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3 - 4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3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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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권은 항일 독립운동이 조직적으로 가열되고 일본군국주의의 식민지 지배가 노골화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서울·도쿄·만주를 활동무대로 지식인들의 행적, 그리고 하동·진주·지리산·만주를 연결하여 형평사운동과 항일운동에 투신하는 크고 작은 인물들의 활약을 파노라마식으로 그려집니다.

1929년 원산 노동자 파업의 여파가 전국적인 물결로 번지면서 학생과 노동자가 주도가 되어 동맹휴업이나 동맹파업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을 시작으로 진행됩니다. 전체적으로 시대상이 잘 반영은 되어 있지 않지만, 술렁대는 전국적인 파업으로 많은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구금 수감되고, 농촌은 피폐해져서 도시의 부랑자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제는 자국 내의 공산주의, 제국주의 세력을 탄압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세계적 경제 공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식민지배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줄거리>

강쇠는 광주리를 이고지고 번화한 부산 거리로 들어 섰다. 활동 사진관 앞에서 백계 러시아인을 보고 당황하고 있는데 뒤에서 자전거가 와서 부딪힌다. 강쇠가 아프다는 소리를 할 사이도 없이 단쿠바지의 일인이 욕설을 퍼부으며 강쇠를 경찰서로 끌고 간다. 암만 변명 하고 억울하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주먹질이다. 며칠을 경찰서에서 시달리다 풀려난 강쇠는 숨어사는 관수를 찾아간다. 온다는 날에 오지않아 초조해하던 관수는 강쇠의 말을 듣고는 박장대소한다. 유쾌한 일은 아니었으나 우선 안도가 되는 것이고 식민지 민족의 희극인 것이다.

강쇠는 눈이 덮힌 산길을 걸으며 김환을 생각한다. 김환으로부터 물려받는 것은 전술전략이나 포부, 경륜이었으나 사람이 사는 이치가 아니라 그가 품은 평생의 한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부산을 다녀와서 바로 노모가 세상을 버렸으며 열흘도 못 되어 열살 난 딸이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일이 강쇠에게는 응어리다.

강쇠는 울음을 걷고 해도사를 찾아간다. 해도사는 한 이 년전에 산으로 들어와 오두막을 짓고 살았는데 막역해지기로는 강쇠 모친의 장례식 때 와서 도와준 뒤 부터다. 해도사는 자신의 말로 장가를 세 번이나 들었으나 실패하고 네 번씩 장가 드는 것은 순리에 어긋난다 해서 혼자 지낸다고 했다. 강쇠는 해도사에게 넙죽 절하고 아들의 ㅅ승이 되어 달라 청하고 해도사는 웃는다.

한복은 바쁘게 마을로 걸어 들어간다. 만주에서 돌아왔는데 장 서방이 아들 영호가 시위 주모자로 붙잡혀갔다는 것이다. 막 영산댁 주막을 지나 가려는데 마을 사람들이 불러 안으로 들어 간 한복은 동네 사람들의 환대에 어리둥절하다. 봉기 노인조차 얼마나 정답게 구는지. 동네로 들어서는데 마을 아낙들과 홍이 반긴다. 남편의 생사를 모르던 영호네가 식음을 끊고 누어 있다며 역시 은근한 환대다. 남편을 본 영호네가 한바탕 마당에서 통곡을 한 후 몸을 추스려 제사모실 준비를 할 나가면서, 이제 큰 딸 인호의 혼처도 생기지 않겠냐며 기대한다. 영호가 학생운동하다가 경찰서에 붙잡혀 간 사건은 그동안 백안시 당했던 한복 일가가 진정으로 동네사람들과 화해한 결과를 낳았다.

새벽녘에 제사를 모시고 난 홍이가 한복을 찾아왔다. 한복은 공 노인이 홍이를 기다리며 산다는 이야기부터 간도의 소식을 소상히 들려준다. 그리고 석이가 무사히 그곳에 가 있음을 시인한다. 함께 가지 않겠냐는 홍의 말엔 그냥 이곳에 살고 싶다는 한복. 한복의 집을 나와 혼자 부친의 산소에 무릎을 끓고 앉아 아비 이용을 생각하며 그의 생애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문득 월선의 환영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답대비, 불앞에 아아 앉히 놓은 것 맨치로 늘 걱정이구마' 산소에서 내려와 한잠을 자고 난 홍이가 술상을 앞에 두고 석이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비명이 들린다. 비명 소리는 오 서방댁이었고, 우가 집 마당 안에서는 막 우가가 오 서방을 올라타서 낫으로 찌를 기색이었고 오 서방이 필사적으로 낫 든 우가의 손을 저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홍이가 삽짝을 박차고 뛰어들어가 우가의 두 어깨를 뒤에서 감아쥐려고 하는 순간 우가의 낫에 홍이 쓰러지고 오 서방이 낫을 빼앗아 우가를 쓰러뜨린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홍이는 마을 사람 등에 업혀 집에 가고 우가의 주검에는 우선 거적을 씌웠다. 우 서방댁의 외침과 오 서방댁의 통곡소리가 들려오고 오 서방은 미친 사람 같이 멀거니 하늘을 보고 있다.

삼십 삼 년만에 초 하룻날 일어 난 살인 사건은 모두에게 잊혀졌던 옛일들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한복이 일가, 최 참판댁에는 충격을 주었지만 모두들 이 일을 입에 올리는 것을 피했다. 환구과 윤국도 그저 화롯불 앞에 마주 앉았을 뿐 입을 떼지 않고 있다. 이때 김제생이 경찰에게 쫓겨다니는 처지라며 환국을 찾아온다. 호기심을 드러 낸 윤국을 막으며 환국과 김제생은 쌍계사로 향하고 윤국은 자신이 어린애 취급 받은 것에 화를 낸다. 윤국이 강가를 걷고 있는데 울음소리가 나서 보니 영산댁 양녀 숙이가 하염없이 울고 있다.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윤국은 놀란 숙이에게 사연을 묻고 숙이는 아비와 동생이 그리워 운다며 달아난다.

서희는 달구지에 실은 쌀을 육로로 보낸 뒤 자신은 유모와 함께 나룻배를 탄다. 무슨 까닭인지 이 부사댁을 찾아가는 것이다. 억쇠와 유월이가 놀란 것은 물론이고 시우 모친도 황망히 서희를 맞는다. 둘은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서희는 아직 양현의 존재는 묻어둔다. 장 서방은 홍의 수술이 잘 되었음과 석이가 간도에 잘 도착하였음을 서희에게 보고한다. 서희는 쌍계사에 간 환국을 염려한다. 장 서방은 쌍계사로 가서 김제생을 도솔암으로 데려간다.

강선혜의 생일날이다. 명희가 화려한 화장을 하고 혜화동 선혜의 집에 도착하자 선혜와 여옥은 놀란다. 여옥을 배웅하기 위해 역까지 온 명희에게 여옥은 마치 절망에 빠진 모습이라는 말을 남기고 일어선다. 얼마동안 역 그릴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명희에게 뜻밖에도 찬하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찬하와 명희가 함께 역 바깥으로 나오자 기다리던 운전기사가 당황해 한다. 왜 혼자 왔냐고 묻는 명희에게 찬하는 아내가 임신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예전처럼 눈길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격의없이 대하는 명희가 편안하다고 느낀다. 사랑이 아니어도 간격을 좁혀 준것이 위안이 되는 것이다. 명희를 기다리던 용하는 명희가 찬하와 함께 돌아오자 그 어느 때보다 자상하게 굴지만 눈빛은 먹잇감을 앞에 두고 거리를 재어보는 짐승처럼 잔인하게 빛난다. 찬하는 따뜻한 온돌방에서 자신과 일본인의 문제를 생각하다 잠이 든다.

