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비롯한 생물의 삶의 본질적 목적은 유전자 운반이라는 매우 기능적인 것이다. 유전자 운반을 위해서는 생존과 번식을 잘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환경에 잘 적응을 해야 한다. 그래서 생물은 감정을 느낀다.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것에는 쾌감 좋은 감정을 그리고 불리한 것에는 무서워하거나 혐오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을 갖는다. 감정은 본능적인 것으로 사전 프로그램 된 것이지만 어떤 것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는 후천적으로 학습하기도 한다. 

 생물은 자신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환경에 둘러 싸이게 되면 당연히 좋은 감정이 넘쳐 흐르게 되며 이로 인해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많은 철학자들이나 심리학자, 진화 생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주장하는 것처럼 행복을 느끼는 것은 나의 생존과 번식에 성공적인 상태이므로 생물체의 목적이 되며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누구나 왜 사냐고 물으면 다소 간의 차이는 있어도 대답은 본질적으로 행복으로 귀결된다.

 인간에게 행복은 개인적이기도 하지만 매우 사회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지구 상의 그 어떤 생물보다도 협력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협력은 당연히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보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에 선택되었고 그래서 인간은 다른 사람과 잘 협력하고 관계가 좋을 때 행복을 느낀다. 그러한 환경이 유전자 운반에 매우 좋기 때문이다. 책 '행복의 기원'은 여러 가지 행복 요건을 고찰하고 인간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좋을 때 가장 강한 행복을 느낀다고 결론 짓는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사회는 전체적으로 행복할까? 사회 학자 오찬호는 한국 사회의 불안정성을 여러 책을 통해서 드러냈는데 책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에서는 한국 만큼 결혼과 육아, 교육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각자 도생의 원리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즉, 한국은 개인에게 매우 비협력적인 사회인 것이다. 한국은 이처럼 사회적인 협력이 부족해 생존과 번식이 개인에게 달린 매우 불리한 환경이기에 한국인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태이며 출산율 역시 0.8정도로 압도적 꼴찌다. 

 이처럼 행복과 관련한 주요 문제는 사회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대부분의 설파는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소확행이나 가심비, 워라밸 등의 용어들은 이래서 모두 힘을 잃는다. 근본적인 원인인 사회 문제는 뒤로 하고 개인적 차원에서의 해결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전쟁터의 군인에게 전쟁이란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술을 마시든, 잠시 휴가를 떠나든, 동료들과 진한 전우애를 나눠도 그 모든 것들이 일시적 해결책이 불과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 심리학과 자본주의의 영합을 지적한다. 행복에 대한 생각은 크게 쾌락주의와 금욕주의로 나뉜다. 금욕주의는 종교적이거나 철학적인 것으로 과거 서양의 중세시대에는 현세의 모든 욕망을 금지하고 내세에서의 구원을 통한 즐거움을 강조했다. 그러던 것이 계몽주의 시대에 행복을 인간의 손으로 내려다 놓았고, 자본주의가 되면서부터는 돈이 곧 행복이 되었다. 

 초기 자본주의에서 생산수단이 없는 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렸다. 이는 생산성에 상당한 손실을 가져왔고 노동력의 재생산에도 문제를 초래했다. 특히 시장측면에서 수요창출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사회복지의 확충과 임금상승을 허용한다. 그리고 여기엔 사회주의의 대두라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구소련권의 붕괴로 신자유주의가 유일의 이데올로기가 되자 이런 측면이 약화되었다. 또한 신자유주의는 부익부 빈익빈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매우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제조업 일자리의 이동과 서비스 직종으로 내몰리며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서비스 직종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기에 제조업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 이처럼 불행이 매우 커져 생산성이 더욱 떨어지자 행복이나, 웰빙. 힐링 같은 말이 마구잡이로 등장하게 되었다. 사회구조는 그대로 두다 개인을 행복하게 하는 해결책을 자본주의가 제시하기 시작한 것이며 이렇게 자본주의와 심리학이 영합하게 된다.

