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란 그저 한 움큼일뿐. 그 한 움큼을내몸으로 체화시켜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해나가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것."
"공중에 흩어지는 말을 붙잡아두는 게 책이다." 생전에 봤을 때 들었던 말이었다. 그 말에 자극을 받아 지금까지 축적해놓기만 한 활자들을 정리해 기록해두는 것은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박맹호 회장의 말에서 좀 더 나아가면 "흩어지는 말과 순간을 의지를 잡아놓는 게 글이다" 가 될 것이다. 내게 문장은 단순히 활자로만 남아 있지 않기때문이다.
"어느 여름 오후를 보낸 쿠르 미라보의 카페, 그늘지고 조용한 구시가의 작은 골목에로의 산책, 벤치 위에 내리는 햇빛의 반점들, (...)이곳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아니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올 것이 아니다. 이곳은 내일의 행복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올 곳은 아니다. 지금 당장, 여기서, 행복한 사람, 가득하게, 에누리 없이 시새우며 행복한 사람의 땅, 프로방스는 그리하여 내게는 그토록 낯이 설었다." -김화영, 행복의 충격」중에서
"재앙은 인간의 척도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들은 재앙을 비현실적인 것, 곧 지나가버릴 악몽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미래와 여행, 토론을 금지하는 페스트를그들이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유롭다고 믿었지만, 재앙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습관이 되어버린 절망은절망 자체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창 밖의 도시를 바라보면서 리외는불안이라는 이름의 미래 앞에서가벼운 구토증이 생겨나는 것을 얼핏 느꼈다."
"인간이란 항상 있는 기적에는 별로 놀라지 않는다." 앙드레 지드, 새로운 양식」 중에서
이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싸여 간단히 몸을 움직여본다. 멀리서 아침 해가 모습을 드러내면빛이 닿는 자리마다어두운 덩어리로 존재하던 것들의 윤곽이하나둘 드러나며 구체적인 선을 그린다. 사방의 색이 시시각각 변한다. 붉은 아침 햇살에 저마다의 색이 깨어난다. 내가 그 순간 속에 있다. 그 기적 같은 순간에 존재한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거기서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중에서
"꽃을 내려놓고 죽을 힘을 다해 피워놓은 꽃들을 발치에 내려놓고 봄나무들은 짐짓 연초록이다" -· 이문재, 「큰 꽃」중에서
"삶을 깊이 있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은 우리가마음을 쏟기만 한다면 우리의 주변 어디에나 숨어 있다."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중에서
"부조리한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일상의 작은 의무들을 수행하는 삶의 중요성" - 볼테르, 미크로메가스·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해설 중에서
우리 모두가 못 박혀 사는 일상이라는 틀은 아름답고 좋은 것만으로 채워지지 않고, 대부분 지난한 반복과 피곤한 부조리를 포함하고 있다. 게다가 내가 겪는 부조리는 남의 것보다 더 커보여서 그 주관적 상대성에 집착하다 보면 ‘나는 왜?‘ ‘내 삶은 왜?‘ ‘사는 게 뭐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명백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부조리 없는 인생은 없다는 것. 인간은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부조리를 견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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