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이 24주년 기념으로 당신의 독서기록 행사를 했다. 매년 하는 행사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좀 더 보기 좋고 감각적인 느낌이 든다. 잊을만 하면 나타나서 기분을 좋게 해주지만 그렇게 내가 한 살을 더 먹어 좀 더 죽음에 가까워졌고, 얼마 안되는 인생에서 생각보다 많은 지분을 책에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돈도 물론이다. 

 작가 유시민의 책을 비교적 꼬박꼬박 보는 편인데 의외로 알라딘 기록에 의하면 내가 구입한 유시민 책은 고작 4권 뿐이었다. 그의 책을 직접 사기도 샀지만 내 계정이 아닌 다른 경로로 샀거나 아주 일부는 도서관, 그리고 역시 극히 일부는 알라딘을 이용하기 이전에 직접 서점에서 샀던 것 같다. 이런 불일치는 대충 그렇게 설명이 된다. 

 이번에 나온 그의 '문과남자의 과학공부'를 보면서 유작가가 나보다 훨씬 대단한 분이지만 나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되어 무척 좋았다. 나 역시 전형적인 문과생이지만 과학책을 꾸준히 보고 이젠 인문학 책보다 과학교양서가 인간 이해에 대해 더 대단하고 얻을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비유적으로 나는 인간이라는 학문이 있다면 그것의 뼈대와 주요 근간을 이루는 총론은 과학이 설명하고 있으며 다양하게 나타나는 문명을 비롯한 인간이 만들어낸 학문과 각종 현상의 구체적 설명은 다른 학문영역들이 각론으로 채워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양자는 물론 동등하지만 총론을 벗어난 각론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때론 각론도 총론에 유의미한 방향성이나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유시민과 내가 과학책을 보게 된 계기도 비슷하다. 어디까지나 우연과 약간의 필요성 때문이었는데 막상 읽고 나니 사회과학과 철학에서 채워주지 못한 인간 근본에 대한 이해욕망을 채워주어 향후 독서 비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도 그렇다. 이렇게 생각보다 많이 본 유시민의 책을 이번에 정리해보았다.


1. 부자의 경제학과 빈민의 경제학

 유시민은 지금은 작가이자, 주요 시사 프로그램의 논객이지만 원래는 정치인이었으며 그보다 전에는 학생운동가였고 원래는 대학의 경제학도였다. 그런 유시민이니 당연히 경제학 책이 한 권쯤 있을 만하다. 젊어서 빈부격차와 독재정권의 폐해에 대해 고민했던 그였기에 부자를 위한 경제학과 빈자를 위한 경제학을 구분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했다. 이 책은 그런 성향을 가지 경제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경제학을 정리한 것이다. 대학 초년때 읽은 책으로 무척 오래되었다. 개정판으론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2.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의 책 중 초창기에 가장 성공한 책이란 생각이다. 지금이야 잘 드러나있지만 20-30년전 만해도 숨겨진 역사는 대중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숨겨진 역사란 국가권력이나 서구열강국가들에 희생된 그 국가의 사람들이나 피해국가의 상황들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통해 드레퓌스 사건을 알게 되었고 젊은 날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베트남전 역시 충격이었다. 베트남은 공산국가로 그들의 승리는 한국 주류 정치와 역사에 부정적 사건이었기 때문이며 한국은 그들의 통일전쟁에 대항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상당히 오랜기간 많은 병력을 파병했기 때문이다. 


3. 청춘의 독서

 나온지 오래된 책이지만 난 최근에 읽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눈에 띄었던 듯 하다. 유시민이 인상 깊게 본 책과 저자들의 소개가 쭉 나오는 책이다. 뛰어난 독서가 분들은 굳이 볼 필요는 없고 대학초년생들이나 독서에 관심이 많은 고교생 정도가 보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막 대학에 들어가서 교양을 쌓고 싶은 새내기에게 선물로 딱이란 생각이다. 난 나이가 들어 봤지만 역시 유작가의 책이라 빠르면서도 즐겁게 보았다. 당연히 그가 추천해준 작품과 작가 중 처음 접하는 사람도 많았다.


