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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라이프 - 우리가 꿈꾸는 또 다른 삶
쓰지 신이치 지음, 김향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걷기, 빈둥거리기, 반세계화, 슬로 푸드, 잡일, 안심, 슬로 보디, 스몰, 새로운 빈곤, 인디언 타임, 언플러그, 기다림, 슬로 러브, 지금 여기, 있는 것 찾기, 슬로 머니, 머물기, 비폭력, 슬로 비지니스, 친환경주택, 컬처 크리에이티브, 놀기, 에코 투어리즘, 슬로 카페, 씨앗, 슬로 워터, 생명 지역, 딥 에콜로지, 쉬기, 흙, 에코 이코노미, 빠빠라기, 원주민 달력, 슬로 폴리틱스, 신체 시간, 페어 트레이드, 뺄셈의 발상, 촛불...... 이 많은 단어들이 의미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저자는 돈, 효율, 경쟁, 경제성장 같은 것을 우선시하는 사회에서 살면서 사람들이 당연한 즐거움, 아름다움, 편안함 등으로부터 멀어졌다고 말한다. 돈, 효율, 경쟁, 경제성장은 결국 ’패스트 라이프’를 의미하는 것이며, 사람들이 삶에서 즐거움, 아름다움, 편안함을 되찾기 위해서는 그 반대인 ’슬로 라이프’로 바꾸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지구상에는 ’패스트 라이프’에 저항하는 다양한 개념과 주체들이 존재한다. ’단순한 삶’, ’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문화창조자들’, ’작은것이 아름답다’, ’슬로푸드’, ’반세계화’, ’지속 가능한 개발’... 저자는 그러한 개념과 주체를 담아내면서 자신의 경험과 활동을 토대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슬로 라이프’다. ’슬로 라이프’를 규정하는 여러 키워드가 바로 위에서 열거한 단어들인 셈이다.
- 걷기 : 슬로 라이프의 첫 걸음은 산책을 되찾는 일이다.
- 방랑 : 진정한 풍요를 위해 물질과 돈에 의지하지 말자.
- 게으름 : 생각해 보자. 누구를 위한 근면인지...
- 슬로디자인 : 입고 먹고 사는 일 모두를 다시 디자인하기..
- 슬로 푸드 :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
- 잡일 : 잡스러움을 허용하지 않는 삶은 공허하다.
- 슬로 러브 : 사랑이란 본디 시간을 포함하는 일이다.
- 슬로 머니 : 왜곡된 경제를 바로잡기 우해서는 ’또 하나의 돈’이 필요하다.
- 슬로 워터 : 우리는 지구의 물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 슬로 타운 : 속도를 늦추면 눈앞의 풍경이 달라 보인다.
- 있는 것 찾기 : 없는 것을 애달파하는 대신 있는 것을 찾자.
- 딥 에콜로지 :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생물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
- 머물기 :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함께 사는 일은 점점 더 멀어진다.
- 인디언 타임 : 중요한 건 시계가 아니라 상황과 형편에 따른 배려다.
- 슬로 폴리틱스 : 속전속결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 놀기 : 헛되기 때문에 비로소 충실해지는 것...
- 언플러그 : 시스템에서 플러그를 뽑고 공동체에 플러그하기..
- 자전거 :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누가 이겼을까?
- 잡곡 : 맛도 좋고 영양도 좋고 환경에도 좋은...
- 슬로 비지니스 : 바쁘지 않아도, 빠르지 않아도 잘 팔린다.
- 에코 투어리즘 : 여행지의 시간을 나의 시간으로 파괴하지 않기...
- 페어 트레이드 : ’남과 북’이, 시골과 도시가, 자연과 인간이 공정한 무역...
- 슬로 카페 : 차 마시고 수다 떨며 세상에 느리게 딴지 걸기...
- 슬로 섹스 : 그 넓고도 깊은 몸의 쾌락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 빈둥거리기 :경쟁 바깥에 있는 참된 자신의 ’거처’를 발견해 내자.
- 쉬기 : 목적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기.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 촛불 : 가끔식은 어둠을 아름답게 되찾아 보자.
- 나무늘보 : 우리가 나무늘보에게서 배워야 한다.
수 십개의 키워드와 그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많은 계기와 기회가 주변에 널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의 키워드는 다른 키워드와 연관될 수 밖에 없고 하나의 키워드로부터 출발하여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저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어떤 키워드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독자들이 느껴보고 시도해볼 수 있는 많은 방식과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정리한 셈이다.
