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 하버드 심리학자와 소아정신건강전문의가 밝혀낸 불화에 대한 혁명적 통찰
에드 트로닉.클로디아 M. 골드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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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인생책이라 불린 만한 내용들이

책 여러 곳에 보인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저자는 1975년 자신이 기존 통설을 뒤집는

한 연구결과를 세미나를 통해 발표한다.

당시를 회고하며 애착이론의 창시자 존 볼비를 

과거의 인물이 아닌 동시대 학자처럼 언급되는 것도 

놀라운 부분의 하나이기도 했지만,

2022년 지금 현재까지 매우 많이 통용되는 

양육과 관련된 주된 이론들과는 상당부분 대치되는 

그의 연구와 이론이 이미 그렇게 오래전에 

소개됐다는 그 사실 또한 매우 의외이면서 놀라웠다.


대다수가 따르는 양육에 대한 관점과 이론과는

확실히 다른 저자가 밝혀낸 그 관점이란,

어머니와 아기 사이 관계를 관찰시

양육자인 어머니로부터 아기를 향한 

일방적인 방향성이 존재하는 정서적 흐름이 있고

그로인해 아기의 심리 발달에는 필연적으로

모성애가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봐왔던

기존의 이론들과 다르게 저자는 연구를 통해,

아기와 양육자의 관계 사이에서

아기를 향한 일방적인 방향성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아기가 일종의 불안을 느낄 시

아기 스스로 본인의 결핍을 해소하고자

능동적으로 이리 해소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결코 학습으로 발휘된다고 보여질 수 없으며

신생아 스스로 필요한 관심을 어머니로부터 

유도해내고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와 더불어, 아기는 자신의 목을 90도까지 돌리면서까지

양육자인 어머니의 소리를 쫒아 반응하며 

자신이 원하고 있는 대상자인 양육자의 행동에 대해 

극히 민감하게 수동적으로도 반응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즉, 절대적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과정인

극히 수동적 위치의 유아이지만 그 상태에서도 

자신의 성장과 심적 안정에 필요한 보호막을 가지기 위해

스스로 유도하기도 하고 수동적으로 쫓을수도 있단 결과.


여기서, 이 책의 중요한 주제 하나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양육자의 '무관심한 표정'이 만들어내는 

어린 인간, 즉 아기가 반응하는 심리적 효과이다.

성인의 눈과 상식만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저 바라보는 입장의 아기의 심정 하에

이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상황을 상상해 봤을 때

아기가 상대를 통해 느끼는 감정의 시발점은

희노애락과 관계됐을 거라고 추측하기 쉽겠다.

하지만, 아이들이 극도로 불안한 반응을 보인

양육자의 모습은, 웃음도 슬픔도 화냄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무관심이었다.

측정할 수 없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을

아기들은 그냥 본능적으로 거부하며 

그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듯 작은 생명체가 반응한다는 걸 

저자의 실험으로써 알 수 있었다고 책은 쓰고있다.


이 책이 여러사람에게 공감될 수 있는 이야기인 이유는,

저자가 들려주는 불안의 최초 인자들 중 많은 부분은 

이런 유아기때의 감정없는 감정의 전달들이

불안요소로 작용된 그 최초의 인지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보통 무의식이라고만 생각해 온 많은 것들이

이런 사소한 환경이 줬음을 암시하면서,

이게 인생 전체를 관장하는 주된 심리사이클의 

시초가 된다는 것 또한 암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선, 이런 불안의 경험을 거친 채 성인기로 이어지더라도

그 경험이 삶을 지배할 주된 심리로 자리잡겠지만

이는 각자가 해결 가능한 가소성이 있는 부분이지

절대 낙인처럼 생각하지 말라고 설득한다.

열린 사고로써 불안한 상황을 하나의 인간사로 받아들임으로써

그런 상황 자체에 놓이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수정할 수 있다는 참여의 계기를 마련하여

어릴 적 주어진 환경에선 충족시킬 수 없었던 필요했을 심리적 자양분을

불안한 상황과 불특정이고 가변적인 상황들에 스스로를 노출함으로써

길러지고 얻어질 수 있는 안정감의 획득은

불안이 도구처럼 작용될 수 있음을 불안의 두얼굴처럼도 설명하고 있다.

