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의 전쟁 이스케이프 Escape 3
존 카첸바크 지음, 권도희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은 길을 가다가, 또는 어떤 행동을 하다가 머뭇거릴 때가 있다.
걸음을 늦춰 이것저것 쳐다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예 멈추고 뒤돌아 내가 지나온 길을 쳐다보기도 한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을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난 과연 내 길을 잘 가고 있을까?
내가 가는 길을 바꾸면 안 될까?
어릴 때는 그저 길 위에 있는 것으로 안도했었다.
온통 뒤얽힌 미로에서 길을 잃었어도 그저 길 위에 있는 것으로 안도했었다. 

이제는 한걸음 떨어져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내 길이지만,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니 실타래처럼 엉킨 부분도,막힌 부분도 감지된다. 
엉킨 실타래를 풀고, 막힌 곳을 뚫을 방법을 궁리한다.

전시에는 거의 다 전쟁터에서 죽을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
전쟁터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가? 
엉킨 실타래를 만났을때 포기하고 주저 앉지 않은 사람들, 막힌 부분을 뚫은 사람들, 또는 다른 길을 모색한 사람들이 아닐까?
운명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해준 사람이 있는데,
그의 조언을 빌리자면 '적선, 기도와 명상, 좋은 스승, 독서, 자기 사주를 아는 것, 명당'등이 그것이다.

누군가가 내게 제일 좋아하는 작가를 묻는다면, '존 카첸바크'를 얘기한다. 
'하트의 전쟁'이 번역되기 전이라,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이나 '애널리스트'등을 얘기하곤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가 떠오른다.
떠듬떠듬 원서로 읽던 그 시절, 이 책의 주인공 하트가 엄청 부러웠다. 
('하트의 전쟁'은 우리나라에 영화로 먼저 소개되었었다.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영화와 책은 좀 다르므로 책을 권한다.)

그런 멋진 기수를 상관으로 둔  그가 부러웠고, 전쟁 포로로 끌려가서도 스승이 있어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그가 부러웠다. 

세월이 좀 흐르고, 요번에 번역본을 읽으면서,
그런 사수와 스승을 둔 하트를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이젠 나도 누군가의 사수와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어깨가 무겁다.  

이 책은 다방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전쟁의 상흔이 무섭고 인종차별이 잔혹하다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꽃 피우는 인간애가 있고...그것이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이책에는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용기를 주고,북돋워 줄 수 있는지, 어떻게 힘이 될 수 있는지 그게 거짓일지라도 사실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되어지고 있다.

물론 시대 상으로 미루었을 때,
운명을 안 좋은 쪽으로 바꾸는 악연도 등장하지만...
내가 읽은 건 '사람의 운명을 나은 쪽으로 바꾸는 법'에 대해서이다.

“대위님,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을 해봤는데,
처음엔 희망과 믿음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다시말해, 운명이 곧이 곧대로만 흘러간다면, 
그래서 희망이나 절망 따윈 생각지도 못하고 살아간다면, '사람답게'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굴곡이 있어야,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갈 수 있다.
때로는 그 희망이 거짓되고 무모해도 말이다. 

