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내일을 묻다 - 중국 최고 지성들과의 격정토론
문정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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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3월 24일부터 시작된 [평화나눔 아카데미] 10회 강연 중 첫 번째 강연의 강사인 문정인 교수가 저서다. 첫 번째 강연의 제목은 "G2 시대. 새로운 패권인가, 힘의 균형인가?"... 문교수는 언론에서 접한 것과는 달리 인상도 수더분하고 강연 내용도 알찼다. 이 책을 읽어보니 최근에 본인이 발간했기 때문에 강연하기에 특별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강연 중에 중국측 인사들에 대한 폭 넓은 교류와 중국 전반에 대한 깊은 안목을 느낄 수 있었다. 문교수의 90분 강연 만으로는 부족하여 강연이 끝난 후 이 책을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문교수의 지적처럼 한국인들에게 중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일본과는 지리적으로 바다가 가로막고 있는 데다가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20세기 전반의 강제점령이 있기 때문일 것이고 중국의 경우 마찬가지로 지리적으로 북한과 바다에 막혀 있다. 중국이 채택한 이념이 사회주의이기는 하지만, 시장경제와 국제무역을 도입한 이후 1992년 한국과 수교를 체결하였고 한국은 2010년 기준 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25%, 수입액에서 17%를 차지하여 가장 크다. 상호간의 관광객 숫자와 유학생 숫자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고 한국 대중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중국 시청자들에게 친근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문화만큼 정치와 외교는 밀접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MB정부 들어서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오던 '균형외교'와 '자주외교'가 밀려나고 미국과 일본에 대한 '동맹외교'에 치우쳐 온 관계로 한-중 정치외교 관계는 냉랭한 것이 현실이다.
 
문교수는 2004년 '동북공정 사태' 이후 일반 국민들 사이에 한-중 관계가 악하되어 한국에서는 '반중 감정'이, 중국에서는 '반한감정'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MB정부 집권 이후 미-일에 치우친 외교, 북한 핵 문제, 천안함 사태 등으로 호전될 가능성이 점점 멀어져만 가는 상황에서 그동안 중국의 모습을 서구와 일본 학자들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던 한계에서 벗어나 직접 접근하고자 했다. 그 밖에 저자는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마저 중국의 부상(=굴기崛起)을 우려하기 때문에 중국을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글로벌 금융위기가 조금 안정국면에 접어든 이후 중국으로부터 나와 세계적으로 회자되는 말이 있다.
“1949년에는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고 1979년에는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으나, 1989년에는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었고 2009년에는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

그야말로 중국의 부상,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더욱 확고해진 중국의 위상을 웅변해준다. 이 책은 이러한 중국굴기(中國崛起)의 시대를 어떻게 건너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모색으로서, 저자가 베이징대학의 초빙교수로 머무는 동안 중국 외교안보의 흐름을 주도해왔고 또 앞으로 이끌어갈 중국 국제정치학계의 주요 인사들과 나눈 진솔한 대담을 싣고 있다. 당대 중국 최고 지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대국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구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중국의 시각에서 중국을 봄(以中國 觀中國)”으로써 중국에 대한 편견을 뒤집고 새로운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는데, 제1부에서는 [대국의 길]이라는 주제를 놓고 현재 중국의 최고의 논객들, 곧 '화평굴기론 和平屈起論'을 제창한 정비젠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교장, 중국 내 현실주의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옌쉐퉁 칭화대학 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천하세계론’으로 새롭게 뜨고 있는 자오팅양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그리고 점차 대세가 되고 있는 ‘책임대국론’의 왕이저우 베이징대학 교수와 대담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이들과의 대담은 내외부적으로 중국굴기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공산당이 표방해온 '도광양회(韜光養晦, 실력이 있으되 드러내지 않는다 - 등소평이 제시한 외교 원칙)'로부터 탈피해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듯한 중국 지식인 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중국의 주요 학자들은 향후 10~20년 이상 평화적으로 중국이 계속 경제적인 부분에 집중하여 성장해 나가고 그 사이에 중국 내부의 문제들, 즉 빈부격차, 지속가능한 발전, 도농격차, 사회안전망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듯 하다. 이는 "성장이냐 분배냐"와 같은 단순논리로 정부의 정책을 가르는 한국 내 정부, 정치권, 여론 주도층과 학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 면에서 1970년 이후 중국이 급격하게 성장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다.(물론 외형적인 경제의 크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게는 우리가 배워야할 부분이 많다.
 
“경쟁력 상승에 기초한 화평굴기를 대국굴기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화평굴기를 위협적 행보로 받아들인다면 필경 거기에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는 정비젠의 말이나 “굴기라는 측면에는 동의하지만 화평이라는 용어는 동의하기 어렵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민족 또는 국족(國族) 부흥이다. 평화라고 하는 대목에 지나치게 방점을 둘 필요는 없다.”는 옌쉐퉁의 말은 일견 상반되어 보이나 중국의 겉과 속을 고루 살피기 위해서 모두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일 것이다. 그리고 '화평굴기론'을 제창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중국 공산당 관료를 거친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의해야 할 모습이다.
 
제2부는 중국의 대외 전략을 다루고 있다. 왕지쓰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원장과는 대미 정책을, 양보장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연구소 소장과는 대일 정책을, 장샤오밍 베이징대학 교수와는 대 주변국 정책을, 그리고 장윈링 중국사회과학원 국제학부 주임과는 동아시아 지역주의 정책을 논하고 있다. 또 중국의 국가안보 전략과 관련해서는 베이징대학의 3인방인 주펑, 왕융, 자다오중 교수로부터 각각 군사, 경제, 자원안보론을 듣고 있다.
 
