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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은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아 - 힘겨운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니콜 슈타우딩거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하나 뿐인 인생. 나만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다.
유방암을 이겨낸, 내 인생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은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아. 니콜 슈타우딩거. 갈매나무.
갈매나무 출판사 마지막 서포터스 활동 일환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2017년 가을. 내가 준비하던 시험은 결국 사라졌다. 더는 도전조차 불가능했다. 이력서를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하지만 단 한 자도 쓸 수 없었다. 이력서에 쓸 만한 내용은 내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다. 내 20대는, 그 무엇도 남기지 못한 채, 허무하게 스러져갔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비관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이력서에 쓸 내용이 없다면 이력서를 쓰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찾으면 될 일. 다행히 믿는 구석이 조금은 있었다. 부모님에게 재차 손을 벌리는 것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중에 잘 돼서 갚으면 될 일.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언제 잘 되는지 묻는다면. 내가 알고 싶은 걸 당신이 묻지 마. 버럭.
2017년 가을. 노력한다고 모두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뒤, 하고 싶지 않은 건 하지 않기로 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하고 싶지 않은 걸로 채우고 싶지는 않았다. 부스러기나마 남아있던 양심을 박박 긁어 곱게 모은 뒤 쓰레기통으로 직행시켰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그런 말은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기로 했다. 하나 남은 내 자존심이었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지는 상황에서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분명 있을 터. 그것만큼은 스스로 결정하기로 했다. 후회하지 않는 인생은 불가능하다. 하나. 왜 그때 나는 스스로 결정하지 않았을까. 왜 주위에 등 떠밀리듯 결정했을까. 그 후회만큼은 하지 않기로 했다. 설령 결과가 나쁘게 나오더라도. 스스로 결정한 자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오만하게 고개를 들기로 했다.
설령 패배자의 자존심에 지나지 않더라도.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 어떤 역경이 닥치든 오만하게 고개를 들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나아가는 사람들. 강한 것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그들은 분명 분노하며 좌절하고 슬퍼한다. 하지만 그 역경을 핑계로는 만들지 않는다. 상황이 나빠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상황 때문에 ‘나’까지 나빠질 수는 없다. 그들은 그렇게 믿고 나아간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오만한’ 사람이다.
순탄한 인생은 아니다. 곳곳의 암초에 걸려 넘어지고 비틀거린다. 왜 하필 내가. 이런 말로 세상을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황이 ‘나’를 좌지우지하는 건 허락하지 않는다. 설령 그런 상황일지언정 내 인생을 살겠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꿋꿋하게 나아간다.
자기계발서로서 읽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에세이로 읽었다. 잘 나가던 영업사원에서 카운슬러로 변신하고 암을 겪은 뒤 강사로 다시 인생을 바꾼 사람의 에세이.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의 분투기로.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공감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렇더라도 좌절하고 분노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인생을 흔들림 없이 사는 그녀의 인생은 멋있었다. 한 번 사는 인생, 폼 나게 사는 것도 분명 좋겠지만, 설령 소소할지언정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인생을 사는 것 역시 나름 운치가 있지 않을까.
이 책 184p.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불행한지 아닌지 고민할 시간이 있어서다.” 읽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맞는 말이다. 사실 상황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2017년 가을. 나는 내 인생을 비관한 채 방구석에 처박혀 우는 쪽을 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큼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까지 떨어지는 건 내가 비참해서 싫었다. 원하던 인생을 살 수 없다면, 남은 길에서 원하는 인생을 만들면 된다는 마음을 품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얼마만큼 만들었는지 묻는다면, 화낼 거지만. 제대로 화낼 거지만. 마구마구 분노할 테지만.
이 책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책이 아니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질문하는 책이다. 그래서 책에 대한 이야기 대신 내 이야기를 해보았다. 당신 역시, 당신의 이야기가 있겠지. 이 책을 읽으며 ‘당신’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면 좋겠다.
마지막. 사족 of 사족. 신뢰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 어떤 말에도 흔들림 없이 내 옆을 지켜주는 남편에게 감사 인사를 해두자. 사실 그 시기에, 실패해도 괜찮아. 그래도 옆에 있을게. 그렇게 말해주는 남편(당시에는 남자친구)이 없었다면 조금은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그, 그래도. 사랑하지는 않아. 흥핏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