거기에, 자신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안정감의 관계가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형성될 경험이 있을수 있다면,

이또한 불안 등의 무의식적 표출로 발현되어 온 

본인도 몰랐을 개개인의 발작요소들을

후천적으로 감소시키고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불안에 관한 수많은 책들 중 책다운 책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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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고유한 나를 만나다 - 나에게 질문하는 순간 관계가 풀리는 ‘자아 리셋’ 심리학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8
김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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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들려주고 무엇을 알게 될지

명확하게 인지부터 시켜주고

본론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던 책이다.

무작정 읽으면서 알아가는게 아니라,

이미 서문을 통해 책이 보여주려는 

지식의 맵이 주어진 상태에서 

저자가 제공하려는 중요한 포인트들을 

차례대로 만나고 알아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친절한 느낌을 주는 책.

본인의 강연을 책으로 다시 엮으면서,

저자는 당시 말에서 전해지던 

현장의 생동감 대신, 한번 다듬어지고 

정리되는 과정으로 이 책을 업그레이드 했다.


무의식과 자아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불안으로 투영된 현실과 신경증 이야기로 가고,

끝으로 함께 살아가는 호혜의 정신으로 

이 책의 전체 구성이 마무리 되는데,

많은 내용 같아도 그건

말이 활자화되며 발생됐던 상황이라

그냥 더 설명적이고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될 뿐

복잡하게 노력을 요해야 하는 받아들임의 번거로움이 없다.

대중적으로 말로 전달된 내용들이기에

글로 옮겨졌을 땐 자세해졌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이해에선 불편 없이

더 가독성 좋았단 뜻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면 군데군데 

촌철살인과 같은 간략하고 정제된 표현의 구사와 

학문적인 정리들을 만나게 된다.

책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없지만

구성면에서 특이한 내용들도 있었다.

배우는 이가 불편해 할만한 것들을 선별적으로 빼고 

가르치고 전달한다는 요즘의 교육 풍조의 설명이 그랬는데,

이렇게 퇴출되는 학문 중 일부분들은

배워야 하는 이들의 정신적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지나친 보호조치라는 말에서

매우 와닿는 바가 컸고 공감됐다.

또한, 병적인 망상의 근원에 대해 궁금한 바가 있었는데

나르시시즘과 짧게 설명되어 설명된 강의의 한부분에서

궁금해하던 평소 알던 이론의 아쉬움이 무엇이었는지도 

저자의 설명을 통해 명확해지는 바가 있었다.


매우 친숙하나 낮설수 있는 여러 용어들,

의식, 무의식, 자아 , 불안, 신경증 등

심리학적으로나 정신분석 또는 의학과 관련해서

공통적으로 널리 쓰여지는 이런 개념들을

저자의 표현을 통해 재정리 되었기에 

쉽게 다가오는 느낌도 좋고

작지만 사전 속 지식처럼 여겨지는게 많았다.


자신 내면의 문제로 여겨질만한 것들도

내 안의 문제가 아닌 타인을 향한 투쟁과 같은 

내적 갈등에 의해 설명되어지는 부분들의 설명도 있고,

불안만은 순수한 정동일 수 있다는 내용정리들도

아는 듯 쉽게 썼던 틀린 논점이 있었음을

언어적인 다시보기 느낌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불안.

현실불안과 신경증적 불안으로 나누어 설명한 부분을 보며,

책이 아닌 강의를 통해 들었던 청중들이었다면

불안과 우울증이 익숙해진 시대이기에

어디서나 듣던 건강염려증 소재처럼 다가왔던 병같던 불안이

일반적으로 수정되야 됨도 편하게 느껴 봤었을 듯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굳이 강연까지 이분화 해 떠올려보게 된 건

애초 글이 아닌 말이었을 때가

좀더 상식처럼 짧게 다가왔을 거 같아서,

불안에 대한 설명으로 일반인들을 위한

최적의 설명이었을거란 강연장 느낌이 상상됐기 때문이다.