제2부의 대담을 통해 찾을 수 있는 핵심은 중국이 외교안보의 초점을 미국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가장 큰 위협도 미국이고,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도 미국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에 따라 미국 없는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환영하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며 오히려 현상 유지를 선호하고 있다. 현상유지에는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커다란 정치적 격변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일각의 의혹이 어느 정도 중국 내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제3부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다룬다. 북ㆍ중 관계에 대해선 중국 내에서 가장 강경파로 알려진 장롄구이 중앙당교 교수와 온건파인 김경일 베이징대학 교수 간 ‘강온 대담’을 통해 규명하고자 하였고, 한ㆍ중 관계에 대해서는 치바오량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교수와, 또 북한 핵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리빈 칭화대학 교수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제3부의 대담을 통해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하면서도 대북 제재에는 소극적이며 북한의 체제 붕괴를 부정적으로 보는 중국, 또 한국이 아무리 미국과의 양자 동맹을 강조해도 주요한 전략적 사안에는 중ㆍ미 간 협의와 합의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중국 등 한반도를 바라보는 중국의 기본시각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는 한ㆍ중 관계를 더 이상 대등한 관계로 보지 않는, “중국은 대국, 한국은 소국”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중국 관료와 학자들의 인식은 미국이나 일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지나친 대미, 대일 종속주의 뿐 아니라 대중 편중론 역시 경계해야 함을 의미한다. 어느 나라 국가든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모든 외교관계와 의사결정의 중심이라는 것을 재삼 확인하는 대목이다.
 
중국의 대외 전략 및 한반도 전략과 관련해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북한에 대해 정책적 레버리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책적 지렛대는 무엇인가? 바로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 중국, 미국, 일본, 한국 중 북한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다. 만약 중국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킨다면 중국의 우세가 어디에 있겠는가? 전혀 없다. … 한국은 북한이 자신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더욱 많은 대북 원조를 제공해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동포애 때문이 아니라 한국 자신의 이익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희생이 아니라 한국 자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라는 왕지쓰의 말은 중국의 속내를 솔직히 내비치고 있다. 한국의 올바른 대북 정책과 외교 정책에 대해 중국 학자들에게 조언, 충고받았을 때 문교수가 어떤 느낌이었을지 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 & 공감할 수 있다.
 
이 밖에 '동북공정'에 대해 중국 학자들은 조심스럽게 중국 측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동북공정'은 순전히 국경지역의 역사, 지리 등에 대한 연구 차원에서 성 차원의 일개 연구소가 진행한 것이지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강하게 설명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일부 언론과 학자들이 '동북공정'을 정치적인 이슈로 확대하여 여론화시켜 '반중감정'을 조성하는 것은 역으로 중국 내에 '반한감정'을 불러 일으키고 미풍에 그치고 말 '동북공정'을 논의를 중국 전역에 확대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제4부는 거대 중국의 미래 구상과 안팎의 도전을 다루고 있다. 국제 안보질서 구상에 대해서는 친야칭 외교학원 상무부원장, 국제 경제질서 구상에 대해서는 장위옌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 및 정치연구소 소장, 안팎의 도전에 대해서는 진찬룽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그리고 21세기 한ㆍ중 관계의 미래 전망과 관련해서는 자칭궈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과의 대담을 싣고 있다.
 
여기서는 G2 체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 외에도 지역, 계층, 세대 간 양극화나 민주화의 내적 압력, 민족주의 분출 등 내외부적으로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심각한 문제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중국의 향후 국제사회에 대한 태도는 다음 두 가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중국 내부 문제의 개선이며, 다른 하나는 외부 세계가 중국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중국은 비교적 온화한 모습을 보일 것이고, 아니라면 매우 분노하는 중국이 될 것이다.”라는 진창룽의 말은 그야말로 의미심장하다.
 
책을 모두 읽은 후 느낀 소감은 중국에게 배워야 할 것이 상당히 많다는 것과 당분간 중국이 대외관계에서 현재의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중국의 정책을 고려하여 이명박정부 뿐 아니라 진보개혁세력 역시 그에 합당한 대중 외교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중국 학계가 바라보고 고민하는 중국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비록 그들이 중국인 전체 생각이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 하더라도 중국 주요 대학과 연구소의 지성인들이니 만큼 중국 공산당과 정부, 학계의 입장과 논의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는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대담이 중국 대학 및 연구소 등 학계 인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중견간부나 정부 관료와 일부 대담을 진행했다면 현재 중국의 정책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생각과 계획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관료와 학계의 시각차가 있을지 여부도 포함하여...
 
