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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저장음식 - 제철 재료 그대로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김영빈 지음 / 윈타임즈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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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재료 그대로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열두 달 저장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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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소에서 내보내는 안내방송 내용이 생소하다.  "아파트 미관을 해치니, 채소 과일 말리는 시설을 철거해달라!"는 당부 반 협박 반의 말이다. 하긴 태양이 좋고 슬슬 아침저녁 찬바람이 나기 시작하니 채반이며 돗자리가 하나 둘 등장하긴 했다. 새빨간 고추는 물론이거니와 고구마순, 각종 나물, 애호박 등이 따사로운 햇살 아래 몸을 드러내고 일광욕을 한다. 아날로그적인 살림살이를 예찬하는 나로서는 이 모든 풍경이 "아파트 미관을 해치는 볼썽사나운 것"이기는 커녕, 아름답기만 하다. 심지어 지인에게 부탁해서 큼직한 대나무 채반 하나, 구비해 놓고 대기 중이다. 아직 제철 식재료 잘 말려서 열 두달 저장식으로 쓸 만큼 실력도 마음의 정성도 준비가 덜 되어, 채반을 대기만 시켜놓고 있다. 풋내기 도시민에게 뭔가 살뜰한 조언이 절실하던 차 <제철 재료 그대로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열두 달 저장음식>을 만났다. 보통 나는 요리책을 정독하지는 않는데, 김영빈의 이 책은 한 장 한 장 이미지 사진까지 음미하면서 정독하였다.


현재 쿠킹 스튜디오 '수랏간'을 운영하는 요리연구가인 그녀는 부지런하신 엄마와 할머니를 둔 덕분에, 어린시절 부터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살림 놀이를 익숙히 보아왔다고 하다. 요즘에야 전화 한통, 스마트 폰 클릭한 번 이면 백화점 식품관 먹거리가 제깍 배달되어 오고 냉장고 문만 열어도 음식이 쏟아지지만, 불과 사오십년 전 한국의 시골에서는 "엄마나 할머니가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손을 놀려야만 반찬 한두 가지라도 더 올라고 아이들 군것질거리도 심심찮에 챙겨줄 수 (p.4)" 있었다. 저자는 "계절의 풍미를 담은 한 때의 맛을 잡으려는" 방법을 독자를위해, 지면을 빌어 소개한다.  대다수 도시 생활을 하는 독자들을 고려해서,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는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저장과 보관법을 세련된 사진으로 소개한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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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연을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가장 먼저 홈메이드 저장식의 기본부터 알려주고 시작한다. 어떤 도구와 용기가 필요하며 용기를 어떻게 소독하는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건조, 병조림, 당장, 산절임, 염장과 발효라는 저장의 다양한 방법도 소개한다. 제철 재료 열두 달 캘린더에는 대표 식재료가 나는 제철을 한 눈에 알아보기 쉬운 그래프로 표시해놓았는데, 8월 중하순의 요즘에는 과일로는 매실과 오디 복숭아 참외 수박, 야채로는 가지, 애호박, 고추, 우엉과 연근 등이 제철식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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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 년 정성과 수고가 어떤 예술품보다 훌륭하고 멋지다는 것을 나누고 싶은 시골스러운 감성 (p.5)"으로 일 년을 오롯이 쏟아 부어 만든 책 답게, <제철 재료 그대로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열두 달 저장음식>은 비주얼 자료와 편집도 예술이다. 사진만 보아도 당장 복숭아 잼을 만들고, 참외 장아찌를 만들고, 옥수수를 말려보고 싶어질만큼 멋이 넘친다.
*

 

