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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미 - <미 비포 유> 완결판 ㅣ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 비포 유”에서 혼자 남은 루이자의, 뉴욕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이야기.
미 비포 유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을 위한, 미 비포 유의 마지막 후속권.
스틸 미(still me). 조조 모예스. 살림출판사.
살림서포터스 활동 번외편입니다.
1월 독서 모임에서 소개된 책 중 "미 비포 유"가 있었다. 평범한 여자와 부유한 사업가의 신데렐라 로맨스. 그 사업가가 6개월 뒤 안락사 시술을 받을 예정인 사지마비 환자인 점만 빼면 흔하디흔한 연애물.
평생 수발을 들어도 괜찮으니, 동생이 하루라도 더 살아주기를 바랐던 어머니의 마음은 알고 있다. 계속되는 낙방에, 차라리 자살하는 게 어떨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절. 무능력한 백조일지언정, 평생 부모님의 등골을 빼먹고 사는 처지로 전락하더라도. 그렇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게 효도이지 않을까. 그 심정으로 결국은 자살을 포기했을 정도.
하지만. 더 이상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까지 살고 싶지는 않다. ‘나’로 더는 살 수 없다면, 최소한 내 손으로 내 마지막을 결정하고 싶다. 고로 내가 같은 상황이면, 죽는 쪽을 택할 듯하다.
하여튼. 미 비포 유, 그리고 후속작인 애프터 유를 이은 세 번째 소설이자 마지막 소설. 스틸 미가 살림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원래는 지난번에 소개한 그리스인 이야기3으로 종료되었을 살림서포터스 활동 마지막을 장식할 정도의 살림출판사의 역점 사업.
이하 스포일러 있을 수도 있습니다.
풀메탈패닉이라고 하는 일본 라이트 소설이 있다. 거기 나온 대사 중 가장 좋아하는 말은 ‘IKINASAI’다.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는 사람이, 앞으로 계속 남아야 하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 살라는 말일 수도, 가라는 말일 수도 있는 중어적인 의미.
월을 잃은 루이자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 월이 없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루이자답게, 줄곧.
풀메탈패닉에서 ‘IKINASAI’ 다음으로 좋아했던 말은 ‘모든 사람에게 역사가 있다’는 말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은, 각자 자신의 사연을 품고 산다. 루이자는 물론이고, 다른 등장인물들도. 가끔은 미워하고 원망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그 사연을 알게 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 생각이 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매사에 불평불만이 가득한 괴팍한 노인. 루이자를 거두어준 노인은, 루이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씁쓸한 과거를 품고, 주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지언정, 하지만 노인은 계속 자신의 길을 나아간다. 그리고 살아간다. 출판사 서평에도, 책 소개에도 등장하지 않는 주변부 인물. 하지만 이 노인의 인생은,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닮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처와 역경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 터무니없는 사건에 휘말려 의도치 않은 상황에 빠져 허우적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사람은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살아간다. 여전히 존재한다. STILL ME.
새로운 직장을 찾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해나가는 루이자를 보며 나는 계속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었다. 과거를 떨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평범해보이지만 사실은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시작된 이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방식으로는 나쁘지 않은 듯하다.
이 책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모른다. 다만 당신에게도 ‘STILL ME’를 느끼게하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당신에게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즐겁고 유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