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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 유현준은 책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학교건축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소신을 밝힌 적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학교 건물은 너무 획일적이고 규제가 많으며 변화에 대한 심리적 저항도 강하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제외한다면 교사나 학교행정직원, 교장, 교육청등의 생각도 낡은 편인데, 그들 자체가 이런 획일적 학교만 경험한 탓도 있지만 구조적 문제도 많다. 일단 안전지상주의로 모든 안전을 학교에 떠넘긴다. 교육보다는 안전에 대한 책임이 앞서는 상황이니 창의적 설계가 나오기 어렵다. 또한 예산도 적다. 학교건물은 모든 공공기관 건물중 평당 건축비가 가장 낮았다. 거기에 규제도 많다. 안전이나 최소기준등에 대한 규제들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유현준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였고, 아이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층고가 높은 건물, 학년에 진급할때마다 다양한 바깥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분리된 학년 건물들. 그리고 언제든지 바로 짧은 쉬는 시간이라도 운동장이나 놀이터로 접근할 수 있는 건축 등을 제시했다.

 이번에 읽은 학교 건축 관련 책은 학교 공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이다. 6명의 건축가와 교육정책관, 교직원의 학교건축 관련 경험을 담은 책이다. 우리나라는 학교건축이 정형화 되어 있듯 놀이터도 정형화되어 있다. 학교 건축이 일자형 복도에 같은 형태의 교실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놀이터는 미끄럼틀(slide), 그네(swing), 시소(seesaw)의 소위 3S 형태다. 그리고 역시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놀이터를 지배한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놀이터는 위험의 제거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자연히 크기도 형태도 수준도 7세이하에  적합한 놀이터가 되고 만다. 하지만 책에서 제시하는 일본이나 유럽의 놀이터는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여기엔 안전에 대한 다른 생각이 자리한다.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안전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위험을 제시해 살아 있는 위험을 경험하고 스스로 안전하게 행동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놀이터 안전교육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책에서 제시한 무려 8미터 높이의 미끄럼틀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놀랍게도 올라가는 계단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한국 놀이터의 또 다른 문제점은 놀이터 공간의 대부분과 중앙을 정형화된 조형놀이기구가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양마저 무척이나 비슷해 문제인데, 그 기능과 놀이 용도가 정해져있다. 즉, 출발과 끝점. 놀이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이는 획일적 사고를 유도하며 놀이법이 정해진 매우 지시적인 기구다. 놀이터에는 조형놀이기구가 없는 경우가 적합하며, 형태를 다용도 활용형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고안해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고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놀이터는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놀이에서는 놀이의 형평성이 중요한데, 현재 우리나라의 놀이터는 공공놀이터의 부족으로 그 형평성이 무너지고 있다. 상당수 놀이터는 아파트에 위치하거나 실내테마파트형태로 존재하며 이들은 폐쇄적이고 비용을 요구한다. 때문에 책은 공공영역인 시청이나 구청 주민센터의 빈공간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나가는 실내형 공공놀이터의 설립도 주장한다. 참신하다.

 학교건물은 상당히 획일적이다. 일자형이나 기억자 건물이며, 조회대가 있고, 운동장이 있으며 교실은 천편일률적인 모양이다. 복도는 길게 일자형이며, 중앙현관은 권위적이고 대개 학생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다. 최근 다양한 모양새의 건물도 짓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짓는 주체가 교육지원청으로 정해져 있고, 속도전으로 짓다보니 학교를 사용하는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다양한 주체가 학교건물을 짓는다면 좀 개선될 것으로 책은 주장한다.

 학교건물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학생들과 수업을 통해 이를 이뤄나가는 것이었다. 학생은 자신이 사용하는 공간의 주인이므로 마땅히 그것에 대해 주권을 가져야하는데, 이를 공간주권이라 한다. 그리고 이 공간주권에 대한 수업은 민주시민역량함양과 관련한다. 학생들은 이 프로젝트 수업을 거치며 먼저 자신들의 생활을 돌아본다. 어디서 놀았는지, 하루중 학교어디에서 시간을 보냈는지, 어디를 이용하고 가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 어려운지. 이런걸 토대로 공간에대해 연수도 받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생각이 정리되면 재구성하고자 하는 공간을 정하고 이에 대한 공모전을 갖는데, 심사까지 전교생 앞에서 엄격하게 수행한다. 공모에 당선한 의견은 여러 현실 요건을 고려해 그대로 반영되거나 현실에 맞추어 다소 수정 반영되기도 한다.