 이처럼 주류 심리학은 행복을 사회적인 것이 아닌 개인주의 적인 것으로 은폐하는데 이는 세 가지 문제점을 야기하게 된다. 우선 행복 개념을 왜곡하여 사람들을 진정한 행복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한다. 다음은 불행한 이들의 일을 그들 개인의 문제로 귀결시켜 불행을 그들 개인의 탓으로 만들게 한다. 마지막은 행복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행복 개념이 개인으로 귀결되어 사람들은 사회적, 국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개인의 물질적 혹은 정신적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게 되며, 불행한 사람은 이런 개인적 노력이 부족한 사람이 되고, 서로 간에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 물질적으로 과시하며 실제로는 불행한데도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실제로는 매우 사회적인 것이다. 미국 갤럽은 150개국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행복은 다섯 가지 영역으로 분류되었다. 직업에서의 행복, 인간관계에 의한 사회적 행복, 경제적 행복, 육체적 행복, 공동체 행복이다. 그리고 이들 중 세 가지는 사회와 매우 직접적으로 관련되며 사실상 다섯 가지 모두 사회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저자는 사회와 국가의 구조 변화가 행복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생존을 책임지고 사회가 평등할수록 행복함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는 이런 부분을 책임지는 북유럽 사회의 행복함이 잘 드러난다. 

 저자는 책을 정리하며 행복은 개개인이 삶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매우 관련이 깊으며 인간은 이를 실현해야 만족감을 느껴 진정한 행복을 달성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삶의 목적인 개인이 공동체 속에 소속되며 이 공동체를 위해 기여하는 무언가를 하는 것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존중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각 개인에게 인간의 주요 본성 중 하나로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 이 자유는 세계 혹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통제력을 의미한다. 때문에 최소한의 물질이 필요한데 이는 자신의 육체적 생명을 유지하고 사회생활의 자유를 위한 정도이다. 또한 사회적 자유도 필요하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 의해 착취되고 압박당하면 자유를 잃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권과 생산수단이 그런 상황을 만드는데 따라서 모든 사람이 정권과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상, 문화적 자유도 중요하다. 극단주의, 혐오주의, 차별주의, 인종주의, 개인이기주의에 빠지거나 천착하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파괴하여 자기 자신의 행복과 자유를 저해한다.

 이런 자유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주어질 때 사람은 다른 사람과 연대하고 창조활동을 할 수 있다. 창조활동은 개인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무형, 유형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이것의 달성을 통해 개인은 강력한 보람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만족감과 진정한 행복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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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토 Manifesto - ChatGPT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SF 앤솔러지'
김달영 외 지음 / 네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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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4.13일 KBS 다큐 인사이트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주의 회차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소재가 바로 챗 GPT를 이용해 국내의 소설가들이 SF소설 단편 모음집을 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챗 GPT를 대부분 처음 접하였는데 초기의 반응은 대부분 놀라움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만들어가면서 챗 GPT가 사실 한 방에 소설을 길게 쓰진 못하며,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뭔가 독특한 문체를 만들어내진 못하고, 여러 개의 주제나 인물, 사건은 쉽게 많이 만들어 내나 개성있는 한방은 만들지 못한다는 점을 이구 동성으로 지적했다. 바로 이 점이 인간 작가가 챗 GPT를 이용해 채워나가야 하는 부분이었다.

