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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얻은 글재주 - 고대 중국 문인들의 선구자적 삶과 창작혼
류소천 지음, 박성희 옮김 / 북스넛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세상을 살면서 자신이 살던 세대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후세에 그를 그리워하고 그의 생을 애찬하며 살아가는 후손들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의 이름을 알리고 명예롭게 세상을 살아갔다는 증거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들의 생은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행복하고 자신의 뜻에 맞게 살았는지는 당시의 사람들로서는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 같다.
[천하를 얻은 글재주] 이 책은 많은 글로 후세에 자신의 삶을 알리고 자신의 생각을 죽음으로써 알리고자 한 사람까지 9명의 삶과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제목만큼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당시의 사람들에게 많은 칭송도 혹은 많은 부를 얻지는 못한 것 같다. 자신의 글에 의해 모함을 받기도 하고, 임금으로부터 학대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비굴하지 않은 삶을 살아간 사람들로 비쳐졌을지도 모르겠다.
문인이란 먼저 지식인이 되어야 하고, 또 지식인이라면 모름지기 문화를 계승하고 사회의 도덕을 담당해야 한다. 도는 가치체계고 덕은 윤리규범이다. - Page 222
글로써 세상에 자신의 뜻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삶과 현실이라는 문제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도와 덕을 따르다보면 자신의 삶은 궁핍해지고 많은 이와 재물을 찾는 사람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굴원 이라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그의 삶은 그의 사상만큼이나 곧지는 못한 것 같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그의 삶이 그의 뜻에 맞는 행동으로 죽음을 택하였다고 하나 가족이나 그의 지인들이 보기에는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사람. 좋은 재능을 가지고 조금만 뜻을 굽혔어도 부귀영화를 누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상관한테는 머리 조아리며 비위를 맞추자니 속이 뒤집어지고, 백성들한테는 가혹한 채찍질을 해야 하니 괴롭다 - Page 281
두보의 말이다. 현자 혹은 지자는 항상 현실과의 괴리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더욱 현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일지 모르겠다. 많은 칭송을 받은 두보, 이백 역시 이런 고민 속에서 자신의 글을 통하여 세상의 한을 담아 더욱 빛이 나는 글로 남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삶의 고단함을 해쳐나가는 방법을 백거이의 삶을 통하여 조금이나마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다.
유유자적의 삶은 누구나 동경하지만 아무나 실천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니다. 넉넉한 도량을 가져야만 즐길 수 있는 게 여유라는 점에서 우리는 고대 문인들에게 한참을 배워야 한다. - Page354
쉽게 접근할 수 없기에 우리는 그들의 삶을 존경하고 그들의 글에서 삶의 지혜를 얻으려 노력한다. 더욱 그릇된 길을 갈 수 없기에 조금이나마 자신을 던져가면서 보여주려 했던 선인들의 모습을 비쳐주면서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는 선인의 글 속에 지혜를 찾으려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문득 중국의 선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시인 윤동주의 서시와 정몽주의 단심가 가 생각이 나는 것은 시대의 상황에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자신의 절개를 지킨 우리 선인의 모습에서도 굳은 생각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