 교문을 새로 구축하는 사례가 나오는데 위와 같은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서 안을 정했음에도 갑작스런 소방법의 변경으로 새로 안을 구성해야 했고, 그 사이 정책 변화로 예산도 끊겨서 결국 실패하게 된 사례는 무척 안타까웠다. 이 작업을 학생들과 진행했던 교사는 레고로 교문을 만들 생각을 학생들과 하고 있다는데 정말 기대되는 모습이다. 레고교문을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중앙현관은 나무를 대어 미끄럼틀과 앉을 수 있는 계단 형태로 구축한 사례가 있었다. 권위적인 공간이 학생들이 얼마든지 쉬고 앉아서 놀며 책도 볼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중앙현관 내부가 바뀐 사례도 있다. 이 학교의 학교장은 학교의 부족한 유휴공간확보를 위해 교장실을 과감히 내주고 중앙현관에 통유리창으로 교장실을 새로이 만든다. 그리고 그 옆의 공간들은 학생들이 오가며 쉴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그리고 화초가 놓인 휴식공간으로 변화했다.

 도서관의 사례들도 많다. 기존 도서관은 딱딱한 테이블과 의자에 사방에 책을 많이 넣는 구조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wi-fi가 되기도하고, 만화 코너가 따로 있고, 간단한 음료도 먹을 수 있는 자유로운 형태의 도서관을 원한다. 책에 등장한 사례들은 책을 도서관 사방 벽에 붙박이 장으로 담아내고 주변 공간을 눕기도 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있는 형태로 구축한 사례가 나온다.

 최근 학교 현장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의 혁신에 초점을 두고 있다. 수업에서 교육과정혁신 그리고 평가로 옮겨지고 이들의 일체화에 신경쓰는 일련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아직까지 교육공간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이런 공간의 재구조화가 이루어질때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 마음껏 노는 학교, 공부가 잘되는 학교, 그래서 창의적이고 역량을 갖출 미래 인재를 배양할수있는 학교가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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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김현섭.장슬기 지음 / 수업디자인연구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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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어떤 것들은 빠르게 변하고 이상하리만치 느리게 변하거나 거의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과학기술은 빠르게 변하는 편인데, 정작 그것을 만든 인간의 정신과 문화는 빠르게 변하지 않는 편이며, 그중에서도 교육은 특히나 느리게 변화한다. 이것은 게으른 관료들의 탓과 교사의 탓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교육의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기에 무엇보다 신중해야 하는 보수적 입장이 사회내에 자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과학기술의 빠른 변화로 미래사회는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 분명하고 그렇기에 교육현장에서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미래대비교육이란걸 반드시 해야하는 상황이 왔다. 물론 이전에도 미래대비는 해왔지만 지금의 미래는 급격한 변화를 불러올것이 분명하고 쉽게 대비도 예측도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각국은 나름의 대비를 하고 있는데 다소간의 각론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미래사회를 대처할 역량중심의 교육이 되어야함을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 역량은 기존의 지식과는 다른 개념으로 문제해결 능력이자 지식을 활용하는 지혜와 비슷한 개념이다. 역량은 실제활용능력이기에 일제식 교수법이나 책상위에선 습득이 어렵다. 역량은 경험을 통해서만 획득이 가능한데 그래서 학습자중심의 프로젝트수업이나 문제기반 학습, 협동학습등이 새로운 학습방법으로 대두된다.

 이런 변화에 발맞추어 학습의 미래도 바뀐다. 우선 앞으로는 언급한 것처럼 학벌이나 자격증보다는 실제역량이 중시된다. 교육시스템도 확장한다. 교육이 교실은 넘어서게 되며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교육에 적극적으로 사용되며 실생활에 필요한 많은 내용들이 교실밖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학교와 교사의 역할도 바뀐다. 교사는 티칭이 아닌 학습코칭이나 학습촉진자로 역할을 바꾸게 되며 학교역시 지식의 보고가 아닌 지역 공동체의 학습센터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교실은 나이만 같은 경직된 학년제가 아니라 흥미, 역량, 지식, 학습유형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는 학습공동체로 편성된다. 마지막으로 교과 간의 경계는 무너지며 통합교과나 범교과 학습이 이루어진다.

