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장에 월요일은 반장 선거하는 날이라고 써 있기에 "너희들도 반장 나가라!"고 한마디 던졌다. 두 아이 입에서 동시에 나온 대답은 "싫어요!"

도통 나서는 걸 싫어하는 딸아이는 예상을 했지만 일학년 때는 기를 쓰고 반장하겠다던 아들 녀석까지 이런 대답을 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대는 이유가 더 기가 막히다.

반장을 하면 시간을 빼앗겨서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댄다. 나 원, 지가 중학생이야, 고등학생이야? 지가 언제 공부를 했다고. 집에서도 블럭놀이 아니면 딱지치기가 제일 신나고, 학습지 좀 풀라고 하면 갑자기 졸려지는 걸 보면 학교에 가서도 늘 놀 궁리나 하고 있을 것 같은데, 공부는 무슨. 핑계 같은 핑계를 대야지.

그래서 "너 이제부터 공부할 거냐"고 물으니 "그럼요, 이젠 2학년이잖아요." 그런다. 나 원, 얼마나 공부를 할려고 그러는지 내 지켜볼 것이여. 그래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학습지 한 보따리 주문했다.

아유, 한숨이 다 나온다. 딸아이를 보면 어쩌면 그리 지 에미랑 꼭 닮았는지, 그래서 한숨이 더 나온다. 나도 그 옛날 반장에, 아니 부반장에 뽑힌 적이 있었다. 그때는 여자는 부반장밖에 할 수 없는 시절이었지. 당선 소감을 말하라기에 교탁 앞에 턱 하니 나가 죽어도 부반장 안 하겠다며 눈물까지 글썽댔던 기억이 있는 고로.

지금도 여전히 나를 드러내거나 나서는 걸 싫어하다 보니 좋은 기회들 다 놓쳐버리고 후회를 하곤 한다. 딸아이만은 좀 다르게 살아줬으면 좋겠는데 이게 엄마 어릴 때 하던 걸 다 따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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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3-1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지요 뭘.
나름대로 공부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대견스럽기만 합니다그려.
아이들에게 자신감 차원에서 리더의 역할경험을 하게 하는 것도 괜챦기는 한데 당사자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만큼 지나치게 강요하진 마세요.

소나무집 2008-03-12 09:42   좋아요 0 | URL
아들 녀석이 공부 운운 하는 건 그저 핑게일 따름이랍니다.
미운 짓 많이 하지만 별로 밉지 않은 아들이에요.
반장, 저도 별로 강요 같은 건 안 하는데 초등학교 때 안 해보면 언제 해겠나 싶어서 그러죠 뭐.

세실 2008-03-1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학습지 풀라하면 졸립다고 하는 울집 막내랑 똑같네요. 실컷 놀다가 공부해야지 하면 이내 눈이 풀리면서 "엄마 너무 졸려" 합니다. 나 참 귀 막히고 코 막혀서...ㅎㅎ

소나무집 2008-03-12 09:43   좋아요 0 | URL
졸립지 않은 날은 화장실 들어가서 한 시간쯤 있다 나오고 그래요.
정말 공부가 그렇게 하기 싫은지 원...

무스탕 2008-03-1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녀석이 작년에 이어 며칠전에도 물어보더라구요.
'엄마, 나 반장해도 돼?' 제가요 조용히 타일렀어요. '엄마 회사가야하는데 그러면 학교에 일 있을때 못가보는데 어쩌냐?'
회사때문도 그렇지만 사실 저도 남들앞에 나서서 뭔가 하는것에 무척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라서요.. --;;
하겠다고 그래도 걱정 안하겠다고 그래도 걱정이에요..
2학년이 됐다고 공부하겠다는 아들래미 기특합니다 ^^
정성이는 3학년인데 공부할까~ 하면 도망부터 갑니다.. --+

소나무집 2008-03-12 09:44   좋아요 0 | URL
님, 하겠다는데 한 번 밀어주세요.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도 속상할 거예요.
3학년부터는 별로 엄마들 하는 일도 없는 것 같던데요.
2학년 아들 녀석 공부 타령은 그냥 하는 핑계랍니다.

2008-03-11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2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좋은세상 2008-03-19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반장선거를 했나보군!우리도 했지 반장선거에 15명이라는 아이들이나와
나름대로 선거를 했다네 울아들은 관심 밖이라 ^^!우먼파워가 이런곳에서 나오는것
같아 7개반에서거의 다 여자아이들 !?오늘은 총회있는날이라 학교에 다녀 왔지
선생님 괜찮으신것 같아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편하더군~
울 학교 수준별학습한다고 떠들썩~~
4학년부터 할꺼라하는데 걱정이네 수학,영어 설문조사에 반대 했는데 찬성하는
맘이 많은것같아 다들 자신이 있나봐 사교육 바람에 내 머리가 지끈지끈
운동하느라 기운 빼지말고 나도 동참해야하는가 걱정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
좀여유가 있지만 우월반을 향해 아이들이 격어야 할 모든시련이 아찔~
잘 하면이야 걱정이 덜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공부로인해 상처받는다면
공평하지 않치.....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공부잘할수있을거라고 태권도,수영
했는데 이젠 집에서 공부 좀시켜야 겠다 슬퍼요...

소나무집 2008-03-20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네 반도 28명 정원에 14명이 후보였다네.
초등에서 수준별 학습은 너무했다.
과천 엄마들 지금도 열심인데 앞으로 더 난리가 나겠구나.
운동 계속 열심히 시켜.
준태는 지금 정도만 하면 잘 할 거야.
아빠랑 영어로 회화나 열심히 시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