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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마을 - 김용택 산문집
김용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4월
평점 :
정말 오랜만에 김용택님의 글을 접한다. 시로 몇 번 글을 접할 때마다 느낌은 언제나 김용택님의 시는 따뜻함이었다. 많은 글이 있었음에도 많이 접하지 못한 것은 각박하게 살아온 나의 삶이었으리라 치부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오래된 마을 무언가 모를 정겨움과 고즈넉함을 우리에게 안겨 줄 것 같은 제목과 김용택님이라는 이름에 끌려 책을 들고 읽는다.
덕치초등학교, 진메 마을을 중심으로 김용택님이 살아오신 세월과 소고 그리고 시가 나오게 한 풍경이 한편의 수채화처럼 글을 만들어 내셨다. 덕치초등학교에서만 33년을 지내신 김용택님의 학교에 대한 애착과, 진메 마을 사람들과의 일상이 시골 풍경을 그려 나가며 글이 흘러간다.
등록금과 닭에 얽힌 어머님에 대한 추억, 소를 유난히 사랑하신 아버님에 대한 추억 빠르고 급하게 살아가는 도심의 생활을 못내 아쉬워하는 작가의 한탄 섞인 글에서 시골과 자연이 주는 이치를 알아가고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들 표정 속에 얽힌 인생의 지혜를 풀어 나가고 계신다. 책 중간에 나온 우산살이 꺽인 우산을 쓰고 가시는 할아버지의 사진은 표정에서 인생을 말씀하시는 듯하다.
며느리밥풀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핑경(워낭)의 모습도 실제로 본적이 없어 궁금하기도 하고, 오리가 전깃줄에 올라앉으려고 푸덕대는 모습도 궁금하다. 글 중간 중간에 나에겐 낯선 풍경을 표현한데서 시골 생활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글이 주는 평안함을 직접 보고 싶은 충동이 뭉클하다. 지금은 이런 시골을 알고 찾아 가지 않으면 접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진메 마을에는 모두 14가구가 있다고 하니 어딘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회가 되면 김용택님이 말씀 하시는 풍경도 담아 보고 싶다.
느리게 산다고, 자연의 이치를 따르고 순리에 따라 산다고, 삶이 부족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자연에서 배우고, 이웃에게 배우고 상서로운 욕을 하는 친구들이 어우러져 사는 그런 마을을 지키고 싶어 하시는 듯 하다.
책 말미에 맨 마지막 구절은 “배는 돌아오리라!”이다. 많은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진메 마을 사람들을 말씀하시면서 김용택님은 자연으로 시골의 정취에 담긴 풍부한 감성의 세계로 나를, 그리고 독자들을 유혹하시는 것 같다. 더 이상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오래된 마을이 없어지지 않기를 고대하시는 김용택님의 의지가 담겨 있는 듯하다.
어지럽고 세상살이에 필요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세상에 아직도 따뜻함을 전해주는 정감 있는 글체와 간간이 섞여있는 전라도 사투리를 읽으면서
가능하다면, 아니 세상의 손을 덜 탄 마음의 고향과 같은 오래된 마을 하나 만들고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오랜만에 따뜻한 사람냄새 나는 글을 읽었더니 사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