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발칵 뒤집은 어린이 로스쿨 - 세계사편,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법정 체험 어린이 로스쿨 시리즈 4
유재원.신은경 지음, 안지혜 그림 / 아울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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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나 세계사 관련 책들을 보면 인물이나 사건 등을 중심으로 시대별로 만나는 경우가 많다. 전체적인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책들이다.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책을 만났다. 단순히 사건을 통해 세계사를 접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연관지어 생각해 본다는 것이다. 세계사 속 사건들을 법정속의 한 사건으로 본다는 것이다.

 

 

세계사를 발칵 뒤집은 어린이 로스쿨 4. 세계사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법정 체험

 

책속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을 법률적인 사건으로 봐야하기에 우선 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간다. 법이란 무엇일까?, 법은 왜 생겼을까?, 법의 종류, 재판의 종류, 재판의 참가자, 재판의 순서 등을 통해 법에 대한 상식을 배운다. 법이 없다면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무질서 할 것이다. 그러니 법은 꼭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의 평화로운 생활을 위해, 복잡한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법은 생겨난 것이다. 우리의 삶은 결코 법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이렇게 법에 대한 내용들을 알아가며 세계사 속 사건을들 하나씩 만난다.

 

첫번째로 사건번호 2014도 291을 만난다. 진시황은 자신의 정치를 비판하는 신하가 나타나자  농업이나 의학 같은 실용적인 분야의 책들은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책을 불살라 없애라고 한다. 책뿐 아니라 옛 사상을 공부하는 유생들까지 구덩이에 파묻은 것이다. '분서갱유'라 불리는 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진시황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정당한 법과 절차에 의해 유생들을 죽인 것이 아니라 권력을 휘두른 행위라며 유죄라 말하는 검사. 진나라를 제대로 통치하기 위한 어쩔수 없는 행동이라며 무죄라 말하는 변호사. 책에서는 판사가 유죄라고 판결을 내린다.

 

중국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전족'이다. 여성들의 발이 자라지 않도록 천으로 꽁꽁 묶었던 전족. 사건번호 2014다 298에서는 여성들에게 전족을 강요한 청나라 조정이 배상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재판이다. 전족은 인권을 침해하는 악습이고 여성차별적인 풍습이라며 배상을 해야한다는 원고 소송 대리인. 청나라는 악습적인 전적에 대한 특별한 책임이 없다는 피고 소송 대리인. 판사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아쉽게도 국가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한다.

 

이렇게 세계사속 많은 사건들을 법정에서 다루고 있다. 각각의 주장에는 그 주장을 뒷받침할수 있는 이유들이 있다. 또한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것도 결론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세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아이들에게도 생각할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판사의 판결이 나온 것과는 별개로 아이들이 배심원이 되어 무죄인지 유죄인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볼수 있다.

 

우리들은 역사속 하나의 사건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법정체험을 통해 그 사건들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는 것이다. 이제껏 지식적으로만 접근을 해 그런 내용이 있었구나하고 알고만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법정체험을 통해 왜 그런 일이 있어났는지부터 시작하여 그 사건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 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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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1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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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책이지만 어른의 눈으로 대부분 선택한다.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인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는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이 선택한 작품이다. 주 독자층인 어린이들이 직접 심사하고 선택한 작품인 것이다. 아이들이 선택한 작품이니 어린이들의 눈에는 당연히 재미있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아도 될듯하다^^

 

표지부터 눈길을 끈다. 다부진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이 친구가 건방인가보다. 무쇠주먹을 자랑하듯 제목의 '수련기'라는 글자마저 깨뜨리고 있다. 아직 어려 보이는데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 어린이 심사의원 100명의 선택!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유일한 피붙이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말도 못하고, 건이를 알아보지도 못한 채 거의 일년 동안 자리에 누워 지내다 돌아가신 것이다. 이제 건이는 혼자다. 내일이면 보육원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어 마지막으로 '비밀의 집' 을 찾았다. 낡은 이층집에 건이가 붙인 이름이다. 담쟁이덩굴 안에 꼭꼭 숨은 비밀의 집은 마치 잠을 자는 것처럼 항상 굳게 닫혀 있다. 외롭거나 마음이 답답해질 때마다 찾아온 곳이다. 이제 비밀의 집을 찾아오는 것도 마지막이 될 것이다. 