그런데,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건 저런 질문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저런 질문을 생각해 내고, 누군가를 향하여 저런 걸 물어볼 수 있고 대답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그런 행위를 통해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엉킨 실타래를 풀고, 막힌 부분을 뚫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건...
자기가 읽은 책들을 통해서 일수도 있지만, 대부분 사수나 스승을 통해서이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내편과 네편의 경계가 있는게 아니라... 
자기 마음 속에 만들어낸 허상의 적,다시말해 자기연민 따위가 가장 큰 적이 아닐까? 
편이나 경계 따위에 대해서는 항상 생각이 복잡하다.
나로부터냐, 나로 말미암음이냐, 기준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서 마냥 틀려질 수 있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하트, 젠장, 굶어 죽는 줄 알았어.”
“모두들 항상 배가 고프죠. 그건 중위님도 알 거예요. 질문이 있는데, 얼마나 배고픈가를 물었을 때, 집에서 지내는 중위님이 ‘굶어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건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은 지 여섯 시간 정도 지났고, 이제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 거예요. 아마 포트 로스트가 나오겠죠. 익힌 야채와 감자에 그레이비를 듬뿍 끼얹어서 말이에요. 물론 여기서 ‘굶어 죽을 것 같다’는 건 실감 나라고 한 말일 거예요, 안 그래요? 만일 중위님이 요 전날 이곳을 지나간 불쌍한 러시아인들 중 한 사람이었다면, ‘굶어 죽을 것 같다’는 말은 그보다 훨씬 사실적인 의미였겠죠. 안 그런가요? 단순한 말 몇마디가 아니었을 거예요. 그저 해보는 말이 아니란 말이죠.”
토미는 친구의 장점 중 하나를 깨닫고 내심 미소 지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상태에서, 그 즉시 입을 다물고 세부적인 사항들을 살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과묵함은 배려심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토미는 휴가 폭격기 조종석에서도 특유의 관찰력과 정서에 따라 말이 없고 유능했을지 새삼 궁금했다. 분명히 그랬으리라.(167쪽)

“하트 소위, 자네는 뭘 보려고 왔지?”
........
“특별히 보고 싶은 건 없습니다. 어딘가에 기대를 품고 가면 보통 기대한 만큼만 보게 되니까요. 그래서 그냥 지켜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뭐든 필요한 것을 보게 되겠죠.”(186쪽)

토미는 빠르게 걸으며 주변의 공기를 흩뜨리는 이른 아침의 습기를 느꼈다. 비행하기에 좋은 말씨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이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날씨가 안개와 진눈깨비, 폭풍에 시달리는 편이 나았다. 날씨가 청명하게 맑고 따뜻하다면, 그건 사람이 죽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죽는 것보다는 잿빛 하늘의 추운 날씨, 영혼까지 스며들 것 같은 쌀쌀한 날씨가 나았다.(210쪽) 

"내가 알기로 믿음이란 신뢰를 얻은 사람에게 남아 있는 최고의 선물이지 요구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믿음이란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생겨나는 겁니다. 상공에서 나란히 비행하는 중에 심한 옆바람에 흔들리면서, 메서슈미트와의 싸움에 함께 뛰어들며 생기는 거죠. 믿음은 가지기 힘들지만 한번 가지면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겁니다."(227쪽) 

이 책이 지금이라도, 이렇게라도 번역되어 나와 다행이다.
번역 상의 오류도 많았고, 좋은 구절, 생각해 볼 구절도 많아서...포스트 잇을 잘라 붙여 놓은 게 도깨비 방망이 핫도그를 닮았다.
'견고한 서스펜스'나 '고감도 심리 스릴러' 따위의 헌사로는 부족하다. 부디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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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18 02:50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예전에 댓글로 나무꾼님이 추천하신 책이었군요. 나온지 얼마 안되서
읽을 수는 없지만 예전에 나온 작가의 소설들을 먼저 읽어봐야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1-02-20 02:54   좋아요 0 | URL
네,네~
아쉽게도 '애널리스트'는 절판돼서 구하기가 쉽지 않을거예요~^^

stella.K 2011-02-18 11:07   좋아요 0 | URL
참,'견고한 서스펜스'나 '고감도 심리 스릴러'물에 대한 리뷰를
이렇게 잘 쓰는 분은 양철님 밖엔 없을 것 같군요.
제가 이쪽과는 친하지 않아 그냥 재미나 있으면 모를까, 뭐 여기서
얻을만한 사색이나 철학적 통찰이 있을까 싶은데
당장이라도 읽고 싶게 만들잖아요!
근데 이책 가격도 가격이지만 두께가 만만치 않군요.^^

양철나무꾼 2011-02-20 02:57   좋아요 0 | URL
우와~
이쪽을 잘 모르셔도 충분히 재밌게 읽으실 수 있답니다.

