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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박스 - 낯선 역사에서 발견한 좀 더 괜찮은 삶의 12가지 방식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강혜정 옮김 / 원더박스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책 제목과 목차의 관계와 의미를 유추하는 시간부터 마련해보았다. 저자는 과거가 되어버린 역사적 사건을 통해서 21세기의 인간이 습득해야 할 삶에 대한 자세와 방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저자)는 사랑, 가족, 공감, 일, 시간, 돈, 감각, 여행, 자연, 신념, 창조성, 죽음 방식이라는 12가지 주제에 주목했다. 그리고 각각의 주제로 인해 발생했던, 그 주제를 원인으로 해석할 필요, 할 수도 있는 사건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였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의 '호기심의 방'과 유사한 '원더박스(wonder-box)'에 이 모든 주제와 내용을 담았다. 이 용어는 독일인에게 '분더캄머'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 공간에는 여기저기서 수집한 매혹적이고 진기한 물건들을 전시했다고 한다. 한 집안의 유물에 대한 보존적 가치를 상징하기도 하며, 나아가 역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역사적 성찰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기꺼이 역사 속으로 들어가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했을까. 새로운 시대와 문명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서 무엇을 발견했던 것일까. 책이 선정한 12가지 주제는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신념'은 나머지 11가지 주제를 통솔하는 위치에 놓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신념'을 분리된 성격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우선 책 내용에 집중하기로 했다. 책은 역사란 현대인의 미래를 암시하는 거울이라 표현하고 있다. 현대인이 겪는 세상에 대한 딜레마를 말끔히 씻겨줄 수 있는 방법이 역사 속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탄생, 가족의 성립과 조화에 대한 이해, 공감력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방법, 일에 대한 주관적이고도 객관적인 인식관, 시간의 무한성에 대한 인간의 고정관념, 감각을 구성하는 물질의 모든 것, 여행에 임하는 자세와 여행으로 인한 실천적 삶, 신념이 지닌 힘, 창조성의 두 얼굴, 죽음으로 시작된 또 하나의 삶을 인류가 거쳐온 역사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관찰하는 관찰자, 나아가 거기에 참여하는 참여자가 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와 문화의 사회적 관행에 안테나를 맞추고 살피다 보면 각자의 생활 방식을 되돌아보고 문제가 있을 경우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기회를 가질 수가 있다. 또한 익숙하기 때문에 당연시해왔던 자신의 방식이 얼마나 이상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p.307
한편으로는 저자가 세운 해석의 기준에 따른 결과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다루는 내용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시공간을 뛰어넘어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연결하여 12가지 주제를 해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우리가 돈과 시간에 병적으로 집착하게 되었는지, 공감한다는 것 혹,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지닌 희망력은 무엇이며, 우리의 몸과 마음을 구성하는 감각 기관의 숨겨진 기능과 미래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상황과 인물을 통해 하나의 전환점이 보여지고 있다. 물론, 역사에 초점을 맞춘 저자의 해석론이기 때문에 비슷한 성격의 현상을 한데 묶어서 추론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은 그 누구도 같을 수 없으며, 《원더박스》의 경우는 사고와 인식의 전환점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신한 발상의 책이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