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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아이로 키우지 마라
권금상 지음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2년 11월
평점 :
지독지애(舐犢之愛), 어미 소가 송아지를 사랑하여 혀로 핣아 주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사람, 동물 할 것 없이 우주 만물을 포용하는 위대한 힘이다. 그렇다면 자식은 어떠한가? 혼정신성(昏定晨省), 저녁에 이부자리를 보고 아침에 자리를 돌아본다. 즉 자식이 아침저녁으로 부모의 안부를 물어 살피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사랑이 아닌 서로 마주하여 나누는 사랑이 바로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서로 간의 사랑이 싹트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에 일어나는, 겪어야 하는 기쁨과 슬픔의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하물며, 자녀교육에 좋다는 건 다 시도해보았나, 자녀와의 관계가 더욱 멀어진 부모는 또 얼마나 많았던가. 여기서 나는 한 가정의 교육 환경과 시스템을 관장하는 것은 누구인가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어쩌면 사회적 제도와 문화가 부모와 자식의 거리, 관계를 조절하고 있지 않을까.
한 세대의 성장과 다음 세대로의 대물림이 고정관념, 지식, 수준, 제도, 문화를 만들어냈으며, 그러한 현상은 큰 이변 없이 계속 이어진다. 시대가 변하면 그 시대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변하기 마련이다. 그들의 의식과 문화, 수준 등 시대와 함께 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옛것을 타파하여 퇴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외로운 아이로 키우지 마라》의 저자이며, KBS TV 유치원 하나 둘 셋 하나 언니로 더욱 유명한 권금상 박사는 이런 말을 했다.
"언론과 사회는 걸핏하면 자녀에 모든 것을 거는 부모들을 극성맞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거나, 아이들을 위험한 집단으로 규정하며 교화의 대상으로 몰아세웁니다. 이 모두 사회가 만든 희생양일 뿐입니다. 어린이들은 행복하게 자라야 할 권리가 있고, 부모들 모두가 행복하게 자녀를 키울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온전한 행복과 권리를 주지 못한 우리 어른들의 성찰과 반성을 갈구합니다. 또한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이 자라날 세상을 이렇게 위험한 상태로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어른들의 실천을 간곡히 요청합니다."(p.9 서문 중에서)
그는 이 책을 통해 '육아의 행복을 총체적인 불안으로 바뀌게 하는 그릇된 사회구조'를 비판한다. 언론과 사회 그리고 학교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려 하는지, 그리고 부모들은 어떤 위치, 입장에 놓여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특히, '범죄에 제물이 된 아이들'을 다루는 부분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르는 것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왕따, 학교폭력, 성범죄에 이르기까지 한 개인의 무차별 공격, 그 이면에는 사회·국가적 원인이 동반하고 있음을. 권금상 박사는 다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이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말한다.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가족으로부터 전수되던 생활 속에서의 지식전달은 모두 교육기관으로 옮겨졌다. 심지어 가족 간에 배워야 할 기초적인 모든 것까지 학교교육이 전담하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학교교육이 최고의 선택이란 믿음에서 출발하는 기능주의적인 입장에 모두가 맹신적으로 매달려왔다."(p.251)
《외로운 아이로 키우지 마라》는 부모와 아이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을 다루고 있음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무엇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근본 없는 교육의 씨앗을 퍼트리고 있다면, 그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누구나 배우고, 배워왔고, 앞으로 배워야 하는 처지가 된 사회, 시대의 변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하자. 연일 보도되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진정 우리 어른들이 깨달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부모는 미래를 돌보는 사람이라고 한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 미래이자 희망인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와 아이를 마땅히 지켜주어야 하는 사회의 역할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