현실의 불안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무작위 또는 정체를 알수없는 이유로 찾아오는

신경증적 불안요소는 불안이란 이름을 한

다른 불안의 사용임을 분명 느꼈으리라 생각됐다.


책의 서두에 철학자답게 

철학에 대한 짧은 언급이 등장하는데,

철학이라 하면 어렵지만 많이들 익숙하게 접해온 단어다.

이런 단어를 나름대로 정리해 간직했던 기존 의미에서

이번 기회에 새롭게 저자가 정리해주는

단순하고 분명한 문장으로 받아들여봤다.


데카르트, 칸트 같은 철학자와 그 철학이론,

긴 계보로 정리되는 철학사조와 흐름,

내게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게 철학이었는데

이 책의 짧은 언급 속엔 이런게 

내 고정관념이었음을 순간 강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지적호기심을 충족시키고 교양처럼

배우고 쌓는게 철학의 본질이 아니며

단순이론을 공부하는 학문이 철학이 아니라는 것.

스스로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성찰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아보게 하는 그 '철학'함에 

본질이 있다는게 저자의 설명이었다.

명료하게 느껴지는 좋은 정리이자 문장이었다.


보통의 두꺼운 철학책이나 프로이트의 저작들보다

이 책을 통해 더 좋은 현실적 심리와 철학을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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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는 돈은 없다 - 부와 행복에 관한 57가지 조언
단희쌤(이의상)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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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돈을 쫓는 법을 가르치는 책은 아니다.

어쩌면 이 때문에 책을 평가하는 독자는

두 부류로 확실히 갈릴지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그냥 재테크 방법을 원했던 사람들에게는

인문학 느낌의 에세이로써 그닥 흥미를 못 느낄 것 같고,

반대로, 필요한 내공은 결국 각자 쌓아가는 거라 느끼며

그 밑바탕이 될 교훈을 얻어보려 잡은 책이 된 사람들에겐

진솔한 만족을 느끼게 해줄 수도 있을 내용 같으니까.


제목에 돈이란 단어가 있어도 

결국 직접적으로 돈을 얘기하진 않는 책.

대신, 돈을 대하는 여러 사람들의 비슷비슷한 모습을 보며

관찰자가 되어 그걸 바라봤던 저자로써

달리 생각할 만한 방향전환적 생각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고 후회됐던 과거 속 상황들에서

현재 달라진 자신의 관점으로 복기해 들려주기에

왜 그랬었는지 본인 당사자와 독자가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느낌도 특별하다.


저자가 했던 재테크 상담 중

어느 한 부부의 사례도 결국 돈에 관한 

관점의 차이에 대한 사례 같았는데,

답변을 해주는 저자의 입장과 

재테크와 관련해 물으려 찾은 사람 간의 

행복과 재산관리에 관한 관점 차이가,

간단한듯 보여도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예라 생각됐다.


결혼을 앞둔 딸과 대학원을 다닐 아들을 둔

서울에 사는 한 부인이 저자와 대화를 나눈다.

사당의 아파트를 팔고 도봉으로 이사온 

그녀와 저자의 대화는 얼핏 

그냥 재산관련 대화인 듯도 보이지만,

달리보면 폭넓게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보통의 가족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종합적인 고민이 담겨있어서 되려 남달랐던거 같다.


도봉쪽 APT로 옮겨 해당지역만이 줄 수 있을

나름의 만족감이 있을거라 기대했던 저자는

약간 예상치못한 답변에 순간 멈칫한다.

여러모로 입지적 장점을 지닌 도봉이지만

이사 후 새로 장만한 부동산의 오른 가격보다

떠나온 사당쪽의 더 큰 가격 상승분을 보며

현재의 만족보단 놓쳤다 생각하는

떠나온 곳을 바라보며 속상해하는 

당사자를 보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고민은 계속 이어진다.