’패스트 라이프’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자주, 그리고 습관적으로 일상 언어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잘 생각해보자. 한국인이 제일 많이 쓰는 표현이 바로 "빨리빨리"이지 않은가? 이 "빨리빨리"는 한국인과 자주 접하는 모든 국내,해외외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빨리빨리"가 결국 한국에게, 그리고 한국인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가? 일부 경제성장이라는 숫자와 부를 가져다 주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외형적인 숫자와 부를 얻는 대신에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 그 소중한 것들은 바로 아름다움, 연대의식, 동질감, 우정, 사랑, 아름다움, 여유, 행복, 건강... 그런 면에서 우리 한국인들이야말로 ’슬로 라이프’에 대해 일본인들보다, 아니 어느 외국인들보다 더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일본에 대해 몇 가지 새롭고 신선한 점을 알게 되었다. 저자도 그렇지만, 일본에는 한국보다 생태운동과 환경운동, 반세계화운동, 지역자립운동과 같은 비주류 운동이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과 학계와 전문가, 활동가와 연구자, 문학가와 예술가, 심지어 정치가들까지 폭 넓은 인력과 조직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가 오래되고 뛰어난 전문가가 많은 만큼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많았다. 저자만 보더라도 1990년에 에콰도르의 나무늘보를 보호하기 위한 [나무늘보 친구들]이라는 국제적인 NGO를 결성하여 활동해오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일본의 지식인 일부와 전문가들의 선구적인 모습에 감탄하곤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만명의 인명피해와 250조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가져온 쓰나미에 대한 일본 정부와 기업의 부실한 태도 및 대처방식과 더불어 일본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이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대한 지원과 협조가 부족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끼끼도 한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의 경우에도 뉴올리온즈 허리케인 피해 당시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신속하게 피해현장에 도착하여 조직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워나 피해지역의 복구에 도움을 주는 것에 비하여 일본 국민의 무기력한 모습은 생태환경 활동가들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것 같다.
그리고 저자에게 조금 아쉬운 것은 이 책 속에 "왜 슬로 라이프가 되어야 하는가?", "왜 소박하고 단순하고 느린 삶이 필요한가?"에 대한 체계적인, 정형화된 정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키워드와 그 키워드에 대한 설명과 필요성이 열거되어 있기는 하지만, 포괄적으로 사람이 왜 ’슬로 라이프’로 살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부족하다. 본래 인간의 존재가 ’슬로 라이프’인데 과학기술이나 인간의 욕망이 인간에게 잘못된 길을 유도한 것인지, ’슬로 라이프’야 말로 자연적이고 인간다운 삶이기 때문에 원래대로 복귀해야 하는 것인지, ’슬로 라이프’를 통해서만이 인류와 지구의 영속적인 생존과 순환을 보장하는 것인지... 아무래도 독자들이 다양한 키워드와 저자의 활동을 종합하여 스스로 ’슬로 라이프’의 배경과 이유, 목적을 찾아내는 것이 저자의 취지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 책은, 법정스님의 저서 <내가 사랑하는 책들>에 소개된 책 50권 중 작년 7월부터 읽기 시작한 <소로우의 무소유 월든>에서 <행복의 정복>까지 아홉 권에 이어 이번에 열 번째로 읽은 것이다.
* 책 속의 문장
- 현대사회는 공포로 가득차 있다. 국가 권력은 그 공포를 능숙하게 다루어서 국민을 컨트롤하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는 그러한 공포를 선동하고 한층 더 부풀려진 그 공포 위에 날로 번성한다. (p.77)
- 지구 온난화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가스 배출 속도가 그것을 동화, 흡수하는 지구의 느긋한 속도보다 빨라럿 생긴 이상 현상이다. 즉, 인간은 경제 시간에 끌려다니다가 결국 탄소 순환이라는 생태계 기반에 구멍을 내어 버린 것이다.(p.103)
- 우리가 정치에 대해 느끼는 무력감 중 하나는 우리가 너무 바쁘다는는 데 있는 것은 아닐까? 러미스의 지적처럼 "짬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이루어지지 못한다." (p.166)
* 책 속의 책 & 영화 : 버트런드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 윌리엄 맥도너 <요람에서 요람으로>, 조지 리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나오미 클라인 <No Logo>, 조제 보베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 카를로 페트리니 <슬로 푸드>, 이반 일리히 <학교 없는 사회>,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성장을 멈춰라>, 파울로 프레이리 <희망의 교육학>, 데이비드 스즈키 <즐거운 생태학 교실>, 다니엘 퀸 <고릴라 이스라엘>, 더글러스 스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들은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마이클 무어 <볼링 포 콜롬바인>, 폴 호켄 <비지니스 생태학>, 버나드 리테어 <돈, 그 영혼의 진실>, 반다나 시바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 <누가 세계를 약탈하는가>, <물 전쟁>, <위대한 전환>, 월드워치연구소 <지구환경보고서 2004>, 모토하시 세이이치 <알렉세이와 샘>, 가와구치 요시카즈 <신비한 밭에 서서>, 투이아비 <빠빠라기>, 모토카와 다쓰오 <시간으로 보는 생물 이야기>, 마하마트 간디 <간디 자서전>, 노암 촘스키 <패권인가 생존인가>, 미하일 엔데 <모모>, 요한 호이징아 <호모 루덴스>, 로제 카이유와 <놀이와 인간>, 레스터 브라운 <에코 이코노미>, <플랜 B - 파산하는 지구를 구하는 생태경제학>, 존 로빈스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제레미 리프킨 <육식의 종말>, 웬델 베리 <희망의 뿌리>
[ 2011년 3월 2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