 책 '매니페스토'는 그렇게 발간되었다. 심지어 이 책은 표지도 인공지능이 만들었다. 작가들의 소설 내용과 구성의도를 입력하고 그에 따라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여러 표지를 편집진이 고르는 장면이 다큐 인사이트에 나왔다. 하나같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었지만 편집자들은 너무 무난해서 이것다 하는게 없어서 고르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책 내용으로 돌아가면 이 책의 단편은 무척 재미나진 않다. 일단 내용이 실험적이어서 그런지 너무 짧은 편이다. 읽을 만 하면 대부분 끝인데 7편의 단편집이 모두 그렇다. 그래서 소설 한 편당, 작가들이 챗 GPT를 어떻게 활용하여 소설을 완성해나갔는지가 매 단편 바로 뒤에 수록되어 있다. 즉, 단편 7개와 챗 GPT를 통한 소설 구성장면 7개가 책에 수록되어 있는 셈이다. 챗 GPT를 활용하는 방법은 작가가 주제를 어떻게 잡았는가 그리고 작가가 어떤 활용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하지만 공통점은 챗 GPT가 써내는 분량자체가 짧아 여러 차례의 작업 지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특히, 챗 GPT는 특정 인물이나 사건은 잔혹하거나 어둡게 써내는데 약점을 보였다. 아무래도 사회적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있어 개발사에서 차단한 듯 하다. 또한 어떤 이야기든 한 방에 써내는 분량이 적었는데 이 역시도 챗 GPT로 무언가를 길게 한 방에 생산할 경우 미칠 사회적 파장을 의식해 개발사에서 막아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작가들은 큰 구성을 챗 GPT로 부터 얻거나 또는 원하는 구성이나 인물, 플롯이 나올때 까지 다른 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원하는 작업이 나올때까지 챗 GPT에게 명령을 구체적으로 다시 하달하고 정 안되면 작가가 채워 넣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역시 아직까진 그럴듯한 글이 나오기 위해서는 챗 GPT에만 의존할 수는 없고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다. 작가들은 챗 GPT를 좋은 어시스턴트, 구조나 캐릭터를 빠르게 편성하는 사람, 분량을 순식간에 채워주는 사람 등으로 파악했다. 

 이 책의 시도는 매우 재밌고 의미 있는 것으로 작가들 처럼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챗 GPT를 잘 사용하면 모두 효율적이고 완성도 있는 글을 구성하는게 가능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글을 구성하는 능력이 매우 모자라다면 이와 같은 작업은 할 수 없고 챗 GPT의 글을 그대로 표절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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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교육혁명 - ChatGPT를 활용한 하이터치 하이테크 미래교육
정제영 외 지음 / 포르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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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1월 챗GPT3.5 버전이 출시되었다. 반향은 엄청나서 불과 5일 만에 사용자가 100만을 넘어셨으며, 이후 세계적으로 챗GPT를 이용한 여러 기사나 뉴스,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것이 컴퓨터와 인터넷의 충격, 스마트폰의 충격을 넘어설 만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실제 챗GPT를 써보면 그 능력에 충격을 받게 된다. 

 챗GPT는 거의 모든 분야에 이용할 수 있는데 당연히 교육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챗GPT 교육혁명'의 저자는 챗GPT가 교육의 여러 분야에 갖는 함의를 잘 분석하고 실제 사례를 자세히 책에 제시했다. 아직 챗GPT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교육에 어떤 파급력을 가질지 도무지 감이 없는 교육자라면 필독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챗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다. 글자 그대로 생성형 사전 학습 트랜스 포머인데 풀어서 말하면 사전에 방대한 글이나 책, 논문 등의 언어 뭉치를 빅데이터로 학습했고 이를 통해 비지도학습 형태로 인간의 자연어를 생성하는 학습을 한 인공지능이다. 트랜스 포머는 각 단어의 중요도를 결정하여 그에 따라 입력 시퀀스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즉, 방대한 양의 인간 언어를 학습 후 이를 자연어로 생성하는 연습을 한 후 트랜스포머 방식으로 단어를 자연스레 구성하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이다. 챗GPT는 놀랍게도 인간의 신경세포에 해당한다고 할 수 도 있는 파라미터의 수가 무려 1750억개인데 그래서 성능이 매우 대단하다. 다만 챗GPT는 단어수준에서 학습이 이뤄지고 언어를 구사하기에 맥락이나 문맥이 어색한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저자는 챗GPT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인간의 역량을 제시한다. 

