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지음, 양영란 옮김 / 청미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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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출근시간 지하철안에서 책을 읽어주는, 아니 읽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길랭 비뇰. 우리 나라 글이 아니기에 그의 이름이 가지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을 정말 부끄러워 하며 현재까지 살아오고 있다. 그의 이름을 우리 나라 말로 번역하면, 심술쟁이 꼭두각시. 이런 이름을 가지고 학교 생활, 사회 생활을 한다고 생각해봐라. 얼마나 놀림을 받았을런지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남음이다. 그가 매일 지하철에서 출근시간에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길랭씨는 책 파쇄기를 다루는 공장에서 일하는 기사이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에 공장에서의 근무는 힘겹다. 남편들이 매일 힘들다 힘들다, 스트레스가 심하다. 읇조리는 것처럼 그도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 버려지는 책들은 다시 새로운 책으로 재 생산되는데, 그 버려지는 책들 사이에서 살아난 몇 쪽들을 퇴근길에 가지고 갔다가 다음날 출근길에 그 몇장을 지하철에서 읽는 것이다. 같은 한 권의 책이 아닌 어느 책인지 모를 제목의 각기 다른 장수의 글들을 읽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지하철안에서 usb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안에는 많은 글들이 적혀 있었고, 그것은 쇼핑몰 화장실에서 청소하는 28살 소녀의 글이었다. 길랭은 그녀의 글을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읽게 되면서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고, 결국에는 그녀를 찾아나서게 되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진다.

 

이 책에는 길랭의 이야기뿐이 아니라, 재미있는 많은 인물이 존재한다. 길랭과 함께 일하다가 두 다리를 잃은 주세페씨. 그는 자신의 다리와 함께 분쇄된 책들을 수집하는 일에 온 인생을 걸고 시간을 보내며, 공장의 경비원 이봉씨는 오직 책 읽는 것을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길랭에게 주말에 요양원에서도 제발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한 두 할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쇼핑몰 화장실에서 청소를 하는 소녀 쥘리의 이야기. 각자의 재미나고 독특한 이야기가 길랭씨의 이야기와 더불어 읽는 내내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부분은 이것이었다. 길랭씨의 출근 지하철 안. 그 지하철의 길랭씨의 책을 읽는 것을 듣는 사람들은 다른 지하철 안의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 길랭씨가 읽어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미소를 띠기도 하고 생각에 잠겨 있기도 하며, 표정이 생기가 있다. 다른 지하철 구역의 멍한 표정의 사람들이나 잠을 자는 사람들,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는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문을 열려면 아직 한 시간이 남았다. 그 한 시간은 내 시간이다. 손님들이 올 때까지 캠핑용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 전날 써놓은 글을 다시 읽거나 컴퓨터에 입력하면서 보내는 나만의 시간. 나는 그 글들이 하룻밤을 지나면서 한껏 부풀어올라 아침이면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빵 반죽처럼 밤새 숙성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 글들을 컴퓨터로 옮기는 지금 이 순간,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내 귀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린다. (p.130)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른다. 공장도, 그를 괴롭히는 상사의 끔찍한 집무실도. 뭔가 있어 보이도록 꾸며대느라 고약한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버리고, 오직 어머니를 위한다는 마음에서 거짓 삶을 지어낸 지난 몇 년간의 사기극. 오줌 맛이 나는 차와 맛없는 시리얼이 아닌 다른 것들을 먹고 마시는 길랭, 수 톤의 책들을 펄프로 만드느라 하루 온종일 일하는 길랭이 아닌 다른 길랭의 거짓된 삶. 사기극 속의 길랭 비뇰은 고작 금붕어하고만 자신의 삶을 나누는 짓은 하지 않는다. (p.148)

 

죽음이란 원래 저런 거야. 길랭은 생각했다. 죽음은 때때로 짧은 창으로 슬쩍 찔러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서서 다른 볼일을 보러 가기도 하지. 그러나 그 빌어먹을 놈은 한번 시작한 일은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끝장을 보고 만다는 것을 그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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