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명세 지음 / 청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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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퍼주어도 퍼주어도 다시 솓는 샘물

받아도 받아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

나를 버리고 그를 내안에 받아들이는 것.

남몰래 눈물 닦아내는 아름다운 서러움.



최근에 상영된 조정석, 신민아 주연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라는 영화 말고, 오래전에 故 최진실, 박중훈 주연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책을 보기 전에 안그래도, 조정석, 신민아 주연의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아직 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 책을 먼저 읽게 된 것이다. 책은 상당히 얇았는데, 이 한권의 책이 영화의 모든 것을 담아 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또렷이 기억나는 한 사람이 있었다. 故 최진실 배우..


책만을 읽는 다면 이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책보다는 영화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책은 너무 짧은 이야기만을 담아서 그 느낌을 다 표현해 내지 못한듯, 다만 영화를 먼저 보신분들이 읽는다면, 책을 읽으면서 영화의 그 단편단편 장면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되면서 너무 좋았던 것 같다. 그러니, 책을 먼저 보시지 마시고, 영화를 먼저 보신후 책을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세상의 남녀사이에 사랑과 결혼을 오가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담긴 책이다. 남자 주인공은 영민, 여자는 미영 이다. 초등학교 때 장난치던 사이의 두 사람이 대학때 다시 만나 사랑을 시작하며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 대한민국 전형적인 남자. 영민, 그리고 순정적이자, 오직 남편만 아는 미영의 이야기를 그린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웃기도 하고, 마음이 아픈 부분도 많았다.


어찌 보면, 요즘 시대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와 조금 부합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영화와 새대차이를 느끼지 못했음) 그러나 나와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 20대 초반들이 보시면 조금은 낯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20대후반 이후의 세대들이 보시면 많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영화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를 책으로 다시 만나서 우선 기뻤고, 조정석, 신민아 주연의 영화는 어떤 느낌일지 나중에 찾아서 보고 싶다.


그리고 그리움을 낳게 한 여배우 한명. 그녀가 아직까지 살아 있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을 텐데, 안타깝기만 하다. 그리고 좋은 영화들도 많이 하셨을 테고.. 나의 기억속에 그녀는 이 작품 속에 살아 있다. 신민아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해서 이 영화를 잘 표현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신민아 배우도 좋아함) 나는 아직 최진실 이라는 한 배우를 기억하고,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존재하지는 않지만 영화속에 남아 있는 그녀의 흔적들은 건재하다.



사랑은

의혹의 마음과 확인 작업 그 연속과 반복.

질투하고 소유하고 미워했다가도

다시 용서하는 마음.

떠도는 말들, 남의 시선에도 쉽게 상처받는

여린 속살 같은 것.

그대를 생각하며 흘리는 눈물만큼이나

깊어져 가는 사랑.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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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여신 - 상
서희우 지음 / 단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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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랜만에 로맨스소설을 진정으로 한 권 만났다 싶은 책이었다. 두 권을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읽었으니 말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한국신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책이었다. 조금 유치한 책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초반에서부터 재미가 있기 시작하더니 끝날때까지 그 끈을 놓치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신화를 이렇게 재미있고 호기심이 생길정도로 엮어 놓다니, 새삼 이 책의 작가가 궁금해 지는 순간이었다.


온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여자와 그녀를 둘러싼 한국신화의 이야기가 설레였다. 고고미술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현온이라는 여자는 고고학 관련해서 일본에서 세달정도 머무르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오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만난 옆자리의 남자와 운명적 만남을 하게 된다. 검은 눈동자를 가진 그 남자의 이름은 성준. 아버지의 존재를 모른채 엄마와 살아가던 그녀는 어느날 자신의 집앞에 찾아온 미소년 현백과 함께 그녀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된다.


온의 엄마는 바람의 신으로 자신을 갖으면서 신의 몸을 포기하고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여신들의 만남을 갖게 된 그녀는 꽃상이라는 신들의 물건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사실, 줄거리만 보면 좀 유치해 보인다. 그런데 읽으면 빠져들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잘생긴 성준과 현백이라는 두 인물의 매력이 온을 중심으로 한국신화를 바탕으로 너무 잘 어우러졌다는 감상이다.