임명빈은 황태수가 지난 설을 앞두고 서의돈의 집에 사과 한 궤짝을 달랑 보내온 뒤부터 그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마음 편히 태수를 만날 수 없다. 세상 인심이 불만인 것이다. 이런 때 용하가 점심이나 하자며 차를 보내왔다. 찬하와 인사를 나눈 명빈은 서로 의기투합하여 한국인과 일본인의 정신이 서로 다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식사가 끝나자 용하는 조용하게 명희와의 이혼을 꺼내며 원인은 찬하와 명희에게 있노라 한다. 찬하는 용하를 별장으로 끌다시피 데려가서는 만약 명희와 이혼하면 자신이 명희와 결혼할 거라고 선언한다. 용하는 복수하는 심정으로 명희를 두고두고 피를 말리려는 계획을 짜는데, 돌아온 집에는 명희 대신 명희가 놓고간 이혼동의서 한 장만이 남아 있다.

영산댁은 숙이가 오고난 후 아침에 일어나기가 한결 수월해졌음을 느낀다. 혈혈단신, 고독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새벽을 맞이했는데 이젠 달라진 것이다. 영산댁은 숙이가 대견하고 만족스럽다. 숙이는 아비가 남동생을 데리고 자취를 감춘 후 영산댁 앞에서 울지는 않았지만 아비와 동생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영산댁 주막에 한 떼의 사당패가 들어오는데 그중에 숙이를 아는 남자가 있다. 아버지 어릴 적 친구라는 구식이 아재를 보자 숙이는 운다. 숙이가 부엌 앞에서 울다 옷에 불이 붙어 한바탕 난리를 피운 주막 안은 다시 조용하다.

성숙은 진주에서 독창회를 열 준비를 하면서 언니와 형부에게 청중 동원을 책임지라고 한다. 서울에서 명희와 용하가 이혼을 하느니 별거를 하느니 분분한 소문 끝에 용하가 명희를 미친 듯이 찾고 있다는 소식은 성숙의 가슴을 불질렀다. 자신을 잔인하게 버린 남자가 용하였다. 언니인 홍씨 부인과 성숙은 독창회를 핑계 삼아 서희를 방문한다. 서희의 일관 된 절제 속에 횡설수설하다 두 자매가 돌아가자 서희는 남의 얘기를 즐겨 흉 보는 자매가 까마귀 같다며 접근 못하게 막으라고 한다. 강가에는 윤국이가 거지꼴로 나와있다. 그동안 집을 나와 이리저리 떠돌아다녔던 것이다. 마침 걸레를 빨러 나온 숙이가 보고 놀라서 영산댁을 불러오고 윤국은 주막으로 향한다. 젊은 시절 한 때의 방황을 접은 것이다.

소지감은 외사촌 누이를 데리고 도솔암으로 가는 길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하기서에게 못할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염려되기 때문이다. 하기서와 민지연은 혼약한 사이다. 결혼식을 닷새 앞두고 기서가 종적을 감춰버린 후 십 년이 지난 것이다. 그 사이 기서는 출가를 하였고 지연은 집안에 칩거하였는데 소지감의 또다른 외사촌 이범석으로부터 지리산에 하기서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지연이 소지감을 졸라 파혼의 이유라도 들어야겠다며 나선 길이다. 도솔암이 가까워지자 소지감은 괜한 짓을 했다고 자책한다.

소지감은 지연을 절 마당에 세워놓고 절 밖으로 나간다. 일진은 뜻밖에도 지연이 나타나자 자신은 잊었을 뿐, 결코 번뇌에서 벗어난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지연이 법당으로 찾아와 앉는다. 일진은 지연에게 자신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하고, 지연은 서울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해도사와 소지감이 술을 마시고 잠 든 새벽, 강쇠가 어린 아이 하나를 달랑 안고 들어온다. 온통 때에 절은 아이는 해도사가 내온 끓인 밥 한 사발을 급히 먹고는 머루알 같은 눈알을 돌린다. 강쇠와 소지감은 서로 인사를 하고 다시 술상을 받는다. 소지감의 외삼촌이 양재곤 임을 안 강쇠는 다시 의기투합해 주거니받거니 술을 마시지만 막상 해도사의 거처를 나오니 뭔지 모를 미진함이 따라 붙는 것을 느낀다. 김환이 떠오른 것이다.

홍이는 병원에서 나온 후 영팔 노인의 집에 와 앉았다. 영팔 노인 내외는 홍이를 친조카려니 여기며 걱정해 좋은 반찬 하나라도 더 집어 넣어주려고 한다. 읍내에 갔다온 판술은 그곳에서 나 형사와 다투고 있는 성환 어미 모녀를 보았다고 얘기하고, 영팔 노인은 펄쩍 뛴다.

판술의 집에서 나온 홍이가 집 앞에 당도 했을 때 그곳에서 서성대는 연학을 보고 반긴다. 연학은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술집으로 홍이를 데려 간다. 홍이는 집에 무슨 일이 있음을 눈치 챈다. 이튿날 새벽, 문을 요란하게 두들긴 사람은 장이 올케였고 사정을 짐작한 홍이 조용히 장이 올케에게 사과한다. 보연이 장이를 불러 홍이와 만난 것을 추궁하며 때렸다는 것이다. 장이는 지금 친정에 와 있는 중이다. 홍이는 보연에게 장이에 대해 숨기는 것이 없으나 보상은 해주고 싶다고 말하며 장이를 불쌍하게 생각한다. 보연은 어떤 구실로든 장이를 만나지 말라고 애원한다.

남천택은 천재라 할 수 있겠다. 일어, 중국어,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그는 사람을 잘 사귀었고 누구나 그를 도와주는 것을 기쁘게 생각할만큼 상대를 편하게 만드는 요령을 터늑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전주 갑부 전윤경과 함께 임명빈을 찾아가는 길이다. 임명빈은 후배인 이들을 반갑게 맞이해 술상을 대접한다. 남천택은 일본인과 한국인의 생활상을 비교하며 그의 세계관을 펼쳐보이는데 임명빈은 조찬하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조용하는 명희가 자신을 버리고 친정으로 간 일을 용서할 수 없다. 어릴 적부터 그는 누구에게나 군림해야했으며 자신의 명령을 거역하거나 너무 다가오는 것, 또 너무 멀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버려도 그가 버려야했으며 선택 또한 자신의 몫이었다. 자신이 택해서 신데렐라로 만들어 준 명희가 아무도 버릴 수 없는 지체와 부를 헌신짝 같이 버렸다는 사실이 조용하는 받아들일 수 없다. 몇 번이나 회유했으나 돌아오지 않는 명희 때문에 궁리하던 용하는 드디어 사람 많은 교회 앞에서 명희를 잡아 태우고는 별장으로 향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별장 안에서 용하는 다 잡은 고기인냥 명희를 이리저리 떠보다가 명희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음을 깨닫고는 거칠게 능욕을 한다. 명희는 자신이 더이상 살아갈 수 없음을 예감한다.

