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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일본의 알몸을 훔쳐보다 1.2 세트 - 전2권
시미즈 이사오 지음, 한일비교문화연구센터 옮김 / 어문학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이러한 책의 출간이 가능한 일본을 부럽다고 해야 할 지, 아니면 그냥 우리와는 다른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정서상, 인식상의 문제라고 치부하고 말아야 할 지 모를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일본의 메이지 시대, 근대일본의 시대를 만화, 그것도 풍자만화로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저자인 일본인 시미즈 이사오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일본에 거주했던 외국인인 프랑스인 조르주 비고의 풍자화를 통해서 보여 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일본의 치부를 예기하는 것일 수도 있는 그 시대의 일본의 모습을 이렇게까지 풍자해서 묘사한 것을 지금 현대화된 시대에 재조명하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그러면서 조금은 부러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기록한 기록물들은 대부분이 글이며, 근대화가 많이 진전된 이후에야 사진으로 몇 점 전해올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연구사료가 부족하고, 또한 교과과정에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되는 바가 없이, 그냥 근대화라는 조그마한 단락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삼국시대, 조선시대의 왕들은 줄줄이 외우면서도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어떻게 이루어 졌는지, 열강들의 각축에서 우리는 어떻게 외교를 했는지, 또한 그 시절의 민중의 삶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인데, 이 책은 일본에 18년간 머물면서 본 일본의 여러 모습을 그의 독특한 만화기법으로 담아 내어서 오늘날 기록물로 보여 주고 있음이 참으로 새롭다. 사진이 흔한 시기 이전에의 기록이라는 것이 대부분 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서 생생함을 가지기는 어려운 데, 이 책은 그런 시대에 일본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의 일본이 근대화 되면서 발달하게 된 철도에서부터, 군인의 모습, 게이샤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만화와 그 시절의 소개, 그리고 또한 영국을 등에 업고 러시아와 대적했던 일본의 모습뿐만 아니라, 프랑스인의 눈에 비친 독일을 받아들이던 일본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역사책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이런 장르의 책이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참으로 다양한 일본과 우리나라 관계의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이런 책이 출간된 것은 아마도 우리들에게 일본을 조금이나마 바로 이해하고, 일본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가깝게 느끼게 만들고 싶은 한일비교문화연구센터의 바램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이 비록 2권이지만, 읽기에 지루하지 않고, 그냥 만화를 본다는 심정으로 봐도 좋을 만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단순한 풍자화의 재조명이 아니라, 일본의 근대화를 엿봄으로써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는 데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끝으로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읽히기 쉽도록 구성된 이 책이 일본의 근대화에 이어서 다음엔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재조명하는 책의 발간을 기대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