만드는 방법과 과정도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짚어서 보여주기에 따라하고픈 도전욕구를 느낀다. 예를 들어, 배추시래기는 데쳐서 물기를 제거한 후 채반에 말리기만 하면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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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재료 그대로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열두 달 저장음식>에 소개된 많은 저장법 중에 기억에 남고 특히 따라해보고 싶은 몇 가지를 계절별로 짚어본다. 먼저 봄에는 도라지 고추장박이를 시도해볼만한데,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방망이로 살살 두드린 도라지를 올리고당에 한 달 정도 절였다 체에 밭쳐 당분을 뺀후 고추장에 버무려 두면 된다. 이 외에도 봄 철에는 두릅, 곰취, 엄나무죽수, 가죽, 마늘종, 더덕 등을 고추장이나 된장에 박아두었다가 밑반찬으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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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엔 소개된 많은 저장음식 중에 노각파프리카피클이 눈길을 끈다. 평소 노각을 비빔밥용 나물로만 활용해보았는데, 피클로 만들어서 그 사각사각 식감을 즐길 수도 있겠다. 여름엔 수박껍질이나 참외껌질을 버리지 말고 피클로도 활용할 수 있다. 조상들의 알뜰한 지혜를 새로 발견한다. 껍질로 피클을 담근다니 과일도 유기농으로 먹어야 한다는 신조에 힘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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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제철 과일 복숭아로 잼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 중간 크기의 복숭아 2개면 설탕은 우유컵 한 컵 분량으로 잡아 중불에서 약불로 불을 조절해가면 졸여주면 된다. 사실, 김영빈 저자처럼 복숭아를 1센티미터 크기로 깍뚝썰기 했다가 설탕과 레몬즙에 절인 후에 졸이는 과정을 간소화해서, 그냥 처음부터 설탕 팍팍 넣고 졸였는데도 향과 맛에 기꺼이 취하고픈 맛있는 복숭아 잼이 완성되었다. 내친 김에 물러지려고 하는 맛없는 자두로도 잼을 만들어서 자신감 200% 충전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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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말릴 거리가 많아서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저요 저요!'하며 서로 자신을 다듬어 달라고 하여 살림하는 사람의 마음이 급해진다나? 부지런한 살림꾼 저자에 따르면 가을은 끝물 포도를 잔뜩 사서 포도잼을 만드는 데서 시작한단다. 10월에는 유독 말릴 거리가 많고, 11월 생강이 제철일 때는 겨울 감기를 대비해 생각시럽을 만들면서 보낼 수 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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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샤베트 - 개정판 그림책이 참 좋아 19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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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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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국민그림책, <구름빵>은 비상상비약 해열제나 모기약처럼 책장에 꽃혀 있으리라.  <구름빵> 원전은 물론 구름빵 캐릭터를 특화한 영어전집에 <장수탕 선녀님>까지..... 아무튼 우리집 책장에도 백희나 작가 컬렉션이 작게나마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오호 통재라! 여태껏 그 유명한 <달 샤베트>를 직접 읽어본 일이 없다니! <독이 되는 동화책, 약이 되는 동화책>의 한복희 작가가 우리나라 그림책의 변화를 백희나의 <구름빵>이전과 이후로 나눈다며 백희나를 극찬하고, <달 샤베트>를 언급하자 민망하고도 궁금해졌다. 도대체 얼마나 기발한 상상력으로 현실과 상상을 버무려 놓았길래 한복희 작가가 깜짝 놀랐다고 평할까?  2014년, <달 샤베트>가 보다 큼직해진 몸통(판형)으로 다시 출간되었다기에 반가운 마음에 펼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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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월의 무더위에 읽기 딱 좋은 여름방학용 바이블, <달 샤베트>. 너무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열대야를 시간적 배경으로, 늑대들이 사는 서민 아파트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너무 덥다보니 아파트 주민들은 창문을 꼭꼭 닫아 걸고 에어컨이니 선풍기로 더위를 몰아내보려 한다. 그런데 '똑....똑......똑,' 하늘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달도 하늘의 열기를 못 이기고 뚝뚝 녹아 내리는 중. 