오가다 지로는 백부의 부름을 받고 큰댁으로 들어선다. 특별한 내색은 비치지 않았지만 백부는 오가다가 그의 딸 지에코와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었기에 오가다의 마음은 어둡다. 시종일관 백부 앞에 앉아 이야기를 듣던 오가다는 일본인들의 일등국민 운운은 열등감의 소신이라며 백부의 조선인 멸시를 반박하고 지에코와의 결혼을 거절한다. 백부는 더이상 권유하지 않고, 오가다는 지에코를 위로하고 그집을 나온다.

오랜만에 누이 유키코의 집에서 저녁을 함께 한 오가다는 누이가 아이들에게 존경받고 있음을 느낀다. 큰조카 시게루는 늦게 돌아와 지로를 반기며 어머니에게 조선인 친구 이순철과 최환국을 소개해 준다고 말한다. 유키코는 자식들에게 진실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진보적인 엄마 역할을 유능하게 해내고 있다.

명희는 낯선 곳에서 의식을 찾는다. 작정한 것은 아니지만 어제 무작정 내린 통영 바닷가 방파제에서 몸을 날린 것이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어부가 명희를 구해서 자신의 오두막으로 업고 왔던 것이다. 명희는 안주인이 끓여주는 미음이 맛있다고 생각하며 몸을 털고 돌아온다. 자신이 어젯밤 투신자살을 시도했다는 게 그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여수로 여옥을 찾아 간 명희는 그동안의 일을 털어놓으며 여옥과 밤 새워 대화를 나눈다. 명희는 자신의 삶에서 사랑이 없었음을 , 그리하여 살아가면서 창조하지 않았음을 생각하고 앞으로의 생활은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밑줄긋기>

1장 희망이고 실망이고, 그런 거는 잠시잠시 왔다 가는 거 아니겄나

3장 사람이나 금수나 산천초목 그런 것이 순리대로 있어야, 그렇잖으면 명 보존하기가 어렵소

4장 현재가 견디기 어려우니 희망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생존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 희망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7장 명령에 복종하는 아이, 외톨이는 언제 없어지지요? 정말 역사가 그렇게만 되풀이되는 거라면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9장 사람의 일이란 묘하다. 인간은 번번이 조물주의 능력을 대행하여 스스로를 희롱하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15장 산 속에 피는 꽃이 다 같지 않다 해서 꽃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소?

16장 마음이 가면 육신이 가고 육신이 사라지면 마음도 사라진다

2편 3장 시뻘건 땅에, 혹은 암벽 사이에서 비틀어지고 구부러져서 견디는 소나무, 그것은 바로 식민지 조선의 모습이 아닐까요?

4장 인간의 비극은 인류의 비극이요 민족의 비극도 인류의 비극이다. 개인이건 민족이건 생존을 저해하고 압박하는 것은 죄악이며, 근본적으로 부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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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William! (Paperback) - 『오, 윌리엄!』원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Random House Trade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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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은 루시의 첫 번째 남편으로 두 딸을 낳았습니다. 윌리엄은 결혼 생활에서 성실하지 않았고 마침내 루시는 두 딸을 데리고 그를 떠났습니다. 이것은 특히 아버지를 사랑하는 딸들에게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 결국 루시는 그들에게 꼭 필요한 남자와 다시 결혼했습니다. 그는 안정과 사랑을 제공했고 그와 루시는 매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습니다. 윌리엄은 학자이자 화학자이며 현재는 교수직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실험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윌리엄도 몇 번 재혼했고 그의 세 번째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윌리엄은 자신에게 전혀 몰랐던 이복 여동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메인에 살았습니다. 아내와 딸이 떠난 상황에서 그는 여동생을 만나러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혼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와 루시는 항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고 그는 그녀에게 자신과 함께 가자고 요청했습니다. 이 소설의 주요 이야기는 그들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건과 다양한 다른 등장인물에 대한 언급이 그녀의 기억을 자극하고 그녀와 윌리엄이 어떻게 만났고, 사랑에 빠졌는지, 그와의 결혼 생활은 어땠는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처음에는 글의 스타일이 다소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루시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녀 자신과 그녀의 가족에 대한 그녀의 통찰력은 친밀하고 사려깊었고 책을 읽는 동안 그녀와의 대화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루시가 평범해 보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얼마나 특별한 여성인지 깨닫게 됩니다.

오랫동안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탐색하고 재정의하고 재협상하기 위한 여정을 보여줍니다. 또, 저자는 과거가 결코 진정한 과거가 아니라는 것, 트라우마의 지속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관계의 신비를 능숙하게 풀어냅니다. 아마도 이러한 미스터리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함께 살 수 있으며 그것은 이해와 수용을 향한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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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2 - 3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2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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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읽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빼앗긴 나라에서 현실과 이상에 흔들리는 인물들의 모습,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듯했습니다.

"초상났구나."

박경리 작가는 죽음에 대해선 언제나 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결혼은 훨씬 길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독자들이 슬픔은 짧게, 기쁨을 길게 기억하길 바라는 작가님의 소망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줄거리>

지삼만의 청일교는 봄의 대제와 교주의 탄일로 종일 잔치를 벌였고, 밤에는 모두 곯아 떨어졌다. 강쇠와 짝쇠는 어둠 속을 더듬어 지삼만의 거처로 가는데 인기척에 놀란다. 지삼만의 심복 지 서방이 얼른거리고 뒤어어 고함이 터져나왔다. 숨죽이며 이 광경을 지켜보던 강쇠와 짝쇠는 알 수 없는 느글거림에 물러나오고 만다. 여자를 밝히는 지 서방이 임가의 사주를 받아 지삼만의 여자를 가로채려고 일을 저지른 것이다. 강쇠는 짝쇠에게 다시 산으로 돌아가 화전을 일구며 살라하고 남원을 빠져나온다. 강쇠는 비연의 주막에서 낯선 사람들이 봉순의 익사체를 건져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별 관심이 없다. 죽음이란 항상 강쇠 곁에 있는 일일 뿐이다.

강쇠는 혜관 스님과 마주 앉아 앞날을 이야기한다. 부산에서 장사를 하던 관수가 작은 실수로 쫓기는 몸이 되자 석이와 관수는 장차 간도로 가야하며 강쇠는 부산에 가서 부두 노동자 조직을 이끌어야 된다는 내용이다. 혜관이 방을 나오자 석이가 기다리고 있다. 강쇠는 석이에게 봉순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말을 꺼내고, 석이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평사리로 달려 간다. 용이는 봉순의 얼굴을 덮은 천을 벗겨주는데 그 얼굴이 마치 잠든 것 같이 평화롭다.

부산에 온 홍이는 그옛날 삼석이의 친척 된다는 자전거포에서 반 년동안 일한 곳을 들여다보고 친구 상길을 찾아보낟. 상길은 여전히 반짝거리는 머리에 창백한 얼굴로 이발소에 앉아 있다. 반갑게 홍이를 만나 상길은 저녁에 여관으로 오라고 이른다. 천천히 부둣가를 걷는 홍이는 건달처럼 카페를 찾아가서 공연히 싸움을 벌인다. 밤늦게 상길과 약속한 여관에 가니 상길은 시퍼렇게 멍든 홍이의 얼굴을 보고 분개한다. 둘은 술과 고독으로 밤을 채운다.