4.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이 정치인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고 본격적으로 작가로 전업하면서 쓴 책이다. 유시민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그것들과 부딪히며 치열하게 살았지만 그것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 가는게 행복이지 고민도 많았다. 그런 생각을 집대성 한게 이 책이라 볼 수 있다. 유시민 책 중 수필 느낌이 나는 책으로 좀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며 미워하는 사람도 많고, 옳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많았던 그 시기에 뭔가를 놓은 것 같은 관조의 느낌이 나는 책이다. 이건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즈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서 진보와 보수의 특징을 구분하는데 이 성향을 상당히 선천적으로 보고 있어 이미 이즈음에도 과학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5.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의 책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을 꼽으로면 난 이 책을 꼽는다.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불과 2-300년전에 형성된 국민국가에 소속되어 살기에 이를 당연시 하지만 실제 그 역사는 오래지 않았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독재정권에 의한 국가의 폭압이 가득한데 한편으로 사회계약론 같은 것을 살펴보면 국가는 국민을 위한 일종의 합의적 계약체이고 헙법도 그런 면을 많이 보인다. 이런 이중적인 국가의 면을 바라보며 유시민은 국가를 책에서 4종류로 구분한다. 국가주의적 국가, 자유주의적 국가, 마르크스적 국가, 목적론적 국가다. 국가가 존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시민의 공동체의 선으로서의 목적을 중시하는 목적론적 국가를 가장 중시하며 이를 지향점으로 제시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을 준 책이었다.


6. 나의 한국 현대사

 이 책은 유작가의 책 중 두 번째로 인상 깊은 책이다. 그는 독재탄압과 노무현의 상실이라는 개인사에도 불구하고 다소 놀랍게도 한국의 보수주의를 인정한다. 그들이 옳지 않다고는 생각하지만 하나의 입장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의 입장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게 이 책이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산업화로 상징되는데 그래서 그는 한국의 양 세력을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으로 나눈다. 그리고 한국사에서 그들이 한 일을 잔잔히 짚어내고 보여준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다.


7.후불제 민주주의

 한국은 서구열강을 제외한다면 거의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다. 이런 한국의 길은 다른 나라들도 쉽게 밣을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었지만 다른 후속 주자는 전무하며 4차산업혁명이 도래하는 미래엔 아예 어려울지도 모른다. 한국의 불타는 기질과 남에게 쉽게 굴종하지 않으면서도 권력에 잘 순응하는 복잡한 면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강력한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형식적 민주화를 이뤄냈음에도 아직 그것을 내실있게 뒷받침할만한 서구 사회 수준의 지역적, 풀뿌리적 시민성을 갖추질 못했다. 그렇게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부침을 거듭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론 잘못된 선택으로 그 대가를 치루곤 하는데 그게 바로 후불제 민주주의다. 웬지 지금도 그런 것 같다.\\


8.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작가의 책 중 가장 의외다 라면 읽은 책이다. 그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기에 글을 쓰는 법에 대한 책을 냈는데 그것이 이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여기저기서 오염된 일본식 표현, 미국식 표현등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됐다. 그는 우리 말을 잘 쓰게 의식을 심어준 분으로 이오덕 선생을 꼽는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교육계에서 유명한 분으로 따지고 보면 지금의 혁신교육의 뿌리라고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하여튼 이 책을 보고 더 짧고 단순하게 한국식으로 쓰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하게 된게 큰 소득이다. 짧게나마 유시민이 쓴 소설도 볼 수 있다. 단락 수준이지만.