중국의 향후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그러면서도 두려움을 감출 수 없는 것은 한반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한국이, 그리고 한반도가 향후 10~20년 안에 올바른 지도자를 선출하고 적절한 국민통합, 남북통합을 이루고 조화로운 사회,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이룩하지 못할 경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그리고 일제시대의 경험을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
 
* 책 속의 문장
- 미국은 중국을 라이벌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하나의 도전국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유권자들이 어떻게 현재와 같은 대규모 국방비 지출을 용인할 수 있겠는가. ... 따라서 중국위협론은 미국의 대중 인식에 기인한다기 보다는 미국의 국내정치 그리고 국제적 위상의 유지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p.56)
 
- 미국은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지만 문화와 이데올로기 면에서 세계 모델을 창조한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또한 IMF, IBRD, WTO 등 국제기구도 미국 주도 하에 탄생했다. 따라서 중국은 여전히 미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결국 미래를 슬기롭게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 내 정치, 사회의 변화, 즉 대내적 진보와 발전과 함께 국제적으로 미국과의 복잡한 협력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데 있다고 생각한다.(p.102)
 
- 미국은 중국의 완전 붕괴를 원치 않지만, 중국이 걱정거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뻐할 것이다. 이는 당연한 것 아닌가. ...  인권 문제 등 중국 내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 중 80~90 퍼센트는 중국이 자초한 것들이고, 한 10~20 퍼센트의 문제는 미국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간섭이 중국 내부에 혼란을 가져오고 중ㆍ미 관계를 크게 저해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p.127)
 
-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중국에도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할 수 있고 중국도 전쟁에 다시 휘말릴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가 중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에서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있다.(p.192)
 
* 대담 참여자
정비젠鄭必堅 중국 전략 및 관리연구회 회장(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교장)
옌쉐퉁閻學通 칭화대학 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자오팅양趙汀陽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연구원
왕이저우王逸舟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원장
양보장楊伯江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연구소 소장
장샤오밍張小明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장윈링張蘊嶺 중국사회과학원 국제학부 주임
주펑朱鋒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왕융王勇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자다오중査道炯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장롄구이張璉?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김경일金景一 베이징대학 한반도연구센터 부주임
치바오량戚保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한반도연구실 주임
리빈李彬 칭화대학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
위메이화于美華 개혁개방포럼 연구원
친야칭秦亞靑 외교학원 상무부원장
장위옌張宇燕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 및 정치연구소 소장
진찬룽金燦榮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김병호金炳? 중앙민족대학 마르크스-레닌주의학원 원장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 2011년 4월 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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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 Pamphlet 1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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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1일 일본 북동부 해안지역 밀어닥친 쓰나미로 해당지역 뿐 아니라 일본 전역이 심하게 고통받고 있다. 지나온 역사와 현실의 정치경제 상황은 일본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나이지만, 자연재해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의 일반 민중들에게는 진심으로 위로를 전하고 싶다.  벌써 10일이 지났음에도 일본 정부와 국민들은 제대로 된 복구는 커녕 원자력발전소 문제로 현장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예로부터 지진이 잦았기에 어느 나라보다 대비가 철저했던 일본이 이 정도라면 다른 나라는 어땠을까...
 

쓰나미와 관련하여 ’아체’ 또는 ’반다아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지...? 
2004년 12월 26일 오전 8시에 발생한 동남아 쓰나미 재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 아체주로서 인도네시아 전체적으로 250,000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되었는데, 그중 85%가량이 되는 200,000명의 희생자가 아체지역에서 생겼다. 수마트라 섬의 제일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이 책에서는 40만명이 죽은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고의적으로 아체지역에 쓰나미 발령 정보를 알렸으며 그로 인해 인명의 피해가 더욱 컸다고 한다. 주민들의 말.. "우리는 울고 싶어도 울 자유가 없습니다. 쓰나미로 초토화된 아체를 보며 인도네시아 정부가 팔짱끼고 웃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부패한 정부 관리들이 구호금마저 착복하고 있습니다. 계엄군은 구호품을 나른다며 구호자금으로 새 트럭이나 사고 있습니다. 우린 구호품 하나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이 책의 곳곳에 실려있는 아체지역의 피해 현장사진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들의 이야기는 책 표지를 덮을 때까지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불거지도록 만들었다.  

 

사실 아체는 우리가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아는 것보다 더 역사적인 지역이다. 위키백과 사전에서 아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이슬람이 퍼진 지역이며 17세기에 이미 믈라카 해엽 일대에서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와 일본, 인도네시아 등의 지배를 차례로 받으며 긴 독립을 향한 저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되고 있다.

 
실제로 아체는 포루투칼, 네덜란드에 이어 일본의 식민지 지배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제도의 어떤 지방보다 장렬히 싸웠고 인도네시아 제도가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난 이후 1953년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하기도 했으나 군사독재자인 수하르토에 의해 다시 강제 점령되었다. 아체는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그 역사와 특성을 인정받아 1945년 이후에 계속 특별주로 존재해왔다. 최근까지도 산과 밀림 속에는 아체의 독립투쟁을 진행하는 무장 게릴라 자유아체운동(GAM)이 정부군과 투쟁을 진행했다. 아체지역의 무시무시한 정치상황은 시인이 석유기업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간 록스마웨라는 곳에서 무장경비에게 총구로 목숨을 위협당하는 사례에서 보여진다. 다행히도 인도네시아 정부군과 반군인 자유아체운동(GAM)이 쓰나미가 발생한 후 8개월여만인 2005년 8월15일 1만5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혈분쟁을 종식시키는 헬싱키 평화협정에 합의했다.
 