남편은 형편을 고려해 좀더 자금을 

여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길 것을 원했지만,

결혼을 앞둔 딸을 위해 부모가 서울에 거주함이

양가 사이 여러 상황들에 더 용이할거란 기대 때문에

지방으로의 이사를 내켜하지 않았고,

아들의 남은 공부도 서울에 부모가 있음으로써

안정적인 뒷받침이 될거라 생각해 이것저것 발목을 잡았다.

부부가 하고 싶은 일은 가죽공방이란 계획도 덧붙이면서 이어진 

이러저러한 상황설명과 이해조정 하에서 

갈팡질팡하던 상황들은 풀려가기 시작한다.


아들은 대출을 이용해 원룸전세로 독립을 시켜준다면

낮은 월세정도의 금리로 주거걱정은 없어질 듯 했고,

딸은 도리어 그런 엄마의 걱정에 관해

부모 본인들의 행복을 찾아 결정하는게

본인이나 부모 모두를 위해 행복하겠단 대답을 내놓는다.

결국, 남편의 의도대로 지방으로 이주했고

서울보단 훨씬 낮은 금액으로 비슷한 주거공간 마련과

대출을 포함해 노후를 위한 작은 건물도 매입 운용함으로써

불확실했던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걱정도 한시름 내려놓게 된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하고 싶었던 부부의 가죽공방도 열어

부수입으로 이어지는 결과도 낳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는 몇개의 중요한 흐름이 있던거 같다.

누군가에겐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 같겠지만

정작 본인들은 어찌 해볼수 없는 난감한 고민을 

안고사는 듯한 살아가는 마음도 느껴볼 수 있던 이야기였고,

뭔가 자녀들을 위해 해결해줘야 할 

의무감 같았던 부모의 마음 속 책임의식도

결국 스스로 시야를 좁혀 생긴 갇힌 결과였었구나란.


꼭 저자와 같은 컨설던트만 내놓을 수 있었을

너무나 어려운 문제의 답을 찾은건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고민을 하는 의뢰자 스스로가 

그 믿음을 부여했던 저자의 조언이었기에 

고집의 방향도 돌릴 수 있었을거 같고,

어떤 좋은 조언이라도 먹힐 수 없을 

완전 꽉 막힌 사람이 아니었단 본질적인 사실도

최종적으로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낸 이유같아 좋았다.


한때, 사주상 나무에 물이 없는 형국이라

살아가는데 희망이 없다는 점집 여러 곳의 말에 낙심해 

삶의 의욕을 잃었던 일화도 있었다.

사실 얼핏보면, 부정적인 사주를 믿느냐 안믿느냐가 

문제였던것 처럼도 보일 이야기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희망을 찾기 위해 

등대가 되어줄 이를 찾았을 저자에게,

2번이나 내침을 당한 셈이 되어버린 당시의 상황은

나쁜 사주가 주는 자체의 무게감보다

본인만이 느낄 더 큰 낙심의 계기였겠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도,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며 그리기로 한

저자의 행동력으로 타개되어진 에피소드가 됐으니,

결국 아름다운 현재가 더 행복해지는 과거 속 한때의 그늘로 남았다.

당시에는 본인 이외에는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을

낙담의 그 순간이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관점을 바꾸고 행함으로써 실제 현실을 바꿔 본

경험자의 육성을 책으로 나누는 그 가치일 것이다.

뭔가 바꿔보고는 싶지만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비슷한 것만 양산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환기구가 되어 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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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이라는 함정 - 리더는 당신에게 충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라이너 한크 지음, 장윤경 옮김 / 시원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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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이란 하나의 주제로 다뤄지지만

들여다보는 측면은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 길게 끌지 않고 짧은 호흡으로 

제시하고 전개시키는 터라 이해가 잘되고

빠른 정리로 마무리 되면서 이어지므로

충성 관련한 다양한 시각정리가 편하게 읽힌다.


책이 말하는 충성은 사실 매우 폭넓다.

좁게는 회사와 가정, 넓게는 국가를 잡으나

충성이란 맥락을 수평적으로 들여다보는 편이라,

예시들을 저자의 필력에 기대 따라가다 보면

딱딱할 수 있는 소재의 여러 이야기가

어디 한군데도 답답한 구석 없이 

부드럽게 흐르는듯한 리듬을 탄다.