 이런 학습 미래를 구체적 예로 제시한 것이 벨기에의 학습공원이다. 학습공원은 벨기에가 2030년의 미래학교 모델로 제시한 것이다. 학습공원은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하며 열린 학습공간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이 동시에 연동되어 구현된다.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에 열린 공간이지만 필요에 따라 언제든 학생교육만을 위해 닫힌 공간이 될 수 도 있다. 학교는 학생 연령에 상관없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져 배우며, 무학년제를 기반으로 하고 아카데미라는 15-20명규모의 소규모 학습공동체를 교내에 작은 학교형태로 갖는다. 학교는 당연히 민주적이며 협동조합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학사운영에 여유가 있으며 유연하다. 우리나라 자유학기제처럼 오전엔 필수교과수업을 오후엔 학생맞춤형 자기주도적 교육과정이 실현되는 형태다.

 이런 미래교육과 그를 위한 미래교육과정 디자인은 참신하고 좋지만 실현을 위해선 반드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교육부와 지역교육청 학교의 변화와 바로 교사의 변화다. 우선 교육부와 교육지원청은 지원자로서 작용하는게 중요하다. 교육부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은 약화시키고 대강화해서 일선교사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의 실현을 위해 교육의 지방자치와 분권화를 시행하고 교과서도 검인정에 이어 자유발행제를 허용해 다양성과 선택권을 열어줘야 한다. 또한 수능을 절대평가제, 즉 자격고사화하고 교사별 평가제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교육지원청은 이름에 걸맞게 지원을 해야한다. 아예 없애거나 기능축소가 일단 필요하며 자체 사업으로 예산을 탕진하기보단 일선 학교에 교육과정운영 예산을 많이 내려줄 필요가 있다. 학교는 민주자치를 실현해야하며, 우리나라 같은 경우 수업에만 관여하는 수석교사를 교육과정 디렉터로서 활용하는 것도 추천된다.

 마지막으로 교사는 위에서 준 자율권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교육과정을 개발 디자인 하는 역량을 획득해야 한다. 아무리 자유가 허용되어도 능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인 셈이기 때문이다.

 미래교육과정에 대한 세계적 흐름과 , 방안, 평가, 마을학교, 고교학점제, 자율학교등 다방면의 알찬 지식을 들어찬 책이다. 많이 배울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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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애니멀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뭐라고 해야 할까. 풀어나가는 형식을 보면 이야기 책 같기도 하고, 중간 중간 나오는 인간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나 사회심리학적 설명을 보면 과학책이나, 진화론 책 혹은 사회과학 책이나 심리학 책인 것 같기도하다. 아마 이 모두가 맞을 것이다. 책 소셜 애니멀은 인간은 사회속에서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해가며, 완성되어가며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쓴 책이다. 그래서 제목이 소셜 애니멀인 것인데, 저자는 각기 매우 다른 가정에서 자라난 헤럴드와 에리카라는 두 남녀를 설정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그림자 아래 서로를 만나고 부부의 연을 맺고 성공적인 사회적 삶을 영위하고 위기를 맞다가 은퇴하고 인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는 인간을 설명하기 위한 것인데, 그래서 책은 매우 재밌는 이야기책 같으면서도 과학도서 같은 느낌을 풍긴다.

