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분과 삶을 조절하는 방법 - Harbinger의 새로운 자기계발 워크북
매튜 맥케이 외 지음, 장창민 외 옮김 / 북스타(Bookstar)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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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 벡의 추천사를 보고 읽고 싶었던 책.

책의 역사를 살펴보니 벌써 5판째인 책이다.

1981년 초판본이었고 지금 5판 개정을 했으니

내용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같은 국내출판사 책이었던,

분노를 다스리는 인지행동 워크북을 좋게 읽었던 것도

같은 출판사가 낸 이 책을 선택하는 원인도 됐다.


우선 단순한 듯 다양한 감정적 요소들을

꽤나 자세하게 분류하고 설명해 놓았다.


흔히, 단순하게 anxiety로 말하는 불안을 

그대로 활용했다면 단순한 표현일텐데

이 책은 이를 증상자체로 재분류해 놨다.

초초함, 피로, 집중의 어려움, 과민성, 근육긴장, 수면장애.

이것들을 다 같은 비중으로 볼 필요는 없을거 같고

피로와 집중 정도는 주목해 보면 어떨까 싶다.

직관적으로 걱정과 대치될 수 있는 와닿는 상황들 보다는

피로나 집중은 바로 떠올리기엔 간접적인 느낌이 나니까.


완벽주의나 낮은 자존감의 치유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공통적 접근법을 소개하고 있다.

자동적 사고를 깨닫고, 제한적 사고의 패턴을 바꿔서, 

격한 사고를 바꿀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때 핵심신념을 점검한다.

시각화를 통해 이 핵심 신념을 바뀌게 되고

최종적으로 자기 자비로 결론지어 가는 사이클.


이 부분에선 인지장애치료 과정 자체와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도식화란 말이 등장하진 않았지만 만약 이 말까지 있었다면

인지치료의 과정으로 생각했을거 같다.

수치심, 죄책감, 분노도 위와 비슷한 단계를 밟고 있다.


대부분의 공통적 인자로 등장하는 자동적 사고는

카렌 호나이의 이론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should가 가지는 당위성을 주목하고 있음이다.

당위의 쉬운 말은 '해야한다'.

마치 목적달성만을 떠올리기 쉬울 이 표현은

혼자 견뎌야 해, 부담 주지 말아야 돼, 너그러워야 해 등

앞에 붙여지는 다양한 범주의 표현들로 

다른 느낌처럼타날 수 있음을 주목해보면 좋겠다.

책이 자세한 설명으로 이들을 표현해 놓았다.

특히, 이 당위는 비관론으로 흐르게 되는 모티브이기에 중요한데,

읽다보면 이보다 큰 불안요소는 없을거란 생각이 들게 한다.

불안이 아닌 당위가 불안일 수 있다는 말.

불안인지 스스로는 모르지만 가장 큰 불안요소가 될 수 있는 당위의 힘.

스스로 옭아매는 듯한 느낌이 불안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


자동적 사고가 바로 이런 영역 같다.

이 자동적 사고를 좀더 분석해 들어가보면,

그럴듯 하기에 중지 시키거나 바꾸기 어렵고,

어떤 이미지로 연관해 나타나기도 쉽다.

특정 테마를 반복하기에 끊임없이 시도되며,

불행히도 이 바탕에는 변화는 커녕

감지하기조차 어려운 습관적인 자동적 사고의 패턴을,

수동적으로 배우고 실천해 온 기간이 있을거라 보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 매스미디어 등에 의해.

누구에게나 심히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알 수 있어 막을 수 있을거 같지만, 가족이나 미디어 모두 

그 접속과 지속경로가 매우 지극히 단순하니까 되려 어렵다 느꼈다.


중요한 부분이라 길게 정리해 봤지만

실은 결론으로 향하기 위한 문제인지 쪽이라 초반부 쪽이고,

결국 다양한 해결책들 중에서 살펴보자면

최종적으로 자기 자비로써 나아가는 쪽의 결론을 이뤄야

이 책을 읽는 보람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해법.

다른 접근법도 중간중간 소개되어 있지만

가장 포괄적인 해결책은, 최종결론은 아니지만

자기자비가 가장 효율적이고 포괄적이지 않나 싶다.


일반적으로 이런 류의 책들은

워크북이 따로 나와 있기도 하다.

원구성인지 개정을 통해 진화된건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워크북 형식도 동시에 담아 놓았다.

실제 글로만 읽고 끝나는게 아니라 

현실적용으로 직접 해보길 독려하려는 의지가 읽히는 

실용적 구성을 넣어 준 매우 좋은 책이었다.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책은 

어떤 분야에서나 귀하다 본다.