그러게요,저도 두권으로 나뉘어 나올 줄 알았는데 한권이더라구요.
독자 입장에선 땡큐한 일이지만, 출판사로선 무릎썼겠죠~^^

2011-02-18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8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0 0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2-18 13:23   좋아요 0 | URL
어떤 책인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나무꾼님 올리신 리뷰만 보고 엄청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ㅎㅎ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글이 마음에 들어요.^^

양철나무꾼 2011-02-20 03:00   좋아요 0 | URL
네, 진짜 괜찮다니까요~^^
한번 믿어주세요~!!!

아이리시스 2011-02-18 13:24   좋아요 0 | URL
음.. 이건 또..
재밌겠다!!!
번역안된 원서도 읽는 나무꾼님, 장르소설에서 철학을 읽어내는 나무꾼님,
저녁에 자든 밤에 자든 새벽에 자든 일어나는 시간이 같다고 하신 나무꾼님,
도깨비 방망이 핫도그 먹고 싶잖아요,ㅋㅋㅋ

양철나무꾼 2011-02-20 03:04   좋아요 0 | URL
장르소설에서 철학을 읽어내면 안되는데...
뭐, 일상이지...삶의 연장선 상이지...별다를게 없어야 하는데 말이죠~
빨간날은 원없이 늦잠 자요.
아마 내일(오늘)도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일어나게 되지 않을까요?^^

감자 점점이 박힌, 그 핫도그~^^

순오기 2011-02-18 13:42   좋아요 0 | URL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에요. 알라디너들 덕분에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

양철나무꾼 2011-02-20 03:07   좋아요 0 | URL
전 누구를 가르친다는 건, 하늘이 준 소임쯤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순오기님이 마냥 존경스럽구요~^^

이 책을 읽으면서...저도 누군가의 사수,스승이 되어야 할 때란 사실에 어깨가 무거워지더라구요~

잘잘라 2011-02-18 14:42   좋아요 0 | URL
존 카첸바크를 기억할께요.

하트의 전쟁두요. 제가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그건 순전히 양철나무꾼님 때문이니까 제가 책을 읽는 동안 아마 귀가 좀 간지러우실거예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1-02-20 03:09   좋아요 0 | URL
오른쪽 귀가요, 왼쪽 귀가요?
후회 안 하실테니, 걱정 없어요~^^

저절로 2011-02-18 15:31   좋아요 0 | URL
부디 일독을 권한다..알았어요.일독해 드리지요.

양철나무꾼 2011-02-20 03:11   좋아요 0 | URL
일독만 하세요~
존 카첸바크를 끼고산다고 하실까봐 두려워져요,ㅋ~.

느린산책 2011-02-18 22:24   좋아요 0 | URL
아까 만추 보러가서 기다리는 시간동안 읽었어용. 집중력 최고~ㅋ
생전 첨 듣는 작가, 책이지만 정말 일독하고 싶은 맘이 드는 리뷰더군여^^

양철나무꾼 2011-02-20 03:11   좋아요 0 | URL
만추 보셨군요?
저는 언노운 봤어요.^^

후회 안 하실거예요~

글샘 2011-02-19 11:24   좋아요 0 | URL
아주 '관조'적인 리뷰예요. ^^
핫도그 방망이 까지도 말입니다. ㅎㅎ
양철 님의 독서 세계와 제 그것 사이엔 별로 교집합이 없는데도... 님의 리뷰 읽고 나면 책이 읽고 싶어진답니다. 그치만... 읽을 기회는 아직 멀리 있는 듯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1-02-20 03:17   좋아요 0 | URL
님과 저의 독서 세계에 교집합이 얼마나 많은데요.
시집부터 시작해서, 마리 여사, 이옥에, 시코쿠에...
음~~~더 이상 생각이 안 나네요~ㅠ.ㅠ

읽고 싶으시다면야 코 앞에 대령도 할 수 있는데,
실은 관심이 없으신거겠죠~^^

글샘 2011-02-21 17:19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무협지도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판타지보다는 로맨스 쪽이 제 취향인 모양입니다. ㅋ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이제 읽어야 할 책을 좀 줄이려구요.
꼭 필요한 책 읽기에도 시간은 풍족하지 않은 거 같기도 해요.

