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의 협상가 - 정세현 회고록, 북한과 마주한 40년
정세현 지음, 박인규 대담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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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전쟁 이후 70년간 남과 북은 조금은 가까워졌다, 조금은 멀어지며 전체적으로 약간은 서로에게 다가가는 평행선을 달렸다. 그 과정엔 껴 있는 세월만큼 많은 일이 있었다. 멀어지는 변수로는 아웅산 폭탄테러, 김신조 사건, 강릉무장공비침투, 연평도 포격, 서해 1.2차해전 등이 있었고, 가까워지는 변수는 72년7.4 남북공동선언, 91기본회담, 6.15공동선언, 9.19선언, 그리고 수차례의 문화적, 인도적 교류와 스포츠행사등 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의 저변에 깔린 역사적 흐름과 여러 세력들의 이해관계에 대해서 우린 잘 알기 어렵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북한과 통일문제가 저의와는 상관없이 매우 언급하기 어렵고 쉽게 호도되며, 오염되기 때문이다. 한 때 통일할 생각도 없으면서 무력통일이나 흡수통일만을 제1논지로 상정해 대북문제라는 평범한 단어도 쓰기 힘들었고, 지금도 NLL이나 평화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무는 세력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런 상황에서 대북문제와 북남관계에 대해 어느정도 알수 있게 해주는게 이 책인 듯하다. 

 책의 저자인 정세현은 그야말로 남북관계로 평생을 보낸 사람이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줄곧 북한 관련 연구를 했고, 이를 토대로 박정희정권부터 통일관련 기관에서 근무했다. 김영삼정권때는 통일비서관이 되었고, 김대중대통령때 통일부 차관과, 장관을 그리고 노무현때에 다시금 장관을 역임했다. 그야말로 현대 남북사를 관통한 경력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그런 그가 자신의 의견과 경험을 수차례의 긴 인터뷰로 담아낸 것이다. 가독성이 높다. 들어가보자. 

 박정희 정권 초창기인 60년대만 해도 북한은 우리보다 국력이 높았다. 일본에 이은 제2의 아시아 공업국이라 불렸을 정도였으며 스포츠분야에서도 남한보다 월등해 남이 북을 대하기 무척 힘들었던 시기다. 때문에 남은 북에 대해 무척 수세적이었고, 오히려 지금과는 정반대로 북한쪽이 통일론을 먼저 들이댔던 시기다. 4.19로 남한이 어수선한 시기에 나온 것이 김일성의 남북연방제다. 이런 논리에 대응하고자 1969년에 통일원이 생겨난다.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평화통일에 대한 논리보다는 북한에 대한 남한 내부의 논리를 일관적으로 다듬는 곳이었다. 이시기 남북간의 교류는 생각보다 많았는데 남북간이 관계진전보다는 서로가 전쟁의지가 있는지 탐색하고 서로의 도시를 살피며 형편을 보는 형국이었다. 때문에 서로가 방문할 때면 서울이나 평양시내에 밤에 불을 못끄게 한다던지, 판자촌이나 낙후지역을 피해다니는 촌극을 벌이기도했다.

 남한에서 처음 통일론이 등장한 것은 북보다 한참 뒤진 1982년으로 민족화합민주통일방안이었다. 70년대 중반부터 남한이 북한의 경제력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80년대에 이르면 북한은 제로성장에 머무르고 남한은 고도성장에 이르며 체제간의 경쟁력이 확실히 뒤집힌 시기다. 83년은 북한의 아웅산테러사건이 있었다. 주요 고위인사들이 죽고, 대통령까지 노린 큰 사건으로 한국에서는 원산 폭격까지 의견이 나왔지만 당시 미소간의 갈등이 무척이나 첨예해 대결구도를 바라지 않던 미국의 의향이 크게 작용하여 유야무야되었다. 그리고 86아시안 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문제를 만들기 어려웠던 남한의 사정도 작용했다. 북한은 84년 남한에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자 어려운 국내사정에도 아웅산 사건의 면죄부에 대한 부담과 특유의 체면으로 지원을 제안한다. 남은 위장평화공세로 여겨 처음엔 이를 거절했지만 오히려 혼내주자는 입장으로 이걸 받는다. 실제 북은 어려운 사정에도 이를 보낼 물자를 마련하느라 중국에도 손을 빌린다. 하여튼 이 분위기로 이산가정 상봉과 예술단 교환방문도 이루어진다. 노태우정권에 들어서는 동구권의 붕괴로 적극적인 북방정책이 이루어진다. 때문에 북한과도 공존하자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가 나올수 있었고, 이는 북의 체제를 사실상 보장하고, 분야별 교류협력과, 불가침을 전제로 하는 1991기본합의서로 이어진다. 

 김영삼 정권에 들어서 북은 동구권의 붕괴로 고립된다. 지원이 끊어지고 오랜 제로성장과 수해, 가뭄으로 소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 거기에 비해 남한은 고도 경제성장이 계속되어 일인당 소득이 만달러에 이르렀으며 중국, 러시아와도 수교한 상태였다. 집권 초기 김영삼은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라는 말로 북을 기대에 차게 했다. 하지만 북한은 곧 NPT에서 탈퇴했고 김영삼은 바로 적대적 대북관계로 돌아선다. 사실 김영삼은 기본적으로 적대적 대북관을 가진 사람으로 그의 고향인 거제가 당시 반공포로들이 많았다는 것과 관련한다는 설이 있다. 이 시기부터 북한붕괴론이 시작되는데 당시 고난의 행군으로 탈북민이 많이 늘어나고, 황장엽의 망명이 있었으며 동구권의 여러나라가 무너진 것이 그 기반이 되었다. 북한의 NPT탈퇴는 제네바 합의로 봉합된다. 영변에 원자로를 지어주는 사업이었는데 미국과 북한이 협상했음에도 우습게도 한국이 비용의 무려 70%를 대는 구조였다. 나머지 10%는 유럽연합, 20%는 일본이었다. 당사자인 미국이 하나도 안내는 셈이었는데 반발하는 한국정부를 향해 어차피 북이 가까운 시일 내에 붕괴하면 그쪽 원자로 하나 더 늘어난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고 하니. 장사속이 대단하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며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북정책이란게 시작된다. 햇볕정책으로 불리는 게 그것이다. 김대중 정권 이전의 대북정책은 사실 대결과 견제, 체면싸움의 일환에 그치지 않았다. 강력한 국방력으로 군사부분의 견제는 기본적으로 해나가면서 기업이 북에 진출하고, 관광 등으로 교류를 활성화시켜 군사부분의 긴장을 점차 완화시켜나가고, 남북간의 교류로 오랜 차이를 조금씩 덜어내며 동질화를 장기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이 정책의 골자다. 현대의 정주영회장은 이 대북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스스로도 큰 이득이 될 사업으로 보았던 것 같다. 현대가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북에 돈을 쥐어주었는데 그러자니 이 금액이 외환반출 상한을 가볍게 넘었다. 당시 국정원이 이를 편의상 봐주었는데 이것이 노무현 정권때 문제가 되어 현대가의 관계자와 박지원의원을 비롯한 여러 실세가 옥살이를 하게 된 것이 대북송금사건이다. 저자는 남북간의 관계를 보고 이를에 대한 특검을 거부하지 않은 노무현 정권의 판단에 다소 아쉬움을 표한다. 