 남주 헤럴드는 백인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적부터 인싸로 살아왔으며 부모의 안정적 사랑아래 자라 정상적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애착관계는 인생의 전부를 결정하진 않지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애착양상은 지능지수보다  학교 성적과 높은 상관성이 보이며 수학성적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또한 42개월 아기의 부모의 양육태도로 예측한 결과 애착을 제대로 형성해 주지 못한 부모의 아이들은 무려 77%가 학업중단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안정적 애착관계를 형성한 헤럴드는 공부는 잘하지 못했어도 번뜩이는 기질과 뛰어난 상상력, 창의적인 면이 있었는데 이것이 고교때 발휘된다. 공부쪽으론 지극히 평범하던 헤럴드는 역사교사가 던진 그리스 로마시대의 영웅책을 탐독한다. 의외로 이 고리타분한 책에 헤럴드는 강한 흥미를 느끼고 교사는 관련된 다른 책도 추천한다. 이미 책을 탐독한 헤럴드에게 선생님은 의외로 다시 읽기를 권유하는데 책들을 연구하며 질적으로 변한 헤럴드에게 다시 읽기는 자신의 변화는 물론이고 책의 요점을 다시 파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마지막 단계는 소논문 쓰기로 교사는 헤럴드에게 고대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공통점을 뽑아내고 이를 고교생들의 모습에 적용하는 매우 창의적인 작업을 완수한다. 헤럴드가 이를 계기로 역사학자가 되는 것은 무리가 아닌 결론이었다.

 반면 에리카는 멕시코 아버지와 중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아버지는 무책임했으며 어머니는 좋은 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조울증상이 있어 훌륭한 돌봄과 방임을 왔다갔다 한다. 이런 환경에서 에리카의 애착은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못한다. 그래서 에리카는 강한 승부욕을 가지면서도 통제력이 부족하며 반면에 멕시코와 중국계 가족들의 영향으로 대가족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자라난다. 경쟁적이면서도 좋지 못한 문화적 환경에 있던 에리카는 빈민층 지역에 생긴 아카데미란 학교에 들어가 상위문화를 습득한다. 물론 갈등도 많았다. 언어와 행동, 마인드까지 모든 것으 바꿔야 했으니 말이다. 아카데미 초기에 테니스경기에서 통제력을 보이지 못하던 에리카는 통제력도 얻는며 변해간다. 하지만 어릴적 실존적 위기감이 불러온 야망에 대한 갈망은 평생의 추동력으로 남는다. 소속되지 못했음이 주는 결핍이 소속되기 위해 더욱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하는 마음으로 변화한 것이다.

 하여튼 둘은 에리카가 설립한 회사에서 갑과 을로 만난다. 조직의 문화와 계급간 차이에 주목해 회사나 조직의 갈등을 해결해주는 회사였는데 헤럴드는 에리카의 부족한 점을 완벽히 채워주고 둘은 이성적으로 가까워져 결혼한다. 하지만 회사는 불경기를 맞아 가라앉고 헤럴드는 역사학회에 에리카는 기업에 취직한다. 조직에서 성공한 에리카는 최고경영직에 오르고 급기야는 소수인종이면서도 성공한 모델이 자신의 측근에 있기를 원한 유력 대통령 후보의 눈에 띄어 백악관에서 상무장관까지 하게 된다. 헤럴드는 여기에도 참여했고, 간간히 글을 썼다.

 둘은 아이를 낳지 않았다. 헤럴드는 원했지만 에리카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데 아이는 걸림돌이었다. 중년엔 위기도 찾아왔다. 커리어 정점을 달리던 에리카에겐 평범한 헤럴드는 눈에 차지 않았다. 잠시의 바람도 있었지만 어릴적 대가족을 중시하던 에리카의 문화적 자양이 둘의 파경을 막는다. 둘은 은퇴하고 헤럴드의 장점을 이용해 깊이 있는 문화해설을 강조하는 여행사를 만들기도 한다. 서로 의지하고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가며 평온을 찾을 무렵 헤럴드가 아프기 시작하고 에리카의 간병속에 생을 버티다 눈을 감는다. 책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중간엔 인간에 대한 많은 통찰과 견해, 연구결과가 제시된다. 저자가 헤럴드와 에리카의 생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인듯 하다. 우선 무의식과 의식이다.  인간은 대개 자신이 내리는 결정과 그 판단을 의식적으로 한다. 그리고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는 대부분의 판단과 결정은 사실상 무의식에 의해 이루어짐을 밣히고 있다. 의식의 수준이란 내가 한 판단에 대한 합리화정도와 추후의 반성, 그리고 내가 의식적으로 결정했다고 착각하는 것 정도다.