9.역사란 무엇인가

유시민의 책을 사면 거의 바로 보는 편이지만 이 책만큼은 일 이년을 서재에 묶혀두었다 읽었다. 그만큼 좀 어려운 느낌의 책이었다. 역사 서술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의 방식과 사람들을 망라했다. 헤로도토스의 투키디데스, 사마천, 이븐할둔, 맑스, 토인비, 에드워드카 등이 언급된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역사서술방식으로 인류사가 거론되는데 그 유명한 사피엔스나 총균쇠등이 그것이다. 인간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서술하며 변천했는지를 알고 싶다면 보기 좋은 책으로 정리가 잘 되어있다. 물론 읽기 쉽진 않았다.


10.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가장 최근 나온 책으로 인문학도인 그가 과학의 영향을 받고 생각을 바꾸고 지평을 넓히게 된 계기를 밝힌 책이다. 그가 읽은 과학책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이를 인문학적 생각들과 연결시키고 그만의 생각을 제시하는 부분이 좋다. 교양서라고 하지만 상당히 수준 높은 어려운 과학책을 많이 보았고 과학 내용도 독자가 알기 쉽게 정리했다. 책 말미에 유시민이 읽은 과학책 목록을 정리했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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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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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대부분의 문과생이 그렇듯 그 대단한 유시민 작가님도 수학과 과학, 특히 수학이 안되서 문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태생적으로 문과는 과학과 수학이 잘 안맞기도 하고 선택의 시기인 이때 다소 버림받은 느낌이 들어 과학 수학을 오래도록 거부한다.(공부 잘하는 문과생도 대개 수학이 어려워 문과를 간다고 하지 사회, 영어, 국어 등이 너무 좋아서 간다고 하진 않는다. 그런데 이과생도 그렇다. 그들도 과학 수학이 정말 좋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되서 간다고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수학 과학을 좋아하는 것일까)  

 하여튼 이런 유시민도 결국 과학 책을 보고 만다. 상당수의 문과생들이 수학과 과학을 고교시절 보고 안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의 지적 욕구와 개방성은 아무래도 이걸 허락치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유시민 작가가 책에서 말한 것처럼 인문학이 과학에 미친 영향보다는 과학이 인문학에 미친 영향이 훨씬 더 지대하며 이건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전제 조건으로 필요한데 이런 기본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과학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생존기계로 진화의 부산물로 대단한 지능과 그로 인해 유전자의 지시를 넘어서는 행위가 가능하다. 이것을 설명하는게 진화론이나 진화심리학이다. 그리고 인간의 행위는 뇌에서 비롯되는데 이런 뇌의 원리를 파악하는게 뇌과학이며 더 근원적으로는 우리 행성과 우주가 생겨난 원리, 그리고 우주가 언젠가 사라짐을 모두 설명하는게 과학이다. 이것에 대한 근본 이해가 없는 인문학은 다소 공허하다.

 그래서 유작가는 이번 책에서 인문학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욕망의 산물이며 그렇기에 인문학이 사라지는 일은 없겠으나 과학이 새로 찾아내고 발견한 사실을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고, 과학과 소통 교류를 거부한다면 대학의 인문학은 그 존재 근거를 잃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생각하에 유작가는 자신이 읽은 과학책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는 생각보다 많은 과학책을 읽었는데 어쩐지 엠비씨 뉴스외전에서 뜬금없이 엔트로피로 정치를 비유했는데 평소의 이런 내공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인문학을 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이를 책에서 버무려나간다. 여러 부분이 다 재밌었지만 진화론에 대한 좌파와 우파의 관점이 인상깊었다. 좌파와 우파는 모두 진화론을 오염시켰는데 우파는 진화론을 적극적으로 오용하며 이용했고 좌파는 이런 점의 비윤리성 때문에 진화론을 배격했다. 우파는 경쟁을 옹호하며 인간사회를 생존경쟁의 장으로 파악하고 격차와 불평등이 발전의 원동력이자 피할수 없는 것이며 그 결과를 정당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사회적 약자를 불우히 여기기는 하나 승자와 대등한 존재로 보진 않는다. 반면 좌파는 사회적 약자와 착취당하는 자를 만드는 구조를 불순히 여기고 이들을 대등한 존재로 보며 다양한 가치를 옹호하고 불평등을 줄이려고 한다. 