 햇볕정책의 주요성과는 6.15공동선언이다. 이 선언으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남북간의 도로와 철도연결사업이 가능했다. 특히 개성공단은 가장 큰 성과였다. 개성은 한국전쟁 이전 남한의 영토로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개성공단 이전 북한은 6사단, 64사던, 62포병여단 등 무려 2만5천의 병력을 개성에 주둔시켰다. 개성을 공단화하며 군을 뒤로 빼게되자 장성들이 입이 나왔는데 김정일은 너희가 개성사람들 먹여살릴거냐며 일축했다 한다. 개성공단이 생기고 군이 후방배치되며 평화는 진전되었다. 김대중 정권의 이런 정책 성공은 미국과의 협력으로 가능했는데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DJ에게 당신이 운전석에 앉으면 내가 돕겠다는 말로 협력했다 한다. 

 노무현 정권들어서도 햇볕정책은 계승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자체가 대북관이 김대중 대통령만큼 투철하지 못했고, 자신의 정책이 아니다보니 우선순위가 되지 못한다. 대북송금사건등 어려가지가 엇박자가 났고, 미국의 정권역시 북에 적대적인 부시 정권으로 교체된다. 그러면서 2006년 북의 첫 핵실험이 시작된다. 당황한 미국의 부시정부는 방향을 틀어 정권 말기엔 북과 정상적인 회담을 이루려는 노력을 시작하고 그 결실이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이다. 

 하지만 남한의 정권이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며 모처럼 전환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미국의 오바마 정권 역시 부시 말기처럼 북한의 핵위협으로 북한과 대화국면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런 시기에 맞추어 한국정부가 의지를 보였다면 북과 많은 대화 및 평화를 위한 교류를 이루는게 가능한 시기였는데 당시 이명박 정부가 그럴 의지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시 북한 붕괴론과 적대적 대북관을 가진 사람으로 지금의 트럼프처럼 비핵화를 우선으로 하는 비핵화-북한개방-일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론을 들고나왔다. 북한이 우선적으로 비핵화를 하면 개방을 해주고 소득을 올려 3000정도까지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효과가 없는 것이 당시라고 있었을리 만무했다. 남한 정부와 대담을 기대했던 북은 다시 돌아선다. 미국 역시 한국 정부가 반응이 없자 오바마 정권내내 전략적 인내라를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다. 박근혜정부 역시 북한이 붕괴하리란 생각이 있었고, 이명박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는 개성공단을 닫아버리는 큰 실책을 저질렀고, 양 대통령이 저지른 금강산 관광 중단과 개성공단의 중단을 지금도 큰 악영향으로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발목잡고 있다. 이 시기 북한과의 관계는 무척 악화되었다. 천안함사건이 있었고,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었으며 수차례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북의 김정은은 다시 평화의 대화를 시작했고, 북의 ICBM개발로 미국마저 북과의 대화를 거부하기 어려워졌다. 실제 평창올림픽과 두차례의 정상 간 만남으로 하노이 회담 이전까지는 무언가 이루어질거란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미국엔 아직 대북 강경론자들이 많고,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고압적 자세로 북한과의 회담이 결렬되었다. 북한정권은 문재인 정권이 김대중 정부때처럼 미국을 잘 달래고 협상에 임하게 해줄 중재능력이 있다고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한국의 중재를 미국이 전혀 듣질 않았으며 유엔제재가 아니어서 한국 스스로의 의지로도 할수 있는 금강산 관광재개나 개성공단재개또한 하지 않았다. 몇몇 인사들이 국내 정치임에도 미국의 의사를 물어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었고, 한미워킹그룹이란 법적인 근거도 없는게 생겨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발목만 잡고 있는 형국이다. 

 저자는 통일은 통일을 원하는 민족 내부의 구심력이 통일을 바라지 않는 주변 열강의 원심력을 이겨낼때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지금이 통일을 위한 또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적기라고 바라본다. 과거 남과 북의 냉전은 주변 열강에 이득이었다. 중국은 순망치한 관계로 미국과 바로 부딪히는 완충지대로 남과 적대적인 북을 원했고, 미국은 북한과 수교하여 평화지대를 만드느니 언제든 해결가능하지만 적당한 공포를 만들어 남과 일본을 무기시장으로 활용하는게 더 이득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강해지며 미국으로서도 북을 포용할 필요성이 생겨났다. 동북아시아를 자신들이 영향력안에 두고 서태평양의 패자로 남으려면 북한과 수교에서 그쪽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성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국제정세를 잘 이용한다면 통일과 대북관계 개선에 유리할 것이란게 저자의 판단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시작은 국민의 지지라고 말한다. 통일과 평화를 바라는 지지세력이 많아지면 국내의 구심력이 높아질 것이고 이를 통해 수많은 반대론자와 그들의 기득권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일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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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4-23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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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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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10년만에 나온 매리언 울프의 신작이지만 전작 '책읽는 뇌'와 겨우 몇 달간의 시간차로 읽어서인지 오랜만이란 느낌이 거의 없었다. 이 부분은 책의 내용도 그런데, 아마 10년전의 책이 시대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듯 하다. 이번 책은 '책 읽는 뇌'와 비교한다면 훨씬 더 읽기 쉬워졌으며 디지털 매체가 더욱 본격화한 지금의 세태에 더 어울린다. 전작 '책 읽는 뇌'는 책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밝히고자, 문자의 발명과 그 영향, 문자를 읽어내는 인간 뇌의 생물학적 과정, 그리고 문자가 변화시키는 인간의 뇌의 회로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뇌의 가소성, 난독증 등을 다루었다. 때문에 과학적 내용도 많고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책은 편지형식을 띄고 있고, 저자의 독서에 대한 감정과 옹호, 디지털 매체에 대한 걱정이 어우러져 보다 구어적 느낌이 든다.