이 책을 만난 사람들에게 꼭 행운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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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이종은 지음 / 캘리포니아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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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 이 책 제목만 보고 책을 판단해 본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판단을 먼저 할까?

그게 난 제일 먼저 궁금해졌다.


내 경우, 책 내용 속엔 

꽤 비참한 사연이 담겨 있을거라 생각했다.

대강의 시놉시스처럼 알고 들어간 줄거리 상으론

혼자 된 어머니와 자식들 사이에서

생활비 문제로 어느 누구도 신경써주지 않는

그 각박한 현실이 소재로 쓰였다 알고 있었고,

그게 없었더라도 책제목 자체가 주는 

아무도란 단어라던가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는 

그런 표현들의 직설적 느낌은 분명 

한편의 새드 엔딩을 상상해 보기에 충분하다 여겼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반전이 있는 책이었다.

그것도 매우 뭉클한 반전들이.

책을 읽으며 몇번 눈물이 핑 돌았다.

억지로 꽉 짜듯 눈물을 흘리려 했다면

분명 흘러 버렸을지도 몰랐을 눈물들.

그 눈물들은 슬픔이 만든게 아닌 

나로써는 감동 때문이었지만 말이다.


정연아.


이 책 속 등장하는 엄마의 이름.

위암으로 남편을 보내고 홀로 지내온 10년.

현재 그녀의 적은 외로움과 나름의 생활고 같았다.

딸 서희와 서현, 아들 서준과 하이.

순서대로 첫째부터 막내의 순서다.

어찌보면 전체 스토리 상으로

처음부터 어렵게 자란 집안 내력은 

아니었단 것도 매우 주목할 만해 보인다.

그러나, 내 생각이나 판단없이 그저

저자가 보여주고 싶었을 어떤 만들어진

그 흐름대로 흘러가며 읽었고 기억되는 책.


이 엄마는 힘들다.

혼자인게 힘들고, 생활력이 없기에 고민된다.

그러다, 자식들 모두에게 자신의 사정을 얘기한다.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어느 자식에겐 그저 사정얘기 정도로

어느 자식에겐 분명한 원조의사를 밝히며.

둘째 서현만 관리비 정도를 주게 되는데

다른 자식들과도 역시나 

트러블 아닌 트러블들이 만들어진다.

말하는 엄마에게도 이는 매우 머쓱한 일.

들은 자식 쪽에서도 자신들의 엄마를 못해주는게 

마냥 당연하듯 여길 정도들의 그런 관계는 결코 아니기에. 

엄마의 모임 속 어떤 집은 자식부부가 매달 

400만원을 지원해주고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용돈같은 생활비.

짧게 지나가는 정도의 이야기지만 매우 놀라웠다.

금액이 커서라기 보다는 실제 존재할만한

어느 가정얘기를 바탕으로 쓴 듯도 해서다.

주는 자식 쪽에서도 대단하다 여겨졌고

물론 그 금액 자체도 허투로 보이진 않았던 문장.


이렇게 지쳐있던 엄마는, 

계속되던 고민 중에 우연히 

사별한 남편이 남긴 봉투 하나를 떠올린다, 

10년만에.

그 안에 든 열쇠와 주소를 손에 들고

혼자 2주 예정으로 어떤 곳을 향하게 되는데.


영화라면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이 책은 해피엔딩이 되겠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로 갈 거 같았던 한편의 스토리이면서

정교한 플롯으로 반전을 꽤한 것도 아니다.

조금은 환타지한 면도 있다고 생각됐다.

그래도, 이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마음 씀씀이들이나 결과적으로 

매듭지어 가는 가족내 상황들이 좋았다.

아까 말한 것처럼 분명 뭉클했다, 여러번.


조금 위트적인 요소라면

이 책의 저자가 쓴 다른 책 하나가

책 안에 등장되어 중요하게 쓰인다는 점이었다.

자기의 전작 아이디어를 이어서 

신작 아이디어에 녹아낸 케이스?

나름 의도한 마케팅일지라도 괜찮았다.

스토리가 주는 그 선함에 매료되어.


놓치기 싫다고 생각했던 소설이었는데

읽는 내내 읽길 잘했다 생각하며 계속 본거 같다.


행복은 진짜 멀리 있지 않은걸까?


그냥 이 책 속 가상의 가족 스토리 만으로도

이리 잠시나마 행복해질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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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반도체 지정학 - 21세기 지정학 리스크 속 어떻게 반도체 초강국이 될 것인가
오타 야스히코 지음, 임재덕 옮김, 강유종 감수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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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하면 웨이퍼만 생각했었다,

한마디로 부속품 없는 기판만 떠올린 셈.

