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5
니시 카나코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시리즈로서 6번째에 이어두번째로 만나는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다섯번째 책이다. 초등학생 아이가 있다면 함께 읽어도 무방할 책으로 귀엽다. 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책의 첫장을 넘기면 한장 빼곡히 등장인물을 소개해놓았다. 요즘 소설 책들 중에서 등장 인물을 이렇게 나열해 놓은 책은 보기 드물었는데, 예전에는 많은 책들이 입장하기 전에 이렇게 소개해놓았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읽기도 전에 반가웠다. 하지만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의 등장인물은 무려 22명. 깜짝 놀랐지만 읽어 가면서 한명 한명 등장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모두 개성이 넘쳐난다.

 

주인공 우즈하라 고토코 라는 아이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8살 아이로 '꼬꼬'로 불리우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위로 세쌍둥이 언니와 함께 8명의 식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항상 집은 북적북적 했고, 엄마는 꼬꼬의 동생을 가지게 되기까지 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인 꼬꼬는 항상 타인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친구가 아프거나 가난하거나 등등의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옆에서 보노라면 부러움에 시기하며 우울해 하는 아이이다.

 

그런 꼬꼬의 옆에는 동갑내기 이자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폿상이라는 친구가 항상 그림자처럼 함께한다. 폿상은 꼬꼬가 불쌍하다고 여겨지는 일은 없으니까, 불쌍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기분을 모르는 거야. 라는 어른 스러운 말을 꼬꼬에게 해 주지만 꼬꼬는 이해하지를 못한다. 책의 제목인 원탁은 꼬꼬에게 어떤 존재인 것을까?

 

우즈하라네 집 식탁의 중간에는 망한 중국집에서 얻어온 크고 붉은 둥근 원탁이 존재한다. 그 원탁에서 8명의 식구들은 매일 매일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지만 꼬꼬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삐뚤어졌다는 표현이 어울리지는 않는 아이. 꼬꼬. 이 꼬마 여자아이의 상상의 세계와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재미나고 한마디로 귀여운 책이다. 단편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등장 인물이 22명인데도 한명 한명 모두 개성이 넘치고 재미났다. 이 인물들을 따로 따로 빼내어 22편의 단편을 만들어도 참 재미나겠다 싶을 만큼. 고독과, 우울함을 부러워하는 귀여운 꼬꼬의 이야기. 읽어보시길.

 

 

그런 꼬꼬가 가장 좋아하는 낱말은 '고독'이다. 고작 여덟 살 나이인데도 말이다. 꼬꼬는 고독해지고 싶었다. 아무에게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남들과 다른 자기를 주체하지 못해 그저 혼자 세상 한 귀퉁이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싶은 것이었다. (p.12)

 

꼬꼬는 여행할 예정이 없었지만 그래도 여름방학이 즐거웠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여름방학의 즐거움이 땀구멍을 통해 스며 나오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잔뜩 신이 나 있었다. 하지만 신이 나 있는 마음속과는 상반되게 꼬꼬는 말이 없어졌다. 그래서 꼬꼬가 여름방학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꼬꼬는 말이 별로 없어진 만큼 자기 몸속에서 글자나 생각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발효되고 있는 듯한, 그래서 바깥의 더위와 상호작용을 해서 그 발효하는 속도가 날로 빨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p.141)

 

혼자다. 꼬꼬는 처음으로 고독을 느꼈다. 고독과 비슷한 것, 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에게도 보호받지 않고, 아무와도 관계없이 자기가 여기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에는 꼬꼬가 상상했던 것 같은 달콤함이 들어 있지도 않고, 외로움과도 다르고, 그저 '혼자다'라고 절실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뿐이었다.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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