1. 어릴적부터 깊이 읽기가 중요한 이유

 전작에서 강조한 것처럼 매리언 울프는 읽기란 인간의 생득적 능력이 아님을 다시금 강조한다. 말하기 능력에는 분명 해당하는 유전자가 있지만 읽기는 그렇지 않다. 때문에 읽기를 위해서 인간은 기존에 다른 용도를 위해 진화한 뇌의 회로와 조직들을 사용하게 된다. 인간의 뇌는 주변 환경을 빠르게 포착하기 위해 물체나 얼굴의 작은 특징을 잘 식별하기 위해 조직화한 부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작은 변화의 포착은 읽기를 시작하면서 단어의 작은 특징을 파악하는데 사용된다. 게다가 인간의 뇌는 한문장을 읽으면서 새로운 인지 영역에 들어서는데 이 때는 인간의 예측 능력이 사용된다. 인간은 어떤 문장을 읽을때 그 문장을 완전히 읽기도 전에 예측하여 미리 대비한다. 여기에는 기존에 습득한 사전지식이 사용되며 개별단어를 빠르게 식별하여 문장이 새로운 문맥에 사용되어도 그 의미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한다. 

 이런 전향적 예측으로 인간은 다음에 내가 무엇을 읽을지의 가능성을 좁힘으로써 지각의 속도를 빠르게 상승시킨다. 그래서 유능하고 숙련된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깊이 읽기를 위한 뇌 회로 형성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어릴적부터 할애했느냐가 중요해진다. 때문에 사회적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어릴때부터 깊이 읽기 과정의 발달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해진다.  


2. 깊이 읽기

깊이 읽기는 이 책 내내 강조하는데 보면서 저자는 사실 깊이 읽기를 명확히 정의해주진 않는다. 책의 파편들로 종합해보면 깊이읽기는 형식적으로는 느린 템포로 책 내용에 깊에 빠져드는 정독이라 할 수 있다. 깊이 읽기로 인간은 타인의 관점과 느낌으로 이동하는 옮겨가기나 공감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옮겨가기와 공감을 통해 세계에 대해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관점에서 타인의 관점으로 옮겨갔다고 돌아오게 되고 이땐 더욱 확장된 상태가 된다. 즉, 공감과 더불어 자신의 내면 지식이 더욱 넓어지게 되는것이다. 

 이런 깊이 읽기는 언제나 연결과 관련한다. 우리가 아는 것을 읽는 것에 연결하고, 읽는 것을 느끼는 것에 연결하고, 느끼는 것을 생각하는 것에 연결하고, 그리고 생각하는 것을 삶의 방식에 연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깊이 읽기의 연결과정을 통해 인간은 유추를 하게 되고, 그 유추를 통해 추론과 연역, 분석하고 이전의 가정들을 평가하는 능력을 습득하게 된다.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하게 되면서 배경지식과 공감이 통합되고 추론을 통해 비판적 분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가장 깊이 읽기는 통찰인데 읽기는 통해서 얻은 정보를 최선의 사고와 느낌으로 연결하고 비판적 결론을 도출하여 완전히 새로운 생각에 도달하는 것이다. 아마 책을 읽으며 '유레카'라는 느낌이 들거나 '영혼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게 이런 경지가 아닐까 싶다. 


3. 디지털 매체가 깊이 읽기를 방해한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디지털 매체가 인간의 삶에 깊숙히 자리한다. 인간에게는 생존을 위한 환경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으로 모든 새로운 자극에 즉각 반응하는 '새것 편향' 이 있다. 원시적 인간은 디지털 환경도 이런 자극으로 여기고 반응하는데 수백개의 TV 채널을 쉬지 않고 돌리거나 스마트폰의 SNS를 계속 관철하고 끊임없이 검색하고 반응하는게 디지털 버전의 '새것 편향'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20대들의 미디어 습관 조사결과 디지털 매체의 전환빈도는 무려 시간당 27회였으며 휴대전화 확인 횟수는 하루 평균 150-190회에 달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중독수준이다. 

 디지털 버전의 새것 편향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보 과잉도 문제다. 최근 한 사람이 매일 다양한 기기를 통해 소비하는 정보의 양은 데이터로 평균 34GB에 이른다. 영단어 10만개의 분량인데 물론 이것들이 다 텍스트나 글은 아니고 대부분 이미지나 동영상이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상당한 분량의 정보라 할 수 있다.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뇌는 배경지식을 이용해 새로 접한 정보에 대한 예측을 실행하는데 너무 많은 정보는 필연적으로 인지적 과부하를 불러온다. 인간은 이 과부하에 대해 모든걸 단순화하거나 최대한 대충 빨리 처리하고, 그것도 안되면 외부 프로그램이나 일부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선별하는걸 맡겨 버린다. 실제 우리는 포털이나 인공지능이 분류해준 정보에 빠져 그것만 보는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정보는 지식 내면화를 통한 배경지식의 구축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도덕적 공감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디지털 매체로 글을 보는 경우 인쇄매체를 본 경우보다 이야기의 시간적 재구성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글쓰기 능력 또한 감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깊이 읽기도 당연히 어려워지는데 이는 깊이 읽기가 인간에게 부여하는 주의 깊은 지식습득과 귀납적인 분석능력, 비판적 사고, 상상과 반추와 통찰의 고등사고능력의 습득도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이런 고등사고능력이 결여된 인간으로 가득찬 사회는 정보과잉과 더불어 정보편향으로 잘못된 정보와 의견으로 끌릴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그 사회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수도 있다는게 저자의 걱정이다. 실제 인쇄매체를 통한 학습이 가장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노년층과 20대가 극단주의적 주장에 다른 세대에 비해 유독 취약한 것은 이런 사실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4. 양손잡이 뇌를 만들자.