 우선 개인적 지식 기반의 판단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실제 문제해결능력, 창의성과 인문학적 상상력, 디지털 리터러시와 시민성, 자기주도학습 역량이다. 챗GPT역시 모든 것을 앉아서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고 챗GPT가 제시한 내용이 모두 옳고 편견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에 이를 잘 활용할 인간의 능력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나오게 되면 교육계에선 오랜 숙원인 개별 맞춤형 교육과 개별 학습과정의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는 개별화 교육을 실현으로 평균적 교육과 대량화 교육에 갇혀 있는 학교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도 존재한다. 우선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은 고도로 자동화되어 인간의 중요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까지 자동화할 우려가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정량적 정보에 익숙해 인간의 상호작용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고, 자동화 학습을 하는 경우 학습자의 창의성과 창조적 사고가 저해될 우려도 있다. 여기에 평가 상황에서 학습자가 인공지능을 악용할 우려가 있고 문해력 저하와 문제해결 능력의 저하, 더불어 기초지식에 의한 이해와 암기를 소홀히 할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챗GPT를 활용한 교육은 가능성이 커 무시하기 어렵다. 챗GPT는 학생이 과제를 입력할 경우 분석하여 문법적으로 혹은 내용, 논리 상 틀린 부분을 잘 찾는다. 즉, 자동화된 채점 시스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학생 맞춤형 콘텐츠도 생성한다. 학생이 쓰고자 하는 글, 혹은 수준에 맞는 자료 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인터넷 강의에 대한 맞춤형 보조 지원도 된다. 학생이 강의를 들으며 모르는 내용을 챗GPT에 질문하여 보조자료를 얻어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또한 학습 진도의 추적과 문제해결도 지원한다. 

 챗GPT는 현재 학교교육현장에도 활용이 거의 무궁무진하다. 학교 행정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간단한 수학여행 계획서나 체험학습 계획을 장소, 시간, 예산, 목적, 관련 교과 등을 구체적으로 입력해주면 그럴듯한 계획을 빠르게 편성해준다. 내용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같은 내용을 다시 물어보면 다른 대답을 해주며, 질문 자체를 보강한다면 답변도 보강된다. 

 여기에 교육과정이나 프로젝트, 단위 수업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학교의 비전과 학년의 비전을 입력하고 이를 실행할 방안의 프로젝트를 물어보면 챗GPT는 상당히 자세히 대답을 해준다. 여기에 수업의 목표를 입력하고 학생활동을 편성해 달라고 하면 그것 역시 해준다. 개인적으로 학교의 비전을 입력하고 이 비전을 실천할 만한 학년별 프로젝트를 연계성을 고려하여 3개 씩 편성해달라고 했는데 챗GPT는 이를 어렵지 않게 해낸다.

 인성교육 및 상담에도 챗GPT는 활용이 가능하다. 매일 교사의 지시를 어기고 폭력적이며 과잉행동장애가 있어 보이는 학생이 있다. 그리고 그 학부모는 자녀의 행동을 크게 문제 삼지 않으며 교사가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 학부모와 어떻게 상담하면 좋겠냐고 물으면 챗GPT는  가지 상담 방안을 알려준다. 학생의 문제 행태나 고민도 입력하면 답을 알려주는데 개인정보 유출은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주의하는게 좋겠다.

 평가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초등 4학년을 대상으로 곱셈 문제를 출제해 달라고 하면 실제로 출제해준다. 단순 문항 뿐만 아니라 조건을 자세히 넣어주면 평가장면도 자세해 진다. 또한 국어나 사회 같은 경우 지문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역시 지문도 금방 만들어 준다. 심지어 코딩 문제도 만들어주는데 이 쯤되면 뭘 못하는지 궁금해지기 까지 한다.

