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는 4시간만 일한다 - 디지털 노마드 시대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
팀 페리스 지음, 최원형.윤동준 옮김 / 다른상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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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이 유동적이라면 읽어볼 만할지도

책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책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도구다. 게임이나 영화나 텔레비전이나, 큰 차이는 없다. 게임을 할 만큼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고 화면을 멍하니 노려보는 건 취향이 아니다 보니, 책을 선택했을 뿐.
 특별히 책에 가치를 두지 않기에, 책을 고를 때 심사숙고 않는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하루에 한 권 정도는 읽을 수 있다. 그 정도라면 허공에 날러버려도 딱히 아깝지 않다. 많이 읽다보면 한 권 정도는 건지겠지.
 
 원래라면 내게는 쓰레기였다. 한 마디로 끝냈겠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 독서는 공공의 적 1순위” 이 한 마디 때문에 주가를 확 올렸다. 아니 그렇다고 해서 정말 이 책이 쓰레기. 불쏘시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내 가치관과는 맞지 않을 뿐.
 에세이라면 이런 삶의 방식도 있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관찰하겠지만,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서까지 그러고 싶지 않다. 자기 계발서는 자신을 계발하기 위해 읽는 책이지, 타인 인생을 구경하려고 읽는 책은 아니지 않나.
 책은 읽고 싶은데 책 읽을 시간이 마땅치 않을 때 자기 계발서를 읽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지만,

 네 인생, 쓸데없는 일에 낭비하지 마라. 효율이 아닌 효과를 추구해라. 돈 많이 벌고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네 인생, 네가 즐거우면 충분하다.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대지 않고, 도전 자체를 잊어버린 채 일상에 매몰되어버린 사람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네 주변과 비교하며 네 행복을 무너뜨리지 말고.
 ‘NEW RICH’라는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를 알려준다. 간단히 말하면 선택과 집중.

 다만 4시간만 일하는 생활 자체는 대다수의 한국 직장인에게 통용될 만한 주장은 아니다. 우선 한국 직장에서, 재택근무는 거의 불가능하다. 9 to 6조차 제대로 지켜주지 않는다. 저자는 그 직장에서 나와 새로운 직장을 구하라고 하는데. 청년도 장년도 모두 취업 못해 아우성인 나라에서, 새로운 직장이 말처럼 쉬운 일일지,
 사업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결정 – 제거 – 자동화 – 해결을 통해 굳이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이 가능하다는데. 너무 이상적인 구도다. 아무리 틈새시장에서 획기적인 사업을 구상했다고 한들,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망해버린 모든 사업가들이, 이론을 몰라서 망했겠나. 때가 안 맞았든지 운이 안 맞았든지, 하여튼 무언가는 안 맞았겠지. 모든 권한을 쥐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씁쓸한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자동화를 위해 아웃소싱을 주문한다. 자, 이 아웃소싱 받은 사람에게, 4시간 일하기란 현실미가 있는 이야기일까. 저자는 나오면 된다고 말하겠지만. 모든 사람이 나와 버리면, 위임은 누구에게 할 건데.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4시간만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뒤치다꺼리를 해주어야 한다.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병원은 간호사를 비용으로만 본다. 간호사의 의료 행위는 돈이 되지 않기에, 어떻게든 나가는 돈을 줄여야 하는 비용. 자기 계발서의 저자들은 나와서 새로운 직장 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말하겠지. 그런데 모두 나오면, 병원에 간호사가 필요할 때는?
 내가 달라지면 끝나는 문제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문제가 더 많다. 내 인생만 바뀌었을 뿐, 사회의 어두운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러 파고들 필요까지는 없지만,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없으면 지금의 삶이 불가능하기에.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 가능한 사람 중에서, 일중독인 사람들.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라면 읽어보고 도움을 받을지도. 나처럼 직장인으로 소소하게 살고 싶다면,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은 가볍게 접어두고, 좀 더 현실적인 조언을 찾아가는 게 좋다.
 역자도 이 책의 조언이 한국에서는 유용하지 않을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때문인지, 몇몇 부분은 아예 현지화가 되지 않았다. 최소한 9 to 5와 달러 표기 정도는 한국식으로 수정해서 내놓았어도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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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읽는책 2022-11-17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과 발췌문, 책소개를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을 모두 해소해주는 리뷰입니다~ 특히.. 나는 4시간을 일하지만 이것을 위해서 아웃소싱하는 인력의 어두운 면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없다는 확신이 드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