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구픽 콤팩트 에세이 6
남유하 지음 / 구픽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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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소설을 쓰다 보면 사람들에게 듣는 단골 질문이 있다. 바로 "귀신을 믿나요?"라는 질문이다. 나는 유물론자라서 내 눈으로 직접 본 것만 믿는다. 가위에 눌린 적도 있고, 분신사바를 혼자 했을 때 기이한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귀신을 '본'적은 없다. 그리고 가위눌림과 분신사바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과학적인 근거를 찾았기 때문에 그쪽을 더 신봉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귀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대한 내 답은 "아니오."다. 나는 귀신을 믿지 않는다.                p.54


영화 <파묘>가 한 동안 화제였다. 호러라는 비주류의 장르로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끌어 모았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작품을 만든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 오컬트, 호러 장르의 영화들을 만들어 오면서 이 장르에 특화된 재능을 선보여왔는데, 이번 <파묘>로 인해 그 정점에 선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호러를 좋아하는 걸까? 왜 일부러 시간과 비용을 들여 뒷골이 서늘해지고, 소름 끼치는 오싹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호러 장르를 소비하는 것일까. 어쩌면 평화롭고 단조로운 일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감정을 경험하고 싶어서,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호러 이야기 속 그것과는 반대로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가 무섭고 기이한 것들에 끌리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감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 역시 귀신 들린 집, 오랜 세월에 걸쳐 누적된 저주, 실재하지 않지만 어딘가 진짜 있을 것만 같은 유령, 마음을 휘저어 놓고, 겁에 질리게 만드는 으스스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호러 장르는 호불호가 많이 나뉘는 편이고,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러 장르의 인기 때문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누구나 부담없이 호러 장르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여기 있다. 제목처럼 '호러'가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다니, 깨닫게 해주는 가이드라도 봐도 좋을 것 같다. 작가의 경험담부터 풀어내고 있어 에세이처럼 술술 페이지가 넘어 가는데, 읽다 보면 점점 호러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는 마성의 책이 아닐까 싶다. 




호러 작가는 고달프다. 독자를 만족시키는 일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장르라도 모든 독자의 입맛에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호러는 ─ 호러 장르의 독자라 하더라도 ─ 작품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다. 예를 들어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면서 고어는 싫어할 수도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호러는 인간의 내면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장르라서 그렇다. 누구나 저마다의 공포를 품고 있다. 호러 장르 강의에 들어오는 수강생들에게 "당신의 공포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대답들이 나온다.             p.73


구픽의 콤팩트 에세이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이다. 그 동안 SF, 뚝배기, 타로, 옛날 영화, 백합 장르 등의 주제를 다루었는데, 이번에는 '호러'편이다. 호러 마니아이자 다양한 호러와 SF 소설을 발표하며 확고한 장르소설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남유하 작가가 실제 호러 작가로서의 고충을 비롯해 호러의 모든 것에 대해 알려준다. 호러란 무엇인지, 사람들은 왜 괴담을 좋아하는지, 호러에 대한 기본 지식들과 호러 거장들의 삶과 작품에 대해서 정리했다. 러브크래프트, 에드거 앨런 포, 셜리 잭슨, 조이스 캐롤 오츠, 이토 준지, 리처드 매시슨,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 등 작가의 취향이 드러나는 추천작 소개도 흥미롭다. 그리고 호러의 하위 장르, 호러와 타 장르의 결합, 나라별 호러의 특징 등을 호러 영화 작품들과 함께 별도로 부록으로 묶었다. 


마지막에 작가의 미발표 단편인 호러 로맨스 작품 '영화관의 유령'도 수록되어 있어, 호러 종합 선물 세트의 대미를 장식한다. 호러 마니아라면 반가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고, 호러 문외한이라면 호러라는 장르에 대한 호기심이 싹틀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 같다. 얇고 가볍지만 알짜배기 정보들로 가득한 구픽의 콤팩트 에세이 시리즈를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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