이 책은 박노해시인이 쓰나미가 할퀴고 난 4개월, 그리고 6개월 후에 아체주를 직접 방문하여 그 처참한 현장을 사진에 담고 절망에 몸부림치는 아체지역 곳곳을 다니면서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그 지난한 몸부림과 아픔의 이야기를 담아온 것이다. 서방 언론이나 한국의 인터넷에서 수박 겉핧기 식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야기를 베겨쓴 것과 달리 시인은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 것이다. 그 이야기는 언론 보도와는 달리 절망과 비통함 그 자체였으며, 아체지역이 쓰나미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인도네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차별로 고통받고 있으며 박정희보다 더한 군사정권의 폭력 아래 무수한 인명과 재산이 무참하게 피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체주가 그렇게 처참하게 고통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체지역이 천연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인구 400만. 석유와 천연가스, 금과 석탄, 참치와 은빛 물고기... 아체주는 인도네시아 영토의 30분의 1도 되지 않지만 인도네시아 석유의 20%, 천연가스의 30%를 생산하고 수출의 11%를 담당하고 있다. 이것이 그동안 세계의 제국들이 너나없이 이곳을 차지하려고 했던 이유이고 인도네시아 군사정권이 아체지역 사람들의 씨를 말려서라도 내놓지 않으려고 한 이유이며, 미국이 군사정권의 폭력을 눈감아 주는 이유다. 아체지역의 석유는 처음부터 미국의 석유기업 엑손 모빌이 시추,유통하고 있다.(엑손모빌은 아체주에서 정부군의 원주민 탄압을 도와오다가 2006년 아체주민들에 의해 제소되었다.)
 
시인이 찾아가 아체지역은 말 그대로 ’초토화’된 모습이었다. 마을마다, 거리마다 온전한 가옥이나 농경지를 찾아볼 수 없었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물은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였다. 그나마도 천정이나 벽 곳곳이 무너진 채로...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체 주민들은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었고 물과 식량이 부족하여 고통받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마련한 난민피난소는 열악하기 짝이 없고 뜻 있는 아체인들은 정부의 아체에 대한 음모와 탐욕을 경계하여 피난소에 들어가지 않고 지옥같은 현장에서 하루하루 희망의 싹을 만들어 간다. 시인은 자신이 함께하고 있는 모임인 [나눔문화]에서 모금한 적지만 소중한 지원금을 전달하고 현지에서 부모형제를 잃은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나눔문화] 차원에서 학교 건축과 운영비를 매년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쓰나미가 닥친 직후 일부 국제 구호단체들이 아체지역을 방문해 활동하기도 했지만 한 두달이 지난 후 모두 떠나갔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에서 그들의 고통을 직접 확인하고 위로해주고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주기위해 찾아간 시인은 그들에게 사람에 대한, 인류에 대한 애정과 신뢰의 싹을 틔워냈다.(코리아에 대한 좋은 인상도 주었겠지만 한국 정부가 제3세계에 취하는 외교정책들을 보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진심으로 아체지역 주민들에게 평화와 희망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2005년 평화협상 이후 소식은 아직 찾지 못했다. [나눔문화]의 작은 도움을 계기로 한국 뿐 아니라 아체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세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나도 다음 번 모임에 가서 나눔학교 지원용 통장을 받아와야겠다...^^

- 박노해시인의 시 [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어요 ]
하늘이여 저에게 화를 내고 계신가요.
여기가 세상의 심판대인가요.
인도네시아의 검은 머리라 할 수 있는,
아체를 이렇게 날려 버렸어요.
아무 경고도 없이.
아무 자비도 없이.

제가 당신은 아프게 했나요.
그래서 온 지구를 흔들었나요.
왜 하필 아체였나요.
아체는 이미 울고 있는데.
밤마다 사라져 간 별들이 발 밑에서 우는데,
총살당한 부모 품에서 살아나온,
저 아이가 또 무얼 잘못했나요.
밀림의 스무 살 이농발女戰士이 무얼 잘못했나요.
쓰나미로 몰려든 외국인이 떠나면,
여긴 다시 계엄의 공포인데,
저는 언제까지 울어야 하나요.

푸른바다 물결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부드러운데,
사람들은 이젠 잊어비린 채 웃고 마시고 분주한데,
하늘이여 눈물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나요.
착하고 가난한 사람의 희생이 필요했나요.
이미 당신께 속해 있는 자의 희생이 더 필요했나요.

오 하늘이여.
오래된 제 눈물은 흘러도 좋아요.
그러나 피지도 못한 아체의 아이들은 받아주세요.
울 힘마저 없는 사람들은 받아주세요.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어요.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어요.
 
[ 3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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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튼 싱클레어 지음, 채광석 옮김 / 페이퍼로드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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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세상 등진 여성 간신히 목숨 구해(청주)', '생활고에 시달리던 가출청소년 편의점 상습 강,절도(서울)', '고문 후유증에 생활고로 518 유공자 자살 잇달아(광주)', '생활고에 2층 난간에 목 매달아 자살(개봉동)', '생활고 비관 70대 할머니 자살(대구)', '생활고 비관 자신의 집에 방화한 40대(거제)', '보육원 퇴소 10대들 생활고 압박 강도(광주)'... 
 
3월 22일 다음 포털 사이트에서 '생활고'란 단어를 입력한 후 첫 번째 페이지에 나온 기사들이다. 청소년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 전반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른 사건사고와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지난 2월 20일 통계청의 우리나라 상대빈곤율(가처분소득 기준) 발표에서 지난 2007년 14.8%, 2008년 15.0%, 2009년 15.2%로 높아지고 있는 수치가 사회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상대빈곤율이란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수준별로 나란히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위치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의 50%를 밑도는 가구의 비율을 뜻한다.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가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절대빈곤율도 2007년 10.2%, 2008년 10.4%, 2009년 11.1%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한겨레 기사 2011-2-20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464290.html)
 
지구상에서 가장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는 어디일까? 세상 사람들은 모두 미국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미국은 한국보다 더 잘 살까? 미국이 제3세계에 자신들의 자랑이라고 떠들어대는 자유, 평등, 기회는 얼마나 잘 보장되어 있을까? 20세기에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과 제3세계 국가들에게 미국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로서 자랑하고 전파한 자본주의, 자유시장의 모습을 이 책 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없을 것이다. 한국은 이런 미국을 철저하게 따르는 중이다.
 