양철나무꾼 2011-02-22 01:16   좋아요 0 | URL
ㅎ,ㅎ...저는 고등학교 때 무협지 족보 그려가며 읽었어요.
멜랑코리한 글은 가뭄에 콩나듯 쓰시는 분이, 로맨스 쪽 취향이시라니 믿을 수 없어요.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저도 늘 하고 살아요.
열심히 줄여도 장르소설이 최후까지 남는다는 게 님과 저의 차이죠~

herenow 2011-02-20 13:03   좋아요 0 | URL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하실때도 '존 카첸바크'를 말씀하셨죠.
(전 왠지 스토커? ㅋㅋ; 그게 아니라 워낙 특이한 이름이라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장르소설쪽엔 문외한인지라, 양철나무꾼님의 글을 읽으면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되는걸까 궁금해진답니다.

물론, 어떤 책이건간에 감각적인 나름의 색깔로 느낌과 생각을 풀어내는
양철나무꾼님만의 글솜씨가 있어서겠죠.

존 카첸바크라는 양반을 알려면 이 책으로 시작하면 되는 건가요? (조언 부탁드려요)
한참이나 잊고 지내는 '소설 읽기'의 호사를 누려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1 02:29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와 있는 건,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애널리스트''하트의 전쟁'이렇게 세권이예요.
순서나 경계가 정해진 게 아니니까 어떤 것을 먼저 읽어도 좋으실거예요.
다 심리스릴러라고 평가받기에 손색이 없어요.
읽어보시면 님도 충분히 관심 가질 수 있는 분야일듯~^^

이박사 2011-02-21 22:57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리뷰네요. 전 양철님과는 약간 다르게, 이전 소개된 두 작품에서 많은 실망을 했는데 '하트의 전쟁'은 대만족입니다.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2 01:25   좋아요 0 | URL
ㅎ,ㅎ...실은 이박사님 서재 열심히 들락거렸었는데 여기서 뵈니 더 반가운 걸요~
그분의 이전 작품들은 좀 늘어지는 느낌이 들기는 하죠.
'어.미.사'는 그 늘어지는 수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애널리스트'는 중간생략,생략하지 말아야할 것도 생략, 이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존 카첸바크를 '쫌' 애정하나 봐여~^^

Saint Jimmy 2011-02-22 08:3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얼마전에 <하트의 전쟁> 다 읽었습니다.
이스케이프 시리즈 중 <타운> <워치맨>보다도 좋더군요.
앞으로의 라인업이 더욱 더 기대가 되고 기다려집니다.
네 번쨰 라인업은 코디 맥퍼딘이라는 작가의 <섀도우 맨>이라고 합니다.
이스케이프가 더 흥했으면 좋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2-23 02:4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Saint Jimmy님.
전 요즘 '로버트 크레이스'도 좀 멋있어서요, 조 파이크 시리즈 기대하고 있어요.

전 이스케이프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소설 출판사 들도 다 흥했으면 좋겠어요~^^

모름지기 2011-02-23 01:52   좋아요 0 | URL
어쩜..전 이렇게 근사한 리뷰를 언제쯤 쓰게 될까요?
이런 칭찬 하도 들어서 이젠 식상하시죠? 하하하
전..특히나 소설을 감성적으로만 치우쳐 읽어서 늘..수박 겉만 핥는게 아닌가 하거든요.