 

아무도 없는 그 곳에 누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살펴보니 노인이 큼직한 바위를 놓고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듯 읊조리고 있다. 벼락같은 기합소리와 함께 주먹으로 바위를 깨뜨리는 것이다. 놀란 마음에 그곳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노인에게 들키고 만다. 이 노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위를 깰 정도의 힘은 어디서 나는 것일까.

 

우연히 보게 된 광경. 그것이 건이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보육원에 가야했던 건이는 노인의 수제자가 된다. '튼튼할 건(建)' 대신 '하늘 건(乾)'에 '방위 방(方)자를 써서 '건방'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건은 천지만물을 이루는 건곤감리 중 첫째가는 하늘이란 뜻이고 방은 오방권법을 익힌 제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제 오방도사의 정식 제자가 된 것이다.

 

세상에 혼자 남은 건방이에게 스승님이 생겼다기 보다는 가족이 생긴 느낌이다.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스승과 제자라기 보다는 다정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처럼 보인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것과 달리 엄마의 눈으로 보면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아마도 이것이 아닐런지. 혼자 외롭게 남은 건방이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다.

 

오방도사의 제자가 된 것이 맞을까.수련도 힘든데 집안 일뿐만 아니라 밥을 짓고 오방도사에게 안마를 해주어야 한다. 제대로 무술을 배울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끔은 허당의 모습을 보이는 도사를 오히려 건방이가 챙겨주고 있다.

 

건방이가 무술 실력을 쌓아가며 자신의 신분을 속이듯 건방이네 반에도 의문의 인물들이 있다. 이 인물들과의 관계뿐만 의외의 인물들 등장으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이번 이야기가 더 기대하게 되는 것은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그 장면을 보니 이야기는 이번으로 끝날것 같지 않다. 아니 계속 보고픈 마음에 다음 이야기도 만날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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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청소년을 위한 의학 이야기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41
이은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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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둔 부모라면 '융합'이라는 의미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우리때와는 많이 달라진 교육과정에 가끔은 혼란스럽기도하다. 한 마디로 각 교과들이 별개가 아니라 연계된다는 것이다. 미술 안에 과학과 수학이 숨어 있듯이 하나의 영역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과 연결 고리가 있는 것이다. <하리하라의 청소년을 위한 의학 이야기>는 수학, 과학 융합형 총서이다. 수학과 과학을 기본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이다.

 

 

하리하라의 청소년을 위한 의학 이야기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보는 재미있고 놀라운 의학의 세계!

 

제목을 보며 '하리하라'가 무슨 의미이지하고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신화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하리하라'는 저자의 필명으로 인도 신화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하리하라'라는 이름으로 신문, 잡지, 인터넷 카페 등 다양한 매체에서 칼럼니스트이자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릴수 없고 '만약에...' 라며 다른 상황들을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우스운 일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노벨에 대한 오보기사가 나지 않았더라면 노벨상은 없을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죽음의 상인 알프레드 노벨, 숨지다'

 

1888년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자 알프레드 노벨은 자신의 죽음에 관한 기사를 본다. 물론 오보였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이였던 것은 자신을 '죽음의 상인'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충격을 받고 고민하던 그는 유언을 통해 전 재산을 기부하고 그 기부금으로 인해 노벨상이 탄생한 것이다. 

 

'인류 공영에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노벨상이 주어지지만 간혹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 중에 한명은 영광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파울 뮐러'이다. 20세기의 최대 논쟁거리였던 살충제 DDT를 세상에 알린 인물이다. 평범하던 그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과학 실험에 빠진다. 학교에서 하는 실험만으로 부족해 집에 자신만의 실험실을 만들 정도였다. 세계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의 전신인 차바가이기(CIBA-GEIGY AG) 사에 취직하면서 본격적인 화학약품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그가 발견한 살충제 DDT는 농작물의 피해를 줄여주는 것이라며 이것을 계기로 많은 회사에서 살충제 개발에 나섰다. 이런 DDT의 다른 얼굴을 고발한 것이 레이첼 칼슨의<침묵의 봄>이라는 책이다. 미국의 상징인 대머리 독수리가 멸종 위기에 놓인 것도 DDT 때문이였던 것으로 밝혀지자 뮐러는 죽을때까지 비난을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그의 발견으로 인해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것이다.  

