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폭격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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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에 어느정도 속은 것 같은 느낌이다. 책의 제목과 초반까지 흐르는 분위기로 보아, 남자 주인공이 연인과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지녔던 추억들을 간직하고 지내다가 여자친구가 죽고 나서 맛집이 하나둘 미사일로 인해 폭격이 되는, 중요한건 맛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맛집탐방을 하면서 그 맛을 글로 음미하는 것이 주가 되는 책. 으로 말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하면, 주인공인 남자 민소가 맛집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할때, 상당히 디테일하고 감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주인공 민소가 특정 맛집의 음식을 설명할때는 정말 입속에 침이 고일 정도였다. 어떻게 그런 표현들을 쓸수가 있지? 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가 글로 설명한 음식들이 고대로 상상되어 나의 미각을 자극했다. 참고로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배가 몹시도 고파올 테니까.


서울은 적국인 나라의 미사일 폭격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어느 날에는 몇개가 떨어지는 날이 있었고, 많이 떨어지는 날은 스무개 정도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그 피해 정도가 적은 걸 보면, 대단한 규모의 미사일은 아닌것 같다. 처음 미사일 공격이 시작되었을때,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지만, 그것이 계속되고, 몇달이 지나자 사람들은 그냥 전쟁을 안고 살았다. 적이 무엇을 파괴한다는 목적도 없이 미사일은 중구난방으로 떨어지는 하루하루가 계속된다. 그 피복현장을 조사하는 사람으로 에스컬레이션 위원회가 있는데, 그곳에서 주인공 민소와 후배 윤희나가 일한다.

미사일이 떨어지는 지점을 조사하면서 민소는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한다. 폭격으로 파괴된 네 곳의 식당이 자신이 아는 곳이라는 것이다. 수십개의 미사일 중에서 단 네군데의 맛집을 안다는 것으로 그것이 그 어떤 단서가 될 수 있을까? 라고 윤희나는 말하지만, 민소는 그냥 지나치기엔 그곳에는 너무 많은 추억들이 있었다.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그녀. 송민아리가 보내온 추억들이 가득한 곳이었으니까. 실종된 그녀는 적국으로 건너가 민소가 알아챌 수 있게 미사일을 맛집으로 잡아 폭격한 것이다. 그녀는 왜? 어떤 것을 그에게 알리기 위해 이런 메세지를 그에게 남기는 것일까. 민소와 윤희나는 접근해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설은 조금 싱거웠다. 오히려, 맛집에 대한 민소의 기억들만이 책을 덮고 난 후에 진하게 다가왔다. 아니면, 이것이 작가가 의도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미사일이 민소가 알고 있는 맛집을 폭격하면서 되려 민소의 맛집에 대한 그 표현들을 되살리려고 한것. 그것이 아니었을까? 조금은 속은 것 같은 느낌으로, 또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던 책이었다.

 



네, 그리고 오렌지 과즙이 표면에 흐르는 느낌이에요. 촉촉하게 코팅된 느낌? 식감이 그래요. 인상파 화가들이 색깔 쓰는 것처럼, 이미 알고 있는 음식의 촉감을 입으로 경험하기 전에 표면에 신선하고 행복한 뭔가가 코팅돼 있는 걸 먼저 느끼는 거예요. 그것도 한곳에 고여 있는 게 아니라 흐르는 과즙을 잡아낸 느낌으로. 오렌지에서 터져 나오는 과즙도 맛있지만, 인상적인 쪽은 그 첫 접촉 때의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표면에 깃들어 있던 긍정적이고 좋은 느낌들이 소화기관을 통하지 않고 바로 몸으로 퍼져나간달까. (p.61)


그는 그 식당에서 맨 처음 짬뽕을 먹은 날이 떠올렸다. 갑자기 튀어 오른 기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했다. 물론 기억이란 그런 식으로 조작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웬지 더 절절해지는 것. 그게 기억이었다. 사람이나 음식이나 다 그랬다. 그러나 그 생생한 기억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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