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 700년 역사에서 찾은 7가지 혁신 키워드
스티븐 존슨 지음, 서영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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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을 아는 자에게 탁월함을 묻다.

"나는 혁신의 참된 의미를 깨달았다." 일찍이 그는 자신의 대서사시를 위해서 제 몸을 낡은 짚신처럼 다루었다. 가는 족족, 묻는 족족- 돌아오는 건, 제 짚신보다 못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어떤 연속 선상에서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길을 걷거나 글을 쓰거나 혹 말을 하거나 몸을 움직일 때, 우리가 추구하는 어떤 지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1권 7장 1098a 13-17』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적절한 기능을 어떤 종류의 삶으로 규정하고, 이런 삶을 다시 이성을 동반하는 영혼의 활동과 행위로 규정한다면, 훌륭한 사람이 각각의 기능을 자신의 고유한 탁월성에 따라 제대로 잘 수행한다면-" 여기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깨닫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일각(一角)을 파고드는 정신력을 키운다면

인간 세계에 창조적 혁신을 일으킨 사람들이 말하다. "집합적으로 몰입하라."(p.76) 이 책은 700년간 200개의 탁월한 혁신을 연구 ·분석하여 7가지 패턴을 찾아냈다. 번득이는 재기의 촉발, 저자는 초반에 다윈의 역설을 소개하면서 탁월한 아이디어에 대하여 설명하기 시작한다. 나는 이 책의 초점을 '느린 영감(靈感)의 진화'라 생각해냈다. 저자는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의 총체적 특성'을 총 7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첫째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라', 둘째 '자유로운 공간에서 넘치는 정보를 공유하라', 셋째 '천천히 진화하여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넷째 '예감 속에 있는 연관성을 찾아내라', 다섯째 '잡음과 오염을 탐구하라', 여섯째 '문 뒤에 숨은 가능성을 상상하라', 일곱째 '생산적으로 충돌하고 다시 결합하라'

 

찰떡궁합은 극과 극에서 출발한다.

책은 어떤 공간 속에서 창조물을 만들고자 한다면, '전체적 맥락'과 '일련의 속성과 패턴'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몇몇 사례를 책에 제시하고 있다. 허나, 때로는 인간의 직관과 지식을 뛰어넘는 어떤 초탈적인 기운으로 인해 창조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물론 저자는 인간의 사고가 능동적으로 이루어질 때, 구체적 진실과 대면하여 새로운 특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 언급된 '신생아 인큐베이터'는 19세기 파리산과병원의 의사 에티엔 스테판 타르니에가 동물원에서 갓 태어난 병아리에게 하는 것처럼 해주면 미숙아의 사망률을 줄일 수 있음을 인지하여 시도한 것이었다. 그후 수십 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지금의 '인큐베이터'가 완성되었다. 이처럼 저자가 다룬 모든 사례는 아닐지라도 몇몇 사례는 단순함에 기초한 '인간의 탁월성'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사고, 꾸준히 나아가되 가끔씩 전환이 필요하다.

그들은 창조적 발상의 대가가 아니었다. 그들은 초인적 힘에 의한 것도 아니요, 오직 직관을 믿고 다각적 사고를 시도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 그리고 "응용하여 시도하기를 멈추지 마라."고 한다. 휴대용 시계, 진공 청소기, 효소, 전구, 유아용 인큐베이터, 오토바이, 영화 촬영기, 세포분열, 미토콘드리아, 인공 심박조율기, 이중나선 구조, 경구피임약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는 말 그대로 '탁월함'으로 탄생한 놀라운 발명품을 소개하고, 그 탄생 과정에 필요한 인간의 사고에 대하여 말한다. 저자 스티븐 존슨, 그가 보여준 창조적 혁신의 세계! 놀랍고 또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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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최고의 수업 -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제작팀 엮음 / 북하우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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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싹트는 곳에 진정한 배움이 찾아오다.

