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개정판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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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으로 쓰러진 뇌과학자. 그리고 재기하기까지.
뇌졸중으로 쓰러져도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책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질 볼트 테일러. 월북.

월북 서포터스 일환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골든타임에서 출간된 브레인 온 파이어라는 책을 떠올리며 읽은 책. 희귀병 때문에 뇌가 손상되어 자신을 잃어가던 여자가, 다행히 원인을 제거하여 무사히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뇌라는 기관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아마도.

브레인 온 파이어도 매우 극적이지만, 이 책은 더 극적. 30대 중반에 지나지 않는 여자, 그것도 뇌과학자의 뇌의 혈관이 터졌다. 뇌혈관이 터져 뇌세포가 죽어가는 동안, 어떤 감각이었는지 뇌과학자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묘사하는 장면을 읽다보면, 나라는 존재는 참 부질없다는 씁쓸한 감상에 사로잡힌다.
 ‘나’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모든 것은 뇌에 달려있고, 그 뇌라는 기관이 파괴되는 순간, 지금까지 존재했던 ‘나’라는 존재도 말살된다. 인간의 영혼은 있기나 한 걸까, 영혼이 존재한다면 대체 어디에서 헤매고 있는 걸까. 그런 씁쓸한 감상을 가득 불러일으키는 책.

수술을 받은 저자는, 다행히 무사히 재기한다. 과거와 완전히 동일한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뇌과학자로서 활동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그 과정에서 뇌에 대해 한층 더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뇌과학자로서는 오히려 더 성숙할 수 있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니체의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나를 성숙시킨다’ 이 말을 떠올려도 괜찮을 듯하다.

뇌에 대해 다루는 책이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뇌의 신비를 좀 더 알아보겠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읽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책도 어떤 식으로 뇌가 죽어갔고, 어떤 식으로 뇌가 회복되었는지 세세하게 알려준다. 다만 이 책이 정말로 상정하는 독자는, 뇌졸중에 걸린, 하지만 아직은 회복하지 못한 사람. 그리고 그들을 대하는 가족들.
 뇌졸중에 걸려 회복된다는 확신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도 회복했으니 당신도 회복할 수 있다. 이런 희망과 용기를 주는 책이다. 현재 뇌에 문제가 있더라도, 뇌는 가소성이 뛰어난 기관이니 충분히 회복가능하며, 지금은 비록 제대로 활동할 수 없더라도, 환자 본인은 여전히 존엄하니, 그에 맞추어 대우해야 한다는 책.
 아직 회복되지 않았을 뿐, 인간으로서 열화된 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부분. 저자의 망가진 뇌는, 이성과 수리를 담당하는 좌측 뇌. 우측 뇌가 활약하면 초 긍정적인 인간으로 변한다고 한다. 소위 ‘현실적인 사고’와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재활을 하면서 예전의 부정적인 사고가 살아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한다.
긍적적인 나와 현실적인 내가 서로 충돌해가면서 완전한 내가 구성되고, 그 과정을 내가 어느 정도 조율할 수 있다면. 한 번 노력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내가 좋지 않을까. 이왕이라면.

뇌졸중 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 혹은 어느 정도의 언어능력은 회복된 뇌졸중 환자(즉,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 이 책을 읽고, 회복 계획을 다시 짜며,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서 역경을 딛고 이겨낸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 역시 앞으로 좀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좋을 책. 부디 이 책이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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