 그럼 해결책은 뭘까. 저자는 양손잡의 뇌를 주장한다. 이는 오른손 왼손의 자유자재 사용이 가능한 사람이 아닌 인쇄매체와 디지털 매체의 특성과 장점을 잘 파악하고 언제든 나의 뇌를 그 매체의 특성에 맞게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즉, 인쇄매체를 읽을땐 느린 템포로 깊게 읽어나갈 수 있으며 디지털 매체를 사용할 때는 빠르게 멀티태스킹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나가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선 당연히 교육이 중요하다. 매리언 울프는 적어도 읽기를 배우기전인 5세까지는 디지털 매체를 배제하는걸 요구한다. 그리구 입학 후 첫 몇년은 종이책과 인쇄물로 읽기를 주로 가르쳐야한다고 한다. 5세에서 10세에는 인쇄기반 매체와 디지털 기반 읽기를 함께 실행하는 것을 제안한다. 물론 이 경우 디지털 매체는 학습의 다양한 형식을 알려주는 비교적 단순한 형태여야 한다. 이와 같이 양자를 이용하는 방법을 같이 발달시키는 것을 동반발달이라 하는데 이는 매체에 상관없이 깊이 읽기 기술에 시간과 주의를 할당하는 능력을 갖춘 진정한 양손잡이 뇌를 발달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동반발달을 통해 깊이 읽기 기술이 습득되면 주의 분산이나 공감력 약화 같은 디지털 문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되고 디지털의 긍정적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아직 동반발달 교육과 양손잡이 뇌에 대한 연구는 크게 부족한 편인데 저자는 이를 위해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과학적 관점에서 인쇄물과 디지털 매체게 모든 아이들에 어떤 인지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다. 다음은 교육적 관점에서 학령기 인쇄매체를 통한 아이들의 읽기 양태가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이에 대처할 교사에 대한 훈련과 투자의 필요성이다. 마지막은 시민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세계에 존재하는 디지털 격차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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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9-18 1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아이들이 휴대폰을 읽을 때 읽는 방식을 듣고 놀란적 있어요. 한줄 한줄씩 차례대로 안 읽는대요. 굳이 말하면 지그재그? 대충 건너뛰어보면서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는거죠. 요즘 아이들의 독해력이 정말 형편없는데 아마 이런 읽기습관이 영향을 많이 끼치지싶어요

닷슈 2020-09-18 20:27   좋아요 0 | URL
그런지적이 책에도 나오더군요. 맞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예술의 쓸모 -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
강은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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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이 예술의 쓸모다. 예술은 일상생활엔 그다지 쓸모가 없는 것 같지만 인간은 분명 예술적 존재로 진화했다. 뭔가를 기원하며 시작했을 수 도 있고, 정말 실용적으로 사냥 기술을 익히거나 수를 세기 위해 그리다 보니 시작했을 수도 있고, 성적활동을 위해 시작했을 수 있고, 다른 무언가의 상징이거나 종교적 상징으로 시작했을 수도 있다. 하여튼 이 예술은 언어보다도 훨씬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분명 인간의 일부분이다. 그러니 예술은 당연히 쓸모가 있다.

 이 책엔 32가지 키워드로 그에 해당하는 예술가와 작품 그 설명을 실었다. 32가지 키워드가 체계적으로 느껴지거나 크게 와닿진 않았지만 그래도 예술 및 예술가의 생각지 못한 면도 있어서 재밌었다.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해주는 책은 많지 않다. 인상적인 부분을 살펴본다.

 영국은 유럽의 섬나라로 과거 동아시아의 일본처럼 중세나 근세까지도 시대의 흐름에 사상적이나 예술적으로 뒤쳐졌다. 실제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유럽 화가중 영국인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드문 영국 화가중 윌리엄 호가스란 사람이 있다. 역시 들어본 적이 없다. 호가스는 뭔가 대단한 것을 그리려던 당대의 화가와는 다르게 철저히 대중영합적이었다. 권선정악이나 바람, 사랑등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주제로 삼았다. 그의 유행에 따른 결혼6주작은 아주 재밌다. 1부에선 부유한 상인집안이 돈을 원하는 대귀족집안과 결혼협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작 신랑신부 본인은 서로에게 1도 관심이 없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결혼은 파국에 이르고 결국 신부의 내연남과 신랑이 결투하다 신랑이 죽고, 내연남은 사형당하며 신부는 자살한다. 이 일련과 과정이 6부작이다. 

 네덜란드는 정물화의 유행을 선도했다. 사실 다른 나라에선 종교화나 초상화, 풍경화가 인기였다. 정물화의 인기는 네덜란드의 당대 상황과 관련하는데 당시 네덜란드는 스페인에게 독립해 상업국가로 발돋움하며 종교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때문에 종교화나 거대한 서사적 그림엔 관심이 없었다. 그들에겐 매일 당면하는 현실적 그림이 어울렸는데 그래서 탄생한게 정물화다. 이 정물화는 당대 무역을 반영하는 사치품이나 물건이 많아쏙 여러 인생에 대한 상징적 표현도 있었다.

 프랑스의 자크루이다비드는 만주국 군관에서 남로당, 국군장교,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삶은 산 박정희와 비슷하다. 그는 처음엔 왕실의 궁정화가였고, 이후 혁명에서는 혁명파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혁명파가 무너지자 위기에 처한 그는 나폴레옹에 의히재 그의 화가가 되었고 나폴레옹의 몰락후엔 정말 죽는듯 했지만 워낙 이분야의 거물이라 다시 왕실의 부름을 받기도 했다. 물론 마지막엔 그가 거부했다. 하여튼 그래서 그의 그림엔 혁명가 마라의 죽음과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는 모습과 대관식이 있다. 정말 파란만장한 삶이다. 

