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이 모닝스
산제이 굽타 지음, 최필원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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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는 수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우리모두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병원에 의지하고 있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가. 하지만 수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묵인하고 있는 이유는 나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정작 그 사고의 중심에 내가. 내 가족이 있다면 그것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병원의 의사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그들도 모두 완벽한 존재일 수는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첼시병원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문의가 집합한 병원이다. 하지만 그 병원이 아무리 천재적인 의사들이 모여 있다고 해도 의료 사고는 있기 마련이다. 첼시병원이 유명한 이유는 최신의 의료 기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월요일 아침 311호실에서 치러지는 '먼데이 모닝스' 때문이다. 의사들은 이 시간 때문에 이 병원을 선호하고 이곳으로 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먼데이 모닝'의 시간이란 가장 은밀한 미팅으로 몇 주에 혹은 몇달에 한번씩 외과의들이 모여 각자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 의논하는 자리였다. 참가자는 초대자에 한하고, 그 초대장은 본인들의 호출기로 온다. 311.6 이라는 호출 메세지로 말이다.

 

타이라는 이름의 의사는 천재적인 외과의다. 하지만 그는 오늘 311의 주인공으로 서게 된다. 자신이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 때문에. 형과 여동생의 죽음과. 부모님의 이혼으로 그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지금껏 잘 달려왔지만, 한 소년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의 실수는 그에게 너무도 큰 일로 다가오게 된다. 성박사는 자신의 머리에서 치명적인 종양을 발견하게 되고, 의사인 자신의 삶을 환자의 입장에서 다시 돌아보게 되었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게 된다. 티나는 미인에다 능력있는 의사이지만, 가족의 중심에서는 아무런 역할도 없는 엄마였다. 자신의 자리를 남편에게 내준 그녀 또한 방황하게 된다.

 

등장하는 모든 의사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철저하게 냉정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개개인에도 다들 그런것처럼 평범하다는 이야기를 준 이 소설은 의사들을 보는 시선을 새롭게 만들어 준 소설로 재미나게 읽었다.

 

 

 

 311호실은 최고 수준의 외과의사만 드나들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의사들에게 악목 같은 M&M 미팅의 참석 의도를 묻는 건 군인들에게 특공대 훈련소를 선택한 의도를 묻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인생은 삶에 즐거움을 주는 것들과 타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애매한 경계선과 아련한 테두리들. 그런 세상에서 이처럼 인정사정없이 몰아치는 곳은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단순히 좋은 것만으로는 부족한 곳. 많은 의사들이 첼시를 선택하는 이유였다. (p.46)

 

먼데이 모닝 미팅은 모두에게 두려운 경험이었다. 그들은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이었다. 실수를 통해 배우는 사람들. 인간으로서 가능한 최고의 의술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항상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하는 사람들. 조지도 그걸 알고 있었다.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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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5
니시 카나코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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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로서 6번째에 이어두번째로 만나는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다섯번째 책이다. 초등학생 아이가 있다면 함께 읽어도 무방할 책으로 귀엽다. 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책의 첫장을 넘기면 한장 빼곡히 등장인물을 소개해놓았다. 요즘 소설 책들 중에서 등장 인물을 이렇게 나열해 놓은 책은 보기 드물었는데, 예전에는 많은 책들이 입장하기 전에 이렇게 소개해놓았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읽기도 전에 반가웠다. 하지만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의 등장인물은 무려 22명. 깜짝 놀랐지만 읽어 가면서 한명 한명 등장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모두 개성이 넘쳐난다.

 

주인공 우즈하라 고토코 라는 아이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8살 아이로 '꼬꼬'로 불리우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위로 세쌍둥이 언니와 함께 8명의 식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항상 집은 북적북적 했고, 엄마는 꼬꼬의 동생을 가지게 되기까지 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인 꼬꼬는 항상 타인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친구가 아프거나 가난하거나 등등의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옆에서 보노라면 부러움에 시기하며 우울해 하는 아이이다.