 이런 우파에게 진화론은 사회적 다윈주의로 오용되기 매우 적합했다. 스펜서의 적자생존이나 골던의 우생학이 그러했다. 사회다윈주의는 사회를 개선한다는 미명하에 열등한 개체를 제거하고자 하는 우생학과 결합한다. 그래서 불과 100여년 전 유럽이나 미국에선 장애인에 대한 불임수술이 자행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전체주의와 손을 잡아 인종차별과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고 만다. 이런 우파의 자행으로 인해 좌파는 진화론을 아예 배격하게 된다. 하지만 진화론은 도덕과는 무관하며 단순히 어느 종과 어느 개체가 더 살아 남아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더 잘 전파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다음으로 재밌던 부분은 화학 부분이다. 화학은 물질의 조성과 구조, 성질, 관계,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들은 상당히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서로 결합하는데 그로 인해 다양한 분자가 생겨나고 여러 물질이 생겨나고 생물이 존재하게 된다. 원자의 결합은 둘 이상의 원자가 서로 전자를 공유하는 공유결합과 전자를 방출하거나 흡수해 양이온, 음이온이 된 원자들이 서로 다른 극이 되어 끌어당겨 결합하는 이온결합이 있다. 공유결합은 대개 분자화합물이 부드러워 액체나 기체가 많은 반면 이온 결합은 고체인 경우가 많다. 

 물은 산소와 수소의 결합인데 산소가 수소와 공유하는 전자를 자기 쪽으로 살짝 끌어 당기게 된다. 그래서 물은 전체가 전기적으로 중성이나 부분적으로는 산소쪽은 음전하, 수소쪽은 양전하를 띠게 되어 극성분자가 된다. 그렇기에 물과 닿는 다른 물질들은 이 극성에 의해 이리저리 찢겨나가게 되어, 쉬운 말로 물에 녹게 된다. 그래서 물은 생명의 요람이 되었고 다양한 음료수가 될 수 있으며 세척 기능을 갖는다. 

 전자를 좀 더 살펴보면 개개의 전자는 음극으로 서로 같이 붙어 있기 어렵다. 하지만 자전하는 방향인 스핀이 서로 반대이면 두 개 가진 같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전자들은 같은 극임에도 원자의 궤도에 쌍으로 붙어 있을 수 있게 된다. 원소 주기율표의 한 주기는 대개 전자껍질 한 층에 해당한다. 전자껍질 한 층에 여러 개의 오비탈이 있는데 1층엔 오비탈이 한 개여서 전자가 두 개만 있다. 2층과 3층은 전자가 8개, 4층과 5층은 전자가 18개 있으며 6층과 7층은 32개다. 원자는 최외각 층의 모자라거나 남는 전자를 어떻게든 처리하려 하며 이로 인해 결합이 발생한다. 

 예로 산소는 전자가 8개로 1층 2개 2층 6개로 2층에 2개 전자가 모자란다. 그래서 다른 산소 원자와 2층에 전자 두개를 공유해 산소분자를 이룬다. 그래서 자연상태에서 산소는 거의 분자로만 존재한다. 원소상태론 태생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수소도 그렇다. 수소는 전자가 1층에 1개이니  1개가 모자란다. 그래서 같은 수소와 전자를 공유해 수소 분자로 대개 존재하게 된다. 

 탄소는 양성자가 6개로 전자가 6개다. 그래서 1층에 두 개 2층에 4개로 4개의 전자가 부족하다. 하자민 탄소는 전자가 원자핵과 비교적 가까이 있어 전자를 탐하면서도 잘 깨지지 않는다. 그래서 DNA처럼 때로는 쪼개져야 하나 안정성도 상당히 유지해야하는 물질의 재료로 걸맞다. 그래서 지구상의 생명체는 탄소기반이다. 여기에 탄소는 여러모로 다른 것들이 붙기에 좋아 상당히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생명에 더욱 적합한 것이다. 

