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자기밖에 모르잖아요. 그때는 하나의 점에 불과해요. 그러다가 초등학교쯤 가면 관계가 만들어져요. X축만 있다가 Y축이 생기는 거죠. 관계 평면에 주변인들이 막 올라옵니다. 그런데 여행을 가서 깨닫는 것은이 평면을 완전히 벗어난 Z축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그때 비로소 세상이 입체로 이해되거든요. Z축에 설 수 있어야 제대로 자기 객관화가 되고, 자기 인식이 되고, 나는 이런 정도에 와 있는 사람이구나를 깨달아요."
옛날에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가 나비가 다시 장자가 되니, 어느 것이거짓이고 어느 것이 진짜인지 분별하지 못하였다. 어제의 성진과 오늘의소유가 어느 것이 진짜 꿈이고 어느 것이 꿈이 아니냐?" "제가 아직 어둑해서 꿈과 진짜를 구분하지 못하겠습니다. 사부님, 가르쳐주세요." "그래. 너 말고 또 올 제자가 있다." 조금 있다가 여덟 명의 선녀가 등장합니다. "사부님, 고맙습니다. 저희가 잘못했는데 저희도 꿈을 꾸게 해주시다니요" 선녀들도 같은 꿈을 꾸게 한 거예요.
아마 아홉 명으로 맞추려고 그랬을 거예요. <구운몽》이라는 작품 제목도 범상치 않잖아요. 성진과 8선녀. 9가 완전수거든요. 운은 구름. 몽夢은꿈. 아홉 명의 구름같이 헛된 꿈이에요.
살다 보니 양소유로서 기억하기 시작했어요. 자기 망각과 자기 기억이 연쇄되는 거예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망각해 버리면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새롭게 기억하는 거죠. 이게 불교에서 말하는 집착인데, 내가 어떤사람일 거라는 생각 안에 갇히는 거예요. 사실은 육관대사가 여기서 독자들에게 사기를 친 겁니다. 성진을 애초에 어떻게 혼내야 되죠? 부귀공명을 해보고 싶다면 해보라고 내보내면 돼요. 그런데 의도적으로 지옥에 가라고 했어요. 불교에서는 인간도間道에서윤회를 해요. 지옥은 징벌의 고통을 당하는 곳이지, 지옥에서는 윤회하지않아요. 천상에 있는 사람이 죄를 지으면 인간 세상에 태어나요. 인간 세상에서 계속 윤회를 하는 거예요.
네. 잘못하면 그냥 잘못한 대로 죽을 때까지 살아야 돼요. 윤회는 죽은다음에 하는 거고요. 왜 윤회를 시켰냐 하면, 성진은 양소유로 살면서 유교적인 입신양명과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잖아요. 그런데도 욕망이끝이 없어요. 불생불멸의 도를 닦고 싶어 하죠. 불생불멸의 도는 성진이 추구 했던 욕망이에요. 그러니까 양소유로서 살았어도 끝에 가서는 성진처럼되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성진처럼 쭉 살면 어느 날 유교적으로 출장입상하고 싶어진다는 거죠. 이 두 개의 욕망이 끝없이 빙글빙글 돌도록 만들어졌다는 게 공 사상이에요. 성진이 깨어나서 뉘우치니까 육관대사가 "너 아직도 못 깨달았구나." 라고 하죠? 그게 무슨 뜻이냐? ‘세상 모든 것은 헛되다. 이 말도 세상 모든지식 중에 하나잖아요. 공 사상은 ‘세상 모든 것은 헛되다‘라는 생각까지도헛되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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