 학생에게 챗GPT의 활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고민이다. 챗GPT 홈페이지에서는 13세 이상에게만 이것의 활용을 가르치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한국엔 챗GPT에 대한 교육 가이드 라인이 없는데 빨리 나올 필요성이 있다. 책에 나오는 우려처럼 챗GPT 활용의 조기 학습은 학습할 필요성과 기초기본, 문제해결능력 등을 저해할 우려가 있고, 과제형 평가의 경우 악용될 우려도 높다. 하지만 기초기본을 갖춘 일정 나이 수준 이상의 학생이라면 가르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안 그래도 갖가지 변화로 시대를 따라가기 어려운 교육계에 또 다른 큰 숙제가 던져진듯 하다. 하지만 도움이 많이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챗GPT를 빨리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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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지구상의 생명체는 생겨난 36억년 전부터 태어나고 죽음을 반복해왔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늘 왜 태어났으며, 기왕 태어났는데 어째서 죽을 수 밖에 없는지를 늘 고민한다. 이렇듯 삶과 죽음은 당연해 보이나 엄밀히 그 뜻을 정의해본 다면 생각만큼 규정짓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죽음의 정의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살아 있는 것이 생명활동을 영구적으로 멈추고 그 체조직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그것이 죽음이기 때문이다. 즉, 죽음의 정의가 생명의 뜻에 의존하기에 살아 있는 것이 명확히 정의되면 죽음의 설명은 간단해진다.하지만 살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좀 정의하는 것은 고민스럽다. 

 우주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아주 좁은 곳에서 뭉쳐진 상태에서 아주 작은 요동으로 빅뱅이 일어나 퍼지게 되었다. 우주의 초기상태는 우주배경복사 등의 증거에 의하면 묘하게도 상당히 균일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다 빅뱅으로 매우 불균일해졌는데 다시 물질이나 에너지가 확률상 가장 경우의 수가 많아지는 가장 균일하고 무질서한 상태로 퍼져나가 엔트로피를 다시 최대로 높여놓는 것이 마치 우주의 최종 모습인 것처럼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즉, 어찌보면 공간의 차이는 어마어마하 엔트로피 측면에서 보자면 처음 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어 우주가 다시 완성되면 다시 빅뱅이 일어나는 무한 반복이 우주의 생애라고 보는 이도 있다.

 하여튼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법칙에 의해 우주는 엔트로피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책 '암흑물질과 공룡'에서 언급된 것처럼 우주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가득차 있으며 이들이 뭉쳐서 상대적으로 약간 높은 중력을 보이는 것에 보이는 물질들도 뭉쳐 은하계와 항성계를 이루게 된다. 이들은 열역한 제2법칙을 어기는 것 같지만 사실 외곽 지역의 엔트로피는 자신들이 낮춘 것보다 더 높여놓기에 사실상 이 법칙을 더 잘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항성계의 혹성에서 스스로의 유지를 위해 외부의 엔트로피는 높이고 자신의 엔트로피는 낮추는 존재가 생겨났으니 그것이 생명체다. 즉, 엔트로피라는 관점에서 생명체는 자신의 유지를 위해 외부의 엔트로피를 높이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생명자체의 목적과 현상에 주목하면 정의는 좀 더 세밀해진다. 폴 너스는 그의 저서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생명의 요건으로 3가지를 제시한다. 번식이 가능하고, 유전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진화를 위해 그 유전체계가 다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생명이란 결국 유전자를 계속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번성 및 존속시키기 위해 그 유전자 자체나 그것을 운반하는 유기체가 자손을 이어가며 다양하게 변화하여 환경에 적응해 진화하는 존재정도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죽음은 이 모든 활동이 멈추는 즉, 생명체가 유전자 전달을 위해 자신의 유지 빛 번식을 멈추는 행위가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엔트로피를 낮춰 주변의 엔트로피를 높이는 행위가 멈추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생명의 목적은 유전자의 존속과 지속적 번영이며 이를 위해 유전자를 변형하고 그 운반자의 모습도 변이를 통해 어떤 환경에 맞게끔 변형시킨다. 제법 분명하다. 하지만 죽음의 목적은 생각할 여지가 많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죽음도 진화과정에서의 하나의 선택이었음을 분명히 입증한다. 즉 생명체는 존속과 더불어 죽기위해서 태어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죽음이 진화상의 충분한 이점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책 '생물은 왜 죽는가?'에서는 죽음이 갖는 진화상의 이점을 설명한다. 지구상에서 제법 진화한 생명체는 다세포생물이다.(하지만 아직도 상당수가 단세포 상태인 세균으로 남아있다.) 다세포생물의 경우 세포분열을 통해 꾸준히 세포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데 이는 세포가 오래되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부작용은 분열과정에서의 치명적 오류 발생 가능성, 그리고 활성산소의 발생, 사이토카인의 분비다. 세포는 분열과정에서 10억분의 1정도로 아주 작은 염기 복사 오류를 일으킨다. 그리고 심지어 이를 수선하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분열의 횟수가 길어질수록 스트레스와 거친 환경에 노출되어 오류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다세포 생물 최대의 적인 암세포로 이어질수 있다. 또한 세포는 오래되면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데 이는 노화를 촉진한다. 그리고 제거되지 않은 오래된 세포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주변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주변 조직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때문에 인체는 이런 오래된 세포를 꾸준히 제거하나 이 역시 노화, 즉 생명체가 존속을 오래함에 따라 그 기능이 저하된다. 즉, 인체는 상당기간은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나 결국에는 이 기능이 떨어져 노화가 되도록 설계된 것으로 죽음은 애초에 계획된 것이 된다.