 책에는 작가 유시민이 과학책을 읽으며 인문학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고 얻은 여러 통찰이 나오며 그가 추천해주는 과학책도 많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도 과학책을 좀 봤다고 생각하는데 유작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 같다. 이걸 책 말미에 목록으로 정리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유시민의 책 중 특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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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부 - 인공지능 시대, 돈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가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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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10년이 안된 것 같은데 뜬금없이 미국의 골드만 삭스가 미래 한국이 세계 경제규모 2위를 차지할 거란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중국도 인도도 아닌 한국이 2위라 무척 의아했었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말인데 당시만 해도 아직은 연간 출생아 수 40만을 유지하면서 출산률이 1점대를 찍는 상황이었다. 보고서는 아마도 통일이 빠른 시간 안에 잘 되어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과 자본이 결합하고, 섬의 한계를 벗어나 대륙인 중국과 러시아와 결합하여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누리게 되는 통일 강소국 한국을 상상하고 작성된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통일은 쉽지 않다. 북한의 2인자 김여정은 한국을 거의 역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 불렀다. 그동안 북한이 기분 좋으면 남측 나쁘면 남조선이라 칭하니 약간 무시하는 듯했는데 이젠 대놓고 대한민국이라 부르니 다소 정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여기에 출생아 수는 40만 수가 무너진 후 2010년대 중반 불과 3년만에 30만선도 무너졌고 곧 10만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주 성장 발판이었던 거대한 중국 시장은 미중 갈등 속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리 외교로 사실상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의 형국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쌓아 놓은 돈이나 충분한 복지 체계도 없는데 OECD최고의 노인 빈곤률을 자랑하는 상황에서 벌써 국민 연금의 고갈 걱정을 하고 있다. 돈은 없는 상태에서 무자비한 사회적 경쟁과 부실한 사회 안전망으로 기성세대는 교육 전쟁으로 자식 투자에, 그리고 복지 미비로 부모 부양에 재산을 모두 써버렸다. 이들은 수십년 내 이렇다 할 자산 없이 모두 은퇴할 것이고 지금보다도 훨씬 빈약한 명맥만 유지하는 국민 연금이 그들의 썩은 생명 동아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몇 십년 먼저 겪은 일본은 우리의 반면교사임과 동시에 우리보다 상황이 낫다. 일본 정치인들은 그래도 한국보다 몇 배는 나아 자신들의 인구 구조를 미리 살피고 고령화에 철저히 대비했다. 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 체계를 마련했고, 오랜 기간 세계 2위의 황금 경제를 유지하면서 중산층이 워낙 두터웠기에 사적 자산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이 지난 30년간 워낙 크게 폭락했고, 평균수명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면서 2016년 노인 200만이 파산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일본은 그래도 건실하다. 버블경제와 인터넷 전환기에  자신들은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했어도 많은 해외투자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형편없는 경제상황 속에서도 매년 해외에서 국채나 여러 채권 및 주식배당금 및 각종 투자이익으로 무려 200조의 자산이 국내로 들어온다. 여기에 일본은 과거의 영화에서 얻은 기축통화국의 지위로 인해 통화도 안정적인 편이다. 그리고 아직 경제 규모도 세계 3위로 막강한 내수시장을 자랑한다. 여러모로 우리에 비할바가 아닌 것이다.