이 책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온 리투아니아 이민자들이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이 장악한 시카고에서 열악한 노동환경과 근로조건, 거주상황 등으로 인해 처절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곳은 '정글'이었다.
 
1900년대 초 '황제의 숲'으로 알려진 리투아니아의 브렐로비치라는 산악지방에서 아무런 걱정없이 평화롭게 살던 20대 초반의 유르기스는 말 시장에서 처음 본, 아름다움 미소를 지닌 오나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오나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된 유르게스는 미국이 리투아니아와 달리 자유, 평등, 기회의 땅이라는 소문을 듣고 부푼 꿈을 안고 모든 재산을 처분한 다음 오나, 그리고 오나의 가족들(모두 12명)을 데리고 미국 시카고에 도착한다. 시카고까지 오게된 동안 재산 대부분을 지출하였고 시카고에 자신들이 편하게 거주할 마땅한 집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시카고에서 처음 본 거대한 쇠고기 공장과 가축 수용장을 둘러보면서 유르기스는 "끔찍해라. 내가 돼지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네."라고 속삭인다. 
 
유르기스와 일행들이 꾼 꿈이 헛되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며칠도 걸리지 않았고 그들은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위하여 직장을 구해야 했으나 당시 시카고는 유르기스 일행과 같은 이민자들과 실업자들이 넘쳐났기 때문에 취업은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한 유르기스와 어른 몇 명은 지옥같은 공장에서 장시간 일해야만 했다. 추위, 악취, 먼지, 피, 기름, 땀이 범벅된 공장 안에서는 쉴 틈도 없이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유르기스는 오나와 결혼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들은 한 때 무한경쟁 속에서도 자신들의 보금자리도 장만하고 돈도 모으는 등 희망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본가들과 그 하수인들이 쳐놓은 이중, 삼중의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처음 강철같은 체력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유르기스는 오래지 않아 집도 빼앗기고 체력과 정신이 고갈되고 소중한 가족들을 하나씩 쓰러져갔다. 유르기스가 시카고의 구조적인 현실을 깨달은 것은 모든 것을 빼앗긴 후였다. 고통과 절망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방황하고 추위와 허기에 시달리다가 유르기스는 사회주의자들을 만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이 책은 출간된 이후 미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당시 대통령이던 루스벨트의 조사와 후속조치를 통해 식품안전에 관한 법률,제도와 식품의약품안전청(FDA)가 설립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책을 발간했던 더 중요한 이유, 즉 열악한 환경과 처우를 당하고 있는 노동자와 빈민에 대한 관심이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으로 변해버린 결과로 인해 허탈감에 빠져야 했다.
 
<정글> 속의 이야기가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된 아득한 과거의 이야기로 끝난 것일까? 책의 말미에 소설가 방현석이 '작품해설'에 쓴 것처럼 "시간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이 책이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과 존 로빈슨의 <음식혁명>에 다시 거론된 것은 아직도 자본가와 쇠고기 산업이라는 악마가 지구상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100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자본, 자본가들의 추악함과 역겨움은 여전하다. 그리고 미국의 추악한 쇠고기 산업은 지난 2008년 한국에서도 '광우병 파동'을 일으켰고 다행이도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도 육식의 공포와 쇠고기 산업의 폐해를 알게되었다.
 
<정글>은 광우병 공포와 쇠고기 산업의 추악함 뿐 아니라 21세기 한국에도 여전히 열악한 취업기회와 근로조건, 물가상승과 불안한 보금자리, 자본주의적 욕망과 무한경쟁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IMF 사태 이후 부익부빈익빈이 더욱 심화되면서 빈곤층이 늘어남과 동시에사회적으로 희망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고 있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 가는지, 몰아 가는지 <정글>을 통해 냉정하고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현실을 정확하게 알고 난 다음에야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2011년 3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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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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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학 동기와 후배들을 만난 저녁 자리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책을 많이 읽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뭐하겠나 싶어서... 그것은 저녁 자리에서 벌어진, 아니 내가 뱉어낸 두 가지 말들 때문이다. 하나는 동기와 함께 다른 친구에 대해 험담을 한 것이고 또 하나는 모임의 이야기가 음담패설로 흐를 때 그것을 다시 진지하거나 건강한 이야기로 유도하지 못하고 동참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온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건강한 이야기를 나누고 격려하고 서로 도와주고 희망을 나누고 싶었는데 그 결심이 흐트러져 버렸다. 한 마디의 말, 한 번의 몸짓에서부터 다시금 나를 돌아보고 경계해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이 책은 생전에 스님께서 마지막으로 출간한 책이자 최초로 스님이 대중과 학인을 상대로 직접 하신 말씀을 모은 법문집이다. 길상사의 정기법회 법문, 여름안거와 겨울안거 결제 및 헤제 법문, 부처님 오신날 법문과 창건법회 법문 등이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스님의 법문은 대부분 길상사에서 이루어졌지만 때로는 명동성당, 뉴욕 맨하탄, 세종문화회관, 청도 운문사와 원불교 대강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책 속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주제는 "삶에서 가장 신비한 일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 뿐인 인연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일기일회一期一會]이고 50년 넘게 수행자로서 살아오신 스님의 마지막 가르침일 것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우리가 살아야 하는가? 나는 진정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법정 스님은 이러한 근원적인 물음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다는 그 자체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스님은 헛된 말과 관성적인 삶이 스모그처럼 퍼져있는 시대에 말과 삶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온 이의 진정성이 담긴 가르침을 맑은 울림처럼 담아냈다. 각 법문의 서두에는 그날의 계절과 시간이 담겨있어 때로 작은 절마당에 고즈넉하니 앉아 스님의 가르침을 듣는 기분에 젖기도 한다. 
 