반장 할머니가 고무 대야에 달 방울들을 받아와 샤베트 틀에 부었다. 그러다 갑자기 정전.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딱 한 집에서만 빛이 새어 나왔다. 바로 반장 할머니 댁의 달 샤베트! 노랗고 환한 것이 달을 닮아 밝기뿐만 아니라 시원하기 까지 하다. 아파트 늑대들은 할머니가 나눠준 달 샬베트를 먹고 더위를 훠이 몰아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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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렇게 샤베트만 먹고, 달은 녹아 내려 사라진 채 이야기가 끝일까? 백희나 작가의 통통튀는 상상력은 절구공이와 절구를 짊어 맨 오고끼 두 마리를 등장시킨다. 과연 토끼들은 왜 온 살림을 다 짊어지고 지구를 찾았을까? 이민 온 것일까? 무슨 하소연을 하려기에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있을까? (스포일러가 될까봐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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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물을 부어 씨앗의 싹을 틔우고, 다시 그 싹에서 나온 꽃이 피어나 우주로 신호를 보내 우주의 기운과 교감을 하고, 달이 차오르고 지고.....백희나의 로맨틱하면서 환타스틱한 상상력에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에너지 효율 생각않고 집안 조명을 백열등으로 다 바꿔버리고 싶을 만큼 노르스름한 달꽃의 빛은 낭만적이고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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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샤베트>는 단순히 늑대들의 아파트촌에서 열대야에 벌어진 환타스틱한 이야기로뿐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 아날로그적 삶의 아름다움, 자연 및 우주와 꽃의 입자가 사실 하나라는 식의 메세지, 환경사랑, 이웃 존중 등 많은 가치들을 담은 수작이다. 어떻게 보아도 사랑스러워서 꼭 품어주고 싶은 노랑 병아리 같은 책이다. 달물을 뚝뚝 흘리기도 하고, 노란 달꽃을 피우기도 하는 노랑 병아리. 백희나 작가님, 감사합니다!  '책을 만들 자신감과 용기가 사라지려 할 때조차, 그림책이 너무 좋아 손을 놓지 못하고 만들어내었다는 <달 샤베트>! 덕분에 이 무더운 여름 많은 아파트촌에서 창문이 열리고 이웃과 소통하고 달과 교감하는 친자연의 향연이 벌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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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철든 날 사계절 중학년문고 31
이수경 지음, 정가애 그림 / 사계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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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철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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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철든 날>을 읽기 전에 "'철든'이 무슨 뜻?"이냐며 제목부터 궁금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조숙한 요즘 아이들은 "철 좀 들어라"라는 애정어린 훈계를 들어볼 일이 별로 없구나하는. 동시에 '철들다'는 어른이 되어서도 해독하기 어려운 심오한 말이구나싶었지요. 이수경 시인은 어렸을 적 뒷집 소금 독 깨 먹고도 "난 절대로 철 안 들 거야!"했다가 엄마께 혼났다죠? 시인의 할머니께서 "갑자기 철들면 죽는다"고 하셔서 어린 나이의 시인은 무서웠나봅니다. 시인이 열한 살 때, 시인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대요. 오남매의 장녀였기에 시인은 어려서부터 "어쩔 수 없이 철들어야" 했고, 그런 척 해왔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가가 있는 서울에서 살게 된 시인은 마음 속 깊이 고향 지리산을 품고 살았대요. 시인의 시적인 표현을 빌자면, "사시사철 다른 노래를 불러주는 지리산을 품고 사는 동안 나도 모르게 진짜 철이 들어나보다."라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시인의 동시집 <갑자기 철든 날>은 '철든 봄,' '철든 여름,' '철든 가을,' '철든 겨울,' '철든 우리'라는 챕터 제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사시사철 지리산의 풍경과 그 안에서의 시인의 유년기가 겹치게 구성하였지요. 읽다보면 시인이 얼마나 생생하게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지 경이로울 지경입니다.  <갑자기 철든 날>에 실린 총 46편의 시 중에 시인의 경이적인 공감각 기억력을 보여주는 동시 한 편을 그대로 옮겨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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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한 마리 먹기   이수경 동시