혜관은 소지감 집에 묵었다가 공 노인을 만나러 간다며 떠나고, 관수와 소지감, 이범준, 권오송이 술자리에 앉았다. 소지감은 누구인가. 이범준의 외사촌형이며 세상에서는 기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아버지는 을사보호조약체결 후 자결하고 형은 의병으로 포살 당하는 격랑을 겪었으며 그 자신은 산으로 도시로 일본으로 떠돌아다녔다. 권오송이 찾아온 것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소지감에게 강선혜를 소개하려는 의도였으나 소지감은 거절한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미를 알기 때문이다. 권오송과 소지감은 사회주의와 민족의 앞날에 대해 토론하고, 관수는 서울 사람들은 입으로만 일을 다 하는 것 같다며 웃는다.

혜관은 공 노인의 집에서 한담을 즐긴다. 방씨 부인은 중풍으로 앓아 누워있다. 육덕이 좋던 혜관도 살이 빠져서 가죽만 처져있고, 입담 좋고 총기 있던 공 노인도 팔순을 이삼 년 앞둔 지금 같은 말을 반복하고 지난 날을 골라서 회상하는 것이 늙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인듯 하다. 핏줄이 없는 공 노인은 송애나 임이에게서 좋은 일을 못 봐서 속이 끓는다. 용이를 봐서 거둬 준 임이가 염탐꾼이 되어 길상이 잡혀갔던 것이다. 공 노인과의 대화가 지루하고 짜증이 난 혜관은 용정거리를 걸으며 속도 아니고 중도 아니였던 자신의 일생을 반추해본다.

주갑은 술집 앞에서 홍 서방을 만나 함께 술집으로 들어간다. 용이가 조선으로 나갈 때 월선이 살던 집을 박 서방과 홍 서방에게 주었는데 박 서방은 근검 절약하여 살 만하게 되었으나 홍 서방은 그렇지 못해 늙그막에 잡역부로 다니는 아들에게 술값을 닥달하여 보는 이들이 딱하게 생각하는 처지였다. 서로 다 아는 처지라 주갑은 술집에서 새타령을 부르고 술집을 나설 때 주모의 손목을 와락 잡는다. 오십이 넘어도 장가를 가지 못한 주갑은 주모가 얼굴을 붉히나 안 붉히나 보고 싶어 그랬다며 건들거리며 술집을 나선다. 공 노인 집에서 혜관을 만난 주갑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두매가 길상의 중매로 옥이와 결혼한 지도 삼 년이 지났다. 홍이가 한 번 찾아오지 않는다고 섭섭해하는 공 노인에게 혜관은 부친상을 치르고 나면 아주 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공 노인의 얼굴엔 화색이 돈다.

혜관과 주갑은 마차를 기다리다가 걷기로 한다. 혜관은 웬지 조선에 돌아가기가 싫어 흑룡강을 따라 정처없이 떠나는 길이고, 주갑은 왕청에서 송장환을 만난 뒤 연추로 갈 작정이다. 두 사람은 이러니저러니 잡담을 하며 걷는데 나이가 들어선지 희망에 찬 내용은 보이지 않고 저승길 잡담이다. 주갑의 생각 속에 봉순이 들어 있음을 혜관도 안다. 한바탕 악을 쓰듯 "사향가"를 불러젖힌 주갑은 혜관더러 위험하니 그만 용정으로 돌아가는 게 좋다는 말을 남기고 왕청으로 떠난다.

상현은 공산주의자 신태성의 집에 얹혀 살고 있다. 그가 다시 간도에 왔을 때 짐작은 했으나 아버지 이동준의 자리를 길상이 대신 하고 있음을 느끼고 자학에 빠져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던 중이다. 이런 때 송장환이 찾아오고, 상현은 원군이나 된듯 신태성을 공격하고 다투다 신태성의 집을 나온다. 아닌게 아니라 송장환은 상현을 데리고 나오려 신태성을 방문한 것이다. 상현은 기화와 명희를 생각하며 다시는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에 피로한다.

송장환이 연추에 있는 정호네로 오면서 주갑에게 방씨 부인의 죽음을 알린다. 정호는 귀화하여 모스크바에 있다. 주갑은 공 노인이 자신에게 부고 한 장 보내지 않고 장사 지낸 것을 섭섭해하며 우는데 정호모친 신씨 부인은 공 노인의 깊은 뜻이 따로 있음을 말하며 주갑을 달랜다. 송장환과 함께 연추로 온 상현은 주갑으로부터 봉순의 죽음을 전해듣고 아연실색한다.

상현은 송장환과 함께 쎄리판 심의 집으로 초대받아 가는 길이다. 가는 도중 상현은 기화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린다. 쎄리판 심은 러시아에 귀화한 사람으로 본명은 심운회다. 딸 수앵은 윤광오와 결혼했으나 쾌활하고 자유로운 것이 나이를 잊게 했다. 그들말고도 손님으로 묵당이 있었는데 묵당 손유진은 석학으로 널리 알려 진 인물이며 이집에서 허물없는 처지였다. 상현은 평화로운 심운회 가정의 분위기에 안정감을 느끼며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에 대한 토론을 나누고 있는데 주갑이 찾아온다. 누군가의 밀고에 의해 공 노인댁에서 두매가 잡혀가고 권필응의 거처에도 왜병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송장환은 신태성을 떠올리며 냉정해지려고 애를 쓴다.

동경에서 공부하던 환국이 방학을 맞아 돌아와 서희와 함께 길상을 면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이다. 환국은 서희의 창백한 손을 보며 외로움을 보는 듯해서 안쓰럽다. 어머니가 마치 창밖을 날아가는 하얀 새 한 마리 같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환국은 어머니를 위해서, 서희는 아들을 생각해서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칸으로 옮겨 앉아 있는데 거기에서 홍성숙을 만난다. 소림이 박 의원의 허군과 결혼한다는 홍성숙의 말은 서희나 환국에게 뜻밖이다. 부산에 내린 서희는 여관에 들자마자 안색이 변하는데 급히 온 의사는 맹장염이라 진단한다. 의사를 기다리느라 마당에 섰던 환국은 홍성숙과 조찬하가 함께 여관에 드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경황이 없어 마음에 두지는 못한다.

숙희는 정윤이 양소림과 혼담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병원을 그만두고 자리에 누웠다. 아버지와 남동생은 정윤이 돌아오기만 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는 중이고 어머니는 현실적으로 딸의 장래를 생각해 위자료를 받아내라고 한다. 동생댁만은 숙희를 지키며 죽을 끓여주고 마음의 위로를 해준다. 정윤이 대구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숙희는 어쨌든 당사자와 부딪혀 볼 작정으로 병원에 가서 기다린다. 양소림의 친척오빠와 술에 취해 돌아온 정윤은 숙희와 결혼 할 생각이 없었노라 잘라 말한다.