[2008년 11월 12일 겨울안거 결제일 법문 :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 스님은 "만약 미국을 비롯해 지구상에 있는 모든 나라들이 경제 불황 없이 한결같이 고도성장으로만 치닫는다면 그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물으신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도 이것은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것이다. 서구에 자본주의가 태동한 이래 이제 250년 정도... 그 기간 동안 유럽과 미국, 일본과 한국, 최근의 BRICs 국가들... 대략 20여개국 정도가 그 짧은 기간 동안 마치 굶주린 돼지처럼 지구의 숲과 산, 물과 자원을 고갈시켜 온갖 정치적, 경제적, 환경적, 생태적 재앙이 이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또 수 많은 국가들이 그 대열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피에르 라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이반 일리히, 버트런드 러셀, 쓰지 신이치...  그들의 이야기처럼 "성장을 멈춰라"라고 힘차게 외치고 싶다. 내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멈출 것인지, 멈춘 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내가 열중하는 문제 중 하나다.
 
[2008년 8월 15일 여름안거 해제일 법문 : 중노릇하면서 빚만 많이 졌다] 2007년 겨울 대통령 선거의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면서 스님은 "경제 살리기만 외쳐도 한 나라의 정치 지도자로 뽑아 주는 그런 세태 아닙니까?"라고 한탄하면서 구호만 가지고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그런 헛된 구호만 가지고 경제를 살리고 죽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주 중에 MB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를 탈락시키면서 영남지역 정치권과 '가진자'들이 흥분하고 있다. 박근혜는 특유의 방식으로 '주장과 분위기를 짱 본 후'에 대선 공약을 지키라는, 전형적인 '기회주의' 속성을 보여준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기회주의나 대선 공약의 문제가 아니다. 나 역시 다른 모든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떠나서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한국의 정치권은 그동안 대통령이나 지자체장, 그리고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아무런 경제적, 사회적 실익이 없는 공항을 수도 없이 건설하여 국민의 세금을 낭비했고 운영비를 지금도 낭비하고 있다. 이 판국에 무슨 '영남권 신공항'이란 말인가? 그것을 주장하는 자들은 무지와 탐욕을 가득찬 모리배에 불과하다...
 
[2008년 5월 12일 부처님 오시날 법문 : 하루 낮 하루 밤에 만 번 죽고 만 번 산다] 스님은 2008년 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파동', 그리고 조류독감으로 6천만 마리나 생매장한 닭과 오리에 대해 '업'과 '자비'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 국가와 기업과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돈에 눈이 어두워 '초식동물인 소에게 같은 소의 뼈와 내장을 사료로 먹이기 때문에' 소가 미쳐 버린 것이고 다닥다닥 붙은 인조 감옥 양계장 안에서 사료를 먹이는 조류들이 집단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현상을 개탄한다. 그러한 인간들의 동물에 대한 죄는 반드시 '업'이 되어 인간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 이러한 시대에 인간 뿐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자비심을 일으켜야 함을 지적한다. 
 
[2008년 4월 20일 봄 정기법회 법문 : 생명 자체가 하나의 기적] MB정부가 은밀히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것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끔직한 재앙이며, 이 국토가 오랜 역사 속에서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영혼이고 살이고 뼈이기에 어떤 정책과 권력으로도 이 땅을 망신창이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세상 만물이 하나로 연결되기 때문에 무모한 자연파괴는 반드시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그것도 아무런 죄가 없는 후손들에게...
 
[2006년 10월 15일 가을 정기법회 법문 :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다음에 먹는다] 당시 크게 사회문제화 되었던 '한미FTA'에 대해 일침을 놓는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나 언론의 선전과는 달리 철저하게 미국 기업과 투자자를 위한 협정이며, 미국만을 위한 보호주의라고.. 한국의 무역 개방정도가 70%가 넘어서고 있는 판국에 개방정도가 20% 밖에 되지 않는 미국을 위해 나머지 분야를 모두 개방하고 나면 수출 산업과 기업 일부는 성장할 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산업부분이 취약해지고 실업과 빈부격차가 확대될 것을 예상한다. 특히, 농업이 죽게 되면 곡식 뿐 아니라 생태적인 관리가 불가능해짐을 역설하시면서 "경제가 튼튼하려면 기초산업인 농업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경제관을 제시한다.
 
[2004년 4월 18일 봄 정기법회 법문 : 우리가 누군가를 용서하면 신도 우리를 용서한다]에서 스님은 [법구경]의 법문을 예시하면서 용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온 세상의 사람들 중에서 허물없는 사람은 없다고 말하시면서 "함부로 남을 꾸짖거나 흉을 봐서는 안된다. 허물을 감싸 주고 덮어 주는 용서는 사람을 승화시킨다. 용서는 마음 속에 사랑과 이해의 통로를 열어 준다"고 강조한다. 선의의 충고와 꾸짖는 것은 다르다는 것...  
 