양철나무꾼 2011-02-23 02:49   좋아요 0 | URL
ㅎ,ㅎ...제가 말씀 안드렸나요?
전 지인들한테 머리를 옵션으로 들고다니냐는 소리를 듣고 산다니까요.
이성이나 감성이나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지 말고, 책 속에서 삶을 엿보고 실천하고 싶어요~^^

도깨비 방망이 2011-02-23 18: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런데 도깨비 방망이 핫도그 말씀인데요. 그 정도로 번역 상의 오류가 많았나요? 아님 양철나무꾼님의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 그런가요? '이 책이 지금이라도, 이렇게라도 번역되어 나와 다행이다.'는 말씀이 마음에 좀 걸려서요.

양철나무꾼 2011-02-24 01:5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도깨비 방망이 님.
ㅎ,ㅎ,ㅎ...제가 까다로운 걸 간파하셨단 말씀이세요?

좋은 구절, 생각해 볼 구절도 많았지만...
맞춤법이나 어법 틀린 것은 차치하고 번역 상의 오류도 제법 있었어요.
이 책이 군대용어, 법률용어도 많고, 독일어도 섞이고 해서 번역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건 짐작합니다만~

'그는 신문에서 오려낸 사망 기사를 가늠하며 셔츠 주머니를 톡톡 두드렸다.(15쪽)'
이 부분의 원문을 보면,
He felt the obituary in his pocket, tapping the fabric of his shirt with his hand.
라고 되어 있어요.
->'가늠하다'라는 단어가 어색해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흔하지 않은 철자를 쓰는 성인의 이름을 물려받은 그는 비쩍 마른 조용한 젊은이로 그리 호감 가는 외모는 아니었다.
->성인의 이름이 아니라 성을 물려받은 거죠.

또 하나만 집어 보자면,
29쪽에 토미가 갇힌 곳은 '지하실 벽장'이라고 되어 있는데, 264쪽엔 '옷장'이라고 되어 있죠.
원서는 찾아보지 않았지만, 이럴 경우에는 용어를 하나로 통일시켜 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책이 아주 좋습니다~^^

도깨비방망이 2011-02-24 08:2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역시 까다로운 분이 맞군요. 저기서 felt는 느꼈다라기보다는 가늠하다가 나은 것 같은데요. 가늠하다는 말은 어림짐작으로 인식하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지하실 벽장을 옷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면 같은 단어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다음 번엔 옷장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통일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니죠. 오역이란 말은 폭발성이 강하니까 좀더 신중하게 사용하셔야죠. 양철나무꾼님이 존 카첸바크를 좋아하는 것과 오역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도깨비방망이 2011-02-24 11:0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역'이란 말을 '오류'로 바꿨군요. 좀 낫습니다. 한 가지만 더 여쭤볼까요? 저 위에서 '이젠 나도 누군가의 사수와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어깨가 무겁다.'고 하셨는데, 본인이 정말 그 정도로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하세요? 서평 본 사람들의 칭찬이 이어지니까 황홀한 착각에 빠진 건가요? 현실적으로 그런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은 참으로 보기 드물어서 하는 말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4 11:45   좋아요 0 | URL
착각하셨군요.
리뷰에 손대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오류라고 썼었는데 말이죠.

이 책의 역자 분신가요?
그렇다는 가정 하에 얘길 더 해 보기로 하죠.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놓고 봤을 땐 동그라미를 쳐 줄 수 있겠죠.
하지만 전 번역된 한 권의 책을 읽은거죠.
한권의 책 속에서 단어나 문장들이 어울려 빛을 발하느냐를 놓고 봤을 때는 다른 얘기죠.