 이는 오랜 진화끝에 판단과정에서의 신속성과 정확성에 무의식이 더 적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사를 가르는 상황에서 주변 정보와 과거 경험을 통한 빠른 판단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으며 이엔 무의식이 적합하다. 무의식은 방대한 내현적 체계를 갖고 있으며 제각기 다른 기능을 하는 무수한 모듈이 존재하지만 의식은 주어진 순간에 의식적으로 조작하는 작업기업에 의존하며 모듈도 하나에 불과하다. 실제 무의식인 1차적 인식은 의식인 2차적 인식에 비해 처리 용량이 훨씬 크다. 무려 20만배의 차이다.

 거기에 무의식은 모호하고 유연한 판단을 한다. 이는 주변을 빠르게 일반화하고 고정관념을 만들어 세상을 보는 틀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의식이 전부는 아니다. 책은 재밌는 비유가 나오는데 무의식은 자동카메라고 의식은 수동카메라다. 일상에서의 빠른 판단과 처리에는 자동카메라인 무의식이 낳지만 정작 더 중요한 판단과 조정, 오류의 수정에서는 잠시 자동모드를 멈추고 수동모드로 조작하는 의식의 작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식도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둘은 서로 조우하며 춤추고 인간을 완성해간다.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인간의 무의식은 타고나는 부분도 상당하지만 후천적으로 형성해되는데 주변 사람과 사회, 문화가 작용한다. 어릴적 애착관계가 그러하고, 인간의 주요 충동을 억제하는 문화양상이 그렇다. 진취적인 문화권에서는 사람이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고 믿으며 많은 사람이 그런 삶을 살아간다. 반면 성장을 저해하는 문화권에서는 숙명론이 대세다. 진취적 문화권에서는 다른 문화의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경쟁을 즐기고, 낙관적이며 교육의 강도도 강하지만 성장저해문화권은 반대다. 또한 전반적인 신뢰가 넘치는 문화권에서는 서로를 믿기에 더 많은 공동체 조직이 용이하고 사람들이 유연하면서도 응집력이 있는 반면 반대 문화권에선 정확히 반대다. 주변 개인과 사회문화는 이런 식으로 인간의 무의식을 그려낸다.

 다음으로 중시하는 것은 인간 행복을 위해 사회관계의 회복이다. 책 행복의 기원에서도 밝혔던 인간은 주변 사람과 어우려져 있을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책 도덕의 기원에서 밝힌 것처럼 주변인과의 의존과 소속이 생존에 가장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행복과 가장 밀접한 활동은 성관계나, 퇴근후 사람과 어울리기, 함께 식사하기가 되며 반대의 것은 혼자 노는 것이다. (근데, 왜 난 혼자노는게 좋은 것일까?) 그리고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직업도 사회적인 것인 기업관리자나 미용사, 건강관련 코치나 교사다. 반면 가장 행복감과 먼 직업은 사회적 관계가 필요없는 콜걸이나 기계공등이 된다.

 문제는 최근의 개인주의 혁명이 물질적 번영을 앞세운 자본주의적 양상의 침투로 인간이 행복감을 느낄 여러 공동체를 와해했다는 점이다. 문화분야의 혁명은 오래된 습관과 가족구조를 파괴했고, 경제분야의 혁명은 독립적인 가게들을 붕괴시켰으며, 정보분야의 혁명은 직접 대면하며 어울리던 공식, 비공식적 집단을 sns로 대체했다. 이런 세상에서 교육받은 엘리트들은 비교적 잘 대처하며 새롭게 얻은 자유와 권력으로 세상을 즐기고 지배한다. 하지만 그런 인적 자본이 없는 사람일수록 가족구조의 해체로 고통받고 미혼모가 되며, 범죄자가 되었다.

 개인주의 혁명은 정치도 바꾸어 버린다. 개인주의 혁명은 원자화된 사회를 만드는데 이 형식의 사회는 사회적 분열이 심각해 이를 메꾸기 위해 정부가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하며 정부 권력 자체가 비대해지는 양상을 불러오게 된다. 이 사회에서는 많은 정부 권력을 얻기 위해 정치집단이 싸움을 벌이는데 공동체의 와해로 중간지대가 없어 타협 및 합의가 매우 어렵다. 사람들은 원자화되어 공동체의 소속감이 없어 정당에서 소속감을 얻고자 한다. 정당은 이를 악용해 사람들에게 종교적 맹신을 강요하고 충성의 대가로 보상과 소속감을 준다. 비대해진 정부는 재정이 악화되고 누군가는 세수를 내야하나 모두가 싫어한다.