체벌이 금지되지 않았던 학창시절, 학생들로 하여금 반항심과 복종을 느끼게끔 자극하는 야구 방망이가 하나 있었다. 학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어김없이 교무실로 불려 갔으며, 멍이 생겨도 보이지 않는 곳을 야구 방망이가 마구 두들겨 팼다. 절뚝거리면서 교실로 돌아가는 학생의 뒷모습, 나는 아직도 그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지레 겁을 먹고 복종하는 학생의 모습, 또는 오히려 반항심이 생겨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 그들이 학교를 그만 다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믿는, 믿을 수밖에 없는 사람은 선생님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철석같이 믿고 따르는 사람은 바로 담임 선생님이다. 매 학년마다 학생의 학업을 위해서 밤낮으로 연구하고 학습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 바로 선생님이다. 선생님에게 주어진 365일, 그 나날 속에서 선생님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학생들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EBS는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조심스럽게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이 아닌 선생님의 변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다. 학생과의 소통이 단절된 선생님들이 바로 주인공이었다.

 

「잘못된 관계는 배움 안에 두려움을 키운다. 우리는 어른이 가르치는 틀 속에서 아이를 평가한다. 의도했던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배움에서 좌절하고, 깊은 상처를 간직한다. 그 상처가 바로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경험한 아이는 배움의 즐거움 또한 사라진다. 가르치기에 급급하면 그때부터는 아이들의 상처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아이들을 보듬어주지 못한다.」p.31

 

대한민국 교육계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바로 소통의 길이다.

이 책은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를 진행하면서 만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책을 읽으면 누가, 무엇이, 왜 어긋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된다. 수업에 대한 지나친 열정으로 인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보듬어줄 수 없었던 선생님, 아이들의 흥미와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낮춘 선생님,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관계 설정과 유지에 심리적 부담감을 느꼈던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애써 포장하지 않고 기꺼이 변화하기 위해 손을 내민 선생님들이 등장한다.

 

가르치는 것, 배우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야.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용기있게 손을 내민 선생님들을 향해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학창시절, 선생님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었던 나, '선생님이 나를 싫어할까?', '우리 담임 선생님은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선생님이란 존재는 언제나 권위적인 것이었고, 사적인 감정은 드러내지 않았다. 어쩌다 우스갯소리를 하시는 선생님을 보면 '저 선생님은 재미있는 분이시네.'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내 아이를 위한 최고의 수업》에서는 학생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 넘쳐 흐르는 아름다운 선생님들이 등장한다. 권위적인 모습을 벗어던진 선생님들의 모습!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졌으며,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선생님을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과의 관계가 어색한 친구들!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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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행복
아사히나 아스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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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생물학적 차이, 그 한 치의 차이가 모든 면에서 동등한 인간을 애써 차별화하여 남자와 여자라는 두 존재를 만들어냈다. 주어진 삶을 살아내기에도 벅찬 두 존재는 '남성적' 그리고 '여성적'인 틀에 종속되어 '-적'인 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여자의 행복》에는 네 명의 여자가 나온다. 자궁기형이라는 불치병으로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나키코, 낯선 타지에서 홀로 두 살짜리 딸을 키우면서 블로그를 운영하여 삶의 돌파구를 찾는 쓰키코, 열정으로 가득 찬 서른여섯의 골드미스 세이코, 끝으로 세 여자의 엄마인 사키코, 그녀는 40년 세월을 남편과 가족을 위해 살아온, 그러나 이제는 자기 자신을 찾고 싶은 여자이다.

 

「딸에겐 결국 결혼이나 출산과 같은 보수적인 행복을 요구하게 된다. 그런데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는 "우린 여태까지 남편과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슬슬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고 그녀들은 말한다.」p.174

 

여자, 어느 별에서 왔을까.