'가늠하다’는 ‘어림짐작으로 인식하다’가 아니라 ‘사물을 어림잡아 헤아리다’는 뜻이죠.
‘헤아리다’에는 수나 양적인 뉘앙스가 있구요.
‘feel’에 ‘손으로 더듬다’는 적절한 표현이 있는 데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지하실 벽장을 옷장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할 것은 그가 지하에 갇혔던 적이 있어서 폐쇄공포증이 있다는 거죠.
그쵸.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 대체어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건 ‘고개를 끄덕이다’와 ‘주억이다’ 같은 바꾸어도 뜻이 명확하게 통하는 경우이지,
여기서처럼 ‘지하실 벽장’에 갇힌 건지 ‘옷장’에 갇힌건지 헷갈리는 경우는 아니라고 봅니다.

왜 단어 하나에 까다롭게 구냐고 한다면, 장르소설에선 하나의 단어가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많이 마음이 상하셨나 봅니다.
개인적인 코멘트까지 끄집어내시는 걸 보면 말이죠.
'이젠 나도 누군가의 사수와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어깨가 무겁다.'는 말은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자조였어요.
어디서 제가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다고 했다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질문에 대한 답은 못 드리겠습니다.

이 말씀은 드리고 싶네요.
존 카첸바크를 들먹인 것은, 그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별 다섯 개를 꾹꾹 눌러주지 않았으리라는 의미였어요.

도깨비방망이 2011-02-24 12:4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역과 번역상의 오류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전 같은 뜻으로 기억했던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림짐작으로 인식하다'와‘사물을 어림잡아 헤아리다'도 표현상의 문제 아닌가요? 벽장을 옷장으로 바꿔서 사용했다면 '아, 벽장이 옷장으로 사용되었나 보다.'고 이해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은데요. 그게 실마리가 될 만큼 중요한 단어라면 역자가 그렇게 옮기지도 않았겠죠. 아, 그게 자조였군요. 하지만 자조라는 단서가 없더라고요. 암튼 저 정도를 놓고 '번역상 오류가 많다'느니, '이렇게라도 번역되어 나와 다행이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건 좀 심하게 느껴지네요.

권도희 2011-02-24 20: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이 작품을 번역한 권도희입니다. 저도 카첸바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양철나무꾼님의 애정어린 서평,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상황이 조금 난감해서 몇 글자 남깁니다. 먼저 가늠하다는 표현이 마음에 안 드셨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번역할 때마다 어떤 단어로 표현을 해야 할 지가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성인의 이름을 땄다는 부분은 제가 알기로는 성인은 성이 아니라 이름을 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옷장 부분은 도깨비방망이님께서 많은 말씀을 해주셨지만, 사실 오타입니다. 벽장이 맞는데, 교정 과정에서 놓친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님의 서평도 잘 읽었고, 번역 오류라는 지적에 대해 감싸주신 도깨비방망이님께도 감사드립니다만, 두 분이 이제 그만하시는 편이 카첸바크의 작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4 18:3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권도희님.
전 님이 번역하신 책 몇 권 더 읽었고, 오스카 와일드 살인사건 같은 건 아주 좋아하죠.

표현이 제 마음에 안들었다고 하여 번역상의 오류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죠.
맞춤법, 어법은 물론이고 이런 부분이 몇군데 더 있지만, 제 딴엔 수위가 가장 약한 걸 고른다고 고른 거였는데...다 부질없는 듯 하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죠.

성인의 이름 부분은 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그 또한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성인의 이름을 따서 3대에 걸쳐 성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보죠?
다만 원서에선 family name이란 단어를 사용했던 것 같고, hart가 이름이 아니라 성이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것은...작품을 쓰거나, 번역을 하거나, 이런 리뷰 하나 쓰는 것도 말빚을 지고 사는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제가 내뱉은 모진 말들은...저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 오겠죠.

난감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좋은 작품들로 또 뵙도록 하죠~

도깨비방망이 2011-02-26 09:0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쯤 하죠. 오역이든 오류든 지적할 건 해야겠죠. 하지만 그 이전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과연 정확한가?' 먼저 자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11-03-04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5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