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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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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을 읽기 시작한지 몇달째!

  처음에는 읽을 수 있겠나 싶었는데 그래도 짬짬이 읽다보니 진도가 나가기 시작한다. 물론 올해가 가기 전에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을 읽겠다는 생각은 이루어질 수 없겠지만, 그래도 도서목록 엑셀 파일에서 하나씩 지워가는 재미는 쏠쏠하다. 


  중학생 때 산문으로 풀어 놓은 파우스트를 읽었던 적이 있다. 그때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무모했다. 아마도 파우스트, 괴테라는 이름에 혹 해서 있어 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용이 거의 생각이 안나는 것으로 봐서는 당시에도 간신히 읽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 읽어도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다만 당시보다는 조금 더 내용과 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정도가 근 30년의 시간이 나에게 준 선물일 것이다.


  내용의 구성에 대해서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잘 나와 있으니, 책을 읽었느나 틀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 사람은 참고하면 될 것이다. 혹 이 리뷰를 읽고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1권은 파우스트가 "그레트헨"이라는 여성과 벌이는 사랑과 비극을 주된 내용으로 다룬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도, 통속적인 로맨스 소설로 읽어도 크게 무리는 없다. 2권은 헬레네와의 관계를 다룬 내용으로, 기본적으로는 로맨스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로맨스도 아니다. 그리스와 로마 신화, 그리고 유럽 신화, 성경 등 많은 곳에서 인물을 따왔기 때문에 간혹 이 사람이 누구인가 헷갈릴 수도 있다. 게다가 독일식 발음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더 헷갈린다. 예를 들자면 사이렌(Siren)을 지레느라고 하는 식이다. 1부에 비하여 2부는 조금 더 난해하고 복잡하지만, 구성 자체는 1부가 더 탄탄한 것 같다. 책의 구성에 대해서 대략 이 정도 이해한다면 어느 정도 기본은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2부는 보다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평생 지식을 추구하던 파우스트!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가 든다. 메피스토텔레스와 계약을 맺고 세상으로 나아간 그는 여러가지 세속적인 쾌락을 추구한다. 사랑, 권력, 명예, 부 등등 그의 쾌락에 대한 욕구는 점점 심해진다. 바닷물을 마시면 갈증을 잊는 것이 아니라 더 심해지는 것처럼, 그레트헨에서 시작한 그의 쾌락추구는 급기야는 헬레네까지 이어진다. 현실 세계에서 상상의 세계로, 젊은이에서 영주로. 그의 영혼을 얻기 위하여 그의 쾌락을 충족시켜주는 메피스토텔레스에 대한 그의 태도도 점점 당연한 것이 되고, 보다 강압적인 것이 되어간다. 좌충우돌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철저하게 세속적인 타락한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지만, 그러한 방황의 시기를 거친 후에 그는 결국 구원을 받는다. 만약 방황이 없었다면, 파우스트는 밋밋한 삶을 살다가 그렇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의 영혼을 가로채기 위하여 오랜 시간 조력해온 메피스토텔레스는 이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에 마지막에 그가 공들였던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파우스트의 모습은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사람들은 흔히 평탄하가 못해 밋밋한 삶을 살기 원한다. 굴곡이 없이 편안한 삶을 살기 원한다. 자신이 그렇게 못살았으면 자기 자식이라고 그렇게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평생 모은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려고, 그렇게 애쓰는 것이 아니겠는가? 권력의 한 조각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비리를 저지르는 것도 이런 이유이리라.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생각이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녀마저도 망치는 길임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곽모 의원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자기 아들이 퇴직금과 기타 항목으로 50억을 수령하는 자리를 만들었겠는가? 장모 의원이 거듭되는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아들을 그렇게 내버려 두었겠는가? 조모 전 장관의 가족이 그렇게 언론에 노출되고 재판에 회부되었겠는가?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시키라는 말은 귀한 자식일수록 방황하고 부딪히는 기회를 주라는 말이리라. 참견하지 말고 곁에서 믿고 지켜봐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파우스트는 자녀 교육에 대한 소중한 가르침을 주는 육아교육책(?)으로 볼 수도 있겠다. 


  구원이라는 종교적인 말 때문에 반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있겠지만, 구원을 성장이나, 성숙으로 바꾸어 읽어도 무방하니 너무 괘념치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시대의 정신이라고 해도 쾨테도 결국은 기독교 문화권에서 살았던 사람이니 싫든 좋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기독교 용어와 가치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존재임은 분명하다. 연구실을 벗어난 파우스트가 좌충우돌했던 것처럼 괴테도 현실의 삶 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어 갔음을 기억하시라. 