* 책 속의 문장
-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일기일회, 한 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입니다. 이 고마움을 세상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p.54)
 
- 살 만큼 살다가 세상과 작별하게 될 때 무엇이 남는가? 홀로 있는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평소에 지은 업을 가지고 간다. 좋은 업이든 나쁜 업이든 평소에 지은 업만 그림자처럼 따라간다. 하루하루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말과 행위를 하는가가 곧 다음의 나를 형성한다. 누군가가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매 순간 스스로가 다음 생의 자신을 만들고 있다.(p.173~174)

-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매 순간 마음을 맑히는 일로 이어져야 합니다. 한숨 내쉬고 들이쉴 때마다 마음을 맑히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 한순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 한순간이 바로 생과 사의 갈림길입니다. (p.317)
 
[ 2011년 4월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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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라이프 - 우리가 꿈꾸는 또 다른 삶
쓰지 신이치 지음, 김향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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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빈둥거리기, 반세계화, 슬로 푸드, 잡일, 안심, 슬로 보디, 스몰, 새로운 빈곤, 인디언 타임, 언플러그, 기다림, 슬로 러브, 지금 여기, 있는 것 찾기, 슬로 머니, 머물기, 비폭력, 슬로 비지니스, 친환경주택, 컬처 크리에이티브, 놀기, 에코 투어리즘, 슬로 카페, 씨앗, 슬로 워터, 생명 지역, 딥 에콜로지, 쉬기, 흙, 에코 이코노미, 빠빠라기, 원주민 달력, 슬로 폴리틱스, 신체 시간, 페어 트레이드, 뺄셈의 발상, 촛불......  이 많은 단어들이 의미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저자는 돈, 효율, 경쟁, 경제성장 같은 것을 우선시하는 사회에서 살면서 사람들이 당연한 즐거움, 아름다움, 편안함 등으로부터 멀어졌다고 말한다. 돈, 효율, 경쟁, 경제성장은 결국 ’패스트 라이프’를 의미하는 것이며, 사람들이 삶에서 즐거움, 아름다움, 편안함을 되찾기 위해서는 그 반대인 ’슬로 라이프’로 바꾸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지구상에는 ’패스트 라이프’에 저항하는 다양한 개념과 주체들이 존재한다. ’단순한 삶’, ’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문화창조자들’, ’작은것이 아름답다’, ’슬로푸드’, ’반세계화’, ’지속 가능한 개발’...  저자는 그러한 개념과 주체를 담아내면서 자신의 경험과 활동을 토대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슬로 라이프’다. ’슬로 라이프’를 규정하는 여러 키워드가 바로 위에서 열거한 단어들인 셈이다.
 
- 걷기 : 슬로 라이프의 첫 걸음은 산책을 되찾는 일이다.
- 방랑 : 진정한 풍요를 위해 물질과 돈에 의지하지 말자.
- 게으름 : 생각해 보자. 누구를 위한 근면인지...
- 슬로디자인 : 입고 먹고 사는 일 모두를 다시 디자인하기..
- 슬로 푸드 :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
- 잡일 : 잡스러움을 허용하지 않는 삶은 공허하다.
- 슬로 러브 : 사랑이란 본디 시간을 포함하는 일이다.
- 슬로 머니 : 왜곡된 경제를 바로잡기 우해서는 ’또 하나의 돈’이 필요하다.
- 슬로 워터 : 우리는 지구의 물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 슬로 타운 : 속도를 늦추면 눈앞의 풍경이 달라 보인다.
- 있는 것 찾기 : 없는 것을 애달파하는 대신 있는 것을 찾자.
- 딥 에콜로지 :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생물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
- 머물기 :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함께 사는 일은 점점 더 멀어진다.
- 인디언 타임 : 중요한 건 시계가 아니라 상황과 형편에 따른 배려다.
- 슬로 폴리틱스 : 속전속결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 놀기 : 헛되기 때문에 비로소 충실해지는 것...
- 언플러그 : 시스템에서 플러그를 뽑고 공동체에 플러그하기..
- 자전거 :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누가 이겼을까?
- 잡곡 : 맛도 좋고 영양도 좋고 환경에도 좋은...
- 슬로 비지니스 : 바쁘지 않아도, 빠르지 않아도 잘 팔린다.
- 에코 투어리즘 : 여행지의 시간을 나의 시간으로 파괴하지 않기...
- 페어 트레이드 : ’남과 북’이, 시골과 도시가, 자연과 인간이 공정한 무역...
- 슬로 카페 : 차 마시고 수다 떨며 세상에 느리게 딴지 걸기...
- 슬로 섹스 : 그 넓고도 깊은 몸의 쾌락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 빈둥거리기 :경쟁 바깥에 있는 참된 자신의 ’거처’를 발견해 내자.
- 쉬기 :  목적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기.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 촛불 : 가끔식은 어둠을 아름답게 되찾아 보자.
- 나무늘보 : 우리가 나무늘보에게서 배워야 한다.
 
수 십개의 키워드와 그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많은 계기와 기회가 주변에 널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의 키워드는 다른 키워드와 연관될 수 밖에 없고 하나의 키워드로부터 출발하여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저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어떤 키워드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독자들이 느껴보고 시도해볼 수 있는 많은 방식과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정리한 셈이다.
 