 알마다테마란 화가는 역시 호가스처럼 유명하지 않다. 책을 통해서 그의 그림을 처음 보았는데 보면 정말 화사하고 아름다운 휴양지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그가 활동한 시기는 산업혁명기로 예술은 인상주의와 모더니즘으로 넘어간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이런 그림은 당시 사조와 반하는 것이었지만 산업혁명의 피로감과 당대 예술계가 주는 혼란에서 알마다테마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힐링을 제공한듯하다. 평화로운 로마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그의 그림엔 항상 대리석이 있고, 바다와 화사한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로마식 의상을 입고 경관을 즐긴다. 한점 같고 싶은 그림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화가는 단연 고흐다.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고 색감도 기이한 그의 그림은 그렇다고 그 예술적 의미를 한국인이 잘 알고 있지도 않은듯한데 이상스레 한국에서 인기가 좋다. 고흐 역시 다른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런 것처럼 철저히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 인정받지 못해고 가난했으며 동료인 고갱과도 사이가 좋지 못했다. 예수를 전세계적으로 스타로 만든 것이 바오로인 것처럼 고흐를 전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사람은 동생 테오의 아내 요한나였다. 요한나는 테오와 결혼하지 2년만에 테오가 죽자 고흐의 그림과 고흐와 동생 테오의 서신을 처분하기는 커녕 잘 보관한다. 요한나는 확신을 갖고 고흐의 그림을 세상에 알리려고 했는데 형제가 나눈 서신을 영어로 번역해 책으로 낸다. 때문에 고흐의 인간적인 면과 고뇌, 형제애가 많이 부각되었고, 그만의 스토리가 생겨난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고흐의 작품을 찾기 시작했고, 사후 성공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고 고흐의 작품 하나하나에 대해서 작가의 의도를 잘 알게 된건 요한나가 바로 서신들을 책으로 잘 엮어 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재밌던 부분은 알폰스 무하다. 무하의 그림은 지금 보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매우 현대적이다. 마치 현대의 예쁜 일러스트를 보는 느낌이다. 무하는 파리에서 포스터를 그리며 성공했는데 온갖 브랜드의 상표나 광고, 가구, 스테인글라스에도 그의 작품이 사용되었다. 매우 상업적으로 성공한 셈이다. 무하는 체코인으로 일러스트같은 아름다운 그림외에도 슬라브민족을 위한 대서사적 그림도 남겼는데 이게 문제가 되어 노년의 나이에 나치에 의해 고문당하고 죽게된다. 

 책에 나온 32가지 키워드에 공감하든 안하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당연히 예술책이니 삽화도 많고, 보는 재미도 있으며 이야기도 재밌다. 요즘 같은 가을날에 가볍게 보기에 적당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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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 - 공교육에서 실천한 미래교육 이야기
창덕여중 공동체 지음 / 푸른칠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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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파급력있는 미래 기술과, 높아지는 불확실성, 미래 사회의 특징이다. 이런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교육부는 미래학교 기반 마련, 학교 공간 혁신 등 미래교육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각 시도교육청은 미래학교를 지정 운영 계획중에 있다. 이중 가장 앞서나가는 지역은 단연 서울 같다. 서울은 이미 2015년부터 서울형 미래학교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혁신미래학교로 이를 확대하고 있는데(아무래도 서울형 혁신학교와 미래학교의 콜라보같다.) 이 학교는 테크놀로지 통합교육환경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민주시민을 양성하는게 목표다. 즉, 미래 기술에 적응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력도 발휘할 수 있는 민주시민을 양성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서울형 미래학교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공립학교 창덕여중의 지난 5년을 담은 책이다. 창덕여중은 ICT기반 교육활동, 교수평 일체화, 미래학습체제 부합 환경구축을 목표로 삼아 미래학교를 운영했다. 지난 5년간의 창덕여중의 길을 살펴보자. 

 책을 읽으며 인상적인 부분중 우선 눈에 들어온 것은 창덕여중의 회의 방식이다. 회의는 사실 구성원이 모여 수평적인 입장에서 주요안건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회의는 주로 상급자의 전달이나 질책, 혹은 지시로 거의 구성된다. 창덕여중의 회의 문화는 한마리도 소통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모두가 의견을 말할 수있는 통로를 마련했고, 안건을 공유하는 시스템과 결과를 명확히 확인하는 절차를 만들었다. 회의에서는 일부로 종이회의자료를 만들지 않고 화면에 띄워 준비시간을 줄였다. 모두가 모니터를 보아 집중도도 의외로 높아진다고 한다. 특별한 회의실도 없어, 필요하면 어디서든 회의가 이루어지며, 심지어 관리자 회의나 부장회의더라도 관련이 있거나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 

 다음 인상적인 부분은 교사연구였다. 교사는 현장 연구자이자 실천가인데, 대부분의 경우 두개가 다 잘되지 않는다. 창덕여중은 ART프로젝트를 가동했는데 프로젝트 참여교사에게 학교업무추진비를 이용하여 연구를 위한 교수자료를 구입하거나 연구과정에 필요한 전문가 협의나 동료협의에 예산을 지원했다. 교사1인당 40만원 정도를 지원했는데 대부분 학교에서 교장이 마음대로 알음알음 써버리는 업무추진비를 제도로 사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연구방법과 내용은 교사 개개인에게 자유를 부여하되 기본적인 지침은 공유하는 형태로 실효성과 자유도를 높였다. 

 창덕의 토크콘서트도 주목할 부분이었다. 토크콘서트는 퇴근 이후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교육과정, 학교문화, 학습환경 등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 경험을 이미 시도했거나 고민중인 교사가 먼저 사례를 공유한 뒤 참가한 청중과 토론진행하는 방식이다. 창덕에서 실행한 여려 미래교육적 시도의 의미와 성과 한계를 모두 공유한다. 주제나 안건은 자유롭게 하고 싶은 사람이 준비하며 심지어 자신이 필요한 안건에 대해 경험이나 실력이 있는 다른 교사에게 안건을 부탁하여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경우라도 부탁을 받은 교사는 매우 열심히 콘서트에 임한다고 하니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느 학교든 미래이든 혁신이든 개혁은 매우 힘든 과제인데 시스템과 역량 양쪽에서 적잖은 저항과 부족함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덕의 토크콘서트나 교사연수프로젝트, 열린 회의 문화는 시스템과 역량 강화 두가지를 자율적인 동의하에 잡아내는 매우 좋은 방식으로 여겨진다. 어디서나 시스템과 사람 두 개가 같이 이루어져야 발전한다.

 창덕의 미래학교로서의 또 다른 우수점은 바로 학생중심의 수업구축이다. 수업이 학생의 배움중심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듣고 질문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암기위주의 결과중심교육에서 탈피하고 경청과 존중의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창덕여중이 시도한 것은 개별화 교육과 짝토론이다. 