우리 한국의 신화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세계 신화에 더 빠져있는 우리들에게 한국신화는 뭐랄까. 밝혀지지 않는 거짓과 망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것은 단순히 옛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를 이어져 내려온 구전일 뿐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이 책을 통해 나의 생각은 달라졌다. 세계 신화보다 더 많은 이야기거리가 담겨져 있고, 신비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국신화와 러브스토리가 담긴 이야기. 한국신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읽으도 좋겠지만, 그동안 나를 포함하여 무관심했던 분들도 읽으면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추천해드리고 싶다. 




고백이라는 것이 그렇다.

검은 비닐봉지를 커터칼로 찢어발기듯 고백은 막무가내로 진실을 뿜어낸다. 감춰진 이야기는 일단 풀리기만 하면 멈출 수 없다. 바닥에 고인 한 방울까지 밖으로 나오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는 것이 고백이다. 비밀을 토로하는 엄마의 옅은 목소리는 그렇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게 계속 이어졌다. (p.112)


명동이며 강남역이며 복잡한 거리를 오가는 그 수많은 사람들... 지금 그런 사람들이 사는 현실을 말하고 있는 거라면 그만둬요. 그들 중 진짜 현실, 진짜 세계를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어요. 그들은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니까요. 아무도 내면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요. 자기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그들 중 누구도 관심 없어요. 피워 보지도 못한 내면의 존재를 남긴 채, 밖과 안의 모두가 허무하게 죽어 버리는 게, 그게 인간이에요.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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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안녕
정강현 지음 / 푸른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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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총7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어떠한 이야기는 가슴시리도록 아픈 이야기였고, 또 어떠한 이야기는 믿을수 없다 여겼으며, 다른 이야기는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난 뒤 책의 표지를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잔잔하게 가라앉고 우울해져 있었다. 이 7편의 이야기들은 정강현 작가가 기자로 일했던 때 접했던 기사들의 내용을 단편 소설로 다시 탄생시킨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셀프타이머

자신의 카메라 앞에 섰던 사람들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일이 정말 있었던 사실일까? 악마의 사진사. 마지막에 스스로 자신의 카메라 앞에 서게 된다. 그는 죽게 되는 걸까?


시의 폐원

눈은 점점 실명해 가는 라디오 디제이 남자. 주변에는 알리지 않았지만 어느날 들통난다.


범죄가 제일 쉬웠어요

고시원에서 공부하던 중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발견하게 되고, 여자들을 몰래 도찰해 usb에 담는다. 공부보다 범죄가 더 쉬웠던 것일까? 어느날 그 usb에 자신을 찼던 여자의 모습을 보고 경악한다.


너의 조각들

​성폭행으로 살인당한 아이의 유해조각을 꿰매는 국과수 여자의 사연과 그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한 엄마가 결국엔 딸아이의 얼굴을 보러 찾아오지만 시신이 되어 돌아온 이야기.


문병

​병원에 입원해있는 뇌종양 말기의 죽음을 앞에 둔 아버지에게 외동딸이 문병을 온다. 그리고 그녀가 꺼낸 이야기는 놀랍다.  가족성폭력을 이야기하고 있는 사건이다.


말할 수 없는 안녕

​마포대교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단편 소설로 말하는 화자가 마포대교 자신이다. 담담하게 자신의 위에서 강으로 투신하는 사람들의 사연과 뻔뻔스러움을 고발한다.


이별박물관

 

이별 후에도 헤어진 상대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물품을 보관하는 일을 하게 된 한 남자 이야기.

 

총7편의 이야기들이 끝이 났다. 기자로 일하면, 이런 소설의 재료가 될 내용들이 풍부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너무도 아픈 이야기들이 많아서 읽으면서도 내내 가슴이 아렸던 것 같다. 특히나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이 <너의 조각들>이었다. 딸의 마지막 얼굴조차 보지 못한채, 아이 옆에 시신으로 찾아온 엄마.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씁쓸하고 애잔하고 가슴아팠던 7편의 단편들이다.