반도체 강국인 한국에 살면서,

관심만 있었다면 검색 정도만으로도 삼성쪽 기사들은 

쉽게 찾아볼 만한 기사들도 많았을텐데 말이다.

난 삼성이 반도체 자체으로 인정받는 줄 알았지

설계인 파운드리 분야에도 인정받고 있는 줄 잘 몰랐다.


이 책을 읽으며, 반도체시장 속 한국은 

어디쯤 자리잡고 있을지 궁금해지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실상 책 내용을 보다보면

한국이 언급되는 바는 의외로 매우 적다.

왜냐면, 반도체 자체라기 보단

반도체 회로의 설계도 중심으로 바라본 측면이 크다보니

한국보다는 TSMC나 미국중심의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그에 맞춰 중국도 다뤄지고 있고.

하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의외로 적음엔 분명 놀랄 수도 있다.

대만업체인 TSMC가 60% 쯤인데 반해 

삼성의 세계 점유율은 13%쯤이니까.

세계기준이기에 이 숫자가 결코 작진 않겠지만,

반도체 하면 삼성을 떠올려오던 나같은 사람들에겐

이 13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숫자일 수 있다.


반도체 설계분야 세계 1등 기업인 TSMC는 

대만회사로써 모리스 창이 설립했다.

1931년생의 그가 대만 자체로나

세계 반도체 시장에 기여한 바 모두는,

이 책만으로 볼 땐 거의 스티브 잡스 수준의 테크놀로지와

일국의 건설과 지탱에까지 큰 기여를 한 거인이었다.

특화된 분야를 선점했기에 더 전세계가 주목하는 기술력의 회사.


근데, 이 회사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은

물밑 경쟁이 일반인 수준을 뛰어넘는다.

한마디로 총성없는 전쟁이란 말이 딱 맞겠다.

그동안은 대만의 독립을 인정못하는 

중국의 의지나 대만을 향한 적의 같았다면,

실상 대만이 가진 이런 독보적인 기술력을

중국이 결코 남나라처럼 바라보기만은 

쉽지 않았으리란 상상도 들게 했다.

뉴스에 나오던 미국내 화웨이 사건이나

대만 해협쪽으로의 미군함대 기동 등도,

어쩌면 다 이 TSMC로 비롯된 반도체시장의

역학구조가 다분히 녹아있다고도 생각되며.


한편으론 부러웠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삼성부터 아끼고 소중히 여겨야겠지만,

대만의 TSMC가 가진 그 역량이나 기술력이.

또다른 한편으론, 

결국,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큰 축이 모두

중국이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했다.


개인시간을 할애해가며 이 책을 번역해 소개해 봤다는

역자의 책말미 후기도 인상 깊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볼 만한 대중적인 책은 분명 아니지만

인연이 되어 이 책을 보는 사람들에겐

번역하고 소개해 준 그 자체도 고마운 일이고

책 내용 또한 매우 귀중한 안목이 되어주니 말이다.


읽으며 이해하기 어려운 순수 과학적 얘기가 아닌

반도체 관련 미중 중심의 반도체 설계시장이나

반도체 자체와 관련된 이야기 들로 엮인 책이니,

제대로 정리된 심층보도 정도라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도 좋을 양질의 내용이라 보았다.


군더더기 별로 없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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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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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 이미 책이 가진 두께감이나

사전이란 이름 때문에 조금은 겁났던 듯 싶다.

해야되는 일도 있었는데 이 정도 분량을

끝까지 잘 읽을 순 있겠나도 싶어서.


하지만, 책을 보면서는 계속 놀랬다.

워낙 잘 쓴 글이면서 촘촘함이 도를 넘었다 여겨졌다.

이 책은 분명히 누군가의 습작과정을 돕는 책이다.

책의 3분의 2 이상은 진짜 사전처럼 구성돼 있는데,

자신이 구상하는 어떤 스토리가 있을 경우

해당 부분을 찾아가 갈등에 첨가할 재료를 찾아볼 수 있고

그 구성에 필요한 상황들을 자신의 스토리 위에 

소스처럼 뿌려서 한편의 창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구성이다.

책 앞에 실려있는 한국 작가의 추천글에서는,

본인이 제대로 완성 못한 글들을 모아놓은 

폴더 속 글들의 문제점들 또한 이 책에서 해답을 얻었다고 했던거 같다.

즉, 만들다 포기하거나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스스로는 찾아 해결하긴 어려웠는데

이 책이 그 가이드가 되어줬단 설명 같았다.