조준구는 갖은 모욕을 감내하며 최서희에게서 받아 낸 오천 원을 고리대금으로 굴려 사오만 원으로 만들었으나 그가 생각한 대로 서희에 대한 복수의 결행은 꿈도 못꾸고 있다. 모든 재산을 관리하기에도 급급한 지경이다. 우연히 만난 처가의 친척으로부터 홍씨 부인이 아주 참혹하게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검소하게 살던 살림에서 예전처럼 좋은 옷과 음식을 탐미하기 시작한다. 전당포 직원과 일 봐주는 이들에게 목적을 알리지 않고 부산행 열차에 탄 조준구는 뜻밖에도 김두수와 마주 앉게 되고 김두수가 조준구의 살인교사를 입에 담자 기겁을 한다. 김두수를 피해 중간에 내린 조준구의 등에 식은 땀이 흥건하다.

조준구는 통영에 내려 제일 좋은 여관에 든다. 시원한 화문석에 비대한 몸을 뉘인 채 지난 십 년을 구질구질하게 살아온 데 대해 억울해 하며 현재를 즐기고 있다. 조준구는 일하는 아이를 앞세우고 통영에서 제일 가는 소목쟁이 병수를 찾아간다. 느닷없이 들이 닥친 시아버지를 병수댁이 놀라서 보고, 보다 침착하게 조준구를 맞이한 병수는, 손주 하나를 서울로 데려가 공부시켜 보겠다는 조준구의 말에는 그러지 않겠다고 잘라 말한다.

환국과 순철은 모랫사장에서 한바탕 치고 박으며 딍군다. 그리고 어느 사이 일어나 순철의 친구집으로 가 술을 마시며 소림의 얘기를 나눈다. 양소림이 허정윤과 결혼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화젯거리가 되고 있으며 소림을 짝사랑한 순철은 소림이 약점 때문에 정윤과 결혼한다는 사실이 괴롭기만 하다. 환국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구역질을 하면서 소림의 손등에 있던 혹을 잊으려 애쓴다.

조용하와 임명희의 아침 커피 시간은 삭막하다. 강선혜는 홍성숙과의 불륜을 이야기하며 분노하지만 당사자인 명희는 오히려 담담하다. 용하는 일본인 제수씨인 노리코라도 오는 날이면 찬하와 명희를 함께 앉혀 정신적 학대를 한다. 찬하도 명희도 용하의 행동에 동정을 보낼 뿐 무감각하다. 이른 아침에 양소림이 홍성숙의 심부름으로 용하를 찾아온다. 성숙은 신문에 자신들의 일이 실릴 것 같으니 이혼하겠다고 하고 용하는 그런 성숙을 딱한 듯 싸늘하게 외면한다. 회사에 돌아와보니 임명빈의 사직서가 놓여있다. 용하는 그것을 휴지통에 꾸겨 던진다.

명희가 친정에 오자 명빈은 망설이다 편지 한 장을 내민다. 상현이 명희 앞으로 보낸 편지다. 이런 때 인실이 명빈을 찾아와 취직을 부탁하고 명빈이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하자 명희가 알아봐 주겠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편지를 펼쳐보는 명희. 내용은 봉순과 그의 딸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원고를 계속 보낼 테니 그 고료를 아이의 양육비로 써달라는 것이다.

십 년을 병고에 시달리던 용이 죽었다. 사무치게 우는 홍이와 호들갑스러운 보연의 호곡소리를 빼면 미리 준비 된 상가는 차분하게 진행되어 갔다. 모두들 호상이라 한다. 자신이 병에 시달린 것 빼면 아들이 효성스럽고 양반 며느리의 시중을 정성껏 받고 맘에 꺼리는 것 없이 눈을 감았다고 하는 말이다. 연학이 일을 처리하고 영팔 노인도 오고 모처럼 두만 아비도 와서 용이 얘기를 나누는데 새벽녘에 봉기 노인이 슬며시 들어와 문상한다. 그의 트집 부리는 모양은 여전해도 그도 이제는 저승길을 생각하는 노인이다.

보연은 홍이가 자신에게 탈상을 맡기고 만주로 떠나가 버릴까 전전긍긍한다. 고종사촌 오래비인 범석이 찾아오자 남편의 마음을 한 번 떠보라고 보연이 애걸을 하고, 그런 보연을 범석은 경망하다며 못마땅해 한다. 삼오제가 끝난 후 관수가 찿아오고 홍이가 식솔들을 데리고 공 노인에게 갈 것을 권한다. 영팔 노인과 범석도 동조한다.

관수는 홍이 집을 나와 한복에게 간다. 석의 처 을례가 나 형사에게 그동안 석의 미심쩍은 부분을 귀뜸해주고 나 형사가 부산으로 온 게 화근이 되어 석이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관수는 한복에게 석을 간도로 데려가 줄 것을 지시한다. 지난 번 간도로 간 혜관의 연락이 끊기자 관수는 초조해한다.

인성은 오가다 지로 때문에 결혼하지 않겠다는 누이 인실에게 분노를 느낀다. 보다 더 크게는 평소 민족을 뛰어넘어 동생 같이 사랑하던 오가다가 갑자기 흉측한 괴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인실은 야간 여학교에서 가사를 가르친다.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오는데 어둠속에서 오가다가 인실을 기다리고 있다. 한강 백사장에서 둘은 마주보지만, 사랑하지만 인실은 오가다를 용납할 수 없는 자신을 안다. 그는 침략국의 국민인 것이다. 인실은 오가다를 위해 결혼하지는 않을 것을 약속한다.

숙희네는 양 교리댁에 가서 돈 오백 원을 받아왔다. 숙희의 앞날을 생각해서 눈물을 머금고 한 행동이지만 그집 대문을 나설 때는 칼을 물고 죽어버리고픈 심정이었다. 숙희는 넋을 빼앗긴 듯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허정윤과 양소림의 결혼식 날. 신랑 정윤은 의전 학생이라 손색이 없지만 상객으로 온 형의 초라함에 대한 양씨 집안의 경멸은 차갑기만 하다. 신방에서 정윤은 한숨을 쉬며 자신은 진실을 희생하면서까지 양소림과 혼인한 것은 아니라 외친다. 숙희는 강가에서 밤을 새우고 온 후 외지로 나가겠다고 말한다.

홍이가 영팔의 집에 가자 영호만이 홍을 반긴다. 모두 제술의 돌잔치에 갔다는 영호의 말이다. 한복의 아들 영호는 함안댁을 닮았는지 머리가 명석한 편이다. 영호가 홍이에게 자랑삼아 자신들도 작은 모임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홍이는 그말에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끌려들어갈 줄 아느냐고 호통을 치고 나온다.

양현은 서희의 집에서 꽃처럼 별처럼 사랑 받는 존재다. 윤국은 특히 양현을 귀여워한다. 서희는 집안 누구도 양현을 소홀히 하지 못하게 한다. 서희의 몸은 쇠약해 있으나 정신은 오히려 투명하다. 명희가 서희를 찾아와 양현을 기르고 싶다고 제안하다. 서희는 아버지가 찾으면 모를까 그럴 수 없다고 하고, 명희도 막상 내려와보니 양현이 이곳에 머무는 것이 더 행복할거라 결론 짓는다. 윤국은 이제 어미 품에서 떠날 차비를 하는, 다 자란 한 마리 매로 성장해 있다.

<밑줄긋기>

16장 안 좋은 일이 있으믄 좋은 일도 있겄지

17장 아무리 교육을 받고 높은 지위에 있다 하여도 비천함은 고쳐지지 않는 법이다. 그것은 인성이 나쁘다는 것이며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것이다.