 

상추에 쌈 얹고

된장 발라

오므리는데

 

으아악!

달팽이 한 마리

상추 뒤에

상추 뒤에

 

"씻는다고 씻었는디

눈이 어두버 안 보였나 부다."

 

밭에서 일하고 온 할무이

암시랑토 않게

황소 한 마리 묵는다

생각하라지만

 

할무이, 할아부지

그렇게 먹은 적도 많다지만

 

으아악!

내 눈이 커졌다.

 

황소 한 마리

쌈밥 위로 올라섰다.

 

 

 

"어쩔 수 없이 철들어야" 했던 시인에게 "철들다"는 죽음을 향해가는 삶, 다시 삶에 빛으로 내리쬐는 죽음의 순환고리를 상기시키나봅니다. <무덤에 누워서도>라는 시를 읽으며 깜짝 놀랐습니다. 채반마다 호박, 가지, 토란 등을 썰어 널은 딸 (시인의 엄마)의 부지런함에 누워만 있기 미안해지신 시인의 할머니가 "무덤가에 누운 우리 / 막새바람 불러와 / 부채질해 주시지// 할머니는 바쁘시다. 무덤에 누워서도 할 일 참 많으시다." 랍니다.

*

이 외에에도 "밥 짓던 할머니 / 먼 산을 보면 / 할아버지 생각을 하시는 거다.....(중략)...... 복닥복닥 / 함께 살던 / 젊었던 시절// 그 옛날 생각을 / 하시는 거다." (<멍한 할머니>)라든지 "할머니 살아 계실 땐 / '시끄럽다마!' / 눈 부릅뜨던 할아버지// 이젠 할머니한테/ 큰절하고// 오래오래/ 엎드려 있습니다./ 일어날 생각을 않습니다" (<벌초하는 날>)

그리움의 정서가 절절히 배어나는 <갑자기 철든 날>에 유독 아버지의 이야기는 부재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와 막둥이인 다섯째, 그리고 둘째 셋째 넷째와 장녀인 시인의 모습은 시 속에서 그려지는 데 아버지의 모습은 구체적 형상으로 와닿지 않습니다. 아마도 시인에게 너무도 그리운 절대적 부재이기에 지리산 속에 꼭꼭 숨겨두었나봅니다.

 

"어쩔 수 없이 철들어야" 했던 시인에게 "철들다"는 죽음을 향해가는 삶, 다시 삶에 빛으로 내리쬐는 죽음의 순환고리를 상기시키나봅니다. <무덤에 누워서도>라는 시를 읽으며 깜짝 놀랐습니다. 채반마다 호박, 가지, 토란 등을 썰어 널은 딸 (시인의 엄마)의 부지런함에 누워만 있기 미안해지신 시인의 할머니가 "무덤가에 누운 우리 / 막새바람 불러와 / 부채질해 주시지// 할머니는 바쁘시다. 무덤에 누워서도 할 일 참 많으시다."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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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에도 "밥 짓던 할머니 / 먼 산을 보면 / 할아버지 생각을 하시는 거다.....(중략)...... 복닥복닥 / 함께 살던 / 젊었던 시절// 그 옛날 생각을 / 하시는 거다." (<멍한 할머니>)라든지 "할머니 살아 계실 땐 / '시끄럽다마!' / 눈 부릅뜨던 할아버지// 이젠 할머니한테/ 큰절하고// 오래오래/ 엎드려 있습니다./ 일어날 생각을 않습니다" (<벌초하는 날>)