  난해한 책을 덥으면서 마지막으로 유쾌하게 웃었다. 파우스트의 영혼을 드디어 갖게 되었다고 신나하던 메피스토텔레스가 닭 쫓다가 지붕 쳐다보는 개가 된 장면 때문이다. 난 왜 이 장면을 보면서 영화 콘스탄틴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아마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파우스트의 이 마지막 장면을 차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콘스탄틴의 법규를 보면서 열받아 그의 암을 치료하고 다시 살리는 루시퍼의 모습은 파우스트의 영혼을 도둑맞았다고 화를 내던 메피스토텔레스의 모습에 대한 재해석일 것이다. 이래저래 난해하게 시작한 파우스트를 유쾌하게 마무리하게 해준 영화 콘스탄틴을 시간 내서 다시 한번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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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과 이슬람 - 그 문명의 역사와 사상
임병필 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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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왠지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기도 하지만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단어이다. 아랍이란 지역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민족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인가? 아랍에 대한 여러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쉽게 말할 수 없다. 우리에게 그만큼 낯선 문화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해서, 유럽에 대해서 말하라면 줄줄 읊을 정도가 되지만 아랍에 대해서 말하라고 한다면 아라비안 나이트, 아라비아의 로렌스 정도? 그만큼 낯선 곳이기 때문에 그 문화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일 것이다. 이 책에서 아랍은 "좁게는 아라비아 반도를, 넓게는 아라비아 반도 및 북 아프리카를 포함하는 지역"으로 그리고 언어적인 측면에서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곳"으로, 종교적인 면에서는 "이슬람교를 믿는 지역"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분명하게 말하듯이 이것은 아랍과 중동, 이슬람을 혼용하여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랍이라는 말의 실체를 분명하게 규정하기를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아랍이라는 곳을 굳이 규정하자고 한다면 나는 아라비아 반도와 시리아, 북아프리카 일부에서 아랍어를 사용하고,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 정도로 거칠게 규정할 것이다.


  거칠지만 대략 이 정도의 개념을 가지고 아랍을 이해한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대부분의 내용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아랍에 대해 소개하면서 아랍의 다양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거의 대부분을 이슬람과 연결시켜서 설명한다. 그 만큼 아랍에 대해서 말하면서 이슬람을 빼놓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저자들이 이슬람이라는 측면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아랍에 대한 여러가지 내용을 읽어가면서 마음 한 켠이 불편해 지기도 한다. 글을 전개해 가면서 어느 정도는 치우치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너무 한 곳으로 치우쳐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랍과 이슬람은 평화를 사랑하는 곳이며, 현재 우리 눈에 비쳐지는 모습들은 대부분 왜곡된 것이다. 내용을 깊이 있게 전개하는데 몰두하기 보다는 이러한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책을 내고, 연구를 하면서 이슬람 쪽에서 후원을 받지 않았나 생각을 해봤다. 


  이러한 생각을 아랍에 대해서 공부한 사람에게 물어 보니 이 쪽 방면에서 우호적인 사람들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불편함을 느끼던 것이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해봤다. 


  잠시 곁길로 갔지만 이 책은 입문서 정도의 역할은 한다. 다만 딱 거기까지다. 과거에 세계사 교과서를 읽으면서 느꼈던 수박 겉핥기의 느낌을 다시 받는다면 정확한 표현일까? 아랍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혹은 알고 싶기 전에 몸풀기 한다는 생각으로 가볍에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나도 도서관에 있기에 읽었지 내 돈을 주고 샀다면 무척 아깝다는 생각을 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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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 동아시아 속 우리 건축 이야기
김동욱 지음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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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하나

 

  어떤 외국인이 한강에 줄지어 있는 아파트를 보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왜 저렇게 멋없이 짓나요? 혹시 저것들은 전쟁 시에 차폐물로 사용하기 위해서 짓는 것인가요?"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한강변을 달리면서 이 말을 떠올려 본다. 너무나 비슷하게, 아니 똑같이 지어진 아파트들을 바라보면서 한국의 건축문화가 무엇인가 생각을 해본다.