 때문에 저자는 개인혁명에서 벗어난 다음 세대의 인식혁명을 강조한다. 인간관계의 회복을 통해서만 우리는 행복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정치 아젠다인 자유가 정치의 궁긍적인 목적이 되어서는안되며 건강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목적이 되고 경제보다는 사회가 중심이 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제법 두꺼운 책이라 일주일간 읽었는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깨달음과 이야기의 재미 두개를 동시에 느낄수 있었다. 헤럴드와 에리카가 아이를 갖지 않은 점이 아쉽다. 그랬다면 그들의 인생은 더 끔찍했으면서도 더 보람차고 의미있으며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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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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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란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인간 사회는 이상하게도 개인의 건강악화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人間이란 말그대로 서로 간에 함께 존재해야 의미를 갖는 사회적 존재임에도 스트레스를 개인적인 일로만 취급한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사회역학이다. 이 책에서 처음 안 개념인데, 차별과 사회적 고립과 고용불안이 인간의 몸을 해칠수 있다는 연구가설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목표란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면서도 매우 신선했는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사회역학적으로 본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들추었다. 쌍용자동차문제, 가습기살균제문제, 세월호, 성소수자 등의 문제들이다. 저자의 이력도 무척 독특했다. 한국에서 최상위로 공부를 잘 해야 가는 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우리 사회의 적잖은 부조리와 많은 아픔을 목도한 경험이 그를 사회역학의 길로 이끈 것 같다.

 여러 주제중 우선 눈에 띈 것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사회는 이에 무척 둔감해 과거엔 물질적 손상에만 치료와 지원을 하고 외상후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개인적 문제로만 취급했다. 최근은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 외상후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도 하고 있는데 이조차 수준이 무척 낮아 맥락없이 의학적 처치나 약물처치만 하는 실정이다. 책에는 세월호 피해자가 외상후스트레스 지원을 받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무런 이야기나 상담없이 그저 안구운동과 약물처치만 해서 기가막혔다고 한다.

 저자는 트라우마에 대한 진정한 처치는 몸과 정신에 상처를 남기는 사건처리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사건의 의미가 해석되고 재생산되는 사회적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즉,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서 명예회복-보상-처벌에 대한 사회관계회복 개선으로 나아가야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진 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쌍용자동차 문제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신외상 치유는 무척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정부와 여권에 의해 실태파악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처벌 및 명예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웠고, 보상 역시 역대급으로 받았지만 보상액이 공개되고, 입시 혜택까지 받으면서 사회적 조롱에 시달렸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방안은 공개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공의들이 아프다는 점도 놀라웠다. 우리나라 전공의들은 드라마나 영화, 혹은 뉴스에서 다뤄진 것처럼 살인적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선배나 교수에 의해 군대식 조련으로 폭력적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많은 급여와 특권을 누리는 집단이기에 피해자적 인식을 갖기 어려웠는데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은 무려 주당93시간이었다. 2015년 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되어 주당80시간으로 줄긴 했는데 이 역시 다른 직종과 비교해보면 살인적 근무시간이 아닐수 없다.

문제는 수련단계의 의사들이 아파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시간이 부족하고 힘들어 그냥 넘어가거나 자신이 처치하기 일수였다.

 전공의의 건강악화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기에 더 큰 문제다. 그들은 의사이기에 환자를 처치하고 환자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해 평균 세계적으로 21만의 환자가 의료과실로  사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격무에 시달린 전공의가 의료과실을 범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책은 이런 문제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눈길을 끈 주제는 사전주의 원칙이었다. 우리나라 같은 나라일수록 기업이나 정부등 힘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개인이 피해를 보았을 때 구제가 되지 않거나 재판에서 대개 지곤하는데. 이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을 피해자에게 귀속시키기 때문이다. 책은 그래서 사전주의 원칙을 제시한다. 이는 국가나 사회가 새로운 화학물질등의 사용으로 이득을 보는 경우 그 기업과 사람들이 그 새물질의 미유해성을 사전에 증명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문제도, 가습기살균제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 전방위로의 적용이 필요하다.

