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임영태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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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고 있는 GS25 편의점(제가 굳이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제가 쓴 글이나 사진을 보셨더라면 아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발명가를 꿈꾸는 60대 남편과 경쟁사 CU편의점에서 근무하는 2살 연하의 아내가 등장하는 임영태작가님이 7년만에 내놓으신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을 아주 재밌게 읽었답니다.
원작은 보지 않았지만 2003년에 개봉했던 배우 장현성, 방은진님이 출연하신 「비디오를 보는 남자」를 도서관에서 봤었고 2010년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대필작가가 등장하는 「아홉 번째 집 두번 째 대문」을 역시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는 데 이번에 나온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이 삼부작이라고 작가님이 칭하셨던 데 세 편 모두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초반에 에쎄프라임, 메비우스같은 이름이 바뀐 담배에서 부터 비교적 최근에 나온 레종 요고나 GS25에서만 파는 바싹불고기도시락이 언급되고 60대 남편이 편의점 야간 근무를 하는 모습들이 너무 와닿아서 공감하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비교적 집필 끝내신지 1년을 넘지 않았던 것 같은....)
화장실 열쇠를 가지고 돌아오지 않는 손님이나 화장실이 없다고 할 때 어디를 가냐고 물어보시는 손님들, 2+1행사가 끝나자마자 다른 2+1행사제품을 집어오시거나 현금 얼마 카드 얼마 복합결제를 요구하시는 분들, 동전으로만 가져오시는 분들도 있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손님이 없을 시간에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책을 읽으신다고 하는 데 저도 지금 손님이 없을 새벽에 저와 같은 GS25편의점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게 되니 뭔가 알 수 없이 벅차오르는 데요.
아무튼 7년만에 좋은 작품을 내주신 임영태작가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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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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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를 읽은 지 2달도 채 안되서 출간된 제 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권정현작가님의 「칼과 혀」를 읽었습니다.
(사실 제목이 「도마」와 「붉은 혀」그리고 「칼과 혀」로 후보가 3개 있었는 데 「칼과 혀」는 앞서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된 정범종작가님의 「칼과 학」이 떠올라서 「붉은 혀」로 밀었지만 많은 분들의 선택으로 「칼과 혀」가 되었네요.)
저는 혼불문학상 수상작품을 2015년 이광재작가님의 「나라 없는 나라」부터 작년에 출간된 박주영작가님의 「고요한 밤의 눈」을 읽으며 접했는 데 2011년 혼불문학상이 제정되고 처음으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고 해서 더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던 것 같아요.
1945년 만주에서 전쟁을 두려워하며 음식을 맛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 관동군 사령관이자 실존인물이기도 한 모리 (야마다 오토조), 그런 모리를 암살하기 위해 목숨을 걸며 요리하는 아버지의 도마를 이어받게 된 첸,영문도 모르게 위안부로 끌려왔다가 첸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되며 오빠의 망령이 시시각각 곁에서 떠나지 않는 길순.
이 세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칼과 혀」를 읽으며 첸이 도마 위에서 칼질하고 불을 달구며 요리하는 음식들을 음미하고 싶어졌어요.
그 것에 독이 있어 제 혀과 몸을 마비시켜버린다고 해도 말이죠.
다 읽고 나니 제목인「칼과 혀」와 표지가 아주 적절하다고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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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10-29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의 바탕도 멋진걸요?^^ 택배 박스같기도 한^^
 
당신의 신
김숨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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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11월에 읽으려고 했는 데 궁금해서 책을 받자 마자 읽게 된 김숨작가님의 신작 소설집 「당신의 신」.
보통 그동안 계간지에서 발표했던 작품들을 한꺼번에 묶어서 소설집을 내며 최소 6편에서 10편정도의 단편이 실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 데 사실 김숨작가님의 소설집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으며 계간지나 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의 목록만 봐도 한권의 소설집으로 묶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 데 올해 문학동네 계간지에서 발표되었으며 김유정문학상수상작품집에서도 실린 소설집 제목의 모티브가 되는 (이혼)과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읍산요금소), 그리고 미발표작이자 표지의 모티브가 된 (새의 장례식) 이렇게 세 편만 실려서 사실 의아했었습니다.
제가 이혼은 커녕 아직 결혼도 못했기에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혼에 관한 세 편의 소설, 아버지의 폭력을 감내하며 끝내 아버지의 죽음으로서 벗어나는 어머니(이혼)가 두 번씩이나 가출을 하고 경제력이 없어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하고 요금소 정산원일을 3년째 하고 있는 그녀(읍산요금소)나 윗집에 사는 학대당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를 보며 과거 남편의 폭력적인 면모를 떠오르며 심리불안정상태인 전 부인과 9년전에 진작에 끝냈으나 오늘 우연찮게 전 부인과 재혼한 남자를 만나게 된 남자(새의 장례식)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혼‘을 하지 않은, 말소가 된지 20년이 넘었지만 이혼절차를 밟지 않은, 아니 밟지 못하고 있는, (이혼)의 어머니처럼 가출을 시도하고 돌아오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이미 내 머리 속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당신‘이 불현듯 떠오르게 되네요.