 

얼마전 한 방송에서 시험관 아기로 새로운 생명을 맞이한 연예인 부부가 출연하였다. 결혼후 10여 년만에 얻은 생명이기에 그들의 기쁨은 다른 사람보다 몇배는 클 것이다. 내 친구 또한 결혼 10년만에 아이를 가졌다. 이처럼 시험관 아기로 생명을 얻는 경우가 많아졌다. 201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로버트 에드워즈가 있었기에 난임 부부들에게 행복한 소식을 전할수 있게 된 것이다. 인공수정은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1978년 7월 25일에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탄생한다. 2012년까지 체외 수정법으로 태어난 아이의 수가 5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안타깝게 에드워즈와 공동으로 연구했던 스텝토는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수상 시점을 기준으로 사망한 사람에게는 수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여러 분야의 노벨상 중 113년간 생리의학상을 받은 수상자들의 의학 연구 이야기가 담겨 있다. 4부 25장으로 구성된 이야기 속에서 인류를 구해낸 위대한 이야기들을 만날수 있는 것이다. 노벨상을 받을수 있을만큼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지만 남모르는 아픔도 있고 고난과 역경도 많았다. 단순한 업적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도 들여다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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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황입니다
슈테판 폰 캠피스 지음, 전진만 옮김 / 더난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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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한 인물이 있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라'는 본명을 가진 프란치스코 교황. 이탈리아의 로마 북서부에 있는 바티칸에서 266대 교황이 선출 되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역사적인 인물이 이제 8월 14일이면 우리나라를 찾는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역사적인 만남의 그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013년 3월 12일 새로운 교황이 탄생한다. 세계가 놀랐던 것은 지난 1,20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비유럽 출신의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 된 것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교구장인 76세의 베르골리오 추기경. 검소한 삶을 살며 버스를 타고 스스로 저녁을 준비한다고 한다. 자주 빈민가로 가서 가난한 사람들께 함께 한 인물이다.

 

"형제님과 자매님들, 좋은 저녁입니다."

 

교황의 자리에 올라 그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한 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며 스스로 '교황'이라는 이름보다는 '로마 주교'라고 말한다. 뉴스을 통해 본 그 당시 모습이 생각난다. 같은 종교인이 아니더라고 시청할수 밖에 없는 역사적인 날이였다.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모습은 포근하게 느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목받는데는 특별한 이유들이 있다. 여러 의미에서 첫 번째 교황이라고 한다. 대중이 선호하는 성인의 이름을 딴 첫 번째 교황, 비유럽 출신의 첫 번째 교황, 새로운 세계에서 온 첫 번째 교황, 베드로좌에 오른 첫 번째 예수회 소속 교황, 즉위식에서 대중이 그를 위해 기도한 첫 번째 교황, 교화의 직무를 시작할 때 전임교황을 위해 기도를 제안한 첫 번째 교황이다. 이것만으로도 어떤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신부가 되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1953년 9월 21일 열일곱 살의 나이에 그의 인생을 바꿔놓는 일이 생긴 것이다. 친구들과 '학생의 날' 축제를 준비하며 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잠시 산호세 플로레스 교회로 갔다고 한다. 안면도 없는 신부에게 충독적으로 고해성사를 한 것이다. 고해성사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이다.

 

"저에게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놀라운 만남이었습니다. 저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본문 173쪽

 

교황은 프란치스코회가 아니라 예수회 소속이다. 예수회는 16세기에 세워진 수도회로 로마교회에 절대 순명하여 종교 개혁 때 카톨릭회를 지켰다고한다. 예수회원들은 고위직에 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봉사하기 위해 폭넓게 견문을 넓힌다. 그의 행보들은 보면서 우리들은 믿음을 가질수 밖에 없다.

 

성 프란치스코는 우리에게 평화의 정신을 심어준 사람입니다. 또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처럼 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 본문 244쪽

 

믿음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을 위해야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간혹 불미스러운 일들로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있다. 종교인이라는 이름이로 살아가지만 그들도 어쩔수 없이 사람일수 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신성한 곳이라 생각되는 교황청에서도 어두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조금은 놀랍기도 한다.