 이 책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인 공동체가 건강해야 거기에 속한 개개인도 소속감을 느끼고 심리적 안정감과 사회적 안전망의 제공으로 역시 건강할 수 있음을 말하는 내용이다. 한국사회는 먹을 거리의 특성과 고소득, 의학의 발달로 세계에서 가장 평균 수명이 높은 편이지만 공동체는 매우 건강하지 못하다. 아마도 공동체 마저 건강했다면 사회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평균수명이 일본의 수준에 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본에 의해서 공동체가 완전히 와해되고, 갈등 양상이 더 심해지며 공동지대마저 얼마남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형국이다. 그래서 응답하라 1988이 그리 인기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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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노동 - 유연해진 노동시장에서 전망 없이, 뼈 빠지게 일하기
귄터 발라프 지음, 이승희 옮김 / 나눔의집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독일은 세계 4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다. 두 무모한 전쟁의 대가로 서쪽과 동쪽의 영토 상당부분을 잃고, 근40년간 분단까지 당했지만 군사력을 포기하는 대가와 꾸준한 반성으로 주변국의 신뢰를 되찾았을 수 있었다. 그래서 유럽에서 가장 강한 경제력을 이룩했으며 유럽연합내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편이다. 그리고 북유럽만큼은 아니지만 강한 사회정책과 공공주택 보급과 월세 및 집값의 통제와 학비지원등 은 독일이 유럽에서 두꺼운 중산층과 사회계층 상호간의 강한 공동의식을 만들어낸 기반이었다.

 그런데 이런 독일에 대한 상식이 이 책을 통해 크게 흔들렸다. 어느 샌가 한국처럼 독일에도 신자유주의적 요소가 강하게 파고들고 있었고 이 책은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책에서는 언론인들이 대담하게도 생산현장에 직접 위장 취업하여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고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언론인들이 책을 통해 드러낸 택배노동자와 물류창고 노동자, 프랜차이즈 자영업자 및 직원들의 삶은 비참했다. 각종 위험과 장기간 근무 및 감시환경에 노출되었고, 언제든 해고위험에 이렇다할 노동조합을 구성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노동법상에 명시된 자신의 당연한 권리 요구 및 사업주와 관리자에 대한 저항은 자신의 업무능력과 무관하게 곧 해고를 의미했다. 급여 역시 터무니없이 적었다. 시간당 4-5유로를 버는 경우가 태반이었는데 이는 한국돈으로 불과 5-6천원에 불과하다. 이들은 독일정부에서 지급하는 하르츠보조금 대상자가 되고 마는데 이 보조금은 소득이 적어 생활영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것이다. 즉, 악덕기업으로 인해 과한 노동과 터무니없이 적은 급여로 건강유지 및 생활, 재생산이 어려운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을 정보가 세금으로 매우고 있는 격인 것이다.