 책은 이런 암울한 상황에 대한 답을 사회적으로 찾기 보다는 철저히 개인에게 돌린다. 이게 이 책의 마음에 안드는 점인데 그래도 개인적 자구책을 무시할 순 없다. 책이 제시하는 답은 주식인데 다른 여러 나라의 주식도 아닌 바로 미국의 주식이다. 이유는 4차 산업혁명 미중 전쟁 상황 속에도 미국은 초기술격차를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에서 이미 벌려 놓았고 중국을 기술 경쟁에서 철저히 국제적으로 배제시켜 놓았기에 향후 100년 동안에도 1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책은 미국의 강력한 기술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기업을 추천한다. 이들은 이미 미래의 먹거리인 데이터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에서도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고, 클라우드 시장 또한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과거와는 다르게 다른 나라의 막강한 기업들도 이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차별적인 부분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미 비싼 이들의 주식은 미래의 값어치에 비하면 아직도 싼 편이며 그렇기에 충분히 비축하여 미래 암울한 한국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은 1등 주식을 사고 배당을 받으면 다시 그 돈으로 1등 주식을 산다고 하는데 한국인 역시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냉정하게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을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반도체의 설계 및 비메모리 부분을 하고 있지 못하기에 한국의 반도체는 냉정히 말해 소작농에 불과하다. 그리고 배터리 역시 아직은 최고 수준이지만 차세대 제품은 전고체 부분에서의 경쟁력이 부족하고 중국의 교체 방식과 테슬라의 단순 배터리에 대응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는다. 물론 이 예상과 다르게 현재 국내 배터리 주식은 매우 잘 나가고 있다. 대표적 인게 에코프로다. 

 책을 읽으면서 암울함과 답답함이 밀려왔다. 한국의 암울한 미래 전망이 뭐하나 틀린게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무자비한 교육경쟁을 배제하고, 국민 행복과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개혁을 해야 하며, 여력이 남아있을 때 증세를 통해 두터운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지방을 양성해 인구를 분산시켜 더욱 인구를 늘려야 하며, 북한과의 평화정책을 통해 통일까진 아니더라도 군사적 긴장을 풀고 서로 간 왕래 및 평화교류를 통해 지정학적 약점을 극복해야하는데 말이다. 현재는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모든 게 반대로 가는 것 같아 암울하다. 국가가 하는 것이 없어 각자도생을 해야하니 그 또한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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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2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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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 리우를 알게 된 건 2018년 종이호랑이를 보고 나서다. 책을 보고 테드 창보다 더 현대적이고 감각적으로 과학소설을 쓴다고 생각했었다. 이후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신간을 발견하게 되어 재미있게 읽었다. 덥고 축 처지는 여름 날엔 역시 소설이 제격이란 생각이 든다. 켄 리우는 중국계이면서도 최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속세 국가 미국에 살다 보니 양자의 정체성을 모두 드러내는 작품을 쓴다. 종이호랑이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그랬다.

 동북아시아의 과거, 한국, 일본 그리고 주로 중국을 그리고 첨단과학기술을 다루는 미래가 시공간배경이자 소재로 다뤄지는데 그러면서도 문학의 핵심인 인간의 고민과 삶이 핵심으로 그려져 작품에 재미와 더불어 상당한 여운이 남는다. 

 제목은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지만 책은 단편 모음집이다. 전작 종이호랑이는 종이호랑이가 대표제목임에도 좀 인상적이지 못했고, 한편에 불과했지만 이번 모음집에서는 신들을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가 연작으로 3개가 실렸고, 무게중심도 제법 잡혀있어 훨씬 타이틀로 그럴 듯 하다. 여기서 말하는 신은 싱귤레러티를 맞은 초인공지능인데 인간이 순수하게 창조한 것은 아닌 뛰어난 인간 과학자나 기술자의 의식을 업로드한 인공지능이다. 이들은 그들의 재능을 이익측면에서 아쉬워한 기업에 의해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자신의 의사에도 반해 이러 되었다. 이런 신들은 처음엔 기업의 이익에 봉사하지만 차츰 자신들의 위치와 의식을 알게 되고 세상을 장악해 붕괴시킨다. 세상은 이들로 인해 거의 붕괴하여 상당히 후퇴하게 되는데 인류의 미래가 물질적 상황에서 정치, 사회, 공동체, 기술문명이 붕괴한 자연 인간으로 남을지 아니면 이들과 같이 무한한 포스트 휴먼으로 가상세계에서 한계없이 살아가게 될지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언젠가 인간은 이런 선택에 놓이게 될지도 모르며 켄 리우는 종이호랑이에서도 이와 비슷한 단편을 구성한 적이 있다.