이들 중,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던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면서,

여러 내용중 가장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간략하게 정리된 흥미롭던 소재가 하나 있다.

그것은 충성스런 사람이 

일종의 변절로 내부적으로 홀로 됐을 때, 

스스로 벌일 수 있는 자아붕괴를 다룬 부분이었다.

제일 궁금했던 이 부분이 책에선 

내부고발자의 예로 좁게 지칭되며 전개됐지만,

충성스러웠던 자 스스로의 혼란을 단계별로 

변화를 겪는 괴로움으로 묘사한 부분이라 

매우 심도있게 다가왔다.


케이트 케니 교수는 이 단계의 처음은

동료들의 무시하기로 시작된다고 보는데,

이 상황 속 스스로 내부 고발자가 된 

과거 충성했던 이의 태도는 

그저 고집스럽게 버티는 것.

이런 선택을 설명할 때 당사자가

싫은 절을 떠나는 중이 되지 않으려는 이유로써,

도덕적 나르시시즘 성향의 강한 천성이

상황 자체를 견디게 만든다고 추론하고 있다.

하지만, 버티는 자를 주위는 결코 가만두지 않는데,

무시하기만 주구장창 지속되는게 아닌

괴롭히거나, 고립시키기 순으로 진행된 후

배제하기로 이어진다고 가정해보고 있다.


하지만, 진짜 궁금했던 부분은

이 다음에 등장하는 최종적 심리변화였다.


그것은 '자기 의심'


저자는 이를 최악이라 보는데,

모든 문제의 시작을 내부고발자 스스로

자신이 문제 아닌가 또는 시발점이 아닐까

스스로의 확신에 혼란을 느끼게 되면서,

마치 급조된 양심의 가책을 자발적으로 느끼면서

자신이 비난받을 만한 이유가 있고

그 원인제공자는 아닐지 의심케 된다.

책은 간단하게 배신자라고만 묘사되는 

간단한 부분 중 하나지만,

읽다보면 행간의 흐름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쯤에서 책은 다시 한번 상황정리.

스스로를 탓하고, 결국 주변인들의 비난을 

타당한 반응으로 여기게 되는 당사자는,

불충의 댓가를 받고 있는거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평가 절하시키는 꾸짖음 같은 행동들을 보인다.


이에 이어지는 효과 또한 

매우 드라마틱한 감정변화이자

최종적 심리로써,

아쉽지만 이렇게 되어가는 내부고발자는 

자신에게 비난을 가한 이들과 맞서지 않으며

스스로 저항할 능력을 박탈시킨다고 한다.


내부고발자란 하나의 주제만 놓고 보면

책에서도 등장하는 유명한 스노든의 예가

더 이야기거리로써도 적합했겠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되는 

충성스러운 자의 자아붕괴 과정이, 

좀더 충성의 반대급부처럼 여겨져

함정의 좋은 예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내용 중에 내부고발자의 수난만을 

대표적인 예로 들고 싶었던건 아니지만,

충성스런 심리가 자신도 모르게

어떻게 자신을 궁지로 몰아가는지에 대해

그 메커니즘을 여러모로 생각해보는게 

일반적으로 유익하다 여겨졌기에 정리해 봤다.


충성을 배척하는 책도 아니고

충성의 가치가 점점 사라져가는 

사회적 현상을 되돌아 보거나

예전을 그리워하는 책도 아니다.

개인이 선택하는 충성이란 선택지가 있을 때

과연 어떤 충성의 가치가

각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다양하게 생각해 보도록 해주는 

다소 철학적인 책이라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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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고요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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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호의 인생에서 보면

누나의 죽음과 관련된 스토리는

책 속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녔다.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일하는 본인과

아죽사라는 묘한 이름의 모임을 운영하는 아버지.

죽음이 일상처럼 다가서는 정서를 배경으로 하며

덤덤하게 살아가는 가족이자 사회구성원으로써의 그들.

이들의 과거 속엔 그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한 가족의 죽음이 들어있다.