《여자의 행복》에서는 '여자의 삶'을 네 명의 여자를 통해 재조명한다. 사랑을 벗어날 수 없는 여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아기를 낳아 새로운 가족이 형성되면, 오직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여자, 엄마이기 전에 '나'란 존재를 잃어버리기 놓칠세라- 아등바등 악착같이 살아내려는, 살아가는 여자…… 시대가 변하여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역할이 커지면서 결혼을 안 하려는,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여자들이 많아졌다. 혼자 살아감에 큰 어려움을 못 느끼며, 자유를 누리면서 개성적인 삶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자로 태어난 존재가 그렇게 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여자이기 전에, 하나의 존재라는 것.

이 책을 읽고 나서 '여자는 누구이며, 여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결혼함과 동시에 여자는 '아내'와 '엄마'라는 역할에 놓인다. 그리고 아기를 키우면서 자기 자신을 잠시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도 맞이한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기에 자연 현상처럼 받아들이는 여자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여자는 생각한다. '정녕 나의 삶은 여기서 끝인가.' 40년 세월을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살아온 사키코, 40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소중함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여자의 삶, 즉 결혼에 대한 네 명의 여자가 가진 가치관에 대한 에피소드이기도 하며, 여자가 찾아야 할 행복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당신은 여자인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여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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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송진구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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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굴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없어 보이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가진 것이 없음에도 빚을 내어 외모와 재력을 꾸역꾸역 채우고 가꾸기에 급급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사람이 갖출 것 다 갖추고,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삶'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허영의 눈으로 헛것을 보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남들이 사는 방식을 고스란히 제 삶에 끌어왔다. 그리고 그 방식을 애써 습득하여 모방하기에 이르렀다. 스스로 무엇이 하고 싶으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하여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남들이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관해서만 두 눈과 두 귀를 활짝, 쫑긋거리며 살피고 있을 뿐이었는데……

 

"당신은 절박한가? 얼마나 절박한가?"

앞서 얘기한 '허영의 눈'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는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이 아니라, 필자가 지어낸 것이다.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를 읽고 나니, '청춘은 얼마나 절박한가?'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의 저자는 MBC <희망특강 파랑새>, <기분 좋은 날>, KBS <아침마당>, EBS <부모> 등에 출연하여 우리의 희망, 삶, 꿈, 도전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우리에게 물었다. "당신의 희망 속에 절망이 있습니까?" 혹, "당신은 희망과 절망이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차마 포기할 수 없었던 하나의 꿈을 가진 당신에게 추천하는 책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우리는 생각한다. '진도가 나가지 않아.', '아무런 성과가 없어.', '항상 변한 게 없이 그대로야.', '나만 제자리걸음이네.' 그리고 이렇게 다짐한다. "관두자. 내가 꼭 이것만 하라는 법이 어딨어?" 나는 묻고 싶다. "그 일, 꿈,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습니까? 당신은 그 모든 것을 위해 절박하게 매달린 적이 있었습니까?" 연이은 실패에 좌절감을 느끼어- 꿈을 포기하고 심지어 삶을 놓아버리는 사람이 있다.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절박히 이루어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 나는 그렇게 묻고 싶다.

 

「삶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입니다. 세월의 등에 업혀 아침이 되면 일어나고, 밤이 되면 잠자리에 들며 그럭저럭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꿈을 가슴에 품고 희망을 향해 한발 한발 발걸음을 옮기는 것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p.7 프롤로그 중에서)

 

결핍에 시달리는 인간이 장수하여 큰 뜻을 이룬다.

나는 '결핍(缺乏)'이라는 단어를 내 삶에 끌어왔다.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음에, 나는 저절로 절박해질 수밖에 없다. 기력이 소진되어 축 늘어진 시래기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가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시공간의 절묘한 조화, 결합이 나의 성공을 촉진한다.'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기막힌 반전, 조화, 충돌이 발생해야- 내 삶이 정신을 번쩍 차리어 열심히 움직이지 않을까! 나는 예전부터 글쓰기와 독서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허나, 가끔씩 좌절을 경험하여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불시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나는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 어찌 여기까지 왔는데, 감히 포기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누구나 인생의 쓴맛에 충격을 받아 쓰러지기 일쑤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시 일어나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나와 당신의 가슴은 어떤 갈망으로 인해 활활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본다. 끝으로 책은 이렇게 말한다.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인간은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실행하지 않는 희망은 가장 지능적인 자기기만입니다."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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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 - 이제하 판타스틱 미니픽션집
이제하 지음 / 달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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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야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그릴 것인가?