 이는 애써 만들어내 생존한 생명체가 죽음으로써 얻는 진화상의 이점이 충분하기에 발생하는 일이다. 첫 번째는 기존 생물체가 영구히 존속한 상태에서 다음 생명체가 태어나면 지구의 자원의 한정되어 있기에 결국 모두가 존속하고 번식할만한 식량과 생활공간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모 생명체가 죽어야만 다음 생명체가 존속하고 번식을 할 수 있다. 아마 자신들이 죽지 않는다면 부모개체는 굳이 다음 개체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이 태어나더라도 아마 경쟁하여 제거하려 들 것이다. 다른 이점은 생물의 진화를 위해서다. 기존 생명체가 영구히 존속하도록 설계되었따면 굳이 부모개체는 굳이 자손을 낳으려는 욕구나 기능자체가 아예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오래살고 자신이 나름 환경에 적응하더라도 부모의 형질은 결국 변하지 않으므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대응력은 당연히 떨어질 것이고 종이 끝나버릴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변이를 일으키기 위한 자손도 없으니 당연히 해당 종에서는 진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즉, 종이 멸종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때문에 진화를 위해 죽음은 선택된 것이다. 

 노화는 죽음이 설계된 생명체가 탄생에서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노화는 신체의 기능들이 점점 떨어져서 결국 기능하지 않게 되는 과정이다.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의 말단 부분인 텔로미어가 점점 줄어든다. DNA는 상보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복제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한 부분은 순방향이 되고 자연히 상보적이라서 반대쪽 부분은 역방향이다. 희안하게도 복제의 방향은 정해져 있어 역방향 부분을 복제하는 경우 매우 짧은 부분마다 순방향으로 복제에 사슬처럼 연결해서 붙여야 한다. 때문에 염색체 말단까지 복제가 일어날 경우 이 부분에 짧은 사슬을 넣기가 어려워져 복제가 되지 않아 없어지는데 그래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 염색체가 짧아져 기능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래서 개체가 건강할 땐 이 부분에 대한 수리가 일어난다. 하지만 결국 나이가 들면 이 기능이 떨어져 점점 신체기능이 약화된다. 

 인간에게 노화와 관련한 유전자는 크게 세 가지가 알려져있다. GPR1, FOB1, SIR2다. GPR1은 당센서로 당이 세포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세포는 당을 이용할 준비를 하게 된다. 이것이 망가지면 세포는 외부 영양분을 잘 쓰지 못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이러면 세포는 발육이 줄고 크기도 줄지만 수명은 늘어난다. 책 노화의 종말에서는 영양분이 줄경우 세포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영양분의 결핍은 번식을 위한 주변 환경이 좋지 못함을 의미하고 번식을 미루기 위해 수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설명한다. 실제 영양분 부족, 추위, 가혹한 신체적 고통(운동)은 개체의 수명을 늘려준다. FOB1은 망가지면 수명이 무려 60%가 늘어나며, SIR2는 유전자 수선과 관련한 거승로 이것이 망가지면 수명이 50%나 감소한다. 물론 이는 효모의 경우라 사람에게 일괄 적용하기는 힘들다.

