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기만 한, 아직 확실히 진로를 정하지 못한 10대 예비 지성인.
그러다 대학교 입학 원서를 내야 할 때가 되면서 상담 교사로부터 제안받은 분야 중 하나가 산림 관리학이었습니다.
그 분야를 잘 몰랐지만, 과학에는 흥미가 있었던, 그중에서도 지질학에 관해 생각할수록 마음이 차분해지고 위로를 받았던 그녀.
수십억 년 동안 행성들이 궤도를 공전하고 태양이 빛나고 있는데 1분 1초가 무슨 소용인가? 내가 아무리 핵무기의 파괴력이 주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해도 무슨 소용인가? 그것이 그저 우주적인 시간의 한순간을 스쳐가며 앞으로 수십억 년은 더 지속될 조그마한 행성에 거주하는 작은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이라면 말이다. 과거로, 그리고 미래로 뻗어 있는 지질학 연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치 무더운 날 시원한 음료수 한 잔을 들이켜는 느낌이었다. - page 23 ~ 24
학생 모두가 존경했던 미적분학 예비 과정 선생님은 그녀에게 MIT 추천서를 써주는 데 동의하면서도
"너는 절대 그 학교에 들어갈 수 없을 거야."
라고 외칩니다.
하지만 MIT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도
'MIT에서 여학생들은 다들 어느 순간 배려 받아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으며 사실 실력이 충분치 못하다'
는 말을 듣게 되고 교수로부터
"질문이 지나치게 많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말을 듣는 등...
그녀가 나아가는 길목에는 늘 가능성을 제한하는 세상의 말들이 끼어들게 됩니다.
그렇다고 주저했다면 지금의 그녀가 있지 않았겠지요?!
그녀의 사고방식은 '할 수 없다'는 말에 '왜'라는 질문을 던졌고 질문으로 낡은 오해를 논박하고 관행을 바꾸고 학계의 연구 모델을 바꿔나가게 됩니다.
MIT에서 질문은 세상을 바라보는 돋보기가 아니라 누군가를 찌르는 검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돋보기가 되어줄 질문이었다. 내가 과학자가 되고 싶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무엇에 준비가 되어 있을까? - page 47
나는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귀담아들으며, 지식을 갖춘 선배 과학자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 지속적인 투쟁을 시작했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것은 질문을 가장한 논평이나 비판을 하는 것과 달리 모든 사람을 대화에 끌어들이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 page 206
그렇게 모두의 질문이 환영받는 교육 환경과 조직 문화를 이끌게 되고 린디 엘킨스탠턴이 평생 이끈 연구도 가설에 대한 가설, 질문에 대한 더 큰 질문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결국 지구 탄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우주로 향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이어지게 됩니다.
질문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내가 팔을 뻗어 주변 풍경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 page 26
순탄치 않았던 어린 시절의 상처와 혼돈, 여정들을 위로한 건 '과학'이었습니다.
우주는 린디 엘킨스탠턴에게 우리가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라는 깨달음, 우주의 깊고 긴 시간은 그 어떤 실패도 작은 것으로 만들어 준다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그런 우주가 준 위로를 발판으로 편견과 차별을 넘어 우주 저편으로 나아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행성 탄생의 비밀을 밝히고자 지구 핵과 가장 비슷한 물질로 구성된 소행성 프시케 탐사 프로젝트.
그러던 중 암과 싸우며 수많은 연구와 치열한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선발되었던 이 프로젝트.
이때 그녀가 전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암과 싸우며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학과장 일을 새로 막 시작한 동시에, 프시케 프로젝트 팀을 이끌어 1단계 제안서를 작성하는 당시 나를 이끈 주문이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이제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몰두했다. 그 당시에도 이미 나는 뒤를 돌아보며 무언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일 자체, 길 위의 벽돌 한 장, 하나하나의 인간관계가 모두 가치가 있었다. 계속 발전하고 뭔가를 만들어내려는 추진력이 나를 집중시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껏 우리가 해 온 모든 과정 때문에 비록 우리가 선발되지 않더라도 모든 것이 가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age 366 ~ 367
무엇보다 '질문의 힘'을 보여주었던 그녀.
우리 모두 어린 시절엔 '질문 로봇'처럼 많이도 했었는데...
지금 제 아이를 보더라도 점점 저에게 향하던 질문이 줄어드는 걸 보니...
다시 한번 모두가 어린아이처럼 질문해야 함을, 그래야 성장뿐 아니라 위안도 얻게 됨을 일러주었습니다.
여성이자 행성과학자 린디 엘킨스탠턴.
그녀의 여정으로부터 도전과 용기를, 또다시 제 가슴속에 꺼져있던 불씨에 희망의 불씨를 피워볼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