나도 가끔은 순수 창작물을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된 주된 이유라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책 목차를 보다보면 모두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가상 적용되는 케이스들의 연속이지만,

책읽기 전 먼저 목차부터 하나하나 보다보면 

사실 이게 꼭 창작상 가상 속 현실인지

분명한 현실 그 자체인지 구분되기 어려운

그런 주제들이 너무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사전이 가능하게 한 

그 사고의 구성이 매우 궁금했다.

분명히 창작과정에 도움될 만한 내용들이겠지만

굉장히 많은 상황들과 캐릭터들 속

딜레마를 포함 갈등구조 속에서 세분화되고 설명되고 있는

작가의 필력을 통한 사고구성들이 너무도 대단했다.


아마도 동성커플 작가로 보이는 이 책의 저자.

다른 계열의 책들 중에서도 동성 작가들을 봤던거 같지만

이정도로 완성도 있는 내용을 쓴 공동집필은 거의 못봤던 거 같다.

그저 이름만 올려준 허울뿐인 공동집필들도 많은데

이 책은 어쩌면 진짜 합심해 이뤄낸 창작물은 아닐까 상상도 해본다.


보통, 갈등은 창작의 필수 요소다.

하지만 그 필수요소가 생각보다 단촐할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한 연구에선 약 1800여편 정도의 스토리를 분석한 결과

6개의 스토리 구조로 정리됐더라는 내용이 실려있다.

불행했다 행복해진다가 그 중 하나로 있다면

오만으로 다시 그 행복이 불행으로 가는 것도 

하나의 플롯이 될 수 있단 뜻의 분류.

정반합의 구조가 있다면 정반으로 끝나는 구조도

스토리의 세계에선 하나의 당당한 축인 것이다.


읽는 내내 신기한 마음으로 읽었다.

왜냐면, 이런 과정으로 스토리를 짜는 

직업군들이 있음도 놀라웠지만,

사람의 심리파악을 넘어서 그 각각을

하나의 상황으로 인식해 디렉토리화 해놓은 

작가 두명의 작업 그 자체가 놀라웠다.

갈등을 중심으로 세상 속 인간사를 들여다 볼 줄 알면서

다양한 사고 방식들 모두를 깊게 꿰뚫고 있다고 여겨져서.


난 이 책을 2방향으로 권해보고 싶다.

하나는 본래의 목적이 될 창작 그 자체에 도움이 될 책으로,

다른 한편으론, 힘든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볼 만한 깨우침의 책으로.


가상의 세계를 그렸다지만 스토리 대부분은

현실을 담았기에 그 갈등들이 보여주는 아우라는

결코 허황된 것들이 없어 보였다.

어떤 갈등이 됐건 그것을 축으로 실제 주변을 

이해해 보는데도 도움이 될 만한 깊이가 있다 느낀다.

책을 사전으로써 이해해보기 보단,

이 책을 쓴 작가들이 지녔을 심연의 깊이

그 자체를 흉내내어 보고 공감해 보는게,

진짜 자신만의 창작 사전을 하나를 온전히

본인의 정신 속에 정리해 꽂아 둘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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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話頭) 아이온총서 1
박인성 지음 / 경진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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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선문염송집을 읽다가

조주의 모든 화두 82칙에 손을 댔다.


공안해독과 들뢰즈 철학 연결


저자의 심연을 느껴보노라면

그는 이 코로나 시대 속에 있는거 같지 않았다

고찰 주위로 배우자와 산책을 가는 여유로움이나

세상을 기억하고 바라보는 

나와는 다른 이의 삶의 방식도 짧게나마 공감해 봤다.


다음은 그가 실은 화두 中

법화경을 읽은 적이 있는가란 화두이며 

본문 그대로의 인용을 먼저 적어본다.


조주가 한 스님에게 물었다.

'법화경을 읽은 적이 있는가?'


스님은 대답했다.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법화경에서 납의를 입고 한적한 곳에 살면서

아련야의 이름을 빌어 세상 사람들을 속인다'고 하는데,

그대는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그 스님이 절을 하려고 하자, 


선사가 물었다.

'그대는 납의를 입고 왔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입고 왔습니다.'


'나를 속이지 말라.'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속이지 않겠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내 말을 취하지 말라.'


82개의 화두 중 가장 먼저 펴봤던 화두이면서

쉽게 와닿을 수 있는 주제라 선택해 봤다.


모든 원문이 마찬가지였겠지만

이 원문 또한 저자의 해석이 붙어있다.

앞서 저자가 말하길, 자신의 해석적 결과를 취하려 말고

해석적 결과를 내려한 본인의 그 과정을 

따라가며 취하는 식으로 책을 읽으라 했다.