 

그런 꼬꼬의 옆에는 동갑내기 이자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폿상이라는 친구가 항상 그림자처럼 함께한다. 폿상은 꼬꼬가 불쌍하다고 여겨지는 일은 없으니까, 불쌍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기분을 모르는 거야. 라는 어른 스러운 말을 꼬꼬에게 해 주지만 꼬꼬는 이해하지를 못한다. 책의 제목인 원탁은 꼬꼬에게 어떤 존재인 것을까?

 

우즈하라네 집 식탁의 중간에는 망한 중국집에서 얻어온 크고 붉은 둥근 원탁이 존재한다. 그 원탁에서 8명의 식구들은 매일 매일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지만 꼬꼬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삐뚤어졌다는 표현이 어울리지는 않는 아이. 꼬꼬. 이 꼬마 여자아이의 상상의 세계와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재미나고 한마디로 귀여운 책이다. 단편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등장 인물이 22명인데도 한명 한명 모두 개성이 넘치고 재미났다. 이 인물들을 따로 따로 빼내어 22편의 단편을 만들어도 참 재미나겠다 싶을 만큼. 고독과, 우울함을 부러워하는 귀여운 꼬꼬의 이야기. 읽어보시길.

 

 

그런 꼬꼬가 가장 좋아하는 낱말은 '고독'이다. 고작 여덟 살 나이인데도 말이다. 꼬꼬는 고독해지고 싶었다. 아무에게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남들과 다른 자기를 주체하지 못해 그저 혼자 세상 한 귀퉁이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싶은 것이었다. (p.12)

 

꼬꼬는 여행할 예정이 없었지만 그래도 여름방학이 즐거웠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여름방학의 즐거움이 땀구멍을 통해 스며 나오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잔뜩 신이 나 있었다. 하지만 신이 나 있는 마음속과는 상반되게 꼬꼬는 말이 없어졌다. 그래서 꼬꼬가 여름방학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꼬꼬는 말이 별로 없어진 만큼 자기 몸속에서 글자나 생각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발효되고 있는 듯한, 그래서 바깥의 더위와 상호작용을 해서 그 발효하는 속도가 날로 빨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p.141)

 

혼자다. 꼬꼬는 처음으로 고독을 느꼈다. 고독과 비슷한 것, 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에게도 보호받지 않고, 아무와도 관계없이 자기가 여기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에는 꼬꼬가 상상했던 것 같은 달콤함이 들어 있지도 않고, 외로움과도 다르고, 그저 '혼자다'라고 절실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뿐이었다.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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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과의 저녁 식사 Dinner with Buffett K-픽션 1
박민규 지음, 전승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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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전설적인 투자의 귀재이자 갑부인 워런 버핏과의 비싼 저녁 식사라는 주제의 책을 읽었었던 것 같다. 자기계발서였던걸로 기억나는데, 열심히 일하며 힘들게 번 돈으로 단 한번의 버핏과의 저녁 식사에 그 돈을 쓴 사람의 이야기였다. 버핏과의 단 몇시간의 저녁 식사 시간은 그가 지불한 그 만큼의 돈 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성공으로 이끄는 발판을 다지게 되었다고. 그런 내용의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책도 그와 비슷한 내용의 책인 걸까? 궁금증을 가지며 읽게 되었다.

 

워런 버핏은 갑작스러운 백악관의 호출을 받고 대통령을 만나고 오는 비행기 안이었다. 대통령의 고민은 투자에 관한 것일거라고 예상한 버핏은 당혹스러웠다. 대통령과의 대화로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버핏은 다음 스케줄의 생각으로 대통령과의 대화는 일단 접어놓아야 했다. 172만달러를 지불한 사람과의 저녁 식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으레 나이가 있고 투자에 관심이 있고 사업가나 투자자일거라고 생각했던 버핏은 오늘 그 약속의 상대자가 28살의 한국인 청년에 평범한 시민이라는 점에서 그가 특별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시민 20대 한국인 남자는 자신에게서 어떤 투자 정보를 얻어 갈 것인가? 자신은 또 어떤 정보를 줄 것인가? 에 버핏은 몰두한다.