일찍 사망한 딸이자 누나였던 그 존재.


누나와 함께 친구처럼 놀며 지내던 어린시절 속 재호는 

자신이 시작한 매우 위험한 목조르기 놀이로

누나가 숨이 넘어가 버리는 사고를 자초하게 된다.

어린 재호가 이런 놀이에 탐닉하게 된 건,

아슬아슬한 질식의 순간마다 찾아왔던

황홀경 같은 느낌에 매료됐기 때문인데,

자신에게 좋았던 그 느낌을

가족이자 친구같은 누나에게도 

맛보게 해주고 싶었던 의도도 있었다.

그럼에도, 소설 속 이 가상의 상황은

어린 재호가 추구하기에 상황적 흐름상 

애초부터 위험천만한 뭔가로 다가온다.

어린아이 둘이 부모없이 집에 남아

서로 해주는 놀이가 서로의 목조르기라니.


그렇게 먼저, 누나가 재호의 목을 졸라줬을 때

위험을 느끼며 그만 멈추려는 누나를 향해

재호는 좀더 해도 된다며 계속 더더를 요구한다.

그러다 풍선처럼 놓아졌을 때 찾아오는 평온함.

이어지는 누나의 순서에서 재호는

자신은 아쉽던 그 선경험을 발판삼아 

누나에겐 그런 아쉬움 없게 노련한 리더처럼 

자신이 원한 수준의 그런 느낌을 보여주고자 한다.

입장이 바뀐 누나도 마치 재호처럼 

괜찮다는 신호도 주며 졸림을 당하는데...

그러다, 누나는 깨어나지 못했고

순간 들어온 엄마의 모습에서 그때의 회상은 끝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일상 중 

짧은 분량의 단편적 사연이지만,

전체 스토리 상 삶과 죽음의 여러 모습 중

재호의 이 경험과 이후 이어지는 흰뱀의 환영은 

중요한 메타포임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중요한 결말적 요소이긴 하지만,

잔잔하게 진행되는 소설의 색깔상

누나와의 이 사건에 관해 

좀더 이야기해도 상관없을성 싶다.

재봉일을 하는 동거인 히로시,

이혼한 엄마 아빠, 

그후 재혼한 엄마가 낳은 남동생 고호,

혼자인 아버지를 좋아하는 팀장,

그리고 재호의 여자친구 마리까지,

누나와의 사건이 유독 중요하긴 해도

긴 호흡의 스토리 속 하나의 사연일 뿐이니까.

누군가에겐 오히려 마리와 재호의 야간 장례식장 알바가 

더 중요한 책의 모티브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고.


기억속 누나의 죽음은 재호의 착각이었다.

누나에겐 지병이 있었던게 밝혀지고

죽은 시점도 그 사건 때문은 아니었다.

재호의 죄책감이 그런 기억을 만들었단 식으로

부모와의 대화 중 우연히 진실을 찾는다.


이후 최종적으로 그 사실을 확인하고자 

누나가 사망했던 병원을 찾아가고,

재호의 그런 과거 사정을 들으며

오랜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해주는 

최종 확인자처럼 등장하는 한 의사와의 대화 장면이 

묘한 여운처럼 등장한다.


재호의 사연을 다 들은 의사는,

그때의 누나와의 이야기 자체를 더 묻거나

뭔가 확인 증명서라도 발급해주기 위해

어떤 공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게 아니라,

재호에게 아직도 그때의 흰뱀이 나오냐며 묻고는

시선을 돌려 한동안 창밖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부모의 말이 맞다며 이야기 해준다.


이 부분에서 독자로써의 상상력을 조금 발휘하자면,

부모와 의사로 이어지는 이 확인에서 왠지 남은 여운이 있었다.

진짜 모든게 그저 재호의 상상 속 죄책감인가 싶은.


상을 받은 책이라 맨 뒤엔 

당시 심사위원들의 평이 실려있어

여러 사람의 해석과 시각을 볼 수 있단 장점도 있다.


드라마 스페셜 같은 잔잔한 나레이션을

소설을 통해서도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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