결론적으로 난 그 결과마저 모른다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독자로써 순수히 해볼 수 있는 거라면,

그냥 저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풀이한 것과

그것을 내가 내 방식대로 이해한 바를

각각 풀어봐야겠단 생각을 하며 

짧게 정리해 본 정도다.

불교적 지식과 상식이 탄탄히 바탕이 된 

그런 이해가 아님을 먼저 밝힌다.


일단 짧다면 짧은 원문 안에서, 

이해 안 될 단어와 한글문맥은 거의 없다.

납의나 아련아 정도를 빼고는.

납의는 여러 천을 덧대 만든 남루한 옷쯤으로 해석되고

아련아는 산속 고요한 분위기의 암자를 연상케했다.

이의 정확한 의미는 책에 각주처럼 정리돼 있다.


다음은 원문에 이어지는 저자의 해석.


법구경을 인용하며 조주가 말하자

가르침을 받는 그 스님은 일어나 절을 하려했으나,

조주는 오히려 자신을 속이지 말라 제지했다.

이에 추가적으로 방법을 묻는 스님도 없고

앞선 모든 질문거리는 역순처럼 삭제돼 사라졌다고 보았다.

나를 속이지 말라는 말로써 시작돼

조주와 스님의 모든 대화가 

역순으로 삭제되며 깨닫는 식.

연기처럼 짧은 대화도 과거처럼 사라진다.

참고로 실린 설두현의 염 속 용두사미가 되었다는 말은,

멋있다는 반어의 뜻으로 이는 

이 법구경을 화두로 한 대화에서

취하지 말라는 말이나 앞서 했던 말들과 연결돼 해석됐다.

그렇기에 앞선 대화들은 삭제됐다고 

다시 한번 전달하는게 저자의 참고적 풀이.


속세의 일반인으로 보는 내 시각은 좀 달랐던거 같다.

우선 그냥 이 짧은 글 속 그 상황자체가 떠올려졌다.

묻는 스님과 듣고 답하는 조주.

깨달음을 주는 우화같다는 거창함은 없었다.

그냥 이 이야기가, 깨달음을 위한 

가정된 상상 속 상황이라고는 전제하지 않았다.

과거 어느 시점 속 실제 상황이라 여기며

그 상황을 본인들처럼 내 안에 그려봤다.


크지 않은 둘만의 어떤 공간,

본인이 참되냐 아니냐를 논해보는 두사람.

누가봐도 납의라 불릴만한 것들은 둘다 입고 있다.

아련아라 불러도 될만한 공간 속 한적한 방 안에

마주 앉아 겉모습 납의를 논하고 환경 아련아를 논한다.

속세의 사람정도에겐 깨달았다 보여지는 

겉모양과 처소를 갖춘 수도승들일텐데,

본인들끼리는 서로에게 흉내내기 식이며

이 세계의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쉽게 속이고 대우를 받을만한

선수들끼리의 거짓은 없는지 돌아보는 시간. 

스스로 자각해보는 선승으로써의

암묵적인 시그널들을 주고받는 그림.

스님은 말했다, 자신은 진심이라고.

걸친 납의도 그저 흉내내고자 입은게 아니니

본질을 찾는 이의 그 마음을 알아봐 달라고.

하지만, 조주는 이내 

속이지 말고 취하지 말자 한다.

독자로 느끼는 상황 속 이 제안은,

진정 그렇다고 확언도 생각도 하지 말고

조주 자신의 말로 스스로의 확인과 계기를 느꼈다면,

우선 더이상의 진의를 더 찾으려 하지도 말 것이며

마치 서로 닮은 듯 다른 두 세계의 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의 제안 또한 너무 값지게 담아두려 하진 말고

각자의 길로 잘 가자는 정도로 해석됐다.

즉, 그 정도면 서로에게 족하다는 

방향성만을 보고 흉내내기식이 아닌

각자의 길을 가자는 조주 먼저의 천명 같았다.

스님이 보인 절을 하려한 행동에서 

조주가 스님의 깨달음 정도는 공감했고,

이에 조주 자신과 같은 사고의 복제품으로써는 아닌

스님 본연의 이해의 길로 들어가는 걸 돕는 식처럼 여겨졌다.


다른 여러 화두들 또한 저자의 풀이들을 읽을 때,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의미를 음미했다.

길고 복잡한 글들은 아님에도

매번 읽다 다시 돌아와 읽게 된 구절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려워서나 생각의 흐름상 이해불가라서가 아니라,

글 자체로는 막히는 부분들이 없어도

문맥적 이해를 위해선 다시 읽기가 자주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유의 넓힘을 불교적 화두를 바라본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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