지금 이 순간, (읍산요금소)의 그녀처럼 (이혼)의 영미선배처럼 살고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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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경우
조영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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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셨고 첫 소설집 「명왕성이 자일리톨에게」와 세번째 장편소설 「헌팅」을 내셨다는 것만 알고 있었고 실제로 읽어보지는 않았는 데 이번에 조영아작가님이 신작이자 두번째 소설집인 「그녀의 경우」를 내셔서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헌팅」을 도서관에서 빌렸으나 읽지 않고 반납해서 사실 이번에 나온「그녀의 경우」가 제가 읽어보는 조영아작가님의 첫 작품이네요.)
앞서 알라딘에 나와있는 책 소개를 잠깐 읽었는 데 「그녀의 경우」에 실린 7편의 단편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거나 누군가에 부고를 듣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데 지독하게 서비스센터 상담원을 괴롭히는 고시원에 사는 남자나 상담원의 아버지(사라진 혀), 하루종일 누워만 있어야 하는 자식과 한 쪽 손을 움직이지 못하는 엄마 그리고 만화가가 꿈인 동생이 전기가 끊기고 방세가 계속 밀리자 결국 극단적인 선택(궁극의 리스트)을 하고 또 자살을 두 번 시도 했으나 실패한 대학동창이 마침내 세 번째 시도에 성공하여 부고가 전해지고(폭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가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임신한 아이를 낳기 전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는(북쪽 방의 침묵) 등 스스로 죽음을 택하거나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딸이 죽고 혼자 살아남아 개들과 같이 사는 여자(그녀의 경우),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당시에 있었으며 그 것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으나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고 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소설가(만년필), 그리고 빨래를 널러 나가다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한 할머니와 천장에 노랗게 붙어있는 전 노무현대통령님의 서거소식이 담긴 신문(겨울을 지키는 왕)까지 세상을 떠들썩한 사건 사고를 겪게 되거나 그 것에 연류되어 있으며 또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 죽음과 가까이에 있는 7편의 단편이 담긴 「그녀의 경우」를 읽으며 우리도 그 게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는 몰라도 죽음이 아주 멀리 있거나 전혀 연관이 없지는 않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닿게 됩니다.
어쩌면 수많은 ‘그녀나 그의 경우‘가 미래의 ‘나의 경우‘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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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눈빛
박솔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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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여 2010년에 첫 책이자 첫 장편소설인 「을」로 인상적인 데뷔를 하신 박솔뫼작가님.
2013년에 「백 행을 쓰고 싶다」로 두번째 장편소설을 내셨고 2014년에는 첫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2014년 말에는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 5번째이자 세번째 장편소설 「도시의 시간」, 2016년에는 네번째 장편소설이자 시원한 표지가 인상적인 「머리부터 천천히」를 출간하셨고 「머리부터 천천히」를 읽고 리뷰를 남겼을 때 ‘머리부터→천-천-히→♪`로 리듬을 만들어 노래를 부르듯 불렀었다는 글도 썼네요. 마치 개가 짖어대듯이 ‘을! 을! 을!‘이라고 부르짖었다는 것도 누구도 없는 허공에 ‘그럼 무얼 부르지↑♪‘ , ‘그럼 무얼 부르지↑♪‘라고 물어보듯 불렀다는 것도.
이번에 나온 두 번째 소설집인 「겨울의 눈빛」도 노래부르듯 리듬을 가미하여 부르짓고 있어요.
‘겨울의 - 눈↑빛↑♬‘ , ‘겨울의 - 눈↑빛↑♬‘
‘겨울의 - 눈↑빛↑♬‘ , ‘겨울의 - 눈↑빛↑♬‘
총 9편이 실린 이 소설집에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부산이 등장하는 단편이 있는 데 부산에 살고 있지만서도 부산역에서 부산타워가 보이는 지 안 보이는 지 (어두운 밤을 향해 흔들흔들) 부산에서 원전 사고로 인해 해운대가 죽음의 지역이 되어 매번 인파로 몰리며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신세계백화점이 있는 (우리는 매일 오후에) 해운대가 텅텅 비어있게 될 것(겨울의 눈빛)이라는 것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고 부산에서 나고 자랐고 부산에 살기 때문에 부산에서 가게 되거나 부산에 가기 전에 꼭 출판사가 아니더라도 어느 곳에서 제게 내용증명을 보내지는(부산에 가면 만나게 될 거야) 않을 것이 분명하고 5년동안 부산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2주일정도 부산에서 머무르며 부산으로 돌아간다라고 여겨지는 원어민교사(수영장)을 부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또 연극을 본 적은 없지만 만약 제가 첫 관람하게 될 연극무대의 오른편, 상수에서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정창희에게)과 그들의 등장과 동시에 조명과 음악을 적절하게 등장시키며 집에서 하는 것을 극장에서도 하게 될 남과 여(너무의 극장)를 볼 수도 있겠지만 보더라도 그들의 관계를 눈치채지는 못할 것 같아요.
한 때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 틈만 나면 글을 쓰지만 늘 중간에 흐지부지되고 실증을 느끼게 되고,
만약 제가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글을 완성해 출판사에서 책이 나와 그 책으로 어느 기관에서 주는 상이나 문화기금을 받아 그 기금을 주사위로 던져서 하는 게임을 도박하듯이 걸어 이기는 이에게 다 주게 되거나(주사위 주사위 주사위) 혹은 제 책이 나와 대담을 하고 낭독을 하다 책을 접거나 찢어버리고 불을 태워 망가뜨리는 것(폐서회의 친구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구체적인 것이 궁금하여 지켜보게 되는 것까지는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생각해보려고 하니 너무 멀리 간 것 같아 그냥 지금 이 리뷰를 쓰는 것만 생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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