이 요상한 아침 풍경은 문득 청춘의 두 표정을 떠올리게 했다. 제 삶이 지독히 무겁거나 혹은 지극히 가볍거나. 저들은 아마도 전날 밤을 새워가며 술을 마셨고, 정신을 차려보니 아침이었을 게다. 진학하지 못했거나 취업하지 못해 제 삶이 버거웠을까. 그래서 부둥켜안고 밤새 술을 마시며 제 처지를 비관했을까. 그랬을 수 있다. 청춘의 삶은 자주 감당하기 힘든 묵직함이니까. 아마도 나처럼. 그렇다 해도 그들은 겨우 이십 대 초반일 것이다. 겁 없는 청춘이 아니고서야 밤부터 아침까지 술을 마시는 만용을 부리기란 힘들다. 그러니 저들의 삶은 또 얼마나 가뿐한 것인가. 서른이 코앞인 청년실업자는 문득 서러워졌다. (p.86)


기억이란 다만 한 사람의 기억 속에서만 온전한 것이 아닌가 싶어.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더라도 입 밖으로 뱉어지지 않은 기억은 다른 이에게 기억될 수 없는 것이지. 그러니 그런 기억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해도 좋을 거야. 너는 그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겠지만, 우리가 너의 기억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사람이 죽으면 기억도 죽는 걸까.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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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폭격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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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에 어느정도 속은 것 같은 느낌이다. 책의 제목과 초반까지 흐르는 분위기로 보아, 남자 주인공이 연인과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지녔던 추억들을 간직하고 지내다가 여자친구가 죽고 나서 맛집이 하나둘 미사일로 인해 폭격이 되는, 중요한건 맛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맛집탐방을 하면서 그 맛을 글로 음미하는 것이 주가 되는 책. 으로 말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하면, 주인공인 남자 민소가 맛집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할때, 상당히 디테일하고 감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주인공 민소가 특정 맛집의 음식을 설명할때는 정말 입속에 침이 고일 정도였다. 어떻게 그런 표현들을 쓸수가 있지? 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가 글로 설명한 음식들이 고대로 상상되어 나의 미각을 자극했다. 참고로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배가 몹시도 고파올 테니까.


서울은 적국인 나라의 미사일 폭격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어느 날에는 몇개가 떨어지는 날이 있었고, 많이 떨어지는 날은 스무개 정도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그 피해 정도가 적은 걸 보면, 대단한 규모의 미사일은 아닌것 같다. 처음 미사일 공격이 시작되었을때,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지만, 그것이 계속되고, 몇달이 지나자 사람들은 그냥 전쟁을 안고 살았다. 적이 무엇을 파괴한다는 목적도 없이 미사일은 중구난방으로 떨어지는 하루하루가 계속된다. 그 피복현장을 조사하는 사람으로 에스컬레이션 위원회가 있는데, 그곳에서 주인공 민소와 후배 윤희나가 일한다.

미사일이 떨어지는 지점을 조사하면서 민소는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한다. 폭격으로 파괴된 네 곳의 식당이 자신이 아는 곳이라는 것이다. 수십개의 미사일 중에서 단 네군데의 맛집을 안다는 것으로 그것이 그 어떤 단서가 될 수 있을까? 라고 윤희나는 말하지만, 민소는 그냥 지나치기엔 그곳에는 너무 많은 추억들이 있었다.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그녀. 송민아리가 보내온 추억들이 가득한 곳이었으니까. 실종된 그녀는 적국으로 건너가 민소가 알아챌 수 있게 미사일을 맛집으로 잡아 폭격한 것이다. 그녀는 왜? 어떤 것을 그에게 알리기 위해 이런 메세지를 그에게 남기는 것일까. 민소와 윤희나는 접근해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설은 조금 싱거웠다. 오히려, 맛집에 대한 민소의 기억들만이 책을 덮고 난 후에 진하게 다가왔다. 아니면, 이것이 작가가 의도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미사일이 민소가 알고 있는 맛집을 폭격하면서 되려 민소의 맛집에 대한 그 표현들을 되살리려고 한것. 그것이 아니었을까? 조금은 속은 것 같은 느낌으로, 또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던 책이었다.

