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여신 - 상
서희우 지음 / 단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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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랜만에 로맨스소설을 진정으로 한 권 만났다 싶은 책이었다. 두 권을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읽었으니 말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한국신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책이었다. 조금 유치한 책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초반에서부터 재미가 있기 시작하더니 끝날때까지 그 끈을 놓치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신화를 이렇게 재미있고 호기심이 생길정도로 엮어 놓다니, 새삼 이 책의 작가가 궁금해 지는 순간이었다.


온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여자와 그녀를 둘러싼 한국신화의 이야기가 설레였다. 고고미술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현온이라는 여자는 고고학 관련해서 일본에서 세달정도 머무르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오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만난 옆자리의 남자와 운명적 만남을 하게 된다. 검은 눈동자를 가진 그 남자의 이름은 성준. 아버지의 존재를 모른채 엄마와 살아가던 그녀는 어느날 자신의 집앞에 찾아온 미소년 현백과 함께 그녀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된다.


온의 엄마는 바람의 신으로 자신을 갖으면서 신의 몸을 포기하고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여신들의 만남을 갖게 된 그녀는 꽃상이라는 신들의 물건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사실, 줄거리만 보면 좀 유치해 보인다. 그런데 읽으면 빠져들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잘생긴 성준과 현백이라는 두 인물의 매력이 온을 중심으로 한국신화를 바탕으로 너무 잘 어우러졌다는 감상이다.


우리 한국의 신화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세계 신화에 더 빠져있는 우리들에게 한국신화는 뭐랄까. 밝혀지지 않는 거짓과 망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것은 단순히 옛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를 이어져 내려온 구전일 뿐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이 책을 통해 나의 생각은 달라졌다. 세계 신화보다 더 많은 이야기거리가 담겨져 있고, 신비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국신화와 러브스토리가 담긴 이야기. 한국신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읽으도 좋겠지만, 그동안 나를 포함하여 무관심했던 분들도 읽으면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추천해드리고 싶다. 




고백이라는 것이 그렇다.

검은 비닐봉지를 커터칼로 찢어발기듯 고백은 막무가내로 진실을 뿜어낸다. 감춰진 이야기는 일단 풀리기만 하면 멈출 수 없다. 바닥에 고인 한 방울까지 밖으로 나오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는 것이 고백이다. 비밀을 토로하는 엄마의 옅은 목소리는 그렇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게 계속 이어졌다. (p.112)


명동이며 강남역이며 복잡한 거리를 오가는 그 수많은 사람들... 지금 그런 사람들이 사는 현실을 말하고 있는 거라면 그만둬요. 그들 중 진짜 현실, 진짜 세계를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어요. 그들은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니까요. 아무도 내면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요. 자기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그들 중 누구도 관심 없어요. 피워 보지도 못한 내면의 존재를 남긴 채, 밖과 안의 모두가 허무하게 죽어 버리는 게, 그게 인간이에요.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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