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스인 이야기 3 - 동서융합의 세계제국을 향한 웅비 ㅣ 그리스인 이야기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8년 7월
평점 :
그리스의 몰락.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이 몰고온 헬레니즘
그리스인 이야기의 마지막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

그리스인 이야기3. 시오노 나나미. 살림.
이 글은 살림출판사 서포터스 마지막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자기계발서에서 바쁘다는 말은 자기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말과 동격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지금 그 말에 한 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자기 입으로 바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그리 바쁘지 않다. 정말로 바쁘면, 바쁘다는 말을 할 시간조차 사라진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그리 크지 않다. 특히 우리 과는 현재 다섯 명. 원래는 여섯 명인데, 한 명이 빠져나간 뒤, 충원이 되지 않고 있다. 그도 모자라 신입만 나까지 포함해서 세 명. 지금은 바쁘다는 말을 할 정도의 여유는 생겼지만, 그동안은 바쁘다는 말조차 할 시간이 없었다. 책을 펴고 싶어도,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나날이었다.
고작해야 몇 주 일에 치인 걸로 징징거리는 나로서는, 몇 년 혹은 몇 십 년,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을 보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책에 나오는 알렉산더 대왕이 그렇다. 그리스 식으로 읽으면 알렉산드로스지만, 일단은 익숙한 방식으로 읽어보자. 참고로 우로부치가 쓴 페이트 제로 소설에서는 이스칸달이라고 읽는다. 애니로도 나온 상태다.
서포터스 마지막 활동으로는 그리스인 이야기3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책은 읽지 않고 있었다. 그 누구도 멸망을 바라지 않음에도, 결국은 멸망으로 향해버리는 이야기는 서글프고도 우울해서. 하지만 그리스인 이야기3은 다행히 서글프지도 우울하지도 않았다.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걸출한 인물의 일대기를 시오노 나나미의 필체로 재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케도니아의 왕인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의 패권을 쥔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그리스의 도시국가가 패권 국가가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와도 동일하다. 로마 시대에도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존중받았지만, 그들은 더는 주인공이 될 수는 없었다. 그 점에서 알렉산더 대왕은 그리스의 멸망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해도 좋은 인물.
하지만. 마케도니아에서 페르시아를 거쳐 인도까지 10년 간 승승장구를 거듭한 걸출한 왕의 일대기를 보다보면, 그리스의 몰락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기분이 되어 버린다. 그리스의 몰락은 단순한 몰락이 아니라 새 시대의 시작이기 때문일지도.
10년 간 승승장구를 거듭한 걸출한 왕. 자신이 구상한 것을 대부분 이루어낸 왕. 대부분의 일을 직접 결정한 왕은, 그 누구보다 바빴을 터. 하지만 그럼에도 왕성한 활동을 계속해냈다. 결국은 그 왕성한 활동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에 끝까지 매달릴 수 있는 열정과 재능은 확실히 부럽다. 알렉산더 대왕처럼 살고 싶은지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겠지만. 대충 사는 인생도 나름대로 묘미가 있다. 절대 열심히 살기 귀찮아서 하는 말이 아니다. 아닐 거다. 데헷.
시오노 나나미는 그리스인 이야기3을 끝으로, 더는 역사 에세이는 쓰지 않겠다고 후기에서 밝혔다. 아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 책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팬도 많고 안티도 많았던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를 시작해서 다양한 시오노 나나미 책을 읽었다. 마음에 든 책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었다.
분명 그녀의 책은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녀의 감상으로 재구성한 다양한 시대의 이야기는 즐거웠다. 그녀의 시각으로 내가 아는 시대를 더듬는 건 색다른 맛이 있었다. 그런 그녀의 책이 알렉산더 대왕을 마지막으로 끝난다니 아쉽고 섭섭하다.
다만. 그녀가 알렉산더 대왕을 마지막으로 이 책을 끝낸 건, 그녀는 물러나더라도, 그녀의 뒤를 이을 새로운 작가가 나타날 거라는 희망을 품었기 때문.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리 슬프지는 않다.
시오노 나나미의 마지막 역사 에세이. 이것만으로도 시오노 나나미 팬이라면 읽어볼 만 하지 않을까. 알렉산더 대왕의 연대기는 워낙에 유명하지만, 이걸 시오노 나나미 시각에서 읽는 것도 분명 색다를 테고. 일단 시오노 나나미 그 이름만으로도 책의 재미는 어느 정도 보증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당신에게도 즐거웠으면 좋겠다.
서포터스 유종의 미를 지각으로 거두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