 

  생각 둘

 

  제대를 하고 잠실에서 5년을 살았다. 도로는 넓게 뚫려 있고,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역시 강남이구나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 강북에 있는 고궁들, 한옥들이 그립다. 과거 수업을 째고 많이 돌아다녔던 경복궁도 절실하게 그리워진다.

 

  생각 셋

 

  어느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도대체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왜 관광을 오는지 모르겠다. 일본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중국처럼 거대하지도 않고, 유럽처럼 전원적이지도 않는데 무엇을 보러 오는지...

 

  한국의 건축문화에 대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다. 여기에 근거하여 한국에는 건축 문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한국에는 건축 문화가 없는 것일까? 강북에 위치한 고궁을 둘러보면 각 궁마다 풍기는 느낌이 약간씩 다르다. 창경궁과 창덕궁이 조용한 전원의 풍경이라면 경복궁은 한껏 단장한 여인의 모습이랄까?

 

  책을 보고 있던 어느날 8살 난 딸과 7살 난 아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아빠 어느 것이 중국 건축물이고, 어느 것이 한국 건축물이며, 어느 것이 일본 것이예요? 일본 것이야 금방 알아챘지만 중국 것과 한국 것은 약간 헷갈렸다. 같은 동아시아의 건축물들이라도 일본 것은 왜 금방 눈에 띄고, 중국 것과 한국 것은 헷갈리는 것일까? 건물 전체가 아니라 지붕만 보고 답한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나는 다른 곳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이 책의 저자가 한 말과 일맥 상통하는 것인데, 일본은 중국과 한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섬나라라는 특성 때문에 고유한 모습으로 발전했을 것이고, 한국과 중국은 일본보다는 교류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어떤 사람들은 한국의 건축물은 중국의 건축을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를 건축문화가 얼마나 왕성하게 교류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건축도 문화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주고 받는다. 다만 중화 사상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의 건축 문화는 중국의 건축 문화를 많이 답습하는 차원에서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한국 건축물의 배치를 보면 중국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평지에 건축하는 중국으로서는 단을 높이는 것은 가급적이면 자제하지만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한국에서는 일부러 단을 높여서라도 건물의 배치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어렸을 적 한옥들이 대체로 높낮이가 달랐던 기억이 난다. 대청 마루가 있던 그곳은 다른 건물에 비해서 약간 높았고, 소를 키우던 외양간은 다른 건물에 비해서 약간 낮았다. 물론 그 옆에 비슷한 높이의 행랑채가 있었고.

 

  중국과 한국, 일본의 건축 문화에 대해서는 이 책을 자세하게 보면 알 것이고,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그리고 한국의 건축 문화가 크게 발전하지 못했던 것은 장인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던 한국의 꽉막힌 유교 정신 때문이 아닐까? 실용적인 학문들을 무시하고 자구와 이론에만 매달려 씨름했던 한심함들이 오늘날 이런 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요즘처럼 너무 실용에 매달리는 것도 문제는 있다. 가장 실용적인 배치는, 건물을 쓰기에 가장 좋은 구조는 사각형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예술의 경지에 이른 건축물들이 등장하기를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 한국에 건축문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들이 사라져가고 투자로 생각하는 요즘 시대에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건출물, 건축 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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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샹떼]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씨네샹떼 - 세계 영화사의 걸작 25편, 두 개의 시선, 또 하나의 미래
강신주.이상용 지음 / 민음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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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서평단의 어느 분께서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고 쓰셨다. 난 이 제목을 살짝 비틀어서 영화는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고 적어 본다. 내가 그 분에 대해 어떤 감정이나 불순한 의도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가끔 책을 읽을 때마다 호불호가 갈린다 생각을 한다. 다른 서평단 분들은 이 책에 대해서 좋았다고 말씀하고 계시는데 솔직하게 내게는 별로였다. 일단 나는 이런 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인터뷰가 주를 이루는 책이라든지, 혹은 대담형식의 강의를 책으로 옮겨놓은 것이라든지 하는 형식의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난 강신주라는 철학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철학적 책읽기와 춘추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책에 대해서는 꽤나 재미있게 읽었지만 팟캐스트를 통하여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상당히 불편하게 느꼈었다. 김어준하고 친해서일까? 그의 말투와 화법은 지극히 마초적이며,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니 이 책이 재미가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내가 이 책에 몰입하지 못한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고전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걸작선 25가지 중 내가 본 것은 채 5편이 되지 않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러니 아무리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떠들어댄다고 해도 내가 몰입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다 좋다고 말하는 책에 몰입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영화는 확실히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만약 내가 이 책에 나오는 영화들을 봤다면 그리고 누군가와 마주 앉아서 토론을 한다면 재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지도 않은 영화를, 그것도 자기들이 잘 났다고 온갖 현학적인 말들로 기록하고 있는 책을 보고 있으면서 도대체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장담컨대 난 이 책을 앞으로 펴보지 않을 것이다. 설령 내가 이 책에 나오는 영화들을 봤을지라도 말이다.

