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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 나아질 수 없는 관계를 정리하는 치유의 심리학
에이버리 닐 지음, 김소정 옮김 / 갈매나무 / 2018년 12월
평점 :
가해자에 대해 분석하고, 어떻게 그 학대에서 벗어날지에 대해 설명하다
그와의 관계에서 자존감이 계속 낮아지는 기분이 드는 사람을 위한 책
그 남자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에이버리. 갈매나무.
갈매나무 서포터스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갈매나무는, 비틀어진 관계와 관련된 책에 흥미가 많은 모양이다. 서포터스로 활동하는 동안, 비틀어진 관계에 대한 책을 이 책을 포함해 세 권이나 읽었으니.
하긴.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한둘이어야지. 나쁘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그 나쁜 쪽으로 사람을 몰아가며, 사람이 괴로워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 꼭 어딘가에는 있다. 더 최악인 건, 그들은 처음부터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부터 확인한 뒤, 천천히 마수를 드러낸다. 책에 나오는 묘사대로, 차가운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은 뒤, 천천히 물을 달구기 시작한다. 잘못되었다는 걸 눈치챘을 때는, 이미 끓는 물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학대하는 남자와 학대받는 여자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 학대는, 육체적 학대처럼 극단적이지 않다. 오히려 겉보기에는 이것이 학대인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자존감이 낮아져 상담하러 온 사람들이, 그럼에도 자신이 학대당한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만큼 소극적이며, 그렇기에 더 음침하다.
가령. 여자는 식탁을 사고 싶어한다. 하지만 여자는 돈을 벌지 않는다. 여자는 남자에게 식탁을 사는 걸 이야기한다. 남자는 돈을 벌지만, 그 의견은 무시한다. 몇 대의 자동차는 구입하지만, 식탁은 구입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 몇 년 째 지속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식탁이 도착한다. 집 인테리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평소에 여자가 전혀 원하지 않던 형태의 식탁. 여자는 그 식탁에 실망한다. 남자는 화를 낸다. ‘네가 돈 한 푼 안 벌 동안 나는 열심히 일했는데. 그 돈으로 내가 원하는 것 대신 네가 그토록 원하던 식탁을 사주었는데. 네가 어떻게 그런 식으로 반응할 수 있느냐.’ 여자는 결국 기뻐하기로 한다. 남자를 달래기 위해서.
이 역시 학대의 일종. 남자는 여자를 무시하고 있다. 여자가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는다. 식탁을 바라는 걸 알면서도 식탁을 사주지 않는다. 사주면서도 여자가 원하는 건 사주지 않는다. 하물며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이유로 가치마저 떨어뜨린다.
하물며 의견을 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분명 한 마디의 상의도 없이 멋대로 일을 진행하였음에도, 그에 대한 불만을 내는 건 틀어막아버린다. 가해자는 남자임에도, 여자가 가해자인양.
드러나지 않기에, 오히려 이 학대는 교묘하게 계속되며, 계속해서 여자의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여자가 이런 대우를 받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이런 상황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하도록.
가해자가 어떤 식으로 피해자에게 학대를 하는지. 그리고 그 학대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를 설명하
는 책. 여자 위주로 기술되어 있기에 남자 입장에서는 불쾌할 소지가 크다. 책 서두에서 남자가 학대당하는 경우도 분명 있고, 남자가 학대당하는 경우에도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은 하고 있지만. 글쎄, 어떨지. 남편에게도 일단은 읽어보라고 해보았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가해를 명확하게 인정하는 사람보다는, 긴가민가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책. 분명 어딘가 걸리기는 하는데, 그 감정이 명확하지 않은. 사실은 정말 내가 나쁠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
이 책을 읽는 당신이라면, 이 사실만 기억해주면 좋겠다. 당신에게는 약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 사실을 알고 언제나 당당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