 

책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곤한 이야기만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교황과 교황청의 이야기들도 만날수 있다. 단순히 한 사람을 미화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풍부한 사진자료와 함께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생생하게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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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해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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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상황에 처하면 사람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마지막까지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조차 몰랐던 모습이 나올수 있을 것이다. 아직 못본 영화이지만 최근 개봉작 중에서도 극한의 상황에 놓인 배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영화가 있다. 물론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넓은 바다 떠 있는 배 안에서 일어난 상황들은 비슷하다. 배는 그들의 세계이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세계만의 법칙을 만들어가며 살아갈 것이다.

 

다소 묵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고민이 많았던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나까지 사건에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때가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이 출간된 계기가 되었던 것은 몇 년전 일어났던 해양사고였다고 한다. 한국 선원들이 동남아시아 조선족 선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모르는 세계에서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사건이 계기가 되어 탄생한 '극해'는 현재가 아닌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다.

 

 

프롤로그부터 충격적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뿔테 안경, 털북숭이, 광대 등의 사내들이라 불리는 인물들이 무참하게 갑판장을 살해한다. 더 끔찍한 것은 프롤로그의 마지막 장면이다. 아직 누구인지 알수 없지만 뿔테 안경의 안경알에 비친 청년의 모습이다. 피를 뒤집어쓴 청년이 차갑고 환희에 찬 모습이 안경알에 비친 것이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이고 이렇게 잔인한 일을 벌이는 것일까. 청년은 누구이길래 살인을 하고도 입꼬리를 올릴수 있는 것일까.  

 

유키마루 배는 1920년대 남빙양에서 포경 붐이 불 때, 노르웨이에서 건조된 600톤급 디젤 포경선이다. 얼어붙은 바다에서 조업하기 위해 뱃머리가 쇄빙선 형태로 제작되고, 빠른속도를 내기 위해 두 쌍의 디젤 엔진까지 내장한 배이다. 이제는 포경선이 아니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징발 대상이 되어 특별감시선으로 팔라우 등지의 남방 전선 일대에세 감시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상황속에 놓여 있는 이들이 타고 있는 배 안에 일어나는 사건들.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극한 상황에 처하면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 것일까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인육을 먹는 모습은 정말 공포 그 자체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에게도 숨어 있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끝까지 보고 싶지 않고 숨기고 싶은 인간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조센징.자네도 내가 무사로 만들어주지. 사람 살맛을 알면 무사는 귀신이 된다던데 조센징도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군. 어쨌든 조센징도 대일본제국의 신민 아닌가. 내 오늘 자네에게 귀한 선물을 내리지." - 본문 83쪽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 유키마로 배에 탄 선원들의 절반은 징용된 군속이도 나머지는 일본수산과 노무 업체에서 선원 모집으로 돌아온 이들이다. 일등 항해사 스기야마 다케로, 감판장 고토 히로시, 돈 때문에 배를 탄 선생. 동경 유수의 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전문학교의 조선어과 조교수였던 그가 전쟁 때문에 직업을 잃게되고 그로인해 돈까지 없는 것이다. 조선인들 중 가장 어린 막내 정섭. 곱상한 얼굴의 정섭은 상업학교 졸업 후 징용을 피해 근로 보국대로 자원을 했다고 한다. 평생 고래를 잡은 포수는 뇌격기의 기총 세례를 받아 한쪽 눈을 잃었다. 이들은 한 배에 타게 되었다, 서로 다른 이유로 모인 사람들.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미 지휘자도, 명령도, 명분도, 이상도, 목표도, 심지어 적도 아군도 없었다. 살기 위해 벌이는 맹목적인 폭력만이 갑판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이곳은 아귀도였다. 적자생존이란 무간지옥이 유키마루란 이름의 흔들리는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 본문 305쪽

 

어떠한 상황이든 약자들이 가장 먼저 희생을 당한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원주민 남녀의 죽음. 특히 원주민 여성에게는 인간으로서 할수 없는 일들을 저지른다. 약자일수 밖에 없던 조선인들. 그들도 조용히 반란을 일으킨다. 배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 그 사건들속에서 알고 싶지 않은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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