 조선을 다루는 단편도 있는데 임진왜란으로 명의 만력제가 이여송을 조선으로 파병하여 구원토록 하는 내용이다. 물론 만력제는 명 역사상 제정신이 아니었고 제위기간 내내 직무유기에 가까운 생활을 한 황제지만 소설에선 상당히 영민하고 철학적인 젊은 황제로 나온다. 그는 명이 영락제 시절 세계를 서구에 앞서 정벌할 수 있었음에도 정신문명을 우선시 하여 이를 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만력제의 실상을 알고 있는지라 그냥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설사 그가 실제 영민하였다하더라도 속세의 제국을 이루고 있던 명제국이 아무리 도교 전통을 갖고 있더라도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상당한 의문이다. 뭐 소설은 소설이다.

 또 다른 인상적인 작품은 명청 교체기 시절 양주를 다룬 내용이다. 이미 북경이 함락되고 중국의 거대도시 양주가 만주족의 공세에 위기를 맞는다. 결국 함락되는데 양주의 유명한 기녀 하나가 기지를 발휘해 최대한 사람을 구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명청 교체기 청은 과거의 원과 마찬가지로 정복과정에서 상당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중국은 한족 중심 국가임에도 정복왕조들을 모두 중국의 정식 역사로 인정하면서도 못 마땅해하는 모순적 태도를 갖고 있는데 그런 면이 이 소설에도 나오는 것 같다. 청은 만주족 국가이지만 강력한 군사력으로 지금의 중국의 광대한 영토를 완성한 국가로 명이 만약 근대화 이전 중국의 마지막 국가였다면 지금의 티벳이나 신장 위구르, 만주지역은 모두 다른 독립 국가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복과정에서 청이 학살한 한족은 수천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양면성이 현대 중국 한족으로 하여금 이들에 대한 태도를 모호하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켄 리우의 소설은 재미난 소재로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주 외에도 간혹 매우 좋은 문장이 나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그의 다른 책이 종이호랑이 이후 알게 모르게 국내에 더 발간되었다. 여름에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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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3-07-10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단편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내용을 보면 제가 주말에 극장에서 본 이번 <미션 임파서블>과 상당히 유사한 것 같습니다. ^^
켄 리우 소설 참 좋죠. ^^
테드 창과 비슷한 듯 좀 다른 듯 합니다. ^^

닷슈 2023-07-10 22:52   좋아요 1 | URL
미션임파서블 기대됩니다. 편이 길어질수록 이상하게도 악당들 스케일이 커지더군요. 나라나 조직을 공격하는 수준에서 어느 새 세계가 타켓이 되었습니다.

패스파인더 2023-07-12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상상도 못할 곳에 수많은 순록때가... 재밌게 봤는데 이 책도 기대가 됩니다. 주문했어요!

닷슈 2023-07-12 23:50   좋아요 0 | URL
재밌습니다 좋은 독서가 될겁니다
 
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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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처럼 이 책은 조선의 미술품에 대한 책이며, 진경산수화를 그려 사실상 조선의 독자적인 미술 세계를 연 정선 시대 이후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즉, 작품들이 모두 조선 후기라는 것이다. 저자는 미술품 자체에도 주목하지만 그림이 등장한 이유나, 민중들의 삶, 작가의 상황과 당대의 정치적 상황도 모두 다루어 책에 입체적 의미를 더했다. 