그리움의 정서가 절절히 배어나는 <갑자기 철든 날>에 유독 아버지의 이야기는 부재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와 막둥이인 다섯째, 그리고 둘째 셋째 넷째와 장녀인 시인의 모습은 시 속에서 그려지는 데 아버지의 모습은 구체적 형상으로 와닿지 않습니다. 아마도 시인에게 너무도 그리운 절대적 부재이기에 지리산 속에 꼭꼭 숨겨두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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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뛰빵빵 아스팔티아 환경 탐험대
실비 보시에.파스칼 페리에 지음, 이선미 옮김, 마리 드 몬티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뛰뛰빵빵, 아스팔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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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뛰빵빵 아스팔티아>는 가벼운 필체로 SF분위기를 한껏 내어 쓴 환경동화입니다. 등장 캐릭터들도 재기발랄하고, 그 참신한 설정과 통통 튀는 애피소드 역시 발랄합니다. 하지만, 마냥 킬킬거리며 읽을 수 만은 없습니다. 두렵거든요. 대기오염이 극심하여 보호 헬멧과 보호복 없이는 외출할 수도 없고, 아예 자동차 집 안에서 생활하는 아스팔티아 행성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리 외계인스러운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잖아요. 2014년 봄철만 해도 초미세먼지의 습격에 외출은 커녕 창문 열기 환기도 못했던 황갈색의 날들이 얼마였던가요?  고속도로 부근에 거주하는 이라면 알테죠, 식탁에 내려 앉는 검은 먼지가 자동차 타이어와 아스팔트가 마모되면서 나온 물질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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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글솜씨 덕분에 기자에서 전업 작가로 전향한 실비 보시에는 딱딱하게 환경 오염의 위험성을 설교하진 않아요. 대신, 알리스네 가족의 '아스팔티아' 행성 탐험기로 흥미롭게 메세지를 전합니다. 행성 여행 안내잡지의 리포터인 엄마를 따라 알리스네 온가족이 로켓을 타고 '아스팔티아'로 떠났지요. 강아지 도트도 함께. 실비 보시에는 독자를 위해 제목에 힌트를 넣어놓았나봐요. '아스팔티아'에는 이름처럼 아스팔트 깔린 도로와 자동차 천지랍니다. 심지어는 아스팔트 냄새가 나는 쿠키와 바퀴 케이크를 먹지요. 

*

처음에 아스팔티아의 이국적이고 색다른 풍경, 생활양식에 알리스네 가족들은 여행평점 하트를 세개나 주자고 할만큼 맘에 들어했어요.  반드시 입어야한다는 보호 우주복과 헬멧의 디자인도 멋졌고요. 하지만 이내, 이 행성의 대기 오염은 호흡곤란증과 각종 폐질환을 유발시킬만큼 심각하고 행성 사람들도 지구에서의 집대신 움직이는 자동차를 집 삼아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대기 오염 농도가 위험 수준일 때는 사이렌으로 통행금지를 알리고요. 알리스네 삼남매는 헬멧과 보호 우주복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관에게 연행되어 강제로 신체검사도 받습니다. 말만 신체검사지 마치 자동차 정비소 같은 데서 말입니다. 자동차 녹물이 줄줄 흐르는 '녹슨 보닛 폭포'의 장관(?)을 마지막으로 구경하고 알리스네 가족은 다시 푸른 행성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알리스네 엄마는 기계화 자동화되어 편리한 아스팔티아, 하지만 환경 오염의 이면에 대해 경고하는 잡지 기사를 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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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뛰빵빵 아스팔티아>의 부록으로 '엄마의 여행 안내서,' '알리스와 바티의 여행 안내서,' 그리고 독자가 직접 만드는 여행 안내서 페이지가 실려 있어요. 책을 샅샅이 읽고 이해했는지를 묻는 문제들도 있고요. 이미 <풍덩풍덩 워터리아>와 <구릿구릿 악취리아>에 여행다녀온 바 있는 알리스 가족은 이제 어느 행성으로 환경 탐험을 떠날까요? 다음 모험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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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반갑다고 안녕! 스콜라 꼬마지식인 7
유다정 지음, 신지수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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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라 꼬마 지식인

세계와 반갑다고 안녕

 

 


 "네가 크면 세계각국의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게 될테니까........"하면서 글로벌 키즈에게 외국어 공부가 왜 절실한지를 역설하는("너 그러니까 영어랑 중국어 공부해야해!") 부모 많겠지요? 반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사법을 가르쳐주는 선견지명을 가진 부모는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사실 세계인들과 짧은 시간에 교감하고 친해지는 데는 그 문화를 존중하며 진심이 담아낸 인사만한 게 없는데 말입니다. 고맙게도 스콜라 꼬마 지식인 시리즈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인사법을 집중 소개해주었습니다. 제목조차 친근감 넘치는 신간, <세계와 반갑다고 안녕!>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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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반갑다고 안녕!>은 세계 여러 나라의 인사법을, 해당 사회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맥락에서 소개해주니 '어린이를 위한 교양인문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일대 일 대응(1:1) 관계에서 인사들을 단순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문화적 바탕에서 그 인사가 생겨나고 오늘날까지 어어져오는지를 보여줍니다.