 개별화교육은 오랜 교육계의 이상적 숙제지만 학생하나하나에 물리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한 교사의 여건으로 인해 실행이 어려웠다. 해결방법으로 창덕여중은 학습플랫폼을 선택했다. 학습플랫폼은 학습경로를 안내하고 학습과제를 제시하고 학습결과가 축적되는 온라인 공간이다. 학교차원에서 MS개정을 일괄 생성하고 MS팀즈를 사용했다. 개별화교육에서 학생은 먼저 팀즈에 올려놓은 교사의 강의를 시청하고 교과서읽기, 학습활동등을 통해 스스로 기본지식을 습득한다. 이후 개별적으로 교사와 함께 학습한 기본지식에 대한 질문인 학습대화를 한다. 여기서 불통이되면 피드백을 받고 기본지식습득으로 돌아가 다사 학습하고 통인 학생은 관련 과제를 스스로 선택해 역량과제를 수행한다. 역량과제를 수행하면 기본지식에 대한 테스트에 도전하게 되며 만족스럽지 않거나 기준점수에 미달하면 재도전도 가능하며 재도전으로 인한 감점도 없다. 이처럼 학생이 강의로부터 해방되자 자연히 집단화된 반응으로부터도 해방되었다. 교사 역시 덩어리로서의 학생이 아니라 개별학생과 대면하여 학생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피드백과 정서적 구축이 가능해졌다. 다만 단점으로는 열정적 강의에 대한 교사의 열망이 사라지는 것과 개별 학생들이 각자 다른 역량과제를 수행하다보니 경쟁 및 비교를 통한 성장과 열기가 부재해졌다는 점이다. 성장과제는 어느정도 패턴화해 교사가 제시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창덕여중은 짝토론을 수업방법이 아닌 교과목으로 만들었다. 짝토론이라는 교과가 있으며 모든 학생은 이 수업을 듣는다. 여러 교과의 교사가 같이 참여해 교과융합적 진행이 가능하며 이로 인해 학생들은 특정사안에 대해 과학적, 국어적, 사회적, 수학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짝토론 프로그램의 바탕에는 좋은 질문 만들기, 내 생각 나누기, 타인의 생각 경청하기가 자리한다. 짝토론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어 영어로 하는 짝토론도 이루어졌으며 교과와 연계한 융합수업 짝토론, 학생의 삶에서 소재를 가져오는 짝토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래학교로서 창덕이 마지막으로 집중한 것은 미래학교의 공간이다. 우리나라의 학교 공간은 천편일률적으로 모듈화되어 그토록 다른 지역적 특성과 학생의 특성, 학교의 비전이나 목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창덕여중은 미래학교의 공간으로 4가지를 마련했다. 우선 배우는 공간으로 교실과 특별실을 마련했다. 다음은 표현하는 공간으로 소극장과 스튜디오, 명상회의방이다. 학생은 이런 공간을 수업에도 활용하고 자신들의 동아리나 다른 자율적 활동에 사용한다. 세번째는 나누는 공간으로 홈베이스, 미디어 스페이스, 도서관이다. 마지막은 즐기는 공간으로 미디어월과 레고월이다. 창덕여중의 중앙현관에 있는 곳으로 아날로그 공간인 레고월은 학생들이 레고는 만들어 붙여 만드는 공간이다. 미디어월은 다양한 동영상등이 보여지는 곳이다. 

 이처럼 미래학교로서 창덕여중은 교사문화의 개선, 학생수업의 개선, 학습공간의 개선 세 가지를 이루어냈다. 미래학교라고 테크놀로지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미래사회에 테크놀로지의 사용과 적응, 비판적 활용과 창의적 생산은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역량이 결국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창덕여중 같은 미래학교가 빠르게 보편화되어야 할듯하다. 아이들은 어느새 빨리 커버리고 미래사회도 어느덧 빨리 다가와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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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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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수는 5100만 수준이다. 그런데 좀 오래전인 2013년 한국에서 키우는 닭의 숫자는 무려 8억마리에 달했다. 그것도 산란닭은 뺀 육계만 그렇다. 그러면 일인당 연간 16마리 정도의 육계를 먹은 격이니 1인1닭이라는 표현도 그리 과하지 않은 셈이 된다. 물론 이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고기가 없던 한국인에게 알을 낳는 닭은 그리 함부로 먹을 수 없는 존재였고, 중장년층의 한국인의 기억속에도 통닭은 아버지가 월급+보너스가 두둑하거나 승진이라도 하셔야 노란 크래프트지에 담아 오시던  특별한 음식으로 뇌리에 잡혀있다. 

 닭을 조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물에 끓이는 백숙이나 삼계탕이 있고, 구운 로스트치킨, 그리고 기름에 푹 담가 튀긴 치킨이 있다. 이중 한국인에게 닭은 단연 치킨이다. 한국만큼 인구대비 치킨집이 많고 일인 일닭 하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하여튼 이런 조리방식 때문에 치킨은 사실 귀한 음식이다. 기름에 폭담가 튀기니 기름이 많아야하고, 당연히 본재료인 닭도 많아야하고, 튀김옷인 밀가루도 풍부해야한다. 이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진게 1970-80년대다. 양계산업이 본격화 및 기업화했고, 밀가루도 많아지고 미국산 대두를 활용한 기업의 콩기름 생산도 가능해졌다. 


1. 치킨의 역사

 사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치킨이라 할 만한 것은 1960-1970년대 인기 있던 전기통닭구이였다. 한국인에게 최초로 기름진 닭맛을 느끼게 해준 것인데 당시 인기를 잠시 누리다가 본격 기름맛을 앞세운 후라이드 치킨에 곧 자리를 내준다. 전기통닭구이는 굽는데도 2-3시간이 걸리고 살이 퍽퍽해 여러모로 후라이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최초의 후라이드 1세대는 엠보치킨이다. 닭이 아주 작고, 한방 염지나 야채염재를 한 후 물반죽이 아닌 건조한 파우더를 표면에 묻혀 튀긴다. 튀김기는 압력튀김기를 썼으며 조리시간이 짧고 수분이 보존되어 겉바 속촉이 가능했다. 보드람치킨, 치킨뱅이, 둘둘치킨, 그리고 한국 최초의 치킨 프랜차이즈인 엠보치킨이 바로 엠보치킨집들이다. 보통 치킨은 브로일러 종을 쓰지만 엠보치킨은 주로 다리가 긴 백세미를 쓴다. 잘기지 않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며 비린내 제거 이상의 풍미로 초기 인기를 끌었다.