 그래서 화가는 주로 김홍도, 정선, 신윤복이 주로 등장한다. 김홍도는 그림을 그릴 때 인물과 사물에 집중하기 위해 바닥이나, 벽, 창, 문을 좀처럼 그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그의 풍속화에 자주 등장하는 특징이다. 김홍도는 기록에 따르면 다루지 못하는 악기가 없을 정도로 음악에도 천재였다고 하며 그래서인지 김홍도가 그린 사람과 동물 그림은 리듬감이 풍부하다. 김홍도는 정조대의 사람으로 도화원에서만 거의 30여년을 일했다. 그는 중인신분이었는데 당대 중인의 신분 상승 분위기와 정조의 사랑으로 48세의 나이에 충청도 연풍현감으로 발령난다. 이는 좀 쉬고 오라는 정조의 배려였다. 김홍도는 매사냥을 나가는 관료의 모습으로 당시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다. 조선시대에는 양반들만 초상화를 남길 수 있었는데 김홍도도 현재는 남아있지 않지만 자신의 초상화를 남겼단 기록이 있다. 김홍도는 연풍현감을 지내다 탄했되어 물러났는데 바로 그해 복직하여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를 그린 원행을묘정리의궤를 그렸다. 그래서 저자는 이게 김홍도에게 일을 시키기 위한 일종의 작업이 아니었는지 의심한다.

 신윤복은 풍속화에 여인들을 무척 많이 남겼다. 기생이나 일반 여인네들의 삶을 상당히 자세히 그려 한때 국내에서 신윤복을 여성으로 상상한 영화가 나오기도 했었다. 그만큼 그는 여인들의 고단한 실존에 관심이 많았다. 신윤복의 부친은 신한평으로 그 또한 유명한 화가였다. 조선시대 중인은 계급과 직업을 세습하였는데 조선의 법도상 친인척은 같은 관청에서 상피하였다. 여기에 부친 신한평은 상당히 늦은 나이인 70이 넘어서도 도화원에서 근무하였기에 신윤복이 관청에 뒤늦게 진출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신윤복은 조선시대 여인을 많이 그렸으며 특히 길 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무척 많이 그렸다. 

 정선은 진경산수 속 선비얼굴이 둘 이상 나오는 경우 대개 재미를 위해 한 명의 얼굴은 옆모습이나 뒷모습으로 구성하여 일부러 그려 넣지 않았다. 

 풍속화와 더불어 기록화도 당대 조선인의 삶을 볼 수 있는 장치다. 1719년은 기해년으로 숙종이 59세를 맞는 해였다. 당시 세자와 연잉군, 연령균은 숙종이 한 해 일찍 기로소에 들어가기를 청하여 기로잔치가 열렸다. 기로소는 70세 이상 정2품 이상 문신이 들어가는 곳으로 관료사회에선 최고의 영예였다. 왕은 60세에 들어갔는데 숙종은 일 년 일찍 들어가게 되었다. 왕이 60세를 넘기게 되는 것은 태조 이성계 이후 무려 300여년 만의 일로 상당한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숙종은 아주 오래간만의 정실 왕비가 낳은 첫째 적장자로 상당한 정통성을 가진 오래간만의 임금이었다. 숙종이 일년 일찍 기로소에 들어간 것은 탁월한 판단이었는데 숙종이 바로 일 년후 승하하기 때문이다. 당시 숙종과 같이 기로소에 있던 기로신은 10명으로 당시 기로신들이 이 국가 경사를 글과 그림으로 남긴 것이 기해기사첩이다. 

 기로신이어도 건강상의 이유로 기로잔치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요건에 해당되어도 왕의 미움을 받았다면 참여하지 못했으며 품계가 다소 미달하는 경우 품계를 올려주어 기로잔치에 참가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회에는 기로신의 자제들도 관직에 있다면 참가할 수 있었는데 이 경우 기로신들의 영예는 더욱 배가 되었다. 왕의 베푼 연회가 끝나면 기로신들은 왕이 하사한 음식과 술을 갖고 돌아가 따로 사적연회를 열었다.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보다 편한 진정 즐기는 장소는 이곳이었을 것이다. 기로신들은 기념으로 자신의 초상화도 남겼는데 숙종이 승하하고 경종이 즉위하자 정권이 바뀌며 같이 기로잔치를 즐겼던 이들이 서로의 파벌에 따라 죽고 죽이는 사화를 겪고 마니 이 또한 슬픈 일이었다. 

 책 후반부에는 영조대의 기로잔치가 또 나오는데 숙종대와 여러 모로 차이가 있어 이를 비교하는 것도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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