나는 생각해본다. 관찰의 대상이 주어졌을 때, 나는 무엇을 먼저 찾으며- 또 무엇을 이용해서 그것을 해석하려 하는가. 나는 의미 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찾을 것이며, 그것이 어떤 가치로서 나에게 이로울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것이다. 혹, 그 대상을 중심으로 글을 써야 한다면…… 아마도 이렇게 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바로 이제하의 인간들처럼.

 

고뇌하는 인간이여, 지금 이곳에 다 모이거라.

이제하의 <코>를 열 장 남짓 넘겼을 무렵이었다. 의미의 부조화로 가득한 글을 읽으면서, '나는 무엇을 발견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소시민의 삶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작가의 가치관이 엿보이기도 했던 <코>, 인간은 무엇에 열광, 분노, 갈등, 고뇌, 슬퍼하는지에 대한 적나라한 분석이 이루어진 서른아홉 개의 픽션이 모여있다. 작가는 초반에 『코』라는 단편을 시작으로 픽션의 장을 열었다.

 

"기를 쓰고 다른 데로 눈을 돌리려해도 보이는 건 고년의 코뿐이에요."

『코』는 '코'로 시작하여 '코'로 끝을 맺은 두 남녀가 등장한다. 그들은 서로의 '코'에 반하여 사랑을 시작했으나, 결국 '코'로 인해 이별을 택한다. "코 때문에 결혼했던 거예요."(p.8), "그 사람 칭찬할 만한 것이라곤 코밖에 없었다니까요."(p.10) 인간의 신체기관 중, 외부의 환경과 냄새에 민감히 반응하는 코를 풍자하여- 인간에의 희노애락을 암시하는 듯한 『코』, 나는 이 글을 시작으로 이제하의 <코>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에 대한 흥미진진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대가 돌고 돌아도- 언제나 그 자리는 변함이 없는 것인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 인간이요, 다시 돌아서면 떠오르는 것이 인간- 바로 그 실체인데…… 우리네 사는 이야기가 한 편의 모노드라마가 되어 내 앞에 펼쳐질 때, '아, 내가 저리 살았는가?', "그대는 어찌 그렇게 살고 있는가?'라는 허망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게 된다. <코>에 등장하는 서른아홉 개의 픽션이 나와 당신이 펼치는 모노드라마를 재연하고 있다. 풍자와 해학에 약한 인간의 감정을 미끼로 삼아, 돌리고 또 돌려서 말을 하고 있으면서도 결국, 나와 당신에게 책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개의 주검이 아니라 살아 있었을 때의 그 유다른 습성이다."(p.415『뻐꾹아씨, 뻐꾹귀신』중)

 

「지긋지긋하다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니라 일상적인 하루하루마저, 심심하면 고향을 뻔질나게 오가는 그런 패턴의 연장에 불과하다는 새삼스런 깨달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침에 침상에서 몸을 일으킬 때는 딴에는 열심히 살고 있다고, 앞으로 나가고 있다고, 그것만은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인 믿음처럼 눈을 뜨지만, 매양 다다르는 곳은 뒤안길 뿐이다.」(p.414『뻐꾹아씨, 뻐꾹귀신』중)

 

습성을 잃은 자에게 <코>를 말하다.

인간은 생각이 필요한 순간을 애써 피하려고 노력하는 동물이다. 무모함을 가장한 대범함으로 인생을 사는 인간의 모습, <코>를 읽으면서 잃어버린 나의 과거 그리고 현재를 발견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취향, 가치관으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는데…… 서른아홉 개로 이루어진 미니픽션 모음집 <코>, 잠시 현실을 떠나 우리가 사는 모습을 새롭게 구상하고 싶은 자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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