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책
제대 후 나는 '정신적 증세'를 치유하기 위해 어김없이 도서관에 찾아갔다
예전처럼 '010 도서학, 서지학'부터 마지막 '990 전기'까지 책장 사이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020 문헌정보학' 쪽에서 이 책을 3년 만에 만났다
책 상태는 그럭저럭 양호한 걸로 보아 그동안 대출자의 손길을 많이 대하지 않은거 같았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책의 내용은 유럽의 저명한 많은 문학 교수들이 죽기 전에 읽어야 할 문학도서 1001권을
뽑아 요약, 소개한 글이다. 제목과 양으로 봐서 훌륭한 책일 것 같으나...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는 분들이 딱 제목보고 반하기 쉽상일텐데
이 책을 보면 "문학도서 1001권" 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대부분 자신들의 홈그라운드인 유럽문학을 기초로 하여
문학의 변방인 북유럽, 아프리카와 아시아 문학도 소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독자의 입장으로 이 책의 치명적인 단점은
이 책 1001권 중의 500권 정도는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작가와 책이라는 것이다
수치는 나의 추측이지만 '1900년대 쪽'부터는 처음 보는 작가와 책이 많았다
(비록 3년 전에 출판했기에 지금 그 사이에 번역되어 있는 책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의 간략한 소개는 여기까지고 왜 이 책이 나에게 영향을 준 이유는
나에게 진정한 독서를 할 수 있는 목표를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앞에서 언급했듯이 차례와 내용의 질로 봐서는 썩 훌륭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도서들을 대충 열거하자면
나관중 - 삼국지
다니엘 디포 - 걸리버 여행기
도스토예프스키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스콧 피츠제럴드 - 위대한 개츠비
우리가 위대하다고 일컫고 꼭 읽어야 하는 고전들은 소개되어 있다
삼국지, 걸리버 여행기... 예전 어렸을 때 읽었다. 하지만 한 번 읽었다고 그것이
진정한 독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 읽은 걸리버 여행기는 어린이용으로
된 삭제판이다. 사실 도스토예프스키와 피츠제럴드의 저 유명한 대표작을 포함해서
문학사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을 살면서 한 번도 읽어보지도 않았다(!)
나름 동네 공공 도서관을 많이 드나들었건만 예전의 독서 습관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독서란 한 권을 여러 번 읽고 그 한 권을 통해 또 다른
연관적인 독서를 하면서 폭넓은 감상과 함께 새로운 시야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1001권의 문학 도서들이지만 리스트에 있는 책들을 한 번 읽고 싶다는
오기가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무모하고 어리석은 독서 방식일 수도 있다
죽기 전에 1001권이 우리나라에 번역되는 것을 바라지도 않는 것은 둘째치고
죽기 전에 번역되어 있는 책을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월이 지나 현실주의자가 되어 바쁘다는 핑계로 독서를 등한시하게 될 지도 모른다
더욱 서글픈 것은 앞날을 알 수 없는 인생이다. 내가 오래 산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다
이런 생각하면 안 되지만 예기치 않은 죽음이 찾아올 수도 있지 않은가 (memento mori~)
하지만 예전처럼 아무 생각없이 읽는 것보다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있는 동안 전 세계 인류 역사적으로 독자들이 많이 애독하는 책을 읽음으로써
나의 정신적 성장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나는 처음으로 인생이 달려있는 진정한 독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프로스트의 유명한 시 마지막 구절로 마무리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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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다른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가지 않는 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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