 정리하면 생명은 지구상에서 우연히 생겨난 화학물질이며 이것이 RNA등의 구조를 갖추며 복제에 능해졌다. 그리고 세포를 형성하여 자신의 복제를 더욱 활발히 하게 되었고 세포가 집단을 이뤄 다양한 기능을 갖춘 생명체를 형성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이 생명체는 우주의 방향과 다르게 엔트로피는 적극적으로 낮춘다. 하지만 주변의 엔트로피를 더욱 높이기에 전체적으로 열역학 2법칙을 위해하지는 않는다. 생명체의 목적인 유전자의 번성으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이를 일으켜 진화를 하고, 생명체는 그 목적만큼만 살아 다음 세대의 진화를 위해 죽게끔 설게 되었다. 그리고 이 죽음을 서서히 일으키는 과정이 노화인 것이다.  

 인간이 노화를 정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인공지능이 과학기술을 연구하게 되면 신약개발과 유전자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노화를 극복할지도 모른다. 혹은 신체의 상당부분을 기계와 결합하여 오래도록 존속할 수 도 있으며 가상세계에 의식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지면 거기서 영구히 살아갈 수도 있다. 어떤 부분이 되었던 죽음의 정지는 곧 생물학적으로는 진화의 정지를 의미하게 된다. 하지만 과학기술로 자신의 적응도를 계속 높인다면 유전자가 계속 존속되므로 이 또한 다른 의미의 진화라고 볼 수 있을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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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국가의 탄생 - 검찰개혁은 왜 실패했는가? 서해문집 사회과학 시리즈
이춘재 지음 / 서해문집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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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이 맘 때 문재인 정권은 그야말로 꽃길을 걷고 있었다. 촛불 혁명으로 인한 탄핵 정국 속에 탄생한 정권은 사실상 외교 공백 상태이던 상황에서 힘든 상대 국가들을 잘 조율해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북한과의 관계도 상당 부분 회복했었다. 북한과는 조만간 종전 선언이라도 나올 분위기였고 이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율은 2년차 임에도 무려 80%에 달했다. 이어진 지선과 총선에서도 압승해 '뉴노멀'이란 단어와 민주당 20년 집권설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그랬던 그들은 자신들이 임명했던 검찰총장 윤석렬에게 뒤통수를 맞아 그에게 대권을 5년 만엔 내주고 당 대표가 수십 차례 압수수색을 당할 정도로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책은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소홀이 했다 이 지경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다. 책은 문재인 정권과 윤석렬을 비롯한 검찰의 과거 행보를 나란히 보여주며 현재에 이르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촛불 혁명 당시 여러 적폐에 대한 청산요구가 들끓었지만 그중 특히 사람들이 주목했던 것은 검찰개혁이었다. 당시 검찰은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김학의를 무혐의 처리했고, 정윤회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 이명박 다스 사건 등 누적된 비리로 무능으로 국민적 반감을 크게 사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첫 개혁은 검찰 개혁이 아닌 그들을 이용한 적폐 청산이었다. 물론 박근혜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문재인 정권 집권 이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정권이 바뀌었어도 그 양태가 변함이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를 용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박근혜의 탄핵에는 상당수 보수당 의원들도 참여했었는데 이들은 적폐 수사의 대상으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의 협치는 물 건너 가게 된다. 

 사실 검찰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숙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 사상 최대의 자율권을 부여했음에도 막강히 저항했고 정권이 넘어가자 그를 무자비하게 사정하여 죽음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의지와 한 번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집권초기부터 강한 여론을 등에 없고 이를 실시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적폐 세력에 대한 청산에 대한 욕구가 더 컸었던 듯 하다. 특히, 친노 친문 계열엔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명박은 반드시 심판받아야 하는 대상이었다.