 한국에서처럼 독일에서도 원청기업과 하청기업간의 관계는 이문제에 핵심사안으로 작용한다. 기업은 자연히 치열한 경쟁상황에 놓이게 마련인데 이 압박을 이겨내고자 원청기업은 자신들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을 하청기업에 전가한다. 하청기업은 원청기업의 터무니 업는 단가후려치기나 기한 압박으로 이 모두를 부담한다. 하청기업에 원청기업은 소수지만 원청기업에 하청기업은 다수다. 이들이 못견디고 망한다면 줄서고 기다리는 다른 하청기업을 찾으면 된다. 이런식으로 망한 하청기업이 무수하다. 이런 불법적 외주화는 독일 헌법에 보장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깨뜨리고 노동자로 하여금 위험하고 어려운 악조건에서 노동하게 만든다. 노동집단 역시 갈라지는데 원청 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하청기업의 소속되어 원청기업에 일하는 파견직들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급여차는 엄청나서 원청기업 정규직이 10이라면 원청비정규직은 5, 파견직은 2-3에 불과하다. 하지만 원청기업 정규직은 다른 두계층의 상황을 보면서도 같은 노동자로 싸우지 않는다. 비용압박으로 자신들의 위치역시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세계화와 정보화로 인한 기업의 치열한 경쟁이다. 세계화는 국가간 자본과 노동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각국의 기업들은 거의 보호막이 없는 상태에서 저가, 그리고 더 강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가진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비 절감 압박이 강하게 생겨났고, 이것이 기업이 부담없이 해고하고 싸게 고용하는 비정규직 양산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정보화로 인한 인터넷 환경도 한몫한다. 인터넷 환경은 소비자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가격과 서비스라는 편의를 제공했지만 고객이 곧 기업의 새로운 고용주이자 주인이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 인터넷 기업이 치열한 경쟁속에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그들 자체의 하청기업이나 고용된 노동자의 환경을 악화시킨다. 우리나라의 한 기업이 아침신선음식을 배송하기 위해 많은 노동자들의 새벽건강을 악화시키는게 대표적 예다. 불행히도 이는 소비자에게 매우 호응이 높다.

 또 다른 이유는 독일의 지정학적 위치다. 독일은 유럽연합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나라로 2-30%에 육박하는 실업률을 가진 남유럽과 저임금 저성장에 시달리는 동유럽에 비해 월등히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다. 유럽연합의 여러 무장벽은 독일이 이들 지역의 고급인력을 빨아들이는 작용을 돕고 있으며 배고픈 이 능력자들은 마땅히 독일인이 보기해 굴욕적인 조건을 감내하면서 일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자연스레 독일 노동자의 고용조건 악화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인소싱의 성공을 말한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 환경 악화와 국제적 경쟁탓을 하며 아웃소싱을 행하지만 인소싱을 해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공할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그렇지만 독일 기업들 역시 오랜 외주화와 비정규직 고용으로 사내에 막대한 유보금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인소싱을 충분히 가능하게 한다는게 저자의 판단이다. 인소싱은 그외에도 여러 선순환 작용을 한다. 안정적 일자리를 늘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보장비용이 절감되고, 사회의 안정성과 공동체 효과가 강화될 수 있다.

 다른 해결책은 법을 통한 해결이다. 불행히도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은 대개 존속하지만 강제성이 부족하고 기업들이 편법을 통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사회는 사람들의 교통안전규칙에는 그리 민감하면서도 더 많은 해악을 불러 올수 있는 노동법에는 왜 이리 둔감한지 저자는 되묻는다. 많은 독일의 사법기관이나 검사들은 노동문제와 현장에 대해서 잘 모르고 이해하지 못한다. 즉, 이 문제를 다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법망을 강화하고 또 이 법이 강제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이 법을 수호하고 현장을 단속하면서 지켜나갈 노동법전문가들이 많이 필요함을 책을 역설한다.  

 이 책을 보면서 한국과 너무나도 닮은 독일의 현실을 보며 놀랐다. 물론 그네들의 현실이 심각해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보단 분명히 나은 상황으로 보였다. 좀더 놀라고 경악하는 부분의 포인트가 독일 저자들이 더 낮달까. 이것도 부끄러운 현실이다. 노동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학교 교육현장에서 교육해야 한다. 또한 나 자신의 편의와 서비스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그 이면에 담긴 누군가의 강제적 희생도 생각해야 하며 나와 기업이 마땅한 대가를 지불해야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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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10-23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자 뜻이 인소싱은 기업의 수직적 통합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ㅠ
결국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는 답이 없단 느낌입니다. ㅠ

닷슈 2019-10-23 23:12   좋아요 0 | URL
책에 인소싱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답은 부족했습니다. 아마도 사례도 적고, 이렇다할 모델이 없기 때문일듯 합니다.

레삭매냐 2019-10-23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보다 훨씬 더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독일에서도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
이 위세를 떨치나 싶더라구요.

결국 소비자들이 윤리적 소비로 그런 기업
들을 응징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이네요.

닷슈 2019-10-23 23:13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사실 레삭매냐 님 덕분에 본 것입니다. 작년에 이 책과 다른 책을 극찬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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