 2세대 치킨은 민무늬 치킨이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치킨이라 할 수 있는데 시장통닭을 생각하면 된다. 물반죽한 반죽을 치킨에 묻힌 후 바로 튀겨내며 조각을 많이 내고 물반죽을 많이 하여 먹는 양자체를 늘린게 특징이다. 민무늬 치킨이 대중화했을때 양념치킨도 등장했는데 둘은 죽이 잘 맞았다. 지금의 대세인 크리스피 치킨은 컬 사이사이 양념을 바르는게 힘들어 양념이 많이 드는데 비해 민무늬 치킨은 표면이 매끄러워 양념을 묻히기에 가장 좋다. 그리고 엠보치킨은 특유의 염지향이 양념과 충돌했다. 

 3세대 치킨은 크리스피 치킨이다. KFC의 크리스피가 우리나라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퍼지며 대중화했다. 튀김옷의 컬이 중요하고, 큰 튀김옷은 만족스러운 식감에 닭을 커보이게 까지해서 인기가 좋다. 크리스피는 염지닭에 튀김가루를 묻히고 거기에 코팅 효과를 주기 위해 물반죽 코팅에 담갔다가 다시 튀김가루에 묻혀 튀기는 방식으로 만든다. 복잡한 공정때문에 1,2세대 치킨에 비해 큰 주방시설이 필요하다. 작은 통에서 튀김옷을 묻히면 서로 눌려서 컬이 사라지기에 큰 반죽 통이 필요하고, 튀길때도 컬이 잘 떨어져 기름이 잘 타기에 튀김기도 커야했다. 크리시피는 큰 튀김옷으로 치킨을 크게 하기에 닭 자체를 작게했다. 이는 윈윈이었는데 사육업계에선 사육시간과 회전수가 늘어 자본회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고 기름도 많이 필요해 기름업계도 좋기 때문이다. 


2. 치킨을 만드는 방법과 그 가격

 우리가 먹는 치킨은 모두 염지를 한다. 염지는 소금과 후추를 넘어선 향이 증진된 가루를 묻히는 가정으로 닭의 근육 조직을 끊어내 닭살을 촉촉하게 하는 과정도 포함한다. 치킨대학이나 치킨 학원등에서 사람들은 치킨을 튀기고, 소스에 버무리고 ,담는 일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지만 치킨 맛을 좌우하는 이 염지와 양념소스를 만드는 비법은 절대 배울 수없다. 이를 얻는 방법은 가맹점이 되어 프랜차이즈 본사의 노예가되어 염지가 된 닭과 소스를 받거나 성공적인 개인 창업점으로부터 수백에서 수천의 로열티를 내고 받는방법 뿐이다. 치킨에서 염지와 튀김 옷의 재료인 파우더, 소스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치킨이 닭맛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실제 치킨을 먹으면서 튀김옷의 바삭함과 소스맛을 평가하지 닭고기 자체의 맛엔 신경쓰지 않는다. 냉동닭이거나 브라질, 미국산인지 정도를 확인하는 수준이다. 

 흔한 마트에서 우리는 생닭을 3-4천원에 구매한다. 그래서 우린 치킨 값이 무척 비싸다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장사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저 재료의 원가만 생각한다. 하지만 치킨집에서 자신의 염지를 하는 기술이 없는 한 염지된 닭을 받게 되는데 염지닭은 2014년 기준으로 4-5천원이다. 천원이상 더 붙는 것이다. 거기에 닭을 튀기는데 필요한 식용유가 한마리당 천원정도이고 튀김옷인 파우더 비용인 마리당 오백에서 팔백원, 그리고 배달용 박스가 4백원, 치킨무도 4백원, 소스가 100원, 박스 바닥에 까는 유산지가 10원이 든다. 그리고 서비스 음료수와 매장월세와 운영비, 인건비등은 별도다. 이 모든걸 감안한담녀 치킨 가격은 당연이 만오천이상에서 이만냥에 육박하게 된다. 

 또한 매장영업만 하는 치킨집은 업식에 여기에 배달비가 추가된다. 과거 배달서비스가 발달하기전엔 매장마다 배달알바를 사용했고, 이들의 성실함과 성향여부가 치킨집의 경영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당시 흔히 비눈이 오면 치킨 주문이 늘어 사장들은 좋아했을 것 같지만 한편으론 배달알바가 사고라도 날까 노심초사했다한다. 최근엔 배달대행서비스가 많아졌다. 그래서 매장마다 위험부담을 않고 거액을 내며 전용알바를 쓰기보다는 일정 가입비를 내고 건당 배달수수료를 내는 형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도 문제가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배달알바가 가게에 직접 고용되는 형태가 아니다보니 가게에 충성심이 없으며 장사를 하는 가게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게 된것이다. 때문에 배달알바가 배달과정에서 불친절한 경우가 많고, 라이더들 역시 여러건을 뭉쳐서 한방에 배달하는게 편하기에 치킨이 눅눅해지거나 식어 배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지도 저러리조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달업에는 13-16%수수료를 받는다. 2014기준이니 독과점이 더욱 심해진 지금은 더할 것이다. 


3.치킨 영업과 광고

 양념치킨이 처음 등장하고 치킨 프랜차이즈가 대중화한 90년대에는 개그맨을 동원한 치킨 광고가 인기가 많았다. 중년층은 아직도 최양락이 부른 페리카나 로고송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광고 모델이 개그맨에서 유명스타로 전환되었다. 굽네치킨은 기름기 많은 후라이드와 대비해 건강하고 기름기 적은 로스트치킨의 이미지를 소녀시대를 이용하여 구축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근엔 모든 방송매체에 PPL이 많다. 2010년 5월부터 허용된 PPL은 규정상 방송시간의 5%이내, 브랜드는 30초이내, 한번에 화면 크기의 1/4를 넘을 수 없다. 처음엔 제품자체를 등장시키는 방향이었지만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를 후원해 주인공이 그 기업의 알바나 경영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치킨 업계는 맛보다는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하기에 드라마에 대한 치킨 업체의 후원은 뜨겁다. 