 

  영화에 대해서 플롯을 이야기하고,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남들에게 무엇인가 나의 유식함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이 영화를 제대로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재미있게 보고, 돈이 아깝지 않다, 혹은 이 영화는 잘못 택한 것 같아 정말 돈이 아까워 이 정도의 평가만 내린다고 할지라도 영화를 즐기는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굳이 재미도 없는 고전 영화를 걸작이라고 굳해서 보고 싶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잘났다고 떠드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다. 그저 의무이기 때문에 읽었을 뿐이고, 이 서평을 마무리한 후에 신나는 코미디 영화나 봐야겠다.

 

  영화를 읽으려고 하지 않고 보려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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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29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서평을 쓰기 위해서 영화를 보게 되면, ‘영화를 읽게’ 됩니다. 한 번 본 장면을 다시 봐야 영화 내용이나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영화서평을 작성할 때가 제일 어렵습니다.

saint236 2015-06-29 22:38   좋아요 0 | URL
영화를 보고 좋아서 감상을 적어야 하는데 감상을 적기 위해 영화를 보니 재미보다는 부담감만 남지요
 
[누가 누구를 베꼈을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누가 누구를 베꼈을까? - 명작을 모방한 명작들의 이야기
카롤린 라로슈 지음, 김성희 옮김, 김진희 감수 / 윌컴퍼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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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술 관련한 책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한번씩 해본다. 과연 이런 방법 말고는 없는 것일까? 커다란 그림 몇장이 나오고 그 그림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형식의 책은 꽤나 좋은 구성이겠지만 나처럼 그림보다는 그 그림이 그려진 배경에 대해서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구성이다. 그림 몇장 넘겨보면 어느새 책이 끝나기 때문이다.

 

  미술책의 한계인 것일까? 아니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어찌되었던 이 책이 주인을 잘못 찾은 것은 분명하다. 누군가 이 책이 보고 싶다면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에게 이 책은 그렇게 유의미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대가들의 그름을 베끼면서 표현방법을 배우기 때문이 아닐까? 위대한 화가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그림을 모사하면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다고 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도 위대한 작가들의 작푸믈 베껴쓰거나 모방하면서부터 글쓰기 연습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책들은 그렇게 서로 닮은 그림을 모아 놓았다. 그 사람이 분명 이 그림을 좋아하고 영향을 받았음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복사기에서 복사해낸 듯이 똑같은 그림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른 그림이다. 자기 그림의 원본이 되는 그림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지만 자기 나름대로 비틀어 본다. 그들의 비틈은 꽤나 유쾌하기도 하고, 때론 불편하기도 하고, 때론 난해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이 그림을 베낀 것 같은데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모방과 창조의 바람직한 관계가 아닐까? 이 책을 보면서 전혀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특허권에 관한 내용들이다. 특히 몇 년전에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사과회사와 세별의 싸움 말이다. 이놈이 저놈이고, 저놈이 이놈이다. 서로 닮아 있고, 아식플은 전혀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소프트 웨어야 워낙 차이가 나지만 그들이 다투는 것은 소프트 웨어보다는 하드 웨어니 가운데 버튼이 동그라미냐 네모냐, 그리고 버튼이 하나냐 세개냐 뭐 이런 차이가 있지만 멀리서 보면 같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미친듯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 쪼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의 작가들이 한 시대를 살았다면, 이 시대에 다빈치와 뒤샹, 앤디 워홀이 같은 시대를 살았다면 서로 특허권을 주장하면서 법정 다툼까지 갔을까? 법정다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특허권보다는 자기 그림을 모독했다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까?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은 어쩌면 원작자들이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아야 된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이 책을 표현하자면 "림은 좋지만 텍스트는 부족하다. 그래서 주인을 잘못 찾은 책 같다."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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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2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인트님의 서평을 읽고나니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확인해보고 싶군요. 저도 그림만 배치하고 부연 설명이 적은 미술책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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