 

28살 청년은 복권에 당첨되어 172만 달러를 수중에 가지게 되었고, 그 전부를 버핏과의 저녁식사에 몽땅 투자했다고 한다. 왜? 버핏은 왜? 라고 그에게 묻는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그냥- 이었다. 이렇게 저녁 식사를 하는 것도 좋지 않냐고. 투자에 관심이 있느냐는 버핏의 물음에 그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버핏은 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으리라. 172만 달러를 지불한 투자 정보에 관심이 없는 20대 청년. 대통령이 말한 그 사람들중의 한명이 이 청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의 가치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가치 있어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버핏과 그 청년의 저녁식사의 대화가 끝나고 아주 오랫동안 생각하게 만든 주제가 아닌가 한다.

 

개성을 가진 젊은 작가들의 단편작 시리즈인 K-픽션의 시리즈중 첫편째 단편인 이 책은 그 설명만큼이나 개성과 활력이 넘치는 단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박민규 작가의 많은 활동과 개성 넘치는책들을 기대해본다.  

 

 

그렇지 않습니까? 대통령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저는 그것이 우리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가치를 지닌 이상 우리에겐 분명 해법이 있을 거란 얘기지요. 잠시 바닥을 응시하던 대통령이 고맙소, 라고 대답했다. 애써 긍정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버핏은 집무실을 나왔다. (p.18)

 

버핏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떤 정보가 좋을까. 크나큰 관용을 베풀어준 낙찰자를 위해 그는 자신의 머릿속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몇 군데의 투자처와 그것을 암시해 줄 좋은 표현들도 생각해 두었다. 언제 어떻게 그 정보들을 활용하는 가는 그, 젊은 동양인의 몫일 것이다. 매우 흥미롭고 특별한 신사라고 데비는 그를 추어올렸으나 버핏의 생각은 그와는 한참 다른 것이었다. 172만 달라를 건 식사이다. 그가 보여준 관용은 적어도 172만 달러의 갑절은 되는, 아니 그 이상의... 그가 기대하는 '가치'에서 비롯된 것이라 버핏은 생각했다.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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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6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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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이 책을 읽었던가, 읽지 않았던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애니메이션 또한 본 것도 같고, 보지 않은 것도 같았는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우선은 책 먼저 읽어보기부터 시작해 애니메이션의 처음 10분 정도 본 상태이다. '나랑 예전에 같이 본 애니잖아~' 라고 옆에서 말하는 신랑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보다가 꺼버렸다. 내가 생각해본것보다(사실은 기억이 나는 것까지만) 책의 내용은 상당히 짧았다. 이 한권의 책에 3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조금 각각의 단편들이 너무 짧아서 조금 만 더 길었다면 싶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역시 그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건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였다.

 