 



네, 그리고 오렌지 과즙이 표면에 흐르는 느낌이에요. 촉촉하게 코팅된 느낌? 식감이 그래요. 인상파 화가들이 색깔 쓰는 것처럼, 이미 알고 있는 음식의 촉감을 입으로 경험하기 전에 표면에 신선하고 행복한 뭔가가 코팅돼 있는 걸 먼저 느끼는 거예요. 그것도 한곳에 고여 있는 게 아니라 흐르는 과즙을 잡아낸 느낌으로. 오렌지에서 터져 나오는 과즙도 맛있지만, 인상적인 쪽은 그 첫 접촉 때의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표면에 깃들어 있던 긍정적이고 좋은 느낌들이 소화기관을 통하지 않고 바로 몸으로 퍼져나간달까. (p.61)


그는 그 식당에서 맨 처음 짬뽕을 먹은 날이 떠올렸다. 갑자기 튀어 오른 기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했다. 물론 기억이란 그런 식으로 조작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웬지 더 절절해지는 것. 그게 기억이었다. 사람이나 음식이나 다 그랬다. 그러나 그 생생한 기억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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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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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나의 어머니께서 8살이셨던 1959년에 출간된 책으로 고교시절때 한번 읽어보고, 두번째로 다시금 읽어보는 책이다. 출간된 이후 영화와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으며 700만부 넘게 팔린 책이라고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가장 많이 읽는다는 청소년 필독서로 손꼽혔다고 하니, 새삼 이 책의 명성이 그정도였구나. 감탄을 자아낸다. 두고두고 옆에 두고 몇번이라도 자꾸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라니 청소년들에게도 권하고 성인들도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사실, 한번 읽고 두번 읽기 시작했을때,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떠올랐지만(책의 표지가 한몫했는지도 모르겠다) 세세한 부분까지는 기억에 없었다. 주인공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으니까. 이런 이유에서 여러권의 책을 읽는것보다 어쩌면 한 권의 책을 몇번이라도 읽어보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나도 다섯번 정도는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은 미국의 뉴잉글랜드로, 2차대전이 한창인 분위기였다. 명문 사립 기숙학교 데본에서 상급생들은 곧 전쟁에라도 참여하기 위해 훈련 중이었지만 한 학년 아래인 16살 소년들은 조용하기 그지없는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앞날은 불투명했으며,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피니어스라는 당차고 운동잘하는 소년과 그의 단짝진 포레스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프도록 시린 여름.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그들만의 시간을 보냈던 소년들의 이야기가 말이다.

 

운동에 그토록 특출난 재능을 가졌던 피니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서졌을때의 그 상심은 얼마나 컸을지, 피니의 사고가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했던 단짝 친구 진은 데본에서 피니가 없는 그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웠을지 마음이 아파왔다. 자신 때문이라고 고백했던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의 세계보다 훨씬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들 중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는데도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 같다고 자책하기도 하고, 자신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주인공 진 포레스터는 피니와 함께했던 데번에서의 그 시간이 지나고 15년 후 데번을 다시 찾아가 그때의 일들을 회상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상처가 큰 일들을 진은 어떻게 버텨내고 다시 그곳에 왔던 것인지.. 전쟁의 중간에서 16살 소년들의 생활은 관심을 멀리하고 보면 마냥 평온해 보였을 테지만 그들만의 시간안에서는 어쩌면 전쟁이 아니었을까. 우리 각자의 청소년 시절에도 아픈 기억들과 상처들을 누구나 하나씩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 기억들은 잊혀질수 없는 것들이며, 평생 간직하고 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숲, 데번 학교 소유림은 내 공상 속에서 거대한 북미 삼림의 시발점이었다. 나무들은 데번 숲에서 북쪽으로 끊임없는 긴 통로처럼 이어져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저 먼 끝까지, 어쩌면 캐나다 북 단의 어느 오지까지 닿아 있으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놀이터는 마지막 남은 거대한 원시림의 문명화된 변두리인 셈이었다. 정말로 그런지 알아볼 기회는 없었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p.31)

 

지금까지 나는 무슨 일이 있든지 간에 매일매일 그것이 새로운 삶인 것처럼, 모든 과거의 실패와 문제는 지워지고 미래의 가능성과 기쁨만이 눈앞에 열려 있어 다시 밤이 오기 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눈 내리는 겨울과 피니어스의 목발을 앞에 둔 나는 앞으로 매일 아침 전날 밤의 문제가 그대로 반복되리라는 걸, 잠은 잠시의 유보일 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ㅏ는 걸, 여명과 새벽 사이 내가 새롭게 태어나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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