5편 4장 갈등이나 압력으로 힘을 소비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때론 그런 갈등 때문에 힘이 솟는 경우도 있지요

7장 불운할 때는 불운만 찾아온다

10장 돼지우리 속에선 돼지로 살았으나 돼지우리 밖에선 모든 것이 새로워야 하는가

16장 사람 살아가는 이이 참으로 기기묘묘하다. 검정과 흰빛으로 구별지을 수 없는 거이 인간사라

17장 참된 삶이란 반드시 사회의 요구와 부합되는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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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책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의 못다한 이야기
매트 헤이그 지음, 정지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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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위로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집이 없어 배고프고 가난한 이들에게, 아픔에 겨워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에게, 세상에 도전장을 내던졌지만 실패한 이들에게, 친구나 연인과 다퉈 상처를 입히거나 입은 이들에게 고단한 긴 하루를 풀어주는, 연인과 이별하여 아픔을 견뎌내는, 거침없이 다가드는 병마와 싸우는, 내 모든 것을 빼앗겨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렇게 죽음과도 견줄 만한 고통과 아픔의 순간에도 생명을 불러오는, 새 소망을 안겨주는, 그런 위로의 말들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저자인 매트 헤이그가 몇 년 동안 쓴 메모와 이야기 모음입니다. 희망, 사랑, 행복에 관한 것입니다.


p90 인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아픔이 지나가고 남겨진 자리는 삶으로 채워진다

이 책에는 장, 목록, 인용문, 사례 연구, 그리고 가끔 나오는 요리법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조는 상당히 무작위이지만,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연결, 절망과 고통, 슬픔과 기쁨 등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의 존재라는 단순한 사실이 희망과 기쁨의 이유임을 반복적으로 상기시켜줍니다


p167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지적함으로써 우월한 기분을 느끼면 절대로 용기의 미덕을 갖출 수 없다. 진정한 미덕은 내면의 결함과 갈망을 들여다보고 자기 잘못과 모순을 바로잡을 때 얻을 수 있다

저자는 화려하거나 치장하지 않은 모습으로 덤덤하게 위로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친구가 되어 그 시간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줍니다. 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한 문장이라도 마음에 위로가 되길 진심으로 소망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p144 당신의 가치는 당신 자신이다. 존재한다는 게 당신이 가진 가치다. 당신의 가치는 바로 여기 있다.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게 아니다. 돈 주고 사는 것도 아니다.

매일 수백 가지의 위안의 순간을 떠올리며, 우리는 그 순간을 그저 그리워하거나 당연하게 여깁니다. 우리는 종종 큰 일을 기다리느라 너무 바쁩니다. 삶을 변화시키는 큰 사건, 그 자체가 심오하지 않고 평범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덜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p219 가끔은 존재하고 느끼는 것만으로, 버티며 살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어느 날, 어머니가 차려주신 따뜻한 밥상은 천 마디의 웅변을 무색케 하는 위로이고 격려입니다.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염려와 사랑으로 지으신 밥을 먹으며 자식들은 잃었던 기운을 찾고 버렸던 희망을 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다시 살 만해집니다.


p271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안전하고 행복하기를. 연민이 모든 존재에게로 뻗어나가면 결국 삶은 하나라는 사실에 닿는다

사람은 누구나 남을 위로하되 위로받는 일은 생기지 않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불행이 나만 피해가기를 바란다는 것도 어설픈 짓입니다. 닥칠 일은 닥치고 겪을 일은 겪으면서 세월은 흐릅니다. 그런 세월을 보내고 타인의 아픔에 눈을 뜨면, 슬픔을 위로하는 것은 또 다른 슬픔임을 깨닫게 됩니다. 살아가는 데는 슬픔조차 힘이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어쩌면 그게 슬픔이 주는 유일한 위로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엔 위로받지 않고 살만큼 가득한 사람도, 위로하지 못할 만큼 비어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위로하며 위로 받으며 살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연결된 우리,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방법으로 연결되어 있다
- P60

남들이 기대하는 나, 남들이 기대하는 행동은 중요치 않다. 행복은 내가 나를 받아들여야 찾아온다
- P87

고통은 이기적이다. 그래서 자신에게만 관심을 기울이길 요구한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니 그 고통은 빛을 더 빛나게 해주는 그림자일 뿐이었다.
- P105

흐르게 놔두어라. 내면의 생각을, 억눌린 감정을,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죄책감으로 얼룩진 비밀을, 아픈 기억을, 구석에 숨어 있는 마음을, 어색한 진실을,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불편한 생각을, 잠재된 갈망과 거부된 욕망을, 댐에 가득한 물을. 압력이 커져서 댐이 커지게 하지 말고 흐르게 놔두어라. 흐르게 놔두어라.
- P107

삶의 흐름을 거스르면 저항을 계속 만난다. 하지만 생각이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두면 불확실하지만 자유로운 강이 만들어진다.
- P129

비 멈추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비 맞고도 행복한 법을 배우는 게 더 쉽다.
- P146

고통은 당장 조치해야 한다. 없는 척한다고 절대 사라지지 않으니까
- P154

가장 큰 변화는 가장 어두운 경험에서 비롯된다. 무너져야만 새로워질 수 있다. 어둠을 지나야 빛을 향해 날아갈 수 있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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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1 - 3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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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19년 3․1운동 이후에서부터 1929년의 원산 총파업, 광주 학생 사건 무렵까지가 시간적 배경이고, 소설 안에서는 사회주의 성향의 독서 단체인 계명회 사건이 1929년에 일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복수 후 허무에 부딪친 최서희가 지어미의 삶을 살게 되고, 김환이 죽음에 이르면서 이야기의 중심은 송관수 등의 민중적 삶과 서울의 임명희를 둘러싼 지식인과 신여성들의 삶으로 이동합니다. 사건의 중심이었던 기화, 김환의 죽음과 함께, 서희의 두 아들, 윤국과 환국, 용이의 아들 홍이, 조준구의 아들 꼽추 조병수 등이 소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임역관의 딸 명빈과 명희를 비롯해 귀족층의 조용하, 급진적 사회주의 사상가 서의돈 등 새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인텔리 계층으로 이들을 통해 희망 없는 식민지 상황의 암울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토지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만 해도 800여명이라고 하는데, 어느 하나 똑같은 성격과 신분을 가진 사람이 없는듯합니다. 등장인물의 수가 많긴 해도 모두 저마다 사연이 있어서 읽다보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또, 내용도 감정보다는 사건위주로 전개하기 때문에 더 잘 읽힙니다. 읽으면서 인물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살아 숨쉬는’ 인물들을 저렇게 많이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위대함이 느껴집니다

<줄거리>

명희는 여옥과 헤어져 친정으로 걸음을 옮긴다. 사랑에 와 있는 환국이도 보고 조카들도 볼 작정이다. 마침 명빈을 찾아가던 상현과 만난 명희는 내외하지 않고 지난 날을 담담하게 얘기한다. 상현은 곧 서의돈과 함께 간도로 떠나기로 하고 인사차 명빈을 찾은 것이다. 술상을 앞에 둔 상현과 명빈의 자리에 명희가 앉는다. 문학청년 같은 감상이 남아 있는 명빈은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에 추억을 보태주려는 듯 명희더러 이별주 한 잔 상현에게 권하라 이른다. 상현은 이미 집앞에 도착하기 전에 명희도 사랑한 여자였노라 말했었다.