 박근혜와 이명박 일당이 마무리 되자 검찰의 다음 대상은 사법부였다. 국정농단에 사법부가 연루되어있었던 것이다. 당시 양승태 대법관은 박근혜 정권과 사법 거래를 하였다. 일본 강제 징용 노동자에 대한 판결을 해결해주기로 한 것. 박근혜 정권으로선 아버지가 행했던 한일 협정을 안정적으로 계승하고 일본과의 위안부 협의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윤석렬 검찰에게도 이런 비리는 좋은 기회였는데 사실상 검찰의 유일한 대항마라 할 수 있는 사법부를 초토화시키고 길들일 수 있는 찬스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명의 전직 대통령 그와 연루된 한국 최고의 기업 총수, 사법부마저 주무른 윤석렬 검찰의 힘은 역사상 최대가 된다. 이런 큰 수사를 위해 문재인 정권은 검찰 조직을 증대했고 수사의 편의를 위해 윤석렬이 원하는 인사를 실시해주었다. 즉, 검찰은 역사상 가장 막강해지면서도 가장 한 명의 입맛에 맞게 조직이 장악되고 만 것이다. 

 이렇게 적폐 청산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집권 3년차에 문재인 정권은 검찰 개혁을 시도한다. 학자 출신인 조국과 적폐 청산을 열심히 마무리해준 윤석렬이라면 이 모든 게 이뤄질 것이라는게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윤석렬에 대한 경고와 반대가 충분히 있었다. 그가 생각만큼 검찰개혁에 적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반대에 가까우며 측근에게만큼은 그다지 공명정대하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경고에도 대통령은 잘못 판단한다. 잘못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조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생각만큼 깨끗하지 못했고, 민정 수석으로 있으면서 13명의 차관 급이 인사 청문회에서 낙마하는 등 윤석렬을 비롯해 인사 검증에 미숙했다. 

 이는 검찰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존 생각과도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검찰 개혁은 정권 초기에 강하게 여론을 등에 없고 해야 하며, 검찰 개혁의 적임자 역시 매우 깨끗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두가 어그러진 것이다. 알고 있는 것처럼 조국은 이 일로 인해 윤석렬에 의해 멸문지화에 가까운 고통을 겪게 되고 대통령의 지지율도 처음으로 부정여론보다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일에도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한다. 다시금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국의 후임인선이 쉽지 않았다. 조국을 압살한 윤석렬의 서슬이 퍼래 많은 인사들이 고사하였고 거의 유일한 대안은 추미애 장관이었다. 추미애 장관은 5선 의원에 당대표까지 지낸 중진중의 중진이어서 사실 장관보다는 총리에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판사출신에 사법연수원도 윤석렬보다 한참 선배로 그를 누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보였다. 

 이렇게 장관이 바뀌지만 이어지는 것은 추-윤 갈등이었다. 초기 추미애는 인사로 윤석렬을 눌렀지만 법기술자인 윤석렬의 저항으로 각종 소송에서 절차 상의 이유로 패소 하며 위기에 몰린다. 또한 윤석렬을 누르는 과정에서 검찰 조직내의 전체적인 반발을 사게 되어 사실상 검찰 개혁 동력이 상실된다. 추미애와 윤석렬의 갈등은 마치 정권이 내로남불하는 것처럼 여론에 비춰졌다. 윤석렬이 대선과정에서 공정과 상실을 그토록 내세울수 있었던 이유다. 

 여기에 부동산 폭등은 정권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검찰 개혁 같은 것 보다는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역사적 아쉬움은 사상 초유의 정치경력이 부족한 대통령의 탄생으로 이어졌으며 행정부의 주요직이 모두 검찰출신으로 장악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저자는 이것이 민주주의의 위기이며 약자를 옹호하지 않고 정치적 타협을 모르는 검찰조직에 의해 운영되는 정치가 성공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한다. 즉, 지금의 검찰정권은 무능하고 시대착오적이었던 진보정권이 실패가 낳은 부산물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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