’패스트 라이프’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자주, 그리고 습관적으로 일상 언어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잘 생각해보자. 한국인이 제일 많이 쓰는 표현이 바로 "빨리빨리"이지 않은가? 이 "빨리빨리"는 한국인과 자주 접하는 모든 국내,해외외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빨리빨리"가 결국 한국에게, 그리고 한국인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가? 일부 경제성장이라는 숫자와 부를 가져다 주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외형적인 숫자와 부를 얻는 대신에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 그 소중한 것들은 바로 아름다움, 연대의식, 동질감, 우정, 사랑, 아름다움, 여유, 행복, 건강... 그런 면에서 우리 한국인들이야말로 ’슬로 라이프’에 대해 일본인들보다, 아니 어느 외국인들보다 더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일본에 대해 몇 가지 새롭고 신선한 점을 알게 되었다. 저자도 그렇지만, 일본에는 한국보다 생태운동과 환경운동, 반세계화운동, 지역자립운동과 같은 비주류 운동이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과 학계와 전문가, 활동가와 연구자, 문학가와 예술가, 심지어 정치가들까지 폭 넓은 인력과 조직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가 오래되고 뛰어난 전문가가 많은 만큼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많았다. 저자만 보더라도 1990년에 에콰도르의 나무늘보를 보호하기 위한 [나무늘보 친구들]이라는 국제적인 NGO를 결성하여 활동해오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일본의 지식인 일부와 전문가들의 선구적인 모습에 감탄하곤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만명의 인명피해와 250조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가져온 쓰나미에 대한 일본 정부와 기업의 부실한 태도 및 대처방식과 더불어 일본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이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대한 지원과 협조가 부족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끼끼도 한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의 경우에도 뉴올리온즈 허리케인 피해 당시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신속하게 피해현장에 도착하여 조직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워나 피해지역의 복구에 도움을 주는 것에 비하여 일본 국민의 무기력한 모습은 생태환경 활동가들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것 같다.
 
그리고 저자에게 조금 아쉬운 것은 이 책 속에 "왜 슬로 라이프가 되어야 하는가?", "왜 소박하고 단순하고 느린 삶이 필요한가?"에 대한 체계적인, 정형화된 정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키워드와 그 키워드에 대한 설명과 필요성이 열거되어 있기는 하지만, 포괄적으로 사람이 왜 ’슬로 라이프’로 살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부족하다. 본래 인간의 존재가 ’슬로 라이프’인데 과학기술이나 인간의 욕망이 인간에게 잘못된 길을 유도한 것인지, ’슬로 라이프’야 말로 자연적이고 인간다운 삶이기 때문에 원래대로 복귀해야 하는 것인지, ’슬로 라이프’를 통해서만이 인류와 지구의 영속적인 생존과 순환을 보장하는 것인지... 아무래도 독자들이 다양한 키워드와 저자의 활동을 종합하여 스스로 ’슬로 라이프’의 배경과 이유, 목적을 찾아내는 것이 저자의 취지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 책은, 법정스님의 저서 <내가 사랑하는 책들>에 소개된 책 50권 중 작년 7월부터 읽기 시작한 <소로우의 무소유 월든>에서 <행복의 정복>까지 아홉 권에 이어 이번에 열 번째로 읽은 것이다.
 
* 책 속의 문장
- 현대사회는 공포로 가득차 있다. 국가 권력은 그 공포를 능숙하게 다루어서 국민을 컨트롤하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는 그러한 공포를 선동하고 한층 더 부풀려진 그 공포 위에 날로 번성한다. (p.77) 
- 지구 온난화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가스 배출 속도가 그것을 동화, 흡수하는 지구의 느긋한 속도보다 빨라럿 생긴 이상 현상이다. 즉, 인간은 경제 시간에 끌려다니다가 결국 탄소 순환이라는 생태계 기반에 구멍을 내어 버린 것이다.(p.103) 
- 우리가 정치에 대해 느끼는 무력감 중 하나는 우리가 너무 바쁘다는는 데 있는 것은 아닐까? 러미스의 지적처럼 "짬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이루어지지 못한다." (p.166)
 

* 책 속의 책 & 영화 : 버트런드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 윌리엄 맥도너 <요람에서 요람으로>, 조지 리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나오미 클라인 <No Logo>, 조제 보베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 카를로 페트리니 <슬로 푸드>, 이반 일리히 <학교 없는 사회>,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성장을 멈춰라>, 파울로 프레이리 <희망의 교육학>, 데이비드 스즈키 <즐거운 생태학 교실>, 다니엘 퀸 <고릴라 이스라엘>, 더글러스 스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들은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마이클 무어 <볼링 포 콜롬바인>, 폴 호켄 <비지니스 생태학>, 버나드 리테어 <돈, 그 영혼의 진실>, 반다나 시바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 <누가 세계를 약탈하는가>, <물 전쟁>, <위대한 전환>, 월드워치연구소 <지구환경보고서 2004>, 모토하시 세이이치 <알렉세이와 샘>, 가와구치 요시카즈 <신비한 밭에 서서>, 투이아비 <빠빠라기>, 모토카와 다쓰오 <시간으로 보는 생물 이야기>, 마하마트 간디 <간디 자서전>, 노암 촘스키 <패권인가 생존인가>, 미하일 엔데 <모모>, 요한 호이징아 <호모 루덴스>, 로제 카이유와 <놀이와 인간>, 레스터 브라운 <에코 이코노미>, <플랜 B - 파산하는 지구를 구하는 생태경제학>, 존 로빈스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제레미 리프킨 <육식의 종말>, 웬델 베리 <희망의 뿌리>
 
[ 2011년 3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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