윤씨 부인의 제삿날이 돌아오자 용이와 연학이 대청마루에서 밤을 치고 있다. 용이는 꿈에 소동이를 봤다고 하고, 수동이가 누군지 모르는 연학은 죽은 수동의 제삿날을 누가 챙기냐며 힐난한다. 용은 작년 봄에 죽은 임이네와 또 강청댁, 월선이를 생각하고 먼저 죽은 많은 사람들을 돌아보는데 서울에서 석이가 내려온다. 석이와 연학은 사는 일이 답답하다. 희망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고 베고픈 사람들은 제 가솔 챙기기도 급급한 세상에 자신들 하는 일이 답답하기만 한 것이다.

떠돌던 김환이 돌아와보니 모친 윤씨 부인의 기일이다. 환은 평사리 최 참판댁 높은 대청마루에 서희와 두 아들이 서 있을 것을 생각하며 자신도 그 젯상 아래 엎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윤씨 부인의 무덤에 절을 한다. 강쇠와 주막에 든 김환을 본 한 서방은 그길로 남원의 지삼만에게 가서 알린다. 한 서방은 강쇠의 수하였는데 돌아오지 않는 김환을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없어 지삼만에게 붙은 인물이다. 이삼 년 사이 지삼만은 청일교란 사이비교를 조직하여 환이의 세력을 무너뜨렸으며 무지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세를 확장하는 중이다. 지삼만은 자신의 왼팔 노릇을 하는 보부상 임가에게 김환을 경찰서에 밀고하라고 한다.

윤씨 부인 제삿날에 복동네가 양잿물을 마시고 죽었다. 사람들은 영문을 몰랐으나 평소 내왕이 있었던 마당쇠댁이 야무네에게 복동네의 억울한 죽음을 이야기한다. 원인은 봉기노인에게 있은 것이나 양자인 아들 복동과 그의 처 며느리조차 복동네를 그 옛날 삼수와 정을 통했다는 의심을 하니 분에 못이겨 자살한 것이다. 봉기는 삼수에게 당한 딸 두리를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복동네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다. 석이는 앞장 서 봉기를 닥달하고, 복동네의 출상 전에 죄를 자복하게끔 일을 꾸민다.

석이는 강가를 기다시피 엎드려 가는 봉기를 보자 그도 그저 자식을 몹시 사랑하는 짐승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슬픔에 잠긴다. 서울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이범석에게 농촌은 건드리지 말라고 한 관수의 이야기도 되새기며 마을로 돌아오자 용이와 한복이 기다리고 있다. 봉기가 타작마당에서 발명하기로 했다고 하자 모두 반가워하지만 한복의 처지를 생각해 이야기는 길어지지 않는다. 복동네의 죽음으로 인해 모두 함안댁을 생각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한복은 그의 둘째 아들 영호의 진학문제를 석이에게 상의하고 돌아간다. 석이는 용이에게 봉순이가 평양에서 아편쟁이가 되어 있더라는 서의돈의 말을 꺼낸다. 용이는 서희에게 봉순의 처지를 알리기로 한다. 석이에게 있어 봉순은 사랑이었고 청춘이었으나 입밖에 내서는 안되는 마음이기도 했다.

타작마당에 모인 마을 사람들은 봉기가 자복하기만을 기다리고, 봉기는 석이가 알려준 것을 밤새 연습한 듯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복동네에게 누명을 씌웠노라고 한다. 봉기의 자복엔 딸 두리의 내용이 쏙 빠져있다. 자신감을 얻은 봉기는 고개를 들어 애맨소리에 저저이 다 죽느냐며 오히려 자신이 운수가 나쁜 편이라고 발뺌을 하고 차마 노인을 바로 때리지 못한 군중 속에서 돌멩이가 날아든다. 피가 흐르는 봉기를 보호하려고 석이가 나서려는데 봉기 아들이 울면서 뛰어든다. 사람들은 자식 없는 복동네를 동정하며 아들에게 업혀가는 봉기와 복동네의 양자 부부를 비교한다. 용이에게 봉순의 처지를 들은 서희는 석이에게 평양에 가서 봉순을 데려오라고 부탁한다.

석포의 객주집에서 술을 마시던 환이가 석포와 함께 경찰서에 끌려간다. 어떻게 해서 환이가 잡혀갔는지 연유를 알 수 없는 강쇠는 앞이 캄캄하다. 광주리 장사로 변장하여 연학을 만난 강쇠는 연학을 따라 남강 백사장을 걷는데 발밑의 모래알이 뜨겁기만 하고 의지하던 환이 걱정 때문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환이에 대한 강쇠의 사랑은 육친 이상인 것이다.

환국은 생인손을 치료하기 위해 박 외과에 갔다가 양소림과 부딪치게 되고, 뜻밖에 양소림의 손등에 붙은 징그러운 혹을 보고 놀란다. 서울을 오가며 몇 번 지나친 적이 있었기에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으나 손등의 혹을 보자 다시는 소림과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자신의 마음이 스스로 혐오스럽다. 환국을 찾아 온 순철은 양소림과 혼담이 있었는데 손등의 혹 때문에 무산 됐다며 씁쓸해하며 몰래 사온 소주를 밥그릇의 뚜껑에 부어 마신다.

방직회사 사장인 황태수가 수년만에 임명빈을 찾아온다. 계명회 사건으로 서의돈을 비롯하여 선우일 형제, 유인성 남매, 오가다 지로, 그리고 간도의 길상까지 붙잡혀 서대문 형무소에 갇혔다. 황태수는 남 모르게 계명회에 기부한 적도 있고 잡혀간 사람 모두 친구요 동생 같은 사람이라 그 자신이 뒤바라지는 못하고 임명빈에게 그일을 부탁하러 온 것이다. 계명회란 사회과학의 연구단체로 일본 유학생들과 비밀결사 성격을 띠고 있는데 오가다와 길상의 연루는 좀 이채롭다고 할 수있다. 연락을 받고 임명빈의 집에 온 서희는 길상의 수감 소식에 놀란다.

일본에서 돌아온 홍이는 화물 회사에 취직해서 마당쇠의 아들 천일을 조수석에 앉히고 일한지도 일년이 넘었다. 임이네가 고통스럽게 죽고 난 후 홍이는 생모에 대한 격렬한 증오심을 버리고 연민으로 기억한다. 일을 마치고 여관업을 하는 삼석과 근태와 함께 술을 마시며 이들은 내 땅에서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처지에 울분을 토한다.

석이가 봉순을 진주로 데려와 정성껏 간호한 것 때문에 석이의 처 을례는 화가 나 있고 이들 부부의 불화는 끊이질 않는다. 을례는 을례대로 별로 나아지지 않는 형편과 시모와 남편의 전력에 넌더리를 내던 차에 남편의 마음이 봉순에게 이어져있는 듯하여 악을 쓰고, 석이는 그런 을례에게 정이 떨어진 상태라 그 사이에 낀 석이네만 발을 구른다. 데리고 있던 한복의 아들 영호도 을례의 구박에 영팔의 집에 데려다 놓은 상태다. 홍이는 석이의 마음을 알 듯도 하다. 봉순은 홍이에게는 예쁜 누님이었지만 석이에게는 사랑인 것이다.