가즈코는 방과후 교실의 실험실에서 얼굴을 보지 못한 의문의 누군가가 제조한 병속의 액체를 바닥에 깨트리면서 그 달콤한 향을 맡고 난 이후 기절해서 쓰러져버렸고 그 후 뭔가가 변한 것으로부터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기서, 책의 주인공의 이름과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의 이름이 다르다. 항상 단짝으로 다녔던 가즈코의 두 친구 가즈오와 고로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데.. 다음날 아침 늦잠을 자고 트럭에 치일 뻔한 순간 가즈코는 머리가 아프면서 트럭에 치이기 전날 아침으로 시간을 거슬러 가게 된 것이다. 그녀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떤 초능력이라도 가지게 된 것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한 가즈코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부탁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다음날 가즈오와 고로에게 이 비밀을 털어놓게 되고, 믿지 않는 친구들에게 그것이 사실임을 밝혀 주면서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해진다. 이 세명의 친구들은 오직 자신들의 이야기를 믿어줄것만 같은 후쿠시마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 위해 교무실로 가게 된다. 하지만 미스테리한 진실은 다른 인물이 쥐고 있었으니.. 아주 짧은 단편의 이야기가 큰 줄거리를 가져다 준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는건지도 모르겠다. 책으로만 이 이야기를 끝내지 말고, 애니를 못보신 분들이라면 책을 읽고 다시 애니를 보신다면 상당히 재미있게 관람하실수 있으실 것 같으니 추천해본다. 자녀가 있으시다면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애니를 같이 보셔도 참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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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지음, 양영란 옮김 / 청미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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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출근시간 지하철안에서 책을 읽어주는, 아니 읽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길랭 비뇰. 우리 나라 글이 아니기에 그의 이름이 가지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을 정말 부끄러워 하며 현재까지 살아오고 있다. 그의 이름을 우리 나라 말로 번역하면, 심술쟁이 꼭두각시. 이런 이름을 가지고 학교 생활, 사회 생활을 한다고 생각해봐라. 얼마나 놀림을 받았을런지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남음이다. 그가 매일 지하철에서 출근시간에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길랭씨는 책 파쇄기를 다루는 공장에서 일하는 기사이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에 공장에서의 근무는 힘겹다. 남편들이 매일 힘들다 힘들다, 스트레스가 심하다. 읇조리는 것처럼 그도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 버려지는 책들은 다시 새로운 책으로 재 생산되는데, 그 버려지는 책들 사이에서 살아난 몇 쪽들을 퇴근길에 가지고 갔다가 다음날 출근길에 그 몇장을 지하철에서 읽는 것이다. 같은 한 권의 책이 아닌 어느 책인지 모를 제목의 각기 다른 장수의 글들을 읽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지하철안에서 usb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안에는 많은 글들이 적혀 있었고, 그것은 쇼핑몰 화장실에서 청소하는 28살 소녀의 글이었다. 길랭은 그녀의 글을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읽게 되면서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고, 결국에는 그녀를 찾아나서게 되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진다.

 

이 책에는 길랭의 이야기뿐이 아니라, 재미있는 많은 인물이 존재한다. 길랭과 함께 일하다가 두 다리를 잃은 주세페씨. 그는 자신의 다리와 함께 분쇄된 책들을 수집하는 일에 온 인생을 걸고 시간을 보내며, 공장의 경비원 이봉씨는 오직 책 읽는 것을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길랭에게 주말에 요양원에서도 제발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한 두 할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쇼핑몰 화장실에서 청소를 하는 소녀 쥘리의 이야기. 각자의 재미나고 독특한 이야기가 길랭씨의 이야기와 더불어 읽는 내내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부분은 이것이었다. 길랭씨의 출근 지하철 안. 그 지하철의 길랭씨의 책을 읽는 것을 듣는 사람들은 다른 지하철 안의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 길랭씨가 읽어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미소를 띠기도 하고 생각에 잠겨 있기도 하며, 표정이 생기가 있다. 다른 지하철 구역의 멍한 표정의 사람들이나 잠을 자는 사람들,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는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문을 열려면 아직 한 시간이 남았다. 그 한 시간은 내 시간이다. 손님들이 올 때까지 캠핑용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 전날 써놓은 글을 다시 읽거나 컴퓨터에 입력하면서 보내는 나만의 시간. 나는 그 글들이 하룻밤을 지나면서 한껏 부풀어올라 아침이면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빵 반죽처럼 밤새 숙성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 글들을 컴퓨터로 옮기는 지금 이 순간,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내 귀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린다. (p.130)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른다. 공장도, 그를 괴롭히는 상사의 끔찍한 집무실도. 뭔가 있어 보이도록 꾸며대느라 고약한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버리고, 오직 어머니를 위한다는 마음에서 거짓 삶을 지어낸 지난 몇 년간의 사기극. 오줌 맛이 나는 차와 맛없는 시리얼이 아닌 다른 것들을 먹고 마시는 길랭, 수 톤의 책들을 펄프로 만드느라 하루 온종일 일하는 길랭이 아닌 다른 길랭의 거짓된 삶. 사기극 속의 길랭 비뇰은 고작 금붕어하고만 자신의 삶을 나누는 짓은 하지 않는다. (p.148)

 

죽음이란 원래 저런 거야. 길랭은 생각했다. 죽음은 때때로 짧은 창으로 슬쩍 찔러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서서 다른 볼일을 보러 가기도 하지. 그러나 그 빌어먹을 놈은 한번 시작한 일은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끝장을 보고 만다는 것을 그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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