로 나뉘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어요. 스노볼 안은 날씨부터 모든 일상이 쾌적하게 조절되는 세상이에요. 그러나 스노볼 안에 사는 사람들은 반드시 해야 할 임무가 있어요. 그들은 액터라고 불리며, 자신의 삶이 리얼리티 드라마로 편집돼 만천하에 방송되고 있어요. 액터들은 자신의 드라마를 볼 수 없어요. 그 드라마는 스노볼 바깥 사람들을 위한 오락이니까. 외부에서 뽑힌 액터들은 드라마 시청률에 따라 스노볼 영구 거주가 허락될 수도 있고 쫓겨날 수도 있어요. 각 액터마다 촬영분을 편집하는 디렉터가 존재해요. 디렉터 역시 시청률에 따라 그 거취가 달라져요.

현재 스노볼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채널 60번 리얼리티 드라마 주인공은 '고해리'예요. 고해리는 다른 액터들과는 달리 스노볼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명한 3대 액터 집안의 외동딸이에요. 고해리 드라마를 최고 시청률로 이끈 디렉터는 '차설'이에요. 

스노볼 바깥 세상은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41도로 꽁꽁 얼어붙어 있어요. 사람들은 인력발전기에서 하루종일 힘든 노동으로 에너지를 만들며 생활하고 있어요. 모든 아이들은 일정 나이가 되면 액터 오디션을 볼 수 있어요. 액터로 뽑히게 되면 스노볼 안으로 들어가서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어요.

주인공 '전초밤'은 쌍둥이 오빠 '전온기'와 할머니, 엄마와 함께 살고 있어요. 열여섯 살 초밤이는 디렉터 지망생이지만 스노볼에 가고 싶어서 액터 오디션을 보고 있어요. 친구가 초밤이에게 고해리를 닮았다고 했는데, 치매를 앓는 할머니도 헷갈리신 것 같아요. 드라마에 나오는 고해리를 초밤인 줄 알고 곁에 있는 초밤이는 온기의 여자 친구인 줄 아세요. 

어느 날 유명 디렉터 차설이 전초밤을 찾아와서 고해리 대역을 제안했어요. 해리가 자살했다고.

그토록 바라던 스노볼로 갈 수 있는 기회였기에 수락하지만 스노볼로 가는 도중에 끔찍한 사건을 목격하게 되면서...

과연 전초밤은 완벽하게 고해리가 될 수 있을까요. 

도대체 왜 고해리는 자살한 것일까요.

의문에 의문을 품게 되는, 뭔가 꺼림칙한 디렉터 차설의 행동들이 나중에서야 밝혀지네요.

앗, 이럴 수가!  

완벽한 가짜들의 리얼리티 쇼는 상상도 못할 결말을 보여주고 있어요. 

<스노볼>은 우리에게 묻고 있네요. 당신은 진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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