조용하는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명희를 고문하기 시작한다. 늘상 있은 일이기에 명희는 담담하다. 동생 찬하가 명희를 사랑한다는 상상은 급기야 용하의 머릿속에서 사실로 변하고 은근히 명희를 떠보는 것이 조용하가 명희에게 가하는 정신적 학대인 것이다. 평야으로 가는 용하를 배웅하고 선혜집에 들렀다 집에 오니 평양에 간다던 용하가 차갑게 명희를 쏘아보고 있다. 늘 이런 식이다.

선혜는 문인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고 기피대상자다. 권오송이 운영하는 잡지 "청조"에 기부할 것을 작정하고 권오송의 사무실로 찾아가서도 선혜는 그곳에 앉아있는 극단 단원을 울려서 내쫒았다. 권오송을 결혼 상대로 탐색하고 있는 선혜는 권오송과 다음날 창경원에서 만나기로 하고, 이런 사실을 명희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명희 집으로 간다. 전날 성악가 홍성숙의 독창회에 조용하가 커다란 꽃다발을 보내 세간의 화제가 분분하던 참이다. 명희 집에는 뜻밖에도 홍성숙이 찾아와 있다. 이들은 여학교 선후배사이가 된다. 홍성숙은 명희에게 감사를 표한 뒤 나가고, 선혜와 명희는 자신들의 미래를 우울하게 그려본다.

서대문 형문소로 길상의 면회를 다녀오는 서희. 그런 서희를 감싸듯 지켜보는 환국은 서울의 임명빈 집에서 중학을 다니고 있다. 서울에서 바로 평사리로 걸음하는 서희를 본 동네 사람들은 놀라고, 평사리 집에는 봉순이와 딸 양현이 육손의 일가와 생활하고 있다. 양현에게 깊은 애정을 표현하며 진주로 데려가서 학교에 보내겠다는 서희의 말에 봉순은 양현을 서희에게 맡기고 떠나고자 한다. 한때 다정다감하고 조신스러웠던 봉순은 아편쟁이가 되어 심신이 병들어 있다. 그런 봉순을 서희는 안타깝게 지켜본다.

선혜는 창경원에서 권오송을 만난다. 권오송은 선혜가 잡지에 투자하고 싶다는 말에 이틀 후 다시 만나 의논하자며 한 발 빼는 모양새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 권오송은 출자는 하되 경영에는 참가할 수 없음을 못박고 선혜도 그러겠다고 하지만 웬지 눈물이 고인다.

봉순은 기생어미였던 연홍을 찾아 가 운삼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무던히도 기화에게 소리를 배워주려고 애썼던 운삼은 기화가 결국 명창도 되지 못하고 딸아이를 둔 사실을 알고도 단념하지 않고 기화에게 지순한 사랑을 보여 준 스승이다. 그런 운삼이 죽었다는 소식에 기화가 놀라고 슬퍼하는 일은 당연하다.

봉춘네가 일직을 서고 있는 석이를 찾아와 봉순이 나와 있다고 말한다. 석이는 봉순이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것에 화를 내며 함께 운다. 예배당에 다녀 온 봉춘네는 석이와 봉순이 함께 운 듯하여 의아하다. 봉순은 석이에게 평사리로 돌아가겠다 약속하고, 석이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봉춘네는 길에서 만난 석이 장모에게 지금 석이가 자신의 집에 와 있다고 말했지만 하고보니 안한만 못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판술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도 석이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술집으로 향한다. 봉순에게 한 번 더 가보고 싶으나 독한 소줏잔만 들이키는 것이다. 주모의 걱정을 뒤로 하고 한껏 취해 집에 돌아오니 반기는 식구는 아무도 없고 석이네가 노발대발이다. 장모가 와서 을례와 아이들을 데리고 간 것이다. 석이네가 봉순이 욕을 하자 석이는 그런 봉순이가 아니라며 석이 역시 시어머니와 남편을 우습게 아는 아내는 필요없다고 말한다. 석이네는 손자 손녀 생각에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한다.

소림의 모친 홍씨와 이모 성숙이 박 욋과에 간다. 성숙이 감기 기운이 있기 때문이다. 성숙은 박효영의 거만스런 태도에 화를 내고, 허정윤을 유심히 살핀다. 집에 돌아온 성숙은 언니 홍씨에게 소림의 신랑감으로 정윤을 이야기하고 홍씨는 마땅찮아한다. 그날 저녁 남편 양재문이 소림의 신랑감으로 정윤이 어떠냐고 묻자 홍씨는 소림의 혹 때문에 이런 혼사도 마다하지 못하는 처지가 씁쓸하다.

석이네는 손녀 남희를 데리고 영팔이와 함께 박 의원에 간다. 박 의사는 남희의 사타구니에 난 종기를 보고 화를 낸다. 아이를 이 지경까지 버려뒀다는 것에 화가 난 것이다. 석이네가 사돈집에 가서 을례 모친에게 악문만 듣고 남희가 우는 것을 보고 놀라서 아이를 데려오는 길이다. 남희의 울음소리를 듣자 비로소 서기네도 며느리 을례를 욕하며 눈물 짓는다. 박 의사는 양재문이 만나자는 전갈을 받고 요릿집으로 간다. 양재문이 정윤의 얘기를 내비칠 때 자꾸만 피하게 되는 심사는 박 의사 자신도 납득할 수 없다. 정윤은 곧 의사가 되고, 학비를 보태고 사랑을 바친 숙희는 노처녀가 되어 버림 받을 처지에 있는 것이다. 박 의사는 정윤과 숙희를 보며 자신이 왜 혼자 사는가 생각해본다.

강쇠는 해그름에 하염없이 산턱에 앉아 있는 안또병 식구들을 이끌고 함께 산막으로 돌아온다. 항상 사람이 그리운 모친과 아내는 안씨 일가를 반긴다. 빚에 쫓겨 대책없이 도망 나온 이들은 강쇠가 시키는 대로 움막을 짓고 강쇠를 형님 같이 여긴다. 이튿날 새벽참에 남원으로 나온 강쇠는 짝쇠를 찾아간다. 그날 주막에서 경찰에 연행되어 환이가 잡혀간 후 혹시라도 강쇠에게 손이 뻗칠까봐 부산에 있는 관수에게 가 한 일 년 도회 바람을 쐰 강쇠는 복수를 위해 다시 산으로 온 것이다. 와서 맨 먼저 한 일은 주막의 비연을 구슬러 그날밤에 함께 있던 사내가 한 서방임을 알아내 처단한 일이다. 그리고 강쇠는 짝쇠를 지삼만이 있는 남원에 심어둔 것이다. 강쇠는 밤을 기다리며 술을 마신다.

<밑줄긋기>

3편 12장 사람마다 집집마다 알고 보믄 사연이야 기맥힌 것 아니겄나

14장 곧이듣건 곧이듣지 않건 사람이란 항상 남의 일에 대해선 무책임하게 마련이다

4편 3장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이겨야해

4장 모르게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사람들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7장 과거는 무의미한 것이며 없는 것이며 죽은 것이다. 현재만이 살아 있는 것, 미래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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