  혀를 쏙 내미는 티벳의 인사법,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의 인사법, 중국의 니하오, 계속 머리를 조아리는 일본의 공손한 인사법, 팔짱을 끼는 미얀마식 인사법, 코를 비비는 이누잇 사람들의 인사법,  볼에 키스하고 어꺠를 토닥이는 아르헨티나 인사법, 인도의 나마스테, 코란의 가르침을 인사 속에서도 실천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의 인사법, 물이 귀한 탄자니아 마사이족의 침뱉기 인사법, 하와이 사람들의 알로아까지.......다양한 인사법을 배우다 보면 단순히 재미나다기 보다는 마음이 짠해져 옵니다.  어떤 인사들은 종교성이나 공손함의 체화된 문화인기도 하지만, 어떤 인사법에는 약한 평민들이 역사적 풍파속에서 어떻게 생존했는지를 추측하게 하는 역사적 사연들이 숨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막강한 권력의 무사들이 '인사를 안했다'며 죄없는 평민들을 죽일 정도여서, 무사와 마주칠 때마다 머리를 거듭 조아려 인사를 올리곤 했다네요. 티베트에서도 예전에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던 위정자가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이곤 했는데, 그 위정자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아 혀를 보이는 일도 적었대요. 티베트 사람들은 자신은 그 악마같은 위정자가 아니다, 다르다라는 뜻으로 혀를 내밀었다네요. 우리에게 익숙한 "안녕하세요?"역시 잦은 외침으로 "밤새 안녕"하기가 어려운 우리 선조들의 고단한 역사를 반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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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반갑다고 안녕!>을 읽다보면, 우리와 무척 다른 문화적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을 좀 더 넓은 이해의 시각에서 볼 수 있어요. 한국처럼 '접촉'에 불편해하는 건조한 사회에서 북극의 이누이트의 코를 비비는 인사나, 등을 토닥이거나 뺨에 키스를 나누는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인사법은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왠지 흉내내보고 싶어지게 정겹게 들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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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 족 사람들이 막 태어난 아기에게도 침을 뱉는 데는 모멸이 아닌, 생명축복과 존중의 메세지가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사막 기후대에 사는 그들에게는 물이 하도 귀해서 침도, 눈물까지도 아낄 정도래요. 침 역시 인체의 수분을 담고 있으므로 상대에게 침을 뱉는다는 것은 모욕이 아닌 존중의 의미인 셈이지요. 이처럼 <세계와 반갑다고 안녕!>는 인사법으로 배우는 문화인류학 입문서가 되어주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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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인사법은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됩니다. 인사법은 모두 달라도, 그 기저에는 상대에 대한 관심, 애정, 배려와 존중이 깃들어 있으니까요. 또한 인사를 통해 우호적인 마음을 전한다는 점에서도 보편성을 찾을 수 있겠네요. '무기 사용할 마음이 없음'을 신체언어로 보여주는 악수의 유래만 보아도, 인사해서 적을 만드려는 사람은 없었겠지요? 따뜻하고 마음이 담긴 인사로는 친구를 만들 수 있어요. 문화권마다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인사를 진실한 마음으로 건넨다면, 우리 모두는 글로벌 시대에 최강의 소통력을 갖춘 셈이예요!

 

 

* 아참, <세계와 반갑다고 안녕!>의 부록에서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때, "감사합니다"라는 인삿말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왕이면 "고맙습니다"는 어떠할까요? 고마움과 공손함의 정도가 더 약하다는 생각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일본식 표현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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