 치킨은 맥주와 함께하는 술안주이지 가족끼리 함께 먹는 행사음식 성격이 많다. 때문에 스포츠와 연관이 깊다. 2002월드컵의 대성공은 치킨 업계의 호황을 불러왔다. 하지만 가끔 있는 국제행사에 의존하는 축구보다는 항시 국내리그가 인기 좋은 야구가 치킨 업계와 관련이 깊다. 야구는 사실 치맥에 매우 적합한 스포츠다. 국내리그의 운영시간이 퇴근한 직장인은 야구장에 직관해서 경기를 관람하며 끼니와 음주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으로 치맥을 택하기 딱 좋다. 거기에 치킨은 혼자 먹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야구의 경기시간은 3-4시간에 달해 딱 좋다. 그래서 치킨 업계는 다른 스포츠보다 국내프로야구에 공을 들인다. 많은 간판 광고는 물론 스폰서도 한다. 3월은 설 이후이고 신학기의 시작이라 가계소비가 많아 외식이 줄어드는데 3월말 개막하는 프로야구가 치킨 업계를 되살려준다. 이러니 좋아할 수 밖에. 


4. 양념통닭과 치맥

 사실 치킨의 본고장은 당연히 미국이다. 다른 나라는 당연히 KFC나 파파이스등이 치킨 시장을 주름잡는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KFC나 파파이스는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인데 이는 양념통닭의 등장과도 관련한다. 한국인은 유독 느끼함을 잘 못참는다. 조금만 느끼하면 김치를 찾곤하는데 그래서 라면엔 김치가, 치킨엔 치킨무가, 파스타와 피자엔 피클이, 고기엔 쌈장과 파채가 빠지지 않는다. 양념통닭은 바로 이 느끼함을 잡은 치킨이다. 원조는 찾기가 어려운데 일단 공통적으로 고추장과 물엿이 기본이다. 고추장이 양념통닭 소스의 주성분란 생각이 들지만 사실 소스의 40%이상이 물엿이다. 물엿은 전분으로 만드는 것으로 음식에 점성과, 촉측함, 단맛을 제공하는 마법의 성분이다. 

 KFC나 파파이스는 제법 잘나가다 IMF를 기점으로 밀리기 시작했는데 당시 대량실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개인 치킨집을 차려 시장을 빼앗겼고, 양념통닭에서 시작한 다양한 소스이 한국 치킨메뉴를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치킨과 이미 일심동체인 맥주를 매장내에서 팔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맥주와 치킨은 이미 치맥이란 합성어로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치킨과 맥주는 원래 궁합이 안맞는 음식이다. 기름지고 뜨거운 치킨과 차가운 맥주는 소화불량이나 설사의 원인, 심지어 통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맥주의 차가움과 탄산은 치킨의 기름맛을 해소하고 갈증을 해결해준다. 둘이 하나가 되는 이유다. 


5. 육계의 기업화와 문제점들

 미국의 원조로 주한미군의 국내달걀 구입 결정으로 자본과 구입처가 결정되자 국내 육계업계가 본격 기업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60년 사육 닭의 수는 1200만 마리에 달했고, 70년엔 2400만 마리 98년엔 4억마리 2013년엔 8억마리에 달했다. 닭은 외식업에 매우 적합했는데 닭의 사육주기가 매우 짧아 회전율이 좋기 때문이다. 

 미국산 콩과 옥수수, 그리고 밀가루는 국내 치킨 업계와 육계업계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언급한 것처럼 치킨엔 값싸고 풍부한 기름과 싼 가격의 닭이 필요한데 콩과 옥수수가 그걸 해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는 콩기름은 대개 미국산 대두를 사용한다. 콩은 우리가 두부를 만들어먹는 것처럼 사실 단백질이 많다. 기름은 고작 20%에 불과해 기름용으론 여의치 않은데도 그럼에도 콩기름은 넘쳐난다. 이는 기름을 짜낸 콩이 사료로 매우 적합하기 때문인데 기름기가 없는 단백질 위주의 콩은 소화효율이 높아져 동물사료로 훌륭하다. 이렇기에 적은 기름에도 콩기름을 짜내는 것이다. 최근엔 이 역할을 옥수수가 대신한다. 사료도 옥수수로 만들어지고 기름도 옥수수다. 콩으로 만든 치킨에서 옥수수로 만든 치킨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육계시장은 1등기업인 하림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되어 있다. 수직계열화는 본수가 종계장을 통해 농가에 병아리를 공급하고 사료 공장은 운영해 사료도 판매하며 약품, 기자재, 사육지도의 모든 것을 맡는 것이다. 그렇기에 튀기는 기술 이외엔 광고, 소스, 염지닭은 모두 의존하기에 본사의 노예가 된는 가맹점 사장처럼 양계장 사장도 육계기업의 노예가 된다. 이 기업은 위의 요소말고도 가공공장과 대규모 도계장이 있고 심지어 프랜차이즈도 소유한다. 특히 하림은 병아리당 고작 400원의 사육수당을 주는데 이는 닭을 키우는 기간이 35일에 불과함에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하지만 하림은 자본을 집중하여 출하사이클을 조절해 다른 기업에 비해 병아리의 사육과 출하를 1번 더 할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를 통해 양계장을 유혹하고 자신들의 이윤을 더욱 창출한다. 거기에 항상 자금에 쪼달리는 양계장에 15일마다 결제를 통해 현금유혹을 한다. 이렇기에 다수의 양계장은 하림과 거래하게 된다. 더욱 노예의 길로 빠져듬에도 말이다. 


 이 책은 보며 그동안 수백마리는 먹었을 치킨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얇고 가벼워보이는데도 알찬 지식으로 가득찼다. 좀 알고 먹어야 할 것이 아닌가. 책은 2014년 책으로 시류에 떨어진 부분도 있지만 아직도 유효하다. 그래서 10쇄를 찍거 계속 나오는거 아니겠는가? 저자가 책을 지금 다시쓴다면 아마 수직계열화와 프랜차이즈의 횡포로 인한 을들의 수난, 그리고 배달대행업체와 배달앱 운영업체의 갑질에 대해서 더 쓰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튼 재미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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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0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20-09-1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년책이 아직도 있어 찾아보니 10쇄더군요 대단합니다

2020-09-10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막시무스 2020-09-10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녁에 치맥하면서 치킨의 역사를 되새겨봐야 할것 같아요!
즐건 저녁되십시요!ㅎ

닷슈 2020-09-10 19:30   좋아요 0 | URL
네 즐거운 치맥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