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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개정판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읽다: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는 김영하의 산문 세트 3부작 중의 하나다. 『읽다』는 작가의 독서 행위에 대하여 진솔하게 풀어낸 글이다. 2018년에 출간되었으니, 『보다』 (2014), 『말하다』 (2015)보다 뒤늦게 출간되었다. 그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필체는 그의 산문집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김영하는 20여 편의 책을 출간한 소설가다. 많은 작품이 그에게서 나왔지만, 그는 자신이 읽은 책과 쓴 책의 비대칭성에 주목한다. 많이 읽었지만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써서 세상에 내어 놓음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러한 고민 가운데서 그는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책, 즉 고전이라 부르는 것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의 부제는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다. 총 여섯 챕터의 글들은 여섯 날이 된다. 그리하여 하루하루 저자와 함께 고전의 숲을 함께 산책할 수 있다. 저자는 흔쾌히 고전의 길잡이가 되어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한다.
첫째 날은 위험한 책 읽기다. 저자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등을 언급한다. 이를 통해 고전이 계속 읽힐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발견한다. 그렇다면 왜 책 읽기가 위험한가? 저자는 이러한 고전을 읽을 때 우리 내면의 오만을 보게 된다고 주장한다. 독서는 그동안의 신념을 뒤흔들고 자아를 분열시킨다.
둘째 날은 미치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이야기로 우리를 이끈다. 이들은 독서광이다. 그들은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 또한 보게 된다. 저자는 소설을 읽는다는 행위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잠시 이야기의 틈으로 들어가 거대한 세계에 마주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셋째 날에 저자는 카프카의 『성』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더불어 『마담 보바리』를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독서를 통해 '길'을 찾는 행위가 내포한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다. 저자는 소설을 읽는 행위가 어떤 교훈이나 주제를 파악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는 바로 헤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우리는 최대한 주의를 집중하여 소설에 빠져든다. 끝까지 무엇인가를 발견하기 위하여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이유는 그 안에 구현된 세상에 잠시나마 빠져보고자 하는 것이다.
넷째 날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다. 많은 소설이 사회적 통념이나 금기를 깬다. 소설이라는 장르에 윤리와 상식의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는다. 선택의 독자의 몫이다. 계속 읽을 것인가, 아니면 책을 덮을 것인가. 소설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독자들은 자신들의 가치와 싸워가면서도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어 책을 붙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소설을 읽음으로 어떤 유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저 읽는 것이 바로 소설의 매력이다.
다섯째 날은 미국 드라마 <소프라노스>를 소개하며,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코넌 도일의 『주홍색 연구』,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통해 매력적인 괴물들에 대하여 고찰한다. 단순하게 판단했을 때 독자들은 악보다 선을 더 선호할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여러 작품들을 통해 살펴본 악을 대면하는 인물들은 복잡다단한 내면을 표현한다. 그들을 그대로 포기하기에는 이미 우리의 내면과 닮아있는 점이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를 통해 강압적이며 교훈적 어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있는 악과 대할 수 있으리라.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저자는 소설을 읽는 것이 광대한 우주를 탐험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서로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도 어떤 지점에서 동일하게 읽히는 부분이 있다. 이야기의 망망대해 가운데 우리는 명확한 목적이나 유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를 세상과 연결시키고, 알게 모르게 더 큰 차원으로 넓혀주는 힘을 느낄 것이다. 그것이 이야기와 소설이 가진 힘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이야기의 바다'로 뛰어들어 '책의 우주'와 접속하려고 하는 독자들의 친절한 안내자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뚜렷한 목적지가 없어 표류하는 독자들, 어디로부터 시작해야 할지 두려움이